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자의 삼시세끼-66화 (66/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66화>

* * *

아침 메뉴는 순두부찌개로 결정이 됐다.

더운 여름이긴 하지만 아침에 먹는 뜨거운 순두부찌개의 부드러움은 꽤 인상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성은 이호성의 차를 타고 순두부찌개로 유명한 맛집 앞에 도착했다.

“도착했습니다. 헌터니미.”

“너 지금 니미라고 했지?”

“아니요. 헌터님이라고 했는데요.”

민성이 주머니에서 바가지를 꺼내 이호성에게 던졌다.

“물어.”

민성의 명령에 바가지가 입을 크게 왕 벌렸다.

그리고.

덥석!

바가지가 이호성의 허벅지를 물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호성이 참혹한 비명을 내지를 때, 민성은 이호성의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운전석 쪽으로 돌아가 창문을 톡톡 두드렸다.

이호성이 통증에 의해 눈물이 밴 얼굴로 창문을 내렸다.

바가지가 탁탁 뛰어 창문을 넘은 다음, 민성의 주머니로 쏙 들어갔다.

“이호성.”

“네, 헌터님.”

통증을 참는 파리한 안색으로 이호성이 답했다.

“마인에 대해서 알아와.”

“지금 바로요?”

“그럼 내일모레겠냐?”

“……알겠습니다.”

이호성은 허벅지를 북북 문지르며 고개를 숙였다.

“출발.”

민성이 차량 본네트를 탁 치자, 이호성은 염불을 외우듯 입술로만 욕을 하며 출발시켰다.

[낙원 순두부찌개]

오늘의 아침은 예고된 대로 순두부찌개다.

이호성이 추천한 순두부찌개 식당은 고급스러움과는 전혀 거리가 먼, 외려 지저분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허름한 가게였다.

하지만 메뉴가 순두부찌개인 만큼 외려 기대감은 올라갔다.

마치 순두부찌개 그 본연의 정취마저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민성은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 인테리어도 굉장히 올드(Old)하다.

하나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식당에는 손님이 꽤 많았다.

대부분 나이 대가 있는 어른들이다.

민성은 신발을 벗고 구석 쪽에 있는 좌식 테이블에 앉았다.

머리에 두건을 쓴 중년의 종업원이 물과 컵, 그리고 물티슈를 가져다주었다.

“뭐로 드려?”

중년 종업원의 물음에 민성은 메뉴판을 보았다.

[순두부 백반] [된장찌개 백반] [낙지볶음]

메뉴는 간소하게 딱 3개뿐이다.

그 옆으로는 옵션에 대한 글과 재료의 출처에 대해 적혀 있었다.

[*낚지볶음은 공깃밥 별도]

[*포장됩니다.]

[*국내산 쌀로 지은 밥과 국내산 배추로 담근 김치를 제공합니다. 고춧가루 국내산!]

그리고 그 밑으로 ‘낙지 중국산’이라는 글씨가 아주 좁쌀만큼 작게 적혀 있다.

어차피 메인은 결정하고 왔다.

“순두부 백반으로.”

종업원이 메뉴를 듣고 말없이 물러갔다.

민성이 컵에 물을 따를 때, 문이 열리면서 한 여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여자가 들어오자마자 식당 안에 있던 아저씨들의 시선이 여자에게로 완전히 고정되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모든 동작이 멈춘 채, 넋이 나간 얼굴로 여자를 바라봤다.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여자.

아름다움의 결정체이자 중앙 기관의 기타 능력자인 김지유가 구두를 벗고 민성의 반대편에 앉으며 손을 번쩍 들었다.

“여기 순두부 하나요.”

민성은 물을 마시며 그녀를 빤히 보았다.

“좋은 아침?”

김지유가 방긋 웃으며 인사하자, 민성은 이를 무시하고 물티슈로 손을 슥슥 닦았다.

“인사는 좀 받아 주죠?”

옆 테이블의 아저씨가 그녀를 거들었다.

“거 여자 친구가 엄청 미인이네. 좋겠수? 연예인보다도 예쁜 것 같네, 아주.”

“감사합니다.”

김지유가 싱긋 웃었다.

마치 꽃이 피는 듯한 미소였다.

옆 테이블의 아저씨는 김지유의 미소에 빨개진 얼굴로 헛기침을 하며 순두부를 퍼먹었다.

“자꾸 찾아오지 마라.”

민성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가게 내의 아저씨들이 커다란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어떻게 그렇게 대할 수가 있느냐는 눈빛이었다.

“밥 먹고 같이 커피 한 잔 어때요?”

“커피는 이미 마셨어.”

“그럼 디저트?”

“생각 없어.”

가게 내의 손님은 물론, 종업원과 주방 사람들까지 모두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런 가운데 김지유는 손으로 턱을 괴면서 뺨을 뾰로통하게 불렸다.

옆에 앉은 아저씨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왜 이리 차갑게 굴어. 좀 살갑게 대해 주지. 나 같으면 업고 다니겠네. 근데 둘이 사귀는 사이가 아닌가 봐? 아가씨가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는 거야?”

옆 테이블 아저씨의 물음에 김지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거든요.”

“하이고, 좋을 때다.”

아저씨가 껄껄 웃으며 그렇게 말했을 때, 종업원이 TV 채널을 틀었다.

추억이 묻어나는 아날로그 TV에서는 뉴스를 보도하고 있었는데, 익숙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현재 아나운서는 ‘이호성’에 대해 보도 중이었다.

[서울을 구원한 헌터. 다이아몬드 클랜의 클랜장 이호성 씨가 중앙 기관의 스카웃 제안을 거절했다는 소식입니다.]

[이호성 씨는 ‘모시고 있는 주군이 있다.’라는 대답으로 중앙 기관의 스카웃을 거절했는데요. 중앙 기관의 스카웃 제안을 거절하면서 최근 이호성 씨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훨씬 더 커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TV에서 나오는 내용에 옆 테이블의 아저씨가 흡족하게 웃으며 민성 쪽으로 바닥을 툭툭 두드렸다.

“햐…… 저게 진짜 헌터지. 응? 안 그래요? 역시 이호성이야. 저 중앙 기관 놈들이 하는 일이라고 해 봐야, 제 잇속만 챙기고 힘없는 서민들 깔보기나 하지. 사실상 이 나라를 지키는 건 저런 ‘진짜 헌터’ 아니냐고?”

김지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민성이 피식 웃을 때, 종업원이 알루미늄 쟁반을 들고 와 반찬과 순두부찌개, 그리고 공깃밥을 테이블에 하나둘 내려놓았다.

민성은 반찬들을 살펴보았다.

빨갛게 양념된 어묵 볶음, 오이냉국과 김치.

이렇게 간단하게 3가지 찬이 전부다.

그는 가장 먼저 숟가락으로 고슬고슬한 하얀 쌀밥을 떠서 입안에 넣었다.

밥을 참 잘하는 집이다.

밥만 먹어도 맛있다.

금방 지어서 부드러운 데다 달짝지근하다.

밥이 씹기도 전에 입안에서 녹는 듯했다.

맛있는 쌀밥을 씹으면서 순두부찌개를 내려다보았다.

빨간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놓여 있다.

민성은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는 메인 메뉴, 순두부찌개를 숟가락으로 떴다.

새빨간 고추기름이 섞인 국물과 몽실몽실한 순두부가 숟가락에 퍼졌다.

홉!

순두부가 입안으로 홉! 하고 들어갔다.

씹기도 전에 순두부가 입안에서 흩어졌다.

부드러움의 결정체!

그것이 바로 순두부의 힘이다.

거기다가 간까지 완벽하다.

맛없는 순두부찌개 가게에 가면 맹물 맛이 나곤 하지만, 이곳 낙원 순두부찌개집은 우물처럼 그 깊이가 보이지 않는다.

역시 이호성이 추천한 맛집답다.

순두부찌개 본연의 향이 강렬하게 살아 있었다.

민성은 하얀 쌀밥 위로 순두부찌개를 퍼서 잔뜩 적신다음, 삭삭 비벼 그대로 한술을 먹었다.

쌀밥과 순두부찌개를 따로 먹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 난다.

기가 막히게 부드럽다.

순식간에 밥공기 절반이 날아가 버렸다.

그야말로 밥 잡아먹는 귀신이 따로 없다.

아침인데도 이렇게 맛있다니.

저녁에 먹으면 밥 3공기 정도는 순식간에 공중분해될 것만 같은 맛이다.

맛있어.

민성이 빨간 어묵 볶음을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때, 김지유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완전 맛있어요, 여기!”

감동한 것만 같은 얼굴의 김지유를 보며, 민성이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밀었다.

김지유는 아랑곳하지 않고, 굶은 사람처럼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강민성 씨가 왜 이렇게 맛집을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네요. 맨날 쓸데없이 비싼 것만 먹어서 그런가. 으으, 완전 맛있어.”

몸을 부르르 떨며 먹는 김지유를 무시하고, 민성은 다시 순두부찌개에 집중했다.

이번엔 비비지 않고 먹는다.

야무지게 밥을 떠서 먹고, 곧바로 순두부찌개를 먹는다.

찌개와 밥이 입안에서 황홀하게 어우러졌다.

민성은 새빨간 김치를 집어 먹었다.

직접 김장을 담근 것인지 김치가 깔끔하게 맛있다.

너무 익지도 않고 겉절이도 아닌, 그 중간의 위치를 완벽하게 고수하고 있는 싱그러운 김치 맛이 입맛의 풍미를 한층 더 살려 주었다.

마지막 밥 한 숟가락을 떠서 찌개에 투하시켰다.

찌개가 뚝배기 안에 절반이나 남아 있었기 때문에 민성은 밥을 삭삭 섞어서 찌개를 퍼먹었다.

호로롭! 홉! 홉!

뚝배기라서 뜨거움이 오랫동안 유지된다.

민성은 뚝배기의 바닥이 보일 때까지 찌개를 남김없이 입안으로 쓸어 넣었다.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자 몸에 열이 사악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마치 사우나를 깔끔하게 마친 것만 같은 개운함.

그리고 배 속을 든든하게 채워 주고 있는 뜨거움이 기분 좋게 몸에 열을 퍼트려 주는 듯했다.

민성은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물통을 들어 잔에 따르고, 원샷으로 물을 들이켰다.

차가운 냉수가 마치 계곡물처럼 시원하게 몸 안을 식혀 주었다.

민성은 티슈를 뽑아 입가를 닦은 후, 숨을 깊게 내쉬었다.

“왜 찾아온 거지?”

뚝배기를 양손으로 들고서 뒤늦게 찌개 국물을 원샷한 김지유가 뚝배기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와…… 죽음이다, 여기. 너무 맛있어요.”

“왜 찾아온 거냐고.”

“할 얘기가 있어서 왔죠.”

김지유의 눈은 웃고 있었지만 그 무게감은 가볍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장난스러운 눈빛과는 다른, 중앙 기관의 통치자로서의 눈빛이었다.

“말해 봐.”

“마인.”

김지유가 두 글자를 짧게 말했다.

그녀를 보는 민성의 시선이 날카롭고 무거워졌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자리를 옮기지.”

민성이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계산은 제가…….”

“필요 없어.”

“어? 사 주는 거예요?”

“아니. 네가 먹은 건 네가 내라.”

민성이 김지유의 황당해하는 반응을 무시하고, 먼저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갔다.

김지유는 민성이 나간 방향을 보며 주먹을 꽉 쥐고 흔들었다.

“으으! 얄미워.”

“호호, 아가씨가 어쩜 이렇게 예뻐? 자주 와요. 가게가 환해지네.”

“아! 네, 감사합니다. 잘 먹었어요.”

“조심히 가요.”

김지유가 계산을 하고 나가자, 식당 내에 있던 아저씨들이 아쉬운 듯 입맛을 쩝쩝 다시며 다시 식사를 계속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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