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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06화 (106/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06화>

* * *

이호성의 차가 집결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보트 앞으로 걸어가던 중, 처음 집결지를 나설 때 말을 걸었던 헌터가 다시 이호성의 앞을 막아섰다.

“바쁘니까 저리 비켜요. 얼른.”

이호성이 급한 얼굴로 손을 휘휘 저었다.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시간 없다고! 자신 있으면 탑으로 따라오면서 묻든가.”

이호성이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보트에 올라탔다.

헌터는 잠시 당황한 듯 집결지 쪽을 돌아보았다가 어쩔 수 없이 이호성이 탄 보트에 같이 올라탔다.

부르릉!

시동이 걸리고 곧장 전동 보트가 출발했다.

* * *

보트를 타고 가면서 헌터가 이호성에게 준비된 질문을 던졌다.

“탑은 현재 몇 층까지 올라간 상태죠? 7층까지 불이 밝았던데, 정말 7층까지 올라간 겁니까?”

그의 물음에 이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는 침을 꿀꺽 삼켰다.

7층이라니.

직접 듣고도 믿겨지지 않는 숫자였다.

“어떻게 7층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겁니까? 비결이 있습니까? 특별한 뭔가가 있다거나.”

이호성이 짧게 한숨 쉬고서 헌터를 보았다.

“저기 미국 헌터씨.”

“……?”

“이유 같은 건 없어요. 비결이랄 것도 없고. 그냥 강민성이라는 존나게 강한 헌터가 이 탑을 뚫어가고 있는 거야.”

이호성이 미국 헌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내가 경고하는데. 당신이든, 당신이 모시는 사람이든, 어느 누구든 간에 헌터님을 귀찮게 하지 마세요. 뭐 앞길을 막는다든가, 수작을 부린다든가. 아무튼 그런 이상한 짓 같은 거 하지 말라고. 내가 진짜 걱정돼서 충고하는 거니까. 응? 꼭 전달하세요.”

미국 헌터가 굳은 얼굴로 이호성을 응시했다.

“강민성이라는 한국의 헌터. 그 사람은 중앙 기관의 배지를 달고 있지 않던데, 그는 소속이 없는 겁니까?”

“엘리트 같은데 이상하네. 어이, 미국 헌터씨.”

“…….”

“당신들 전부가 모여서 탑 1층에서 반타작이 났어. 근데 내가 모시는 분이 탑을 7층까지 뚫었어요. 한데 누구 밑에 있는 거라는 게 말이 되겠어요?”

미국 헌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안 되겠죠.”

“우리 헌터님은 그냥 내버려 두면 아무 일 없으니까 신경 끄면 된다고, 그렇게 전달하세요. 안 그럼 진짜 X되니까.”

이호성이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진짜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됩니다. 헌터들 다 죽으면 나라는 누가 지킬 거야? 가뜩이나 막장 같은 세상인데.”

파도가 심하게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럼 갑니다.”

이호성이 보트 밖으로 점프했다.

풍덩!

바가지 또한 그림자를 만들어 서핑보드를 탄 것처럼 탑을 향해 미끄러져 나갔다.

미국 헌터는 집결지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도, 탑으로 헤엄쳐 가고 있는 이호성과 바가지로부터 시선을 떼지 못했다.

쿠르르!

“……?”

그때, 바닷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미국 헌터는 의문을 품은 얼굴로 보트 아래쪽을 보았다.

소리는 났지만, 이상한 낌새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미국 헌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못 들었나?

탑 주변에서 내려치는 천둥 소리였나 보다 싶던 순간.

파아아아악!

수면을 뚫고 뭔가가 튀어나왔다.

“……!”

미국 헌터가 놀라며 황급히 템 창에 손을 집어넣었으나, 이미 바닷물 수면 위로 튀어 오른 누군가는 미국 헌터의 목을 베어 내고 있었다.

검은 로브의 사내.

그가 마치 날치처럼 물 밖으로 튀어 올라 미국 헌터의 목을 베어 내고 다시 수면 아래로 첨벙 들어갔다.

미국 헌터는 피를 뿌리며 보트 위에서 숨을 거두었다.

곧이어 보트에 구멍이 뚫렸다.

콸콸콸.

보트에 물이 차오르면서 보트가 점점 바닷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 * *

“아! 15분밖에 안 남았어. 야, 바가지. 괜찮을까?”

“걱정 마, 똥개.”

바가지가 뼈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우린 할 수 있어.”

바가지는 그림자 보드를 타고서 자유자재로 이호성의 주변을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정신 사나우니까 그만하고 빨리 출발이나 하자.”

이호성이 숨을 가다듬고 100미터 질주를 앞둔 선수처럼 자세를 잡았다.

파악!

지면을 차면서 뛴다.

스킬을 이용해 전력질주로 뛰자 바람을 가르며 몸이 놀라운 속도로 앞으로 나아갔다.

확실히 레벨이 오르면서 속도에도 힘이 훨씬 많이 붙었다.

이럴 때면 레벨 업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된다.

하지만.

“먼저 간다, 똥개.”

그림자 보드를 타고 앞서 가는 바가지를 보면서 이호성은 이를 질끈 깨물었다.

* * *

빌어먹을 바가지 자식. 나도 저런 스킬 하나 있으면 좋을 텐데.

4층을 돌파하고 5층까지 올라오자, 내려올 때랑은 다르게 훨씬 체력 소모가 심했다.

탑은 넓고 길었으며, 특히나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이 지나치게 길었다.

계단에서는 몬스터가 쉴 새 없이 나타났는데, 강민성은 그런 몬스터를 두부 으깨듯 터트리며 올라갔었다.

젠장.

이젠 다리가 후들거린다.

겨우 5분밖에 남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6층에서 7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강민성에게 남은 5분 안에 갈 수 있을까?

의문 따위는 사치다.

명령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강민성의 처분은…… 오로지 고통뿐일 것이다.

“빨리 와, 똥개!”

계단 위에서 바가지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며 울려 퍼졌다.

제길.

이미 지금도 한계에 가깝지만 이따위 고통, 마인에게 당하던 고문에 비하면 간지러운 수준이라고……!

이호성이 힘을 내 더 속도를 올렸다.

마침내 6층에 도달했다.

“허억! 허억! 헉!”

이호성이 샛노란 얼굴로 숨을 몰아쉴 때, 바가지가 그림자 보트에서 내려와 이호성의 발목을 걷어찼다.

퍽!

“악! 아퍼, 이 미친 해골바가지야!”

“안 되겠다. 그냥 나 먼저 가야겠어. 똥개까지 데리고 가다간 나까지 주인님에게 욕먹겠어. 도시락 넘겨.”

이호성이 어쩔 수 없이 템 창에서 도시락을 꺼내 바가지에게 넘겼다.

바가지는 곧장 그림자 보드를 타고 미끄러지듯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바가지가 먼저 도시락을 시간 안에 배달하면 그래도 그것 나름대로 클리어 아닌가?

어쩌면 다행일지도.

배고픔으로 예민한 강민성을 도시락으로 잠재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인 셈이다.

후우.

그런 합리화로 나름 안도하던 이호성은 이내 바가지가 다시 자신 쪽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왜 다시 이리로 와?”

바가지가 커다란 해골 입을 떡 벌리며 달달 떨고 있었다.

“모, 모, 몬스터야!”

바가지가 그렇게 소리쳤다.

이호성은 뛰어가던 다리를 급격하게 끼익 멈추며 확장된 동공으로 바가지를 보았다.

“몬스터? 몬스터라고?”

이호성이 충격을 먹은 얼굴로 바가지를 보며 되물었다.

바가지가 떨리는 작은 손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바가지의 말대로 하반신은 뱀의 형태, 상반신은 인간 여성체를 한 몬스터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일전 불지옥 난이도의 미궁에서 만났던 몬스터와는 조금 달랐다.

일단 기세와 존재감 자체가 달랐고, 무엇보다 고대 신화의 메두사처럼 머리카락에 얇은 뱀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대체 몬스터가 왜 나와? 분명히 헌터님이 싹 쓸었을 텐데? 대체 왜?

이호성은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가 다시 몬스터를 보았다.

저 뱀 인간, 빨라도 너무 빠르다.

몬스터의 속도를 가늠해 볼 때, 도망치는 건 무리였다.

젠장, 결국 싸우는 수밖에 없겠어.

“야, 바가지. 우리 싸워야 돼.”

이호성이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도망칠 시간도, 도망간다고 방법이 생기는 것도 아니야. 우리 둘이서 놈을 잡는 거다.”

바가지는 당황해했지만 이내 이호성의 판단에 동의했다.

“알겠어.”

“도시락 넘기고.”

바가지가 도시락을 주었다.

이호성이 도시락을 템 창에 넣고 굵은 침을 꿀꺽 삼켰을 때, 바가지가 이호성의 다리를 툭툭 두드렸다.

“내가 마법으로 둔화시켜 볼 테니까. 그때 바로 공격에 들어가.”

이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적어도 마인은 아니니까 쓰러트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몬스터가 지척에 이르렀다.

바가지가 마법 스킬을 캐스팅했다.

바닥에서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올라와 몬스터의 몸을 휘감았다.

어둠의 독소가 몬스터의 피부를 뚫고 스며들자, 몬스터가 분노에 찬 비명을 카랑카랑 내질렀다.

연이어 바가지의 다음 스킬이 시전됐다.

다크 브레스(Dark breath).

어둠 속성의 얇은 불길이 마치 창처럼 몬스터를 향해 날아갔다.

퍼억!

다크 브레스가 적중한 것을 보고 이호성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호성은 희망을 찾은 얼굴로 데스나이트의 검을 꺼내 들며 놈에게 달려갔다.

“으아아아아아아압!”

단전에서 끌어 올린 기합을 내지르며 몬스터를 향해 데스나이트의 검을 대각선으로 내리그었다.

하나 이호성의 검이 몬스터의 어깨를 내리긋기 직전, 몬스터의 손톱이 이호성의 상체를 올려치며 긁었다.

부부북!

손톱자국이 남으며 이호성의 몸에서 피가 허공으로 흩뿌려졌다.

“헉……!”

이호성은 헛바람을 삼키며 뒷걸음질 쳐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보호 마법이 걸려 있는 전투용 갑옷이 찢어지고, 그 안에서 피가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칼에 베인 것이나 다름없는 출혈량이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었을 때.

“정신 차려, 똥개!”

바가지가 소리쳤다.

이호성이 숨을 몰아쉬며 바가지를 보았다.

바가지가 안간힘을 다해 속박과 둔화 흑마법을 쏟아붓고 있었다.

이호성은 템 창에서 포션을 꺼내 마신 후, 다시 심기일전했다.

이대로 죽을 수 없어.

반드시 쓰러트린다.

이호성은 전과 달리 거리를 두고서 몬스터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새파란 오러가 이호성의 데스나이트 검에서 발출되었다.

퍼벅!

치명타 대미지가 들어갔다는 이펙트 문구가 보였다.

“카아아악!”

몬스터가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몸을 흔들었다.

몬스터의 옆구리에서 피가 터지고, 그 출혈 부위로 바가지의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검은 연기가 파고들었다.

좋았어.

잡을 수 있다.

이호성이 기대감을 품고서 몬스터를 향해 연사 스킬을 사용했다.

쿠구궁!

스킬 폭풍 칼날.

데스나이트의 검에서 오러가 갈라지며 몬스터의 전신을 베고 지나갔다.

단단해 보이던 몬스터의 피부는 이미 쇠약해져 쉽게 상처를 낼 수 있었다.

몬스터의 상체와 하체 모두, 여기저기가 찢어져 구멍이 난 것처럼 피를 콸콸 쏟아 냈다.

이제 끝이 보인다 싶던 시점.

몬스터가 아가리를 크게 벌리며 눈을 번쩍 뜨자, 몬스터의 눈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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