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61화>
“큰일입니다…… 폭탄을 해체할 수 없게 만들어 놨어요.”
폭탄 해체 팀장의 말에 김지유가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해체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놨다니?”
폭탄 해체 팀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폭탄이 아닙니다. 해체를 시도하는 즉시 폭발하게끔 설계되어 있어요.”
“그런……!”
김지유는 물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모두의 얼굴에 공포가 내려앉았다.
“마석 폭탄이 폭발하게 될 경우, 폭발 반경 및 피해 추정은?”
김지유가 폭탄 해체 팀장을 향해 물었다.
그의 얼굴에 죽음이 내려앉았다.
“최소…… 서울시의 절반은 날아가게 될 겁니다.”
“정말 해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폭탄 해체 팀장은 면목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수그러뜨렸다.
“그럼 조사단장이라도 분리를…….”
폭탄 해체 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불가합니다.”
남은 시간 : 00:17:04
김지유는 심장 끝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생각해야 돼.
침착하게.
냉정하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하지만 생각에 생각을 더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제길!”
김지유가 이를 악물었을 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김지유는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
그림자 길드?
김지유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
- 코드 번호를 말씀해 주세요.
“E802AT4.”
-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 코드 번호 및 정보 확인했습니다.
- 길드 마스터와 연결됩니다.
- 안녕하십니까. 길드 마스터 문성우입니다.
그림자 길드의 주인인 길드 마스터 문성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 유일하게 폭탄을 분해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진 헌터에게 연락해, 지금 중앙 기관 본부로 보냈습니다. 레벨이 낮아서 조금 미덥지는 않지만, 기타 능력자이자 중앙 기관의 군주인 당신이 힘을 보탠다면 아마 가능할 거라고 믿습니다.
김지유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자가 누구죠?”
- 다이아몬드 클랜의 클랜장을 맡고 있는 남자, 이호성입니다.
* * *
“아…… 이런 X발, 진짜. 내 인생 진짜, 이거 너무 스펙터클한 거 아니냐고.”
차를 몰고 중앙 기관 본부로 향하고 있는 이호성은 다크서클이 가득 내려앉은 눈으로 욕을 시부렁거렸다.
“아니, 이게 말이 돼? 대한민국에 마석 폭탄을 분해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진 놈이 나밖에 없다는 게?”
이호성은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아니, X발. 이놈의 나라는 대체 뭘 믿고 이러고 살고 있는 거야? 만약에 내가 강민성한테 그 아이템 안 받았으면? 응? 뭐, 그냥 다 죽는 거네?”
띠링!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떴다.
이호성은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폭탄 처리하고 저녁 먹을 준비해라.
-주군 강민성-]
이호성은 휴대폰을 조수석 쪽에 던지며 한숨 쉬었다.
“염X. 이 와중에 저녁이십니까? 잠시 후면 다 죽을지도 모르는데?”
끼이이익!
이호성은 코너를 돌면서 풀액셀을 밟았다.
- 600미터 앞 목적지 도착입니다.
내비게이션이 곧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전해 오자, 이호성은 템 창에서 무장의 검을 꺼내 내구도를 확인했다.
[무장의 검 내구도 : 85%]
이호성은 크게 심호흡했다.
그나마 에이스와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후려 맞은 탓에, 무장의 검 내구도가 꽤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림자 길드에서 말하기를, 에이스가 숨겨 둔 마석 폭탄은 서울시를 날려 버릴 만큼의 엄청난 위력이라고 했다.
무장의 검으로 과연 그 엄청난 폭발을 분해할 수 있을까?
이호성은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마른 입술을 핥았다.
“니미, X발. 진짜 이러다 구사일생 찍겠네. 대체 몇 번이나 죽을 위기를 넘어야 하는 거야?”
강민성을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이동하던 중, 그림자 길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림자 길드에서는 중앙 기관이 마석 폭탄 해체가 불가능한 상태고, 마석 폭탄을 분해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진 건 자신뿐이라며 지금 당장 중앙 기관으로 가 줄 것을 요구했다.
에이스를 실수로 죽인 것도 자신의 책임이었고, 마석 폭탄의 폭발을 분해할 수 있는 이도 이호성 본인이 유일.
무장의 검은 주인 각인 시 양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누구에게 넘겨줄 수도 없었다.
결국 물러설 곳이 없는 정면 승부를 벌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대체 왜 이런 큰일에 내가 끼어드는 거냐고.”
끼이이익!
이호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중앙 기관 본부 건물 앞에 도착했다.
철컥!
차에서 내린 이호성은 중앙 기관의 건물을 한차례 올려다본 후, 눈을 질끈 감고서 긴 숨을 뱉었다.
“X발, 이대로는 억울해서라도 못 죽지. 에이스, 이 미친 변태 새끼야. 내 반드시 마석 폭탄의 폭발! 분해하고 만다.”
이호성은 윈드 워크 스킬을 사용해 다리에 바람을 휘감으며, 미리 전달받은 경로를 통해 전력 질주로 뛰기 시작했다.
* * *
남은 시간 : 00:03:11
빌런 수용소 특별 독방 앞에서, 김지유를 포함한 중앙 기관의 사람들은 애가 타는 심정으로 이호성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남은 시간이 2분대로 들어선 순간.
이호성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중앙 기관 모든 인원의 시선이 시뻘건 얼굴로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오고 있는 남자 이호성에게로 향했다.
* * *
민성은 자신의 집 앞마당 의자에 앉아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호롭!
따뜻한 커피가 입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카페인이 몸에 퍼지는 기분은 상당히 묘했다.
은은하게 머리를 맑게 해 준다.
민성은 달을 보면서 배를 문질렀다.
배가 고프다.
이호성의 추천 맛집에 가기 위해 일부러 식사를 하지 않고 기다렸다.
오랜 기다림만큼 그 맛은 더욱 의미가 있겠지.
민성은 초승달 아래에서 여유 있게 커피 타임을 즐겼다.
* * *
일단 호기롭게 달려오긴 했는데…….
이호성은 파리한 안색으로 눈치를 살폈다.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중앙 기관의 고위급 인사는 물론, 기타 능력자 김지유까지.
숨 막힐 정도로 높은 위치에 있는 천상계 헌터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자신이 서울의 운명을 책임져야 한다.
자신같이 보잘것없는 인간이 여기 끼여 있어도 되나 싶지만, 현실은 서울의 운명이 자신의 검 한 자루에 달려 있었다.
“이쪽입니다.”
수색대장이 이호성에게 폭탄이 설치되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이호성은 특별 수감 독방 앞에 섰다.
와…… X발.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피투성이가 된 채 몸통만 한 커다란 마석 폭탄을 껴안고 있는 4성 조사단장 태겸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엄청난 사태를 이호성의 피부로 전해 주었다.
태겸에게는 최고급 마석이 12개나 연결되어 있었다.
서울시를 날려 버릴 만큼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마석 폭탄.
이 폭탄의 폭발을 무장의 검으로 분해해야 한다.
현장을 두 눈에 담자마자 식은땀이 온몸을 축축하게 적셨다.
남은 시간 : 00:01:59
이호성은 태어나 인생 최대의 긴장감을 전신에 머금은 채, 대형 마석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태겸에게로 걸어갔다.
바로 코앞까지 다가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째깍- 째깍-
시한폭탄의 시간이 흐른다.
12개의 마석이 마치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오러의 흐름은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보였다.
‘할 수 있을 거야…….’
아무리 도시 하나를 날려 버릴 만한 위력을 가진 마법 폭발이라고 해도…….
이호성은 눈을 치켜뜨며 템 창에서 ‘무장의 검’을 꺼냈다.
반드시 막아 낸다.
남은 시간 30초.
쿵쾅! 쿵쾅! 쿵쾅!
심장이 폭주 기관차처럼 거칠게 뛰었다.
“하아, 하아…….”
입 밖으로 호흡이 거칠어진다.
머릿속이 멍해지고 긴장이 뇌를 삼킨다.
다리가 너무 떨려서 마치 하체가 흐물흐물하게 녹는 것만 같았다.
“이호성 씨.”
그때, 누군가 자신을 불렀다.
이호성은 뒤를 살짝 돌아봤다.
김지유가 바로 뒤에서 그의 등을 손으로 받쳐 왔다.
“폭발의 파장이 꽤 클 겁니다. 제가 뒤에서 받쳐 줄 거예요. 우린 할 수 있을 겁니다.”
이호성은 굵은 침을 꿀꺽 삼키며 눈앞에 있는 태겸을 직시했다.
힐러들은 태겸을 치료하기 위해 대기해 있었다.
혼자가 아니야.
함께하는 거다.
정신 차리자.
집중해야 한다.
할 수 있어.
이호성은 마음을 굳게 먹고 무장의 검 손잡이를 강하게 쥐었다.
남은 시간 10초.
조금 있으면 마석 폭탄은 폭발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 강민성이 떠오른다.
그는 왜 나서지 않은 걸까?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마석 폭탄을 분해할 만큼의 능력은 없는 건가?
무투가 체질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상식적인 오러를 운영하는 괴물 아니던가?
남은 시간 5초.
잡생각은 그만.
‘X발, 이제 온다. 온다고.’
태겸이 이호성과 김지유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3초, 2초, 1초.
터진다, 이제.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새빨갛고 시커먼 핵을 머금은 거대한 폭발이 이호성의 눈앞에서 일어났다.
일순 이호성은 아주 어렸을 적 자신의 모습과, 강민성을 만나기까지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걸 느꼈다.
이놈의 파노라마,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죽을 생각 따위 없다, 이거야!
이호성은 이를 바드득 갈며 손에 쥔 무장의 검을 마석 폭탄의 폭발을 향해 찔러 넣었다.
쿠구구구구구구궁!
지면이 흔들리고 이호성이 쥔 무장의 검이 덜덜덜 떨렸다.
폭발이 무장의 검에 의해 분해되기 시작했다.
무장의 검은 마치 피를 마시는 흡혈귀처럼 폭발을 흡수해 나갔다.
[무장의 검이 손상되었습니다.]
[무장의 검이 손상되었습니다.]
[무장의 검이 손상되었습니다.]
[무장의 검이 손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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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손상률이 45퍼센트를 초과했습니다.]
[무장의 검 내구도 : 35%]
워낙 폭발력이 강한 탓에 폭발은 계속되었고, 이호성은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그 힘을 온전히 받아 내야만 했다.
‘X발, 버텨 내라고!’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전신이 마치 전동 드릴처럼 떨렸다.
만약 혼자였다면 버티지 못하고 검을 놓거나 쓰러졌을지도 모르지만, 김지유가 등 뒤에서 이호성을 단단히 받쳐 주고, 이호성의 몸에 오러를 주입하여 힘이 돼 주었다.
마석 폭탄의 폭발은 마치 잔을 가득 채워 넘칠 듯 넘치지 않는 물처럼 아슬아슬하게 그 균형을 유지했다.
[무장의 검이 손상되었습니다.]
[무장의 검이 손상되었습니다.]
[무장의 검이 손상되었습니다.]
[무장의 검 내구도 : 9%]
언제 멈추는 거야, 이 빌어먹을 폭발은. 내구도가 겨우 9%밖에 남지 않았다고!
[무장의 검이 손상되었습니다.]
[무장의 검이 손상되었습니다.]
[무장의 검 내구도 : 3%]
[수리하지 못할 경우, 무장의 검이 곧 파괴됩니다.]
X발. 제발…… 제발! 멈춰, 이 망할 마석 폭탄 새끼야!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무장의 검 내구도 : 0%]
[무장의 검이 파괴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