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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80화 (80/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80화>

* * *

철퍽!

이호성이 미국 헌터 팀장 칼리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칼리스는 무릎을 꿇은 이호성을 내려다보며 불쾌감이 잔뜩 번진 얼굴을 했다.

그리고.

퍼어어어어억!

칼리스가 무릎 꿇은 이호성의 복부를 걷어찼다.

이호성은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간 후 구역질을 했다.

피 섞인 위액이 흘러나왔다.

“컥! 쿨럭!”

바닥에 엎드려 배를 붙잡고 구역질을 잇자, 칼리스는 그런 이호성을 보며 혐오스럽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본국의 뜻만 아니었어도 당장 다 죽여 버리는 건데.”

그 사나운 시선에 다이아몬드 클랜의 헌터들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칼리스가 걸음을 옮겨 이호성의 배를 한 번 더 걷어찼다.

이호성은 훌쩍 날아가 나무에 부딪치고서 바닥에 철퍽 쓰러졌다.

500레벨을 달성한 이호성이라고 해도, 칼리스 앞에서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었다.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이러다 정말 죽겠습니다.”

오른팔 조민욱이 목숨을 걸고 칼리스에게 머리를 조아린 채 떨면서 말했다.

그에 칼리스가 콧방귀를 뀌며 이호성에게 걸어가 그의 목을 틀어잡고 위로 끌어 올렸다.

이호성은 목이 졸려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숨을 쉬지 못해 푸들거렸다.

“역시 너희 같은 것들은 잘해 줄 필요가 없어. 잘해 줘 봤자 밥 하나 더 먹자고 달려드는 돼지 같은 것들에 불과하지.”

칼리스가 이호성의 목을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이호성이 아래로 떨어지며 엉덩방아를 찧고 콜록거렸다.

그 모습을 칼리스는 경멸이 담긴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주제 파악 못 하고 나대지 말고. 조용히 통제에 따라라. 알겠나?”

눈치를 보던 조민욱이 이호성에게 통역하자 이호성은 기침을 하며 먼 곳을 보았다.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까지 맞아 본 건 태어나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도 어째서일까.

이 자식이 자신을 때리는 것보다 강민성이 때리는 게 훨씬 무서웠던 이유는.

반면 칼리스는 대꾸가 없는 이호성을 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그의 눈에 살심이 파고들었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통제에 따르겠다고 대답해라.”

칼리스의 눈치를 보며 조민욱이 이호성에게 다가갔다.

“클랜장님. 어서 대답하세요, 어서요!”

이호성은 피를 머금은 입으로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조민욱은 그 대답에 재빨리 통역했다.

“그렇게 하겠답니다!”

칼리스가 이호성을 보며 피식 웃었다.

“우둔한 것들은 개돼지처럼 꼭 얻어맞아야 말귀를 알아먹는 법이지.”

그가 다시 출발을 위해, 몸을 돌린 그 순간-

부스럭!

나뭇잎을 해치며 누군가가 나타났다.

나무에 겨우 등을 대고서 숨을 헐떡이고 있던 이호성은 지금 이 치욕적인 현장에 나타난 남자를 보고 멍한 표정이 되었다.

강민성이었다.

* * *

민성은 미국 헌터들과 입가에 피를 잔뜩 묻히고 있는 이호성을 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너 뭐 하냐, 거기서?”

“허, 헌터님.”

이호성이 넋이 나간 얼굴로 민성을 응시했다.

“잡으라는 몬스터는 안 잡고 뭐 하고 있냐고.”

이호성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면목 없습니다.”

민성과 이호성의 대화에 칼리스는 헛웃음을 흘렸고, 조민욱을 비롯한 다이아몬드 클랜의 헌터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그저 눈만 깜빡였다.

이호성은 조민욱에게 대신 빠짐없이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고서 피 섞인 기침을 뱉어 냈다.

하나 조민욱은 칼리스의 눈치를 살피느라 민성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일어나.”

민성이 명령했다.

통증에 의해 지친 기색이 만연한 이호성이 어금니를 깨물면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칼리스가 황당하다는 듯 팔짱을 끼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사이 민성은 저벅저벅 걸어가 이호성의 코앞에 섰다.

이호성이 숨을 몰아쉬며 민성과 눈을 마주쳤다.

“잡으라는 몬스터는 안 잡고 왜 이런 꼴로 있는 건지 설명해 봐.”

그에 이호성은 피 섞인 침을 삼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조민욱과 클랜원들은 이호성이 어째서 헌터 네임도 뜨지 않는 일반인에게 존대를 하고 ‘헌터님’이라는 호칭을 붙이며 설명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이호성의 설명을 모두 들은 민성은 쓰게 웃었다.

“이호성.”

“……네, 헌터님.”

“TV에도 나오고, 레벨도 오르고, 장비도 좀 차니까 진짜 영웅이라도 되고 싶어진 거냐?”

이호성의 동공이 흔들렸다.

민성이 말을 이었다.

“나도 네 부하들을 죽였다. 그날, 기억하고 있지?”

“…….”

이호성이 몸을 떨면서 고개를 푹 숙이자 민성이 말을 이었다.

“네 욕심으로, 네 선택으로 네 부하들이 죽었던 거야.”

이호성이 눈물이 맺힌 빨간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민성은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엷게 웃었다.

“능력도 없으면서 왜 애들은 데리고 다니는 거냐?”

“…….”

“네가 무능하고 힘이 없으니까 네 클랜의 헌터들이 죽고 다치는 거 아니야? 그래, 안 그래?”

민성이 검지로 이호성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책임 질 능력이 없으면 시작을 하지 마.”

지켜보기가 무료했던지 칼리스가 팔짱을 풀고 민성에게 걸어갔다.

민성이 칼리스를 돌아보았다.

바로 그때부터 엄청난 기세가 민성의 주변으로 소용돌이쳤다.

칼리스는 우뚝 멈춘 채, 놀란 얼굴로 그 자리에서 굳었다.

거대한 존재감이 칼리스의 움직임을 본능적으로 속박하게끔 만든 것이다.

민성이 다시 이호성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이호성.”

“예. 헌터님.”

“힘들어?”

“아닙니다.”

이호성이 손등으로 입가에 흐르는 피를 훔쳐 내며, 흔들리는 몸으로 차렷 자세를 취하려고 노력했다.

민성은 검은 눈으로 그런 그의 눈을 관통하듯이 직시하며 말을 이었다.

“미국이든, 어디든 내 명령이 최우선이다.”

이호성이 고개를 깍듯이 숙였다.

“예. 헌터님.”

“한 번만 더 주접떨면서 시키는 짓 안 하고 장난치다간, 그땐 진짜 죽는다.”

“예.”

말을 마친 민성이 천천히 칼리스에게로 돌아섰다.

“전부 다 꺼져라. 방해되니까.”

부하의 통역에 칼리스가 조소를 지었다.

“시건방진 한국의 피라미들 같으니. 통제를 듣지 않으니 그 책임은 온전히 너희들의 것이다. 제대로 교육을 시켜 주지.”

여유만만한 얼굴을 한 칼리스가 민성을 향해 걸어갔다.

다가오는 칼리스를 향해 민성이 잔상이 남을 만큼 빠르게 움직여 그의 턱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퍼어어억!

칼리스의 무게 중심이 크게 휘청이며 다리가 풀리고 상체가 아래로 훅 기울었다.

칼리스가 한 발로 땅을 쾅! 짚으며 다시 허리를 세우려다가 풀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

칼리스가 예상치 못한 충격에 멍한 표정이 되었다.

‘고작 한국의 헌터 놈이 내게 대미지를 줬다고?’

칼리스가 넋 나간 듯 허공을 보았다.

“뭐 하냐, 너?”

민성이 말했다.

칼리스는 분노에 차 자신의 오러를 개방했다.

하나 오러의 힘을 부여받은 칼리스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민성이 먼저 템 창에서 오리하르콘 단검을 꺼내 그의 몸을 그었다.

촤아아아악!

“……헉!”

갑옷이 깨지면서 그의 가슴에 대각선으로 커다란 상처가 생겼다.

살이 찢어지고 피가 철철 흘렀다.

뒷걸음질 치며 피를 물컥 토하는 칼리스를 미국 헌터들이 붙잡았다.

다이아몬드 클랜원들은 칼리스를 순식간에 저 지경으로 만들어 버린 민성을 넋 나간 얼굴로 바라보았다.

반면 민성은 미국 헌터들이 장비를 꺼내 챙겨 드는 모습을 보며 엷게 웃었다.

미국 헌터들이 민성을 치기 위해 달려드려는 순간.

“멈춰!”

칼리스가 소리쳤다.

그의 명령에 미국 헌터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칼리스는 마법으로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했다.

민성의 오리하르콘 단검에 의해 찢어진 상처는 빠르게 회복되었다.

성기사 계열의 헌터, 칼리스 케인.

그는 자신의 황금빛이 흐르는 롱 소드를 들고서 이리처럼 눈을 번쩍였다.

“미국으로 갈 땐 가더라도, 네놈은 죽이고 가야겠다. 감히 우리를 건드린 대가를…….”

순간 민성이 칼리스의 가슴 쪽을 향해 발을 뻗었다.

칼리스는 민성의 속도가 너무 빨라 피하지도 못하고 그저 방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검을 들어 올려 민성이 밀어 차는 발을 막았다.

퍼어어어어어엉!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양팔이 벌어지면서 가드가 열렸다.

손에서 놓친 검은 허공으로 솟구치고 있었다.

가드가 열린 칼리스의 앞가슴과 옆구리에 오리하르콘 단검이 연거푸 들어갔다가 나왔다.

“허억!”

칼리스의 몸에 구멍이 났다.

칼리스는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얼굴이 도화지처럼 창백해졌다.

쉬이이익!

뒤이어 민성의 힘이 실린 주먹이 칼리스의 명치를 때려 박았다.

칼리스는 미국 헌터들 사이로 날아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뿌연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칼리스가 피를 토했다.

그는 이내 바닥에 축 늘어졌다.

더 이상 움직일 기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미국 헌터들의 눈이 돌아갔다.

주변의 공기가 마치 얼음장처럼 변했다.

“잡아.”

부팀장이 민성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민성은 단체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들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다이아몬드 클랜에서 클랜장 이호성만을 제외하고 클랜원들은 모두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들은 움직일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사이 미국 헌터들을 보며 비웃음을 흘리던 민성의 오리하르콘 단검이 천둥소리를 터트렸다.

꽈르르르릉!

민성이 발출해 낸 새하얀 검기가 다가오던 미국 헌터들의 발치 아래에 떨어졌다.

콰아아아앙!

일직선으로 바닥이 갈라졌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지진에 의해 땅이 갈라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 선 넘으면, 다 죽는다.”

민성이 낮은 톤으로 말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리였지만, 이는 미국 헌터들의 귀에 명확하게 들어갔다.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헌터 중 한 명.

그게 바로 자신들의 팀장 칼리스다.

그런 칼리스가 일방적으로 당했다.

방금 바닥에 금을 그은 것으로 인해, 그 사실이 뒤늦게 미국 헌터들의 뇌리에 인지되기 시작했다.

미국 헌터들은 마치 죽음의 선이라도 되는 듯, 민성이 그어 놓은 선을 함부로 넘어서지 못했다.

감정과 달리 몸을 이성이 꽁꽁 옭아매고 있었다.

“너희들 도움 따위 필요 없으니까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마지막 경고다.”

미국 헌터들이 부팀장을 돌아보았다.

그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민성을 노려보다가 칼리스를 돌아보았다.

그는 계속해서 검은 피를 토하고 있었다.

힐러의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명상을 입은 듯 좀처럼 회복이 힘들어 보였다.

부팀장이 민성을 다시금 쏘아보았다.

“오늘의 일은 절대 가볍게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부팀장의 말에 민성은 짧은 한숨을 쉬며 자신이 그어 놓은 선을 넘어 부팀장의 앞에 섰다.

“입 닥치고 그냥 꺼지라고.”

민성이 심해와도 같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으로 부팀장을 내려다보았다.

부팀장은 민성의 눈을 코앞에서 마주하자 절로 시선을 아래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덜덜 떨려 오고 있는 몸이 지금은 민성을 피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었다.

“철수하라고 전달해.”

부팀장의 명령에 이견을 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니다.

강민성에 대해 차후 오늘 사건의 책임을 묻더라도, 지금 당장은 칼리스의 회복이 먼저였다.

미국 헌터들이 해산하는 모습을 보고, 민성은 다시 몬스터를 찾아 나서기 위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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