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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10화 (110/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10화>

민성은 활활 타는 숯불로 달궈진 팬 위로 고기를 올렸다.

치이이이이익!

한우이다 보니 올리자마자 봄눈 녹듯 익는다.

소고기는 소금이지.

민성은 먼저 고기 한 점을 소금에 살짝 찍어 입에 넣어 보았다.

숯불의 향과 한우 고기의 진한 향. 그리고 고기의 육즙과 소금의 짠맛이 콤보 펀치처럼 민성의 가슴을 두드렸다.

“아…….”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맛있다.

당연하다.

최고급의 한우 고기이니 맛있을 수밖에 없다.

연거푸 고기를 씹으면서 민성은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명이 나물이 보인다.

오대산, 지리산 등의 고산지나 울릉도의 숲속 또는 북부 지방에서 자생하는 나물.

그리고 이건 중국산이 아닌 울룽도산 진짜배기 명이 나물이었다.

민성은 명이 나물에 고기를 싸서 먹어 보았다.

우물우물-

“……!”

쌉싸래하고 달콤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황홀감을 선사했다.

기가 막히는걸?

명이 나물의 저력에 잠시 할 말을 잃게 될 정도다.

나물이 이토록 고급스러운 맛을 낼 수 있구나.

심각할 정도로 달콤하다.

명이 나물에 감탄한 사이, 어느새 입안에서 고기가 사라졌다.

민성은 재빨리 다 구워진 고기를 젓가락으로 삭삭 주워 먹었다.

워낙에 부드러운 탓에 고기는 몇 번 씹지 않아도 그대로 증발하듯 목구멍을 지나 위장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바로 이어 소고기의 끝판 왕.

꽃등심으로 넘어갔다.

스테이크만큼이나 두껍고, 미술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한 마블링을 자랑하는 꽃등심을 팬 위로 올렸다.

두꺼운 등심 부위임에도 놀라우리만큼 빠르게 익어 간다.

삼겹살과는 차원이 다른 고품격 향이 콧속으로 둑을 깨듯 밀려 들어왔다.

가위를 들어 꽃등심을 사각사각 잘랐다.

소금을 찍어 기다릴 것 없이 바로 먹는다.

육즙이 터지고, 그 터지는 육즙의 맛은 마치 불꽃축제 같다.

감탄의 숨이 절로!

강렬한 꽃등심의 고소하면서도 깊고 풍부한 향이 미각과 후각을 만족시켰다.

너무 고급진 맛이야.

머릿속에서 모든 잡생각이 사라졌다.

민성은 연이어 고기 두 점을 한 번에 집어 파채를 휘감아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호옵! 호호홉!”

상큼하고 짜릿한 파의 맛과 한우의 깊이가 어우러지면서 최상의 퓨전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민성은 고기를 씹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미소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사람을 마비시키는 맛이다.

몸이 꼭 팬 위에서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비싼 가격인 만큼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고기.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최고의 한 끼 식사였다.

* * *

잠시 바닥에 손을 짚고 늘어지게 포만감을 즐기고 있던 그때, 민성의 주머니 안에 들어 있던 바가지가 흐느적거리며 나와 바닥에 철퍽 엎어졌다.

“아으으으…….”

민성은 괴로워하는 바가지를 빤히 보았다.

“바가지.”

민성의 부름에 바가지가 힘없이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일어났다.

“네, 주인님.”

“마석 좀 먹어라.”

민성이 템 창에서 최고급 마석 하나를 꺼내 던져 주었다.

바가지가 입을 쫘악 벌려 탑에서 구한 최고급 마석을 으적으적 씹어 먹었다.

그러곤 만족한 얼굴로 칵칵 웃으며 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다.

민성은 그런 바가지를 빤히 보았다.

몸체에 비해 커다란 해골 머리.

뼈다귀밖에 없는 몸과 팔다리.

어둠을 근본으로 하는 리치인 만큼 햇빛을 받으면 그 노출에 의한 대미지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멀쩡해 보여서 생각을 못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옷이 만들어지고 있을 거다.

곧, 좋은 옷을 입혀 주마.

* * *

민성이 가게에 들어가자 점원이 반색하는 얼굴로 손님을 맞았다.

이곳은 헌터들의 방어구와 액세서리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상점이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옷들처럼 보이지만, 이곳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품에는 마법 효과가 깃들어 있다.

때문에 디자인이 현대적이면서도 고급스럽고, 소재 또한 우수했다.

“음…… 트, 특이한 소환수로군요. 멋집니다.”

가게 사장이 바가지를 보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민성은 딱히 마법 인형이라고 밝히지 않고 턱짓으로 바가지를 가리켰다.

“옷은?”

“식사하시는 동안 오더 내리신 대로 만들어 놓았습니다만, 급하게 준비하는 바람에 시간이 단축된 만큼 제작비용이 심하게 높아져서…….”

“상관없어.”

“감사합니다. 먼저 옷을 보여 드리기 전에 사이즈를 일부러 조금 크게 만들었습니다. 치수를 재면 바로 교정이 가능하고,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바가지.”

민성이 바가지를 부르자, 바가지가 쫄랑쫄랑 와서 민성의 옆에 섰다.

사장은 줄자를 들고 바가지의 몸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사장은 금세 옷을 바가지의 체구에 맞게 줄이고 돌아왔다.

“입어 봐. 햇빛을 가려 줄 거다.”

햇빛을 가려 준다는 말에 바가지는 허겁지겁 사장이 준 옷을 입었다.

옷을 입고 나자, 이호성이 입을 동그랗게 말았다.

“오오, 바가지. 잘 어울리는데?”

바가지는 평소 주인 강민성이 하던 것처럼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옷매무새 다듬는 걸 따라 했다.

민성은 그런 바가지를 보며 짧게 웃었다.

검은색 로브를 걸친 바가지는 옷을 입어서인지 조금 더 리치처럼 보였다.

흑마법사의 위엄이 잘 나타난다.

물론 그래 봤자 귀엽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추가로 다양하게 50벌 정도 주문하고 싶은데, 얼마나 걸리지?”

민성이 물었다.

사장은 민성의 통 큰 주문에 미소를 지으며 스케줄을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

“음…… 최대한 빨리 해도 한 일주일 정도는 걸릴 것 같은데 괜찮으십니까?”

“상관없어.”

사장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민성은 옷이 다 만들어지면 이호성에게 연락하라고 일러 준 후, 가게를 나왔다.

“만족할 만한 물건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사장이 90도로 인사했다.

밖으로 나오자 거리가 휑했다.

이곳은 주로 헌터들이 이용하는 상점들이 많았는데, 던전이 닫히면서 헌터들의 발길이 뚝 떨어진 모양이었다.

거리엔 바삐 걸음을 옮기는 평범해 보이는 시민들만 몇몇 보였다.

민성은 바가지를 데리고 먼저 차에 탔고, 이호성은 담배 한 대를 피운 후 운전석에 올랐다.

* * *

미국의 헌터 마스터 에단은 선팅이 짙게 되어 있는 차량 안에서 로브의 사내가 준 환단을 보며 숨을 깊게 내쉬었다.

긴장감에 심장이 뛰었다.

정말 이걸 먹어도 괜찮을까?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이다.

하지만 이미 코너에 몰릴 때로 몰렸다.

로브의 사내의 말대로 이 환단의 효능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입지가 흔들리는 미국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다른 방법은 없어.’

에단은 진한 검은 빛이 감도는 환단을 입안에 넣고 으적으적 씹었다.

고약한 냄새가 코를 콱콱 찔렀다.

꿀꺽!

환단을 모두 씹어 삼키고 난 후, 에단은 긴장한 채 효력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에서서히 배 속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이내 몸이 점점 부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컥!”

에단은 허리를 바로 세우며 목을 뒤로 크게 젖혔다.

“쿨럭!”

에단이 검은 피를 토하며 몸을 뒤틀어 댔다.

“끄어어억……!”

마치 누군가 몸을 쥐어짜는 것만 같은 통증이 밀려왔으며, 배 속이 폭발할 것만 같은 고통이 뇌를 찔렀다.

약 10여 분간 말로 다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고통이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 고통이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에단의 호흡은 정상적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하아아! 후우, 후!”

에단은 숨을 몰아쉬면서 차에서 비틀거리며 내렸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번쩍 떠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았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풍부한 마력이 느껴졌다.

“삼천교의 환단은 진짜였어…….”

에단은 흥분된 얼굴로 미소 지었다.

그는 저벅저벅 걸음을 옮겨 집결지에서 조금 떨어진 바닷가 부근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모여 있는 마력을 개방시키며 주먹을 내질렀다.

쿠웅!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에단이 내지른 주먹에 의해, 마력을 머금은 파장의 힘이 물살을 쪼개듯이 가르며 거대한 굉음을 일으켰다.

그의 힘에 의해 바닷물은 크게 출렁이며 파문이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에단은 여전히 거칠게 출렁이고 있는 바닷물을 보며 웃음 지었다.

삼천교에서 나온 로브의 사내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가 준 환단을 복용하자 마력이 급증한 것은 물론, 신체의 감각이 몇 배나 상승한 듯했다.

더군다나 날아갈 것처럼 몸이 가볍게 느껴지고, 주체할 수 없는 힘이 흘러넘쳤다.

에단은 즉시 다시 차량으로 돌아와 그가 남기고 간 번호로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전화가 꺼져 있다는 신호음이 들렸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에단은 메시지 함을 열었다.

[해당 주소지로 가면 헌터들에게 나눠 줄 대용량의 환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복용은 1인 1회에 한한다.]

에단은 메시지에 적혀 있는 주소를 찾아가기 위해 즉시 차를 출발시켰다.

아쉽군.

몇 개만 더 먹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그나저나 정말 중국이라는 대륙의 헌터 놈들의 능력에는 치가 떨릴 정도다.

이런 약 하나로 이토록이나 마력을 급증시킬 수 있다니.

에단은 눈을 번쩍이며 얼굴을 굳혔다.

아무리 강대한 중국이라고 해도 언젠가 빈틈이 생기겠지.

우선은 탑을 정복하고, 미국의 입지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다.

주소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성당이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예배당에 커다란 박스 하나가 놓여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에단은 상자를 열어 보았다.

안에는 자신이 먹었던 환단 수백 개가 들어 있었다.

그는 탐욕에 물든 눈으로 물건을 내려다보며 흥분된 웃음을 흘렸다.

이것을 부하 헌터들에게 나누어 주면 그들의 전투력은 급상승할 것이고, 그 힘이라면 어쩌면 삼천교의 말대로 탑을 뚫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에단은 서둘러 커다란 박스를 번쩍 들어 차량으로 옮겨 갔다.

* * *

편의점에 들러 장을 봤다.

마인의 탑을 올라가면서 먹을 식량이었다.

장을 모두 보고 맨해튼으로 돌아온 민성과 이호성은 다시 집결지로 향했다.

“헌터님. 이제 올라가면 9층인데, 머지않아 특성 마인들이 나온다고 하셨잖아요. 지금까지 나왔던 마인들보다 훨씬 강한 마인들이겠죠? 어떤 특성을 갖고 있습니까? 미리 알아 놓고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아마 죽을 거다, 너.”

“……예?”

이호성이 창백한 얼굴로 민성을 돌아보며 되물었다.

“죽을 거라고.”

민성이 창밖을 계속 보고 있는 채로 말을 이었다.

“수준이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할 테니까.”

순간 이호성의 온몸이 땀으로 가득 찼다.

“그럼 저는 집결지에 혼자 남아 있으면 안 될까요……?”

“하긴. 그러고 보니 네가 너무 오래 살았지.”

민성이 피식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어째요……. 들어가면 죽을 거라면서요. 살아야 헌터님을 보필하고 맛집도 안내할 거 아닙니까?”

“결정 지어. 죽음을 넘어설 것인지, 죽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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