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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60화 (60/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60화>

* * *

이호성은 지금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저 눈만 깜박였다.

……죽었어?

당황스러움에 물든 그는 자신의 검에 찔려 죽은 에이스, 그리고 민성을 번갈아 보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허, 허, 헌터님.”

이호성이 패닉에 빠진 얼굴로 민성의 눈치를 살폈다.

민성은 그런 이호성을 목을 삐딱하게 꺾으며 쏘아보았다.

“너 일부러 죽였지? 왜 안 피해?”

이호성이 뒤늦게 화들짝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놓았다.

검이 에이스와 함께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지, 진짜예요.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아아…… 그리고 레벨은 갑자기 왜 오르는 거야! 몬스터도 아닌데. 그보다…… 이제 어쩌죠? 에이스가 죽어 버렸는데…… 폭탄의 위치를 아직 듣지 못했잖아요.”

이호성은 거의 반쯤 정신이 나간 듯한 얼굴이 됐다.

“아, 어떡하지……? 조사단장을 찾을 수 없게 되어 버렸어…….”

그는 미친 사람처럼 넋이 나간 눈으로 중얼거리다가 풀썩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

민성이 말했다.

이호성은 면목 없는 얼굴로 어금니를 씹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헌터님. 서울을 지키지 못하고 이렇게 일이 망가진 건 모두 제 탓입니다.”

“뭔 헛소리야. 서울이 왜 끝나?”

이호성이 왜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힘 빠진 목소리로 민성에게 답했다.

“그야…… 에이스가 죽어 버렸잖아요. 폭탄의 위치를 듣지 못했으니 막을 수 없겠죠. 마석 폭탄에 의해 서울이…….”

“야, 바가지.”

민성이 바가지를 불렀다.

주머니 안에 있던 바가지가 꾸물꾸물 기어 나와 바닥에 탁! 착지했다.

바가지는 커다란 머리를 들어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부르셨어요, 주인님?”

민성은 턱짓으로 에이스의 시체를 가리켰다.

“가서 삼켜.”

바가지의 안광이 시커멓게 파도처럼 일렁였다.

“정말요? 정말 먹어도 돼요?”

“그래.”

바가지가 신이 난 듯 뒤뚱거리며 에이스에게로 뛰어갔다.

이호성은 멍한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바가지는 에이스의 앞에 서서 칵칵 웃은 뒤, 뼈로 된 손바닥을 펼치며 흑마법을 캐스팅했다.

바가지의 검은 안광이 더 검게 일렁였다.

- 그대의 죽음을 거두고자 한다. 내 앞에 쓰러진 자를 커다란 자비로 구해 주어라. 죽음이여, 나의 포로여, 나의 영혼이여. 시체로서 나의 종속이 되어 생 밖으로 영원한 죽음을 이어 갈지니.

손끝에서 시커먼 오러가 무럭무럭 흘러나왔다.

그 검은 오러의 기운이 에이스의 시체를 휘어 감았다.

- 일어나라. 나의 언데드여!

쿠구궁!

땅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울렁거리며 흔들렸다.

파바바바박!

바닥이 마치 순두부처럼 으깨지면서 에이스의 두 눈이 시커멓게 변했다.

에이스가 꿈틀거리며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호성은 두 눈을 부릅뜨고 턱이 빠질 듯이 입을 벌린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마침내 에이스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바가지의 앞에 섰다.

마치 명령을 기다리는 부하처럼.

민성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서 바가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사단장 위치 물어봐.”

바가지가 에이스를 올려다보았다.

“조사단장은 어디 있지?”

“중앙…… 기관…… 지하…… 빌런 수용소…….”

에이스가 음침한 목소리로 뚝뚝 끊으며 말했다.

“이호성.”

“……네, 네. 네!?”

이호성이 넋 나간 얼굴로 부활한 에이스를 보다가, 황급히 민성을 보며 차렷 자세를 취했다.

“당장 김지유에게 연락을 하든, 찾아가든 해서 빌런 수용소 뒤지라고 해.”

“아, 알겠습니다. 저 그런데…… 폭탄 해제하는 방법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민성이 바가지에게 턱짓하자, 바가지가 에이스에게 폭탄 해제법을 물었다.

그러나 에이스는 느릿하게 고개만 가로저을 뿐이었다.

언데드가 되어 지능이 떨어져서인지, 복잡한 질문에 대한 답은 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어떡하죠?”

이호성이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이호성의 관자놀이에 식은땀 한 줄기가 흘렀다.

* * *

중앙 기관의 기타 능력자 김지유는 강민성의 말을 떠올렸다.

“이 문제는 내가 해결한다. 넌 기관으로 돌아가서 네가 해야 할 일을 해.”

그녀가 어두운 얼굴로 눈을 지그시 감았다.

“날 믿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텐데?”

그의 목소리가 자꾸만 머릿속에서 울린다.

김지유는 미간을 구기며 주먹을 꽉 쥐었다.

무력함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게 가슴속에 파고 들어왔다.

국방력의 전부라고 해도 과장이지 않을 만큼의 힘을 가진 것이 중앙 헌터 기관이다.

하지만 폭탄 테러범 폴 에이스 단 한 명에 의해 한국이라는 나라는 위기를 맞이했다.

김지유는 하얗고 가녀린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이마가 뜨겁게 느껴졌다.

시민들에게 서울 외곽으로 비상 대피할 것을 알리고 난 직후인 지금, 중앙 기관 본부 관제실의 문이 열렸다.

섹시한 비서가 뛰어 들어와 짧은 목례로 인사했다.

“말씀하신 건 모두 처리했습니다.”

“연락 온 건 없었어요?”

“네. 아직은 딱히…… 기다리실 만한 소식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비서의 대답에 김지유는 앞머리를 꽉 쓸어 올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때마침 그때, 비서의 전화가 울렸다.

비서가 전화를 받자 김지유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이를 지켜보았다.

비서는 반색하는 얼굴로 고개를 바짝 들며 전화를 끊었다.

“조사단장 추정 위치, 확인되었습니다.”

“어디야!?”

김지유가 다급히 되물었다.

“지하 빌런 수용소라고 합니다.”

비서의 대답에 김지유는 잠시 넋이 나갔다.

“빌런 수용소라고……?”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헛웃음을 흘리던 김지유가 굳은 얼굴로 비서를 보았다.

“인원 풀어서 지금 당장 수색에 들어가라고 전해.”

* * *

중앙 기관의 병사들이 장비를 무장한 체 지하 빌런 수용소 수색을 시작했다.

에이스가 수용소를 폭파시킨 탓에 수색에는 다소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건물이 워낙 견고해서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지만, 곳곳에 균열이 가고 부서진 건물 파편들이 진입로를 불편하게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서둘러! 조사단장님을 찾아야 한다!”

수색대장의 외침에 병사들이 이전보다 신속하게 움직였다.

수색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사이, 현장에 김지유가 도착했다.

“어떻게 됐죠?”

수색대장이 난처한 표정으로 김지유의 시선을 피했다.

“1차적으로 수용소를 모두 훑었지만, 아직 조사단장님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정말 조사단장님이 여기에 계시는 게 확실한 건가요?”

수색대장의 말에 김지유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분명 전달 받기로는 조사단장이 빌런 수용소에 있다고 했다.

설마…… 에이스에게 속아 잘못된 정보를 넘긴 건가?

그런 생각이 들자 아찔한 감각이 배 속을 휘저었다.

김지유는 고개를 휘저었다.

다른 방법은 없다.

시간이 없어.

그를 믿어야 해.

“끝까지 수색하세요.”

김지유가 단호히 명령했다.

수색대장이 머리를 숙여 인사한 후, 수색에 박차를 가했다.

그사이 김지유도 땀이 가득한 손을 움켜쥐며 수색대와 함께 빌런 수용소 안에 있을 조사단장을 찾아 나섰다.

걸음을 옮기면서 감각을 끌어 올렸다.

조사단장이 정말 빌런 수용소에 있다면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을 리가 없었다.

‘분명 숨겨진 곳이 있을 거야.’

김지유는 본부에 연락을 해서 빌런 수용소의 상세 지도를 보내 달라고 지시했다.

잠시 후 휴대폰으로 빌런 수용소의 지도가 도착했다.

지도를 면밀하게 살피던 김지유의 눈이 이내 반짝였다.

인질을 숨기기에 가장 적합할 만한 위치.

수색 중인 병사들 사이로 빛처럼 빠르게 움직인 김지유가 예측했던 장소 앞에 도착했다.

여기야…….

김지유가 긴장감이 스며든 눈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그녀가 쇠창살 너머로 보고 있는 곳은 독방이었다.

가장 높은 빌런 수치를 가진 헌터를 가둬 두는 특별 관리 독방.

이곳은 지금까지 장기간 운영되지 않는 장소이기도 했다.

아무리 높은 빌런 수치의 흉악범이라고 해도, 인권을 유린할 만큼의 가혹한 공간이기 때문에 운영이 중지되었던 것이다.

의자 하나에 사람이 겨우 앉아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좁은 공간에는 빛 한 점 들어가지 않아 어두웠다.

그곳에 자신의 부하인 조사단장이 폭탄을 끌어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김지유는 템 창에서 레이피어를 꺼내, 독방을 단단히 잠근 쇠사슬을 잘라 냈다.

촤르르르륵!

두꺼운 쇠사슬이 김지유의 레이피어에 의해 종이처럼 잘려 나갔다.

그녀는 호흡을 한차례 고른 후, 특별 관리 독방의 문을 열어젖혔다.

“아…….”

김지유가 흐려진 눈으로 독방 안을 바라보았다.

지독하리만큼 협소한 공간에, 조사단장이 처참한 몰골로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상처로 가득한 온몸은 마법 사슬에 묶여 있고, 입에는 두꺼운 천이 물려 있으며, 가슴 쪽에는 커다란 마석 폭탄이 달려 있다.

째깍째깍-

시한폭탄의 시간이 흐른다.

남은 시간 : 00:20:07

예상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조금만 지체되었어도 마석 폭탄은 서울을 집어삼켰을 것이다.

에이스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조사단장 태겸의 몸을 모두 가릴 만한 크기의 마석 폭탄은 지금까지 에이스가 보여 주었던 그 어떠한 폭탄보다도 사이즈가 컸다.

시한폭탄의 시간이 흐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공포감이 밀려들 정도였다.

조사단장이 지친 눈으로 김지유를 보았다.

그 두려운 폭탄을 품에 안고서도 조사단장은 여전히 조금의 충심도 흐트러지지 않은 눈이었으며, 기관과 내국을 위기에 빠트린 것에 대한 죄책감과 자책감으로 뒤섞여 있었다.

“조사단장을 찾았다! 폭탄 해체 팀 빨리 이쪽으로 불러!”

수색대장이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그사이 김지유는 조사단장 태겸에게로 걸어가 바로 앞에 꿇어앉은 뒤 그의 어깨를 손으로 짚었다.

“조사단장의 잘못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책망하지 마세요. 모두 저의 책임입니다.”

김지유의 말에 조사단장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가 이내 고개를 깊게 숙였다.

“다 끝났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폭탄 해체 팀이 곧 도착할 겁니다.”

그 말을 마치자마자 폭탄 해체 팀이 도착했다.

김지유가 뒤로 물러나자, 폭탄 해체 팀 인원이 태겸에게로 황급히 붙었다.

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중, 마석 폭탄을 해체하려던 폭탄 해체 팀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폭탄 해체 팀장이 일그러진 얼굴로 김지유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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