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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95화 (95/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95화>

* * *

미국 헌터 기관 2급 조사단이 뉴욕 맨해튼에 도착했다.

선두에 선 팀장 마이크를 비롯해, 헌터들은 긴장이 가득한 얼굴로 바다 위에 떠 있는 탑을 응시했다.

그들의 가슴속은 탑 주변에 출렁이는 파도와 같았다.

완전한 미지의 영역.

미궁과도 궤를 달리하는 그 모습이 헌터들의 기세를 찍어 눌렀다.

헌터들의 눈에 바다 위에서 천둥 벼락을 휘감으며 서 있는 탑 자체가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발자국이 없는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조사단은 늘 목숨을 걸어야 한다. 자신의 목숨에,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명예를 새겨라.”

팀장 마이크의 말에 흔들리던 헌터들의 눈빛에 무게감이 서서히 실리기 시작했다.

“보트를 타고 가다가 A파트 지점을 넘어서면 그땐 보트를 버린다. 우리의 조사 영역은 1층. 원 플로어다.”

헌터들은 제자리에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짧게 점프하면서 몸을 풀었다.

심장이 뜨겁게 달구어지며 순식간에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예열은 끝이 났다.

당장이라도 무기를 꺼내 들고 몬스터들을 베어 낼 준비가 되었다.

바로 그때.

“2급 조사단, 출정.”

팀장 마이크가 출정을 명령했다.

헌터들은 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준비되어 있는 모터보트를 향해 달려갔다.

보트들이 번개가 쏟아지는 곳으로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속 지점에서 헌터들은 일제히 바다로 뛰어내렸다.

풍덩!

풍덩! 풍덩!

몰속으로 들어간 헌터들이 마치 물개처럼 빠른 속도로 탑을 향해 수영해 나갔다.

하지만 그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파도가 워낙 거친 탓에 헤엄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꾸만 파도에 밀려 앞으로 나아가는 데 정체 현상이 발생하자, 헌터들의 얼굴이 급속도로 지쳐 갔다.

“한번 뒤처지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앞으로 나아가!”

팀장 마이크가 거칠게 외치자, 확성기 아이템을 통해 그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졌다.

헌터들은 그 말을 듣고 전력으로 수영하기 시작했다

우르르, 쾅쾅!

콰르르릉!

바다를 헤엄치는 그들의 머리 위로 새하얀 벼락이 쳤다.

거친 파도를 뚫고 탑에 이르는 데 성공한 헌터들은 팀장 마이크의 신호에 따라 탑의 게이트 입구로 신중히 접근했다.

근처에 다다르자, 공중에 떠올라 있는 탑의 최하단부에서 검은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탑에 진입하시겠습니까?]

어두운 기세를 풍겨 내는 모양새와는 달리, 탑에서 친절하고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팀장 마이크는 헌터들에게 주의를 요하는 시선을 보낸 뒤, 홀로그램처럼 떠오른 진입 메시지의 수락을 터치했다.

그 즉시 팀장 마이크를 비롯해 2급 조사단의 헌터들이 탑의 게이트를 향해 서서히 부양되기 시작했다.

헌터들은 일제히 템 창에서 자신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 * *

마인의 탑 1층 관리자를 맡게 된 ‘마인’은 헌터들이 탑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시스템은 헌터뿐만이 아니라, 1층을 관리하고 있는 마인에게도 그 정보를 전달해 준다.

마인은 수정체를 통해 헌터들의 위치를 파악해 보았다.

헌터라 불리는 것들도 결국은 한낱 인간에 불과한 존재.

마인의 입이 찢어지듯 벌어지며 긴 이빨들이 야광석의 빛을 받아 번쩍였다.

* * *

팀장 마이크는 헌터들을 이끌고 1층에 도착했다.

미궁 던전과 달리, 이곳은 대기실이 존재하지 않았다.

진입과 동시에 던전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주변을 훑어보았다.

1층은 넓은 홀이었다.

마치 중세 시대 성의 파티 홀을 연상시키게 할 만큼 공간은 넓었으며, 고개를 젖히자 천장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탑 안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위를 보면 그저 검은 하늘처럼 보였다.

헌터들이 아이템으로 어두운 실내를 조명으로 비추며 앞으로 서서히 전진했다.

수색이 시작된 것이다.

마이크를 비롯해 2급 조사단 헌터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카메라로 꼼꼼히 촬영을 하며 바닥과 벽, 그리고 빈 공간까지도 모두 하나하나 섬세하게 파악해 나갔다.

조사단의 임무는 단순한 몬스터 처치가 아니라, 던전 플로어를 수색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던전의 특성과 몬스터의 수준.

그리고 경계해야 할 위험 요소.

이 모든 것을 조사해야만 했다.

조사단은 각양의 S급 아이템들로 탑을 분석하며, 혹시나 숨겨진 기관이 없는지 면밀히 살폈다.

탑에 대한 기록은 꼼꼼히 이루어져 갔다.

헌터들의 발소리만이 적막한 탑 안을 울렸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창문이 사라져 탑 내부는 전체적으로 훨씬 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눈이 밝은 헌터들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주변이 어 두우면 운동 능력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불안감과 두려움은 계속해서 아무런 흔적이 나오지 않자, 약간의 여유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1층은 그냥 스타트 플로어 같은데요?”

“그런 것 같습니다. 1층이 일종의 대기 룸과 같은 건가 봐요.”

“2층부터 몬스터가 나오게 될 것 같습니다.”

부하들의 말에 마이크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에서 볼 때 탑은 1층까지밖에 불이 켜지지 않았다. 오늘 우리의 임무는 어차피 1층 수색이었어. 긴장을 늦추지 말고 수색에 집중해라.”

“-예!”

헌터들의 얼굴에 안정감과 편안함이 배어들었다.

어서 이 불쾌한 수색 작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맛있는 식사에 맥주 한 잔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전문 프로 헌터인 만큼 긴장의 끈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지금까지 수많은 동료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봐 왔다.

언제든 자신의 목숨이 끝이 날 수 있다는 건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체득했다.

헌터들은 사방을 살피며 수색 작업에 속도를 올렸다.

바로 그 순간-

팀장 마이크를 비롯해 조사단 헌터들은 일제히 등 뒤가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모두 수색 작업을 멈추고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몸으로 느낀 반응일 뿐, 육안으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헌터들이 이상함을 느끼고 조금 혼란스러운 표정이 되었을 때,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챙- 채챙!

헌터들의 무기가 모두 그 방향으로 향했다.

마른침이 꿀꺽꿀꺽 넘어가고, 온몸의 신경이 눈앞의 발자국 소리에 집중되어 있을 때, 허공에서 바람 소리가 불었다.

앞에서 난 발자국 소리는 트릭(Trick).

속임수다.

헌터들이 동시에 눈을 크게 뜨며 시선을 천장 쪽으로 향했다.

쇄애애애애애액!

수십 개의 시커먼 칼날이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피해-!”

팀장 마이크가 소리쳤다.

헌터들이 보호막을 몸에 두르며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들의 속도는 검은 칼날을 이길 수 없었다.

검은 칼날이 헌터들의 팔과 허벅지를 뚫었다.

머리가 꿰뚫려 즉사를 면치 못한 헌터도 나타났다.

“아아아아악!”

“으아악!”

고요하던 탑 내부에 처참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이크는 냉철하게 이 무대의 주인공을 쫓았지만 상황 자체가 너무나 암울했다.

탑 안에 들어온 조사단의 8할이 제대로 된 전투를 하기도 전에 부상을 입었다.

고작 1층임에도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공격이 조사단 팀 8할을 전투 불능 상황에 이르게 만든 것이다.

마이크는 팀원들을 보며 절망감에 이를 악물었다.

지금으로서 후퇴나 퇴각은 자신 혼자 살아남겠다는 이기적인 욕망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유일한 돌파구는 타깃을 찾아 제거하고, 이 탑에서 지금 당장 빠져나가는 것.

작전은 세워졌다.

그럼 남은 건 공격뿐이다.

마이크의 눈이 늑대처럼 번쩍였다.

그때.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중심부에 거대한 굉음과 함께 무언가가 헌터들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뿌연 먼지가 사라지며 이내 그 무언가가 본체를 드러냈다.

키는 약 5미터.

몬스터치고 그렇게 큰 건 아니다.

다만 특이한 건 인간과 너무 닮았다는 점.

하지만 그건 머리와 팔다리가 달린 것뿐, 얼굴과 피부는 결코 인간이라 볼 수 없다.

인간 형태의 그것은 민머리에 뿔이 달려 있으며, 피부는 온몸이 재에 그슬린 것처럼 검었다.

눈은 피를 머금은 듯 빨갰으며, 커다란 입에는 이빨이 칼날처럼 번쩍였다.

놈은 쓰러져 있는 조사단 헌터들을 보며 웃었다.

그의 전신에서는 검은 연기가 풀풀 날렸다.

팀장 마이크는 놈을 보자마자 하체에 힘이 빠지는 것만 같았다.

존재감 그 자체로, 전의가 상실되는 기분이었다.

* * *

“히이이이익!”

“사, 살려 줘!”

헌터들이 절뚝거리며 도망가다가 마인의 손에 의해 사지가 뜯겨져 나가고 머리가 분리되었다.

마인은 어린아이가 마치 벌레를 죽이듯이 감정 없이 손을 썼다.

헌터들은 제대로 된 방어나 도주도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탑이라는 형태를 가진 이 던전은 지금까지 나타난 그 어떤 미궁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어려운 난이도를 가진 곳이었다.

1층이 이 정도라면 탑의 끝은? 과연 얼마나 대단한 놈들이 존재하는 걸까?

부하들의 죽음을 지켜보던 팀장 마이크는 그들을 구하는 것을 포기했다.

부하들을 희생시켜서라도, 자신은 이 탑에서 나가야만 한다.

그리고 이 탑의 위험성을 전 세계에 알려야만 한다.

안타깝지만, 미안하지만, 부하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수색의 결과물을 마스터에게 전달해야만 했다.

“팀장님!”

“살려 주십시오!”

“티, 팀장. 아아아아아아악!”

애원과 비명이 빗발쳤다.

하지만 마이크는 무시했다.

변명을 할 시간도 없었다.

이 탑을 나가는 것.

그것만이 조사단이 탑을 찾은 유일한 결과물이 될 것이다.

부하들의 비명 소리를 뒤로하고, 마이크는 탑을 나가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탑을 들어올 때와 달리 탑의 탈출구가 한없이 멀게 느껴졌다.

미궁의 탈출 방법은 클리어뿐이다.

하지만 시스템은 말해 주지 않았다.

탈출의 조건이 클리어라고.

그렇다는 건 다시 나갈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였다.

끝까지 싸우지 않고, 동료를 희생양으로 삼아 탑을 나오려 했던 건.

탁!

마지막 한 발이 출입구의 마법진에 디뎌지자, 강렬한 빛의 파장이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팀장 마이크는 뒤를 돌아보았다.

입을 길게 찢으며 웃고 있는 몬스터, 마인이 보였다.

그 광경을 끝으로, 이내 마이크는 새하얀 빛에 휩싸였다.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그는 탑 아래의 바닷물로 떨어지고 있었다.

첨벙!

차가운 수온이 몸을 휘감았다.

바닷물에 잠기는 감각을 느끼며, 팀장 마이크는 공허한 눈으로 거대한 탑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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