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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59화 (59/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59화>

“방법이 있는 거예요?”

김지유의 간절함을 담은 눈이 민성을 응시해 왔다.

“날 믿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텐데?”

그녀는 고민 끝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인사를 전하는 의미로 짧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땅을 박차며 순식간에 민성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크히히히, 무슨 자신감이야? 응? 문제를 해결해? 네가? 크히히히히!”

에이스는 통증으로 바들바들 떨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민성이 손등을 뚫어 놓았던 오리하르콘 단검을 뽑았다.

푸슉!

“크으으으으으! 크히, 크으으으하!”

피를 뿜는 왼손을 붙잡고 바닥을 뒹굴뒹굴 구르던 에이스가 눈을 빛냈다.

“설령 조사단장을 찾는다고 해서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지!”

그는 피로 물든 자신의 왼손을 붙잡고서 민성을 쏘아보았다.

“내가 아니면 마석 폭탄은 해체할 수 없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내가, 네놈에게 넘어갈 것 같으냐? 크히히히히! 서울은 날아가게 될 거다. 불모의 땅이 될 거야! 나로 인해서!”

그에 민성이 차가운 눈으로 에이스를 보자 에이스는 살짝 당황했다.

강민성의 반응은 지금까지 보아 온 일반적인 인간의 반응과 상이했기 때문이다.

민성을 보는 에이스의 눈빛에서 호기심이 극한을 넘어섰다.

“너…… 감정이 거의 없구나?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서울을 구하려 드는 거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에이스가 칼에 뚫렸던 왼손을 들어 흔들었다.

허공으로 피가 휙휙 튀었다.

“크히! 네가 아무리 날 고문하고 물리적으로 괴롭힌다고 해도, 폭탄이 어디 있는지 난 말하지 않을 거고, 막지도 않을 거야. 서울 전역은 아주 아름답게 폭발하겠지. 수많은 사람이 죽을 거야. 네놈들이 나약한 탓에, 크히히히!”

에이스는 번들거리는 눈으로 말을 이었다.

“넌 날 막을 수 없어. 그건 물리적인 강함과는 전혀 다른 세계니까. 결국 넌 날 이길 수 없다는 뜻이야. 크히히히히! 응? 어때? 기분이 어때?”

그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양팔을 벌렸다.

“자! 날 괴롭혀 봐. 날 죽여 봐!”

광기에 물든 에이스의 얼굴을 보며 민성이 오리하르콘 단검을 템 창에 넣었다.

그리고 곧, 에이스는 마치 전파가 끊긴 채널처럼 민성이 흐릿해짐을 느꼈다.

‘응?’ 하고 놀란 표정이 된 그 순간, 빠르게 다가온 민성이 에이스의 복부를 묵직하게 때렸다.

민성의 주먹에 맞고 바닥에 등부터 떨어져 데굴데굴 구른 에이스는 피를 토해 내며 웃었다.

“크하하! 카학! 크학!”

그러다 상체를 세워 부채질을 하듯 손을 까딱였다.

“또 해 봐. 더 해 봐. 더 해 보라고. 크히히히!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어. 시간은 내 편이니까.”

민성은 에이스에게 걸어가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네가 조사단장의 몸에 설치한 게 시한폭탄인가?”

“크히히히히! 너도 결국은 말이야. 나랑 다를 게 없는 놈이라고.”

“묻잖아.”

민성이 에이스의 무릎을 밟았다.

콰앙!

땅이 부서지면서 에이스의 다리 하나가 완전히 망가졌다.

“아아아아아아악!”

참혹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던 에이스는 양손으로 얼굴을 붙잡고 문질렀다.

“크히, 크히히히히.”

그가 피로 물든 눈으로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시한폭탄이냐고? 당연하지. 곧 ‘서울’이라는 이 땅콩만 한 도시는 불바다가 될 거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겠지. 크히히히히! 너무 멋지지 않아?”

“넌 오늘 죽을 거다. 그리고 두 번 다시 폭탄질을 할 수 없겠지. 아쉽지 않나?”

순간 에이스가 가라앉은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진지한 눈빛이었다.

“넌 날 죽일 수 없어. 네가 서울을 지켜야 할 이유가 존재하는 한.”

민성은 에이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살 수 있다는 기대는 버려라.”

“날 죽인다고? 날 죽이면 이 도시의 땅이 모두 불바다가 될 거야! 그래도 죽일 수 있다고!?”

하나 민성의 텅 빈 눈을 보고 에이스는 멍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진심이구나, 너…… 크히히! 너 진심이야. 진짜 날 죽일 생각인 거야. 크히히하하하!”

에이스가 누운 채로 광소를 터트렸다.

그에 민성이 미간을 구기며 에이스의 어깨를 밟았다.

쿠웅!

어깨뼈가 박살이 났다.

“으헉! 크히!”

가늘게 전신을 떨던 에이스가 눈을 빛내며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아아아아……! 솔직히 넌 완전히 계산 밖의 인물이야. 이 나라에 너 같은 헌터가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거든.”

민성이 서늘한 눈으로 에이스를 응시하자 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국 너도 한낱 개미에 지나지 않는 거야. 네 머리 위에서 훨씬 더 커다란 일이 굴러 가고 있으니까.”

“…….”

“중앙 기관의 지배자, 김지유가 이 나라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그녀도 결국 개미에 불과하거든.”

“죽을 때가 돼서 그런가, 쓸데없는 말이 많아지네.”

“머지않아 지옥이 열리게 될 거야. 결국 혼란을 막을 수 없겠지. 대혼란이 찾아올 거다. ‘마인의 탑’이 열리는 날, 이 세상은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에이스의 말에 순간 민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인의…… 탑? 방금 마인이라고 했나?”

“뭐야? 마인에 대해 알고 있어? 크히히! 대체 너 정체가 뭐냐?”

민성이 에이스의 멱살을 잡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에이스는 민성의 손에 의해 가볍게 들어 올려졌다.

“기타 능력자의 영역을 넘어서는 규격 외의 인물. 엉뚱하게 나타난 네놈이 마인에 대해 알고 있다라……. 크히히히. 이거 흐름이 놈들의 계획 밖으로 흘러가겠는데?”

“설명해 봐. 마인에 대해.”

에이스가 킬킬 웃었다.

“그걸 안다고 해서 결과는 달라지지 않아. 서울은 날아갈 거고, 너 역시 놈들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민성이 멱살을 더 강하게 옥죄었다.

“헛소리하지 말고 마인에 대해서나 설명해.”

“내가 굳이 알려 줘야 할 이유가 있나? 그건 거래가 아니지.”

에이스가 입을 길게 찢으며 웃자, 민성이 검게 일렁이는 눈으로 그를 보며 얼굴을 굳혔다.

“내가 몇 가지 배운 게 있어. 네가 말한 그 ‘마인’들과 뒹굴면서.”

그 말에 에이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만났다고? 마인을? 네놈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민성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느껴 봐, 한번.”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풀고 곧바로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콰득!

민성의 손끝에서 에이스에게로 마기(魔氣)가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큭! 크헉!”

에이스의 몸 전신에 혈관이 훅 부풀어 올랐다.

“카악!”

에이스는 격한 고통에 머리를 뒤로 크게 젖혔다.

온몸의 세포가 마치 갈기갈기 뜯어 먹히는 것만 같은 고통이 치솟아 오른다.

이내 머릿속으로는 수면에 빠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악몽이 파고든다.

마치 심한 망상증 환자처럼 환각에 빠져 지옥 속을 엿본다.

“내가 놈들을 처음 만났을 때, 이 시답잖은 잡기술에 꽤 고생했지. 아마 고통스러울 거야. 아무리 너 같은 미치광이라고 해도.”

“아아아아아아아!”

에이스가 마치 바짝 말라 가는 사람처럼 입을 쩍 벌린 채 눈물을 흘렸다.

그의 두 눈에서 보였다.

자신이 경험했던 것처럼, 극한의 공포를 넘어 아득한 어둠 속에서 절망의 깊이를 느끼는 것이.

“큭! 컥! 흐흑! 흐허헉!”

에이스가 눈물 섞인 신음을 흘리자 민성이 엷게 웃었다.

“제, 제, 제, 제발…… 제발 그만…… 꺼내 줘. 제발…….”

에이스의 피부가 가뭄처럼 바짝바짝 말랐다.

머리카락은 하얗게 변하고, 머리가 숭숭 빠진다.

극한의 공포 속에서 절망이 심장을 삼킨다.

“제, 제에발. 흐흐흐흑. 흐흐흐흑. 무서워. 제발 꺼내 줘…….”

숨이 넘어가기 직전, 민성이 손을 놓았다.

털썩!

“으으. 으으으으으…… 으으으으!”

바닥에 쓰러진 에이스는 감히 민성의 눈도 보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며 온몸을 떨었다.

“네가 하는 건 애들 장난 같은 짓이야. 진짜 혼란이라는 건…… 그런 거다.”

에이스가 민성의 검은 눈을 피하며 몸을 웅크렸다.

민성은 그런 에이스의 갈비뼈를 걷어찼다.

콰지직!

흉골, 늑골이 모두 부러지고, 흉추까지 손상되었다.

몸통 절반이 부러진 에이스가 이호성에게로 날아갔다.

“어!?”

숨죽이고 있던 이호성은 깜짝 놀란 얼굴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에이스를 보았고.

푹!

이호성이 들고 있는 무장의 검에 의해 에이스의 심장이 관통당했다.

“…….”

이호성은 자신의 검에 심장이 찔린 채 즉사해 버린 에이스를 멍한 눈으로 보았다.

“……?”

당혹감에 물든 눈이 죽은 에이스와 멀리의 민성을 번갈아 보았다.

바로 그 순간.

파방!

이호성의 몸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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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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