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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85화 (85/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85화>

완전히 겁에 질린 채 벽에 붙어 있던 이호성이 충격이 가시질 않은 얼굴로 몸을 떨었다.

그저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민성이 소마인에게 심어 주었던 공포의 여파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허, 헌터님. 이,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조금만 시간을…….”

이호성은 반쯤 패닉에 빠진 상태로 일어나려 애썼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 듯했다.

“포션은?”

민성이 물었다.

“있습니다.”

“필요한 대로 충분히 사용하고, 휴식한 후에 유리관 수조 앞으로 와라.”

민성이 몸을 돌려 먼저 동굴을 나간 뒤.

이호성은 옆으로 눈을 돌렸다.

방금 전까지 살아 있던 소마인은 핏물로 변해 있었고, 그 핏물은 땅에 스며들고 있었다.

이호성은 넋이 나간 얼굴로 허공을 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 * *

민성은 바람처럼 움직였다.

가벼우면서도 빠르게 공간을 가로지르며, 소마인이 말했던 장치를 찾아 나섰다.

동서남북 방향에 장치가 있다고만 들어 조금 애를 먹었지만, 곧 소마인이 말했던 장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진 바닥 위에는 마인의 형상과 함께 ‘제단’이 있었는데, 그곳에 주먹만 한 돌이 놓여 있었다.

이것이 소마인이 유리관 수조를 여는 열쇠인 것처럼 보였다.

민성은 거리낌 없이 그 돌을 들어 보았다.

그러자 다소 평범해 보이던 돌이 강렬한 황금빛을 뿜었고, 제단은 마치 가루처럼 변하며 바람에 의해 사라졌다.

황금색으로 빛나던 돌은 다시 본래의 빛이 없는 평범한 돌로 돌아왔다.

아마도 이걸 3개만 더 찾으면 될 듯했다.

꼬르륵…….

민성은 미간에 내천(川)자를 그리며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도시로 흘러나온 몬스터와 미궁 던전 때문에 꽤 오랫동안 굶었다.

마계에서의 기준으로 볼 때는 굶은 것도 아니지만, 어느덧 자신은 현세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배고픔에 의해 예민함이 얼굴에 배어들었다.

민성은 한시라도 빨리 식사를 시작하기 위해 돌을 템 창에 넣고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 * *

이호성은 유리관 수조 앞에서 민성이 오기를 기다리며 대기했다.

혹시나 유리관 수조가 몬스터를 또다시 배출해 내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에 수조에 시선을 고정시키면서도, 자꾸만 머릿속에는 민성이 소마인을 죽이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저 마인이라는 몬스터에게도 어미라는 것이 있다는 게 놀라웠고, 어미를 지키려 하는 모습이 마치 인간을 닮아 있는 듯했다.

그런 소마인을 민성은 한 줌의 망설임이나 머뭇거림 없이, 엄청난 고문을 가하며 제거해 버렸다.

새삼 민성의 존재에 전율이 돋아 올랐다.

꿀꺽-

두려움에 몸을 한차례 떨었을 때, 민성이 오고 있다는 게 귀로 먼저 들렸다.

바람을 가르는 파공음 소리.

고개를 돌리자 민성은 어느새 유리관 수조 앞에 멈춰 서고 있었다.

콰과과!

민성은 마치 급브레이크를 밟는 고성능 슈퍼카처럼 바닥에 길게 이어진 발자국을 남겼다.

그에 용암으로 들끓는 바닥이 작은 불꽃놀이를 하듯 팍팍 튀었다.

이호성은 혹여나 용암이 닿을까 봐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저 인간은 용암이 피부에 닿아도 상하지 않는 건가?

이호성은 긴 숨을 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야, 이호성. 이걸 어디에 넣어야 되는 모양인데. 찾아봐.”

민성이 어디서 구해 온 건지 모를 돌 4개를 들어 보였다.

“그거예요? 소마인이 말했던 장치가?”

“빨리 찾아. 배고파 죽겠으니까.”

민성이 예민한 어투로 말했다.

“옙!”

이호성은 서둘러 유리관 수조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하나 기괴하게 생긴 이 수조에는 딱히 민성이 가져온 돌을 놓을 만한 데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호성의 눈에 어떠한 글자가 들어왔다.

“아! 헌터님. 혹시 돌에 글자가 새겨져 있지 않았나요?”

“맞아.”

민성이 그렇게 대답하며 돌 하나를 던졌다.

이호성은 그가 던져 준 돌을 양손으로 받은 후, 돌에 새겨진 글자와 유리관 수조 하단부에 있는 글자를 대조해 보았다.

그 순간, 두 글자가 동시에 황금빛을 뿜어냈다.

“됐다. 글자를 대조시키는 것 같은데요?”

돌을 바닥에 내려놓았음에도 글자에서 나는 황금빛은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었다.

이호성은 나머지 돌들도 받아 수조를 돌면서 같은 글자를 맞춰 대조시켰다.

그렇게 총 4개의 돌이 밝은 황금빛 글자를 만들어 냈을 때.

쿠르르르르!

바닥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울리면서 흔들렸다.

쩌저적!

이내 유리관 수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물러서.”

민성이 템 창에서 오리하르콘 단검을 꺼내며 명령했다.

이호성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쩌적! 쩍!

곧이어 유리관 수조가 완전히 깨지면서 배양액이 사방으로 쏟아져 나옴과 동시에, 수조 안에 있던 여성체 마인이 빨간 눈을 번쩍 떴다.

수조에서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온 마인의 시선이 이호성에서 민성으로 옮겨 갔다.

여성체 마인은 민성을 보자마자 입을 서서히 벌렸다.

충격과 놀람으로 인한 반응이었다.

“살아 있었구나, 검은 학살자-”

민성은 여성체 마인을 무료한 눈으로 응시했다.

“시간 끌지 말고 곱게 가라.”

여성체 마인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그니스! 아그니스!”

여성체 마인은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것처럼 소리쳤다.

“네 새끼에게 약속했다. 고통 없이 보내 주겠다고.”

여성체 마인이 분노에 차오른 얼굴로 민성을 쏘아보았다.

“까아아아아아아아악!”

마인의 입이 마치 악어처럼 길게 찢어지며 벌어졌다.

그녀는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면서 양손에 검은 마기를 머금으며 민성에게 달려들었다.

민성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마인에게 오리하르콘 단검을 대각선으로 내리그었다.

콰르르르르릉!

새하얀 빛의 오러 가 마인을 향해 날아갔다.

하나 성체를 이룬 여성체 마인은 소마인과 전혀 다른 전투력을 뿜어냈다.

악마를 닮은 듯한 손으로 민성의 마기를 쳐 내고, 순식간에 민성의 앞으로 거리를 좁혔다.

구부러진 마인의 손가락이 민성의 심장을 뜯어 먹기 위해 날렵하게 안으로 파고들었다.

민성은 어깨를 틀어 마인의 손길을 피해 내며 마인의 옆구리에 오리하르콘 단검을 밀어 넣었다.

푸욱!

오리하르콘 단검이 옆구리를 찢고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인은 고통을 참으며 공격을 이었다.

강력한 검은 오러가 서린 마인의 손톱이 민성의 목덜미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민성이 팔을 들어 그 공격을 막아 내곤, 옆구리를 찔렀던 오리하르콘 단검을 뽑아 마인의 심장과 명치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대미지가 중첩되자 마인의 몸이 눈에 띄게 둔해지기 시작했다.

민성이 마무리를 하려고 단검을 뒤로 당긴 순간.

마인의 빨간 눈이 검게 변하며 입으로 시뻘건 불길을 토해 냈다.

그 불길이 민성의 상반신을 휘감았다.

대미지를 입혔음을 기대하던 마인의 눈빛이 동요로 흔들렸다.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은 민성이 입매를 비틀며 단검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민성의 단검이 가로로 일직선의 궤적을 그었다.

서걱!

허리가 잘려 나갔다.

하체를 잃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마인의 상체.

민성의 손이 공중에서 떨어지는 마인의 가슴을 뚫고 들어가 심장을 손으로 잡았다.

“어억-”

아직 죽지 않고 신음을 흘리는 마인을 보며 민성이 비웃음을 던졌다.

“곧 만나게 될 거야. 네 동족들 역시.”

민성이 심장을 뽑아내고 손으로 불꽃을 터트리며 심장을 파괴했다.

완전한 죽음으로 인해 여성체 마인의 신체 역시 핏물이 되어 바닥에 흐르는 용암과 섞여 들어갔다.

마인이 죽고 아이템이 떨어짐과 동시에, 강렬한 이펙트 음향이 귓전을 때렸다.

쿠궁!

[미궁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특별한 보상이 ‘강민성’ 님의 아이템 창 안으로 지급됩니다.]

시스템 음성은 길지 않았다.

곧 던전을 나갈 수 있는 포탈이 생성되었다.

민성은 아이템을 가리켜 이호성이 줍도록 한 뒤, 먼저 포탈을 향해 걸어갔다.

꼬르륵…….

민성은 굶주린 배를 쓰다듬으며, 미간을 구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맞은 메뉴가 생각나지 않았다.

‘메뉴는 이호성에게 맡겨야겠군.’

* * *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오자 중앙 헌터 기관의 헌터들이 민성과 이호성을 보고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쳤다.

그들은 마치 전장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영웅을 맞이하듯이 열렬한 환영의 마음을 보내왔다.

그런 주변의 반응에도 민성은 덤덤하게 걸음을 옮겼고, 이호성은 미궁 던전의 후유증이 남은 채로 민성을 뒤따랐다.

“그렇지 않아도 몬스터가 나오지 않아서 혹시나 했는데, 이렇게 빨리 던전을 클리어할 줄은 몰랐어요. 정말,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김지유가 밝은 얼굴로 민성을 보며 인사를 전했다.

“빨리 시민들이나 안정시켜 줘. 몬스터 때문에 식당 문을 안 열고 있으니까.”

그에 그녀가 싱긋 웃었다.

“네. 그렇게 할 게요. 기자들 접근도 막아 놨으니까 편하게 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오늘은 돌아가셔서 푹 쉬시고, 던전에 대해서는 내일 이야기하기로 해요.”

“얘기는 쟤랑 해. 난 빼고.”

민성이 턱짓으로 얼빠진 채 허공을 보고 있는 이호성을 가리킨 후, 이호성의 차에 탔다.

김지유는 못 말린다는 듯 민성을 보다가 이호성을 보았다.

어라?

무슨 일인지 이호성의 상태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괜찮아요?”

김지유가 이호성을 향해 고개를 빼꼼 내밀며 물었다.

잠시 넋 놓고 있던 이호성은 번쩍 고개를 들었다.

“네, 네?”

김지유가 예쁘게 웃음 지었다.

“괜찮냐고요.”

“아, 아, 네. 괜찮습니다. 헌터님은요?”

그녀가 쓴웃음을 지으며 차량을 가리켰다.

“먼저 차에 타셨어요.”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호성이 후들거리는 다리로 뛰어갔다. 다소 정신적 충격이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김지유는 걱정이 담긴 마음으로 차량으로 달려가는 이호성을 보았다.

곧 차에 시동이 걸리고 멀어지는 차를 응시하며 김지유는 짧게 한숨 쉬었다.

어쩌면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큰일이 해결되어 기쁜 마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중앙 기관의 총책임자로서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레벨이 엄청 올랐네.”

이호성이 차를 몰고 간 방향을 보며 그녀가 엷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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