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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63화 (63/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63화>

“아닙니다. 육지 돼지 오겹살이 좋습니다.”

“어떤 차이 때문에 육지 돼지 오겹살을 선택하는 거지?”

민성의 날카로운 눈으로 이호성을 주시했다.

“사실 개인적인 차이는 조금 있을 수는 있는데, 저는 육지 돼지 오겹살이 훨씬 풍부한 육즙의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민성이 고개를 주억였다.

“……과연. 그렇다면.”

“육지 돼지 삼겹살로 하시겠습니까?”

“그래. 메뉴 선택이라면 믿을 수 있지.”

“감사합니다.”

이호성이 벨을 눌렀다.

잠시 후, 여자 종업원이 방긋 웃는 얼굴로 달려왔다.

“네. 주문하시겠어요?”

종업원이 공손한 자세로 두 손을 모아 이호성을 반짝반짝한 눈으로 보며 답을 기다렸다.

이호성이 헛기침을 하며 주문했다.

“육지 돼지 삼겹살 4인분과 소주 한 병.”

“네, 알겠습니다.”

종업원이 주문을 체크하고 돌아갔다.

“후우.”

주문을 마친 이호성이 바닥을 보며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쉬었다.

민성은 따뜻한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그런 이호성을 보았다.

“왜 죽상을 하고서 한숨이야?”

“네? 아, 꽤 큰일이 있었잖아요. 그래서인지 뭔가 정신이 없기도 하고, 하하. 그냥 이상하네요. 기분이.”

이호성이 멋쩍게 웃었다.

“주접 떨지 말고 집게나 들어. 고기 온다.”

“예!”

종업원이 카트를 밀면서 음식을 갖고 왔다.

기본 반찬과 도마 위에 놓인 오겹살이 테이블을 수놓았다.

분홍빛 빛깔과 하얀 비계, 그리고 붉은 살점은 보는 것만으로도 목울대를 출렁이게 만들었다.

대체 얼마 만에 보는 모습인가?

민성이 감탄한 시선으로 고기의 빛깔을 보고 있을 때, 남자 직원이 불이 붙은 숯을 들고 왔다.

“숯이 정말 좋죠?”

남직원이 웃으며 불을 넣어 주자, 민성은 저도 모르게 그 말에 동의해 고개를 끄덕였다.

남직원의 말대로 불에 타고 있는 꽉 찬 숯은 마치 마석처럼 보일 정도로 영롱했다.

이로써 고기 먹을 준비가 완료됐다.

민성이 불판 아래로 보이는 뜨거운 숯에 취해 있는 사이, 이호성이 집게를 들었다.

한데 그는 불판을 노려보기만 할 뿐, 고기는 굽지 않고 있었다.

“왜 안 굽지?”

“기다리는 중입니다. 불판이 달궈질 때까지요.”

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이호성이 기다림 끝에 집게로 잘 달궈진 불판 위로 오겹살을 옮겼다.

치이이이이이이익!

불판 위로 올라간 고기 익는 소리는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 못지않을 만큼 아름답게 들렸다.

꿀꺽!

침이 넘어간다.

민성은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았다.

고기가 익어 가는 모습을 보는 동안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순간을 위해서 밥도 먹지 않고 기다렸다.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이호성의 추천 맛집을 먹기 위해서.

그 고지가 코앞이었다.

잠시 후, 한쪽 면을 다 익힌 이호성이 빠르고 깔끔하게 고기를 뒤집었다.

한쪽 면이 기름기를 좔좔 머금은 채로 윤기 흐르게 익어 있다.

이호성의 고기 굽는 타이밍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 고기를 뒤집었다.

입안에서 침이 시냇물처럼 흘렀다.

굶주린 배 속은 악마처럼 외쳤다.

어서 고기를 내놓으라고.

하지만 기다려야 한다.

인내 끝에 달콤한 과실의 열매가 폭죽처럼 터질 것이다.

잘 익어 가고 있는 고기가 뱉어 내는 연기는 환풍구를 통해 올라갔다.

그럼에도 오겹살의 냄새는 오롯하게 콧속으로 파고 들어온다.

깊다.

너무나 깊은 향이다.

이호성이 이내 오겹살의 덜 익은 옆면을 굽기 시작했다.

이미 균등하게 잘려져 있었기 때문에 가위를 들고 번거롭게 잘라야 할 필요는 없었다.

오겹살의 옆면이 익고 있는 사이, 이호성이 집게를 들어 기다란 명이 나물을 잘랐다.

섬세하게 명이 나물을 자르는 모습에서 민성은 마치 하나의 장인을 보는 듯했다.

이호성의 눈빛은 마치 먹이를 낚아채는 곰처럼 날카로웠다.

그는 명이 나물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다 익은 고기를 바깥쪽으로 밀어낸 뒤 소주병을 들었다.

“헌터님, 소주 한 잔을 드시고 고기를 드시면 그 맛은 배가될 것입니다.”

그에 소주잔을 잡은 민성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마인 앞에서도 떨지 않았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극도의 흥분과 기대감이 어우러진 후유증이었다.

민성은 어금니를 깨물며 잔을 꽉 잡아 들어 올렸다.

이호성이 따라 주는 소주가 잔에 꼴꼴 소리를 내며 채워졌다.

민성도 이호성의 잔에 술을 채워 주었다.

“헌터님을 위하여!”

이호성이 잔을 들며 소리쳤다.

“주접 떨지 말고 마셔.”

“예!”

민성은 잔을 들이켰다.

알싸하고 코끝을 때리는 알콜 냄새가 이제는 제법 익숙해서 그 맛을 조금은 음미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쓴 소주를 마시고, 곧바로 젓가락을 들었다.

젓가락이 잘 구워진 오겹살로 향하는데 심장이 쿵쿵 뛰었다.

민성은 오겹살을 집어 입안에 쏙 넣었다.

뜨겁게 구워진 오겹살의 표면이 입안을, 혀 위를 휘돈다.

그리고 어금니로 오겹살을 씹는 순간, 마치 폭포처럼 육즙이 쏟아져 내렸다.

하마터면 욕을 할 뻔했을 정도로 맛있다.

그냥 보통 맛있는 게 아니고 진짜로 미쳤다.

이렇게 많은 양의 육즙을 느낄 수 있다니.

예전에 삼겹살을 먹었을 때도 육즙은 이렇게 많지 않았다.

민성은 고기를 다시 살펴보았다.

확실히 두껍다.

하나 단순히 두껍다고 해서 육즙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닐 터.

분명 신선도와 등급이 그 맛의 차이를 결정짓는 것일 테지.

이호성이 맛집으로 선정한 확실한 이유가 존재하는 식당이었다.

“어떠십니까?”

이호성이 긴장한 얼굴로 민성을 주시하며 물었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최고다.”

민성의 칭찬에 이호성은 후! 하고 한결 마음이 놓인 얼굴로 소주와 고기를 먹었다.

그사이 민성은 고기 위에 명이 나물을 얹었다.

그리고 바로 입 속으로 투하시켰다.

우물우물!

명이 나물은 새콤달콤하면서도 워낙 얇아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혀 위에서 녹아내렸다.

명이나물과 오겹살의 조합은 그야말로 으뜸이었다.

정말 맛있어.

민성은 심각할 정도로 맛있는 맛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누가 보면 굉장히 심각한 일이 있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그 정도로 맛있다.

이건 최고 수준의 오겹살이야.

민성이 얼굴을 들어 이호성을 보았다.

“밥과 된장찌개를 시켜.”

“고기 더 안 드시고요?”

“같이 먹을 거다.”

“네. 알겠습니다.”

이호성이 벨을 눌러 직원을 부른 다음 밥과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고깃집에서 밥과 된장찌개는 빠질 수 없는 메뉴다.

고기를 다 먹고, 3인분을 더 추가할 때 밥과 된장찌개가 도착했다.

민성은 고기와 함께 먹기 위해 밥뚜껑을 열지 않고 기다렸다.

직원이 새로 가져온 오겹살을 이호성은 마치 일류 요리사처럼 구웠고, 다 익혀진 고기를 민성은 밥과 함께 먹을 수 있었다.

숟가락으로 새하얀 쌀밥을 떠서 그 위에 고기와 쌈장을 얹었다.

입안에 스윽!

부드럽고 강렬한 육즙이 쌀밥과 함께 입안에서 어우러졌다.

진정으로 꿈에 나올 것만 같은 천상의 맛이다.

민성은 그대로 숟가락을 된장찌개 뚝배기 쪽으로 옮겼다.

작고 네모난 두부를 포함해 파와 청양고추가 섞인 국물을 한 수저 떴다.

후룹!

된장찌개가 입안으로 들어와 가뜩이나 부드러운 밥을 더욱 부드럽게 녹여 준다.

이것은 마치…….

그래.

봄을 맞아 첫눈이 녹는 것만 같은 그런 맛이다.

실로 하체가 후들거릴 정도의 맛이군.

“헌터님. 냉면도 드시겠습니까? 여기 냉면이 조금 특이합니다. 냉밀면이라고 해서, 깔끔하면서도 상큼한 게 일품입니다.”

민성이 소주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문해.”

이호성이 벨을 눌러 냉밀면을 주문했다.

고기를 먹을 때 냉면 역시 빠질 수 없지.

제대로 된 포식이다.

기다린 보람이 있어.

약간의 취기가 몸을 휘감는 가운데, 아직 위장은 충분히 더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뽐내고 있었다.

손님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냉밀면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얼음이 동동 띄어져 있는 냉밀면은 하얀 면이 마치 속살을 내보이듯 수줍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옆을 보조하고 있는 건 겨자 소스와 식초다.

이호성은 거침없이 겨자 소스와 식초의 뚜껑을 따고 적절한 양으로 배합했다.

깨끗한 새 젓가락으로 휘휘 저은 뒤, 이호성이 마치 진짓상을 올리듯 경건하게 민성의 자리 앞으로 냉밀면을 놓아 주었다.

“후!”

민성은 숨을 크게 내쉬고 오겹살 한 점을 들어 마치 스파게티처럼 냉밀면에 휘감은 뒤, 입안으로 직행시켰다.

후루룩!

차가운 냉밀면과 뜨거운 오겹살이 해와 달처럼 만나는 감각은 그야말로 쾌감의 극치를 선사했다.

새콤 달달하면서도 전혀 거북하지 않은 냉밀면의 맛은 이호성이 말했던 대로 깔끔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있었다.

민성이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잔을 탁 내려놓았다.

포만감이 기분 좋게 배 속을 채워 준다.

“이호성.”

“네?”

이호성이 엉덩이를 반쯤 든 채로 귀를 쫑긋 세웠다.

“마인에 대해서 한번 알아봐.”

“마인이요?”

“그래.”

“마인이라…… 그거 그때 에이스가 헌터님이랑 대화 중에 얼핏 말했던 것 같은데. 정확히 마인이 뭐죠? 몬스터입니까?”

민성은 의자 등받이에 살짝 기대며 쓴웃음을 지었다.

“마계의 짐승.”

이호성이 깜짝 놀란 얼굴이 되었다.

“……마계라고요? 그런 게 실존합니까?”

“그림자 길드한테 가서 의뢰도 하고. 알아볼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여 봐.”

“네. 알겠습니다.”

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곤 잔에 소주를 따랐다.

“저 그런데 헌터님.”

“……?”

“제가 무장의 검을 들고 중앙 기관으로 가지 않았습니까? 폭탄을 해체하기 위해서요.”

“그런데?”

“헌터님은 에이스의 폭탄을 분해할 수 없으셨나요? 제가 무장의 검으로 마석 폭탄의 폭발을 분해했듯이요.”

“글쎄.”

이호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민성을 보았다.

“그런데 왜 저를 보내셨어요? 불안하지 않으셨어요?”

“전혀.”

순간 그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혹시…… 저, 저를 믿어 주신 겁니까?”

“…….”

대답이 없는 민성을 보며 이호성이 잠시 머쓱하게 웃었다.

“하긴 그렇죠. 저를 믿었다기보다는 무장의 검을 믿으신 거려나, 하하.”

체념하듯이 말을 잇던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정말 아슬아슬했어요. 아차하면 실패할 뻔했다고요. 그런데도 불안하지 않으셨다니…….”

이호성은 대단하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때 잠자코 듣고만 있던 민성이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널 믿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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