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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57화 (57/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57화>

* * *

마석 폭탄의 폭발로 인해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아래로 추락하기 전, 이호성은 스킬을 사용해 콘크리트 파편을 발로 밟으며 뛰었다.

무너지는 건물 외부로 점프한 이호성은 약 200여 미터에 달하는 상공에서 지면으로 떨어졌다.

아찔한 감각을 느끼며 하강하면서도 이호성은 무장의 검이 가진 능력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콰아앙!

이호성이 차량 위로 떨어졌다.

차가 폐차가 되듯 찌그러졌지만, 그는 별달리 큰 충격 없이 일어설 수 있었다.

헌터는 기본적으로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인한 신체를 갖고 있다.

200레벨을 넘기게 된 이호성은 조금의 대미지도 없이 차량 위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보다 훨씬 중요하고 놀라운 것은 바로 자신의 전설 등급의 무기.

‘무장의 검’이 가진 특성 능력에 있었다.

이호성은 상세 설명을 보기 위해 무기 정보를 확인했다.

[무장의 검]

·

·

특성 : 마법 폭발 대미지 분해

확실히 아이템 상세 내용 중에, 특성으로 ‘마법 폭발 대미지를 분해’한다는 내용이 나타나 있다.

너무 무지막지하게 강해 보이는 놈이라 무장의 검 특성 능력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고 있었어.

설마 마석 폭탄까지도 분해가 가능할 줄이야.

이호성은 굵은 침을 꿀꺽 삼키며 머리를 바짝 들었다.

만약 마석 폭탄의 폭발을 분해할 수 있다면, 어쩌면…….

이호성은 무장의 검을 꽉 쥐었다.

에이스를 쓰러트릴 수 있을지도.

아니, 강민성이 올 때까지 충분히 시간을 끌 수 있을지도 몰라.

가슴속에서 뜨거운 감정이 소용돌이 쳤다.

자신은 비록 213레벨밖에 되지 않는 헌터지만, 에이스에게 상성상 유리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시간을 끄는 건 충분해.

비록 폭발을 분해할 때마다 이 비싼 무기의 내구도가 심각하게 깎여 나가긴 하겠지만, 절대 답이 없는 게임은 아니다.

이호성은 민성에게 다시금 놈을 추적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근처에 세워 둔 자신의 차량으로 전속력으로 뛰어갔다.

전신에서 아드레날린이 슈퍼카의 피스톤처럼 작렬했다.

* * *

빗물이 떨어져 내렸다.

아주 얇은 비는 기분 나쁘게 추적추적 떨어졌다.

에이스는 차량 한 대도 보이지 않는 한적한 도로의 중심에서 자유를 만끽하듯 검은 하늘을 보며 비를 느꼈다.

세상이 온통 자신의 손끝에서 파괴되고 있다.

스트레스가 풀린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

단순히 파괴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원하는 건 오직 극단의 혼란.

그것뿐이니까.

끼이이이이익!

그때, 커다란 차량이 드리프트를 하며 에이스와 가까운 곳에서 멈춰 섰다.

에이스는 고개를 모로 꺾으며 차량을 보았다.

그곳에서 이호성이 내리자 순간 그의 동공이 커졌다.

이호성은 바닥에 침을 탁 뱉었다.

“어이, 폭탄 테러범. 어딜 자꾸 도망 다니는 거냐?”

이호성이 ‘무장의 검’을 꺼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려 비웃음을 던졌다.

에이스의 눈이 살기로 번들거렸다.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네까짓 놈이?”

그 말에 이호성은 훗 하고 웃었다.

“사람 앞일이라는 게 말이야. 원래 한 치 앞도 모르는 거거든. 이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폭탄 성애자 새끼야.”

에이스의 시선이 이호성이 들고 있는 핏빛의 검, 무장의 검으로 향하더니 음흉하게 웃었다.

“좋은 검을 들고 있구나, 너…….”

“탐내지 마라. 이 정신 나간 변태 놈아.”

에이스는 킬킬 웃었다.

“네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에 이호성은 코웃음을 쳤다.

“그건 해 보면 알게 되겠지.”

그러나 호기로운 태도와 달리 이호성의 팔다리는 상당히 떨리고 있었다.

센 척을 하고 있지만 긴장한 게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귀여운 녀석이네.

에이스는 템 창에서 폭탄 두 개를 꺼냈다.

고작해야 검 한 자루다.

검 한 자루로 마석 폭탄의 대미지를 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에이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폭탄을 집어 던졌다.

콰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땅이 터지면서 흙들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이호성은 뿌연 흙먼지를 뚫고 정면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들어왔다.

“죽어라.”

힘을 실은 이호성의 검 끝이 에이스의 이마를 향해 찔러 들었다.

에이스는 아주 얇은 오러를 머금고 공격해 오는 검을 보며 실소를 흘렸다.

그가 검을 피함과 동시에 주먹으로 이호성의 옆구리를 가격하자, 이호성은 마치 배트에 맞은 공처럼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에이스는 쓰러져 있는 이호성에게로 걸어가며 킬킬 웃었다.

“날 폭탄밖에 던질 줄 모르는 바보로 알고 있는 거야? 응? 이 귀여운 원숭이야.”

이호성이 검으로 바닥을 누르면서 부들거리며 일어났다.

그에 에이스가 낄낄 웃으며 폭탄을 하나 더 던졌다.

콰아아아앙!

불꽃이 터지며 이호성의 등 뒤에 있던 건물에 구멍이 뚫렸다.

검을 세로로 세워, 날아오는 폭탄 대미지를 또다시 분해시킨 것이다.

간신히 서 있긴 하지만, 다리가 떨리고 있다.

이번엔 긴장이 아닌 대미지에 의한 흔들림이었다.

에이스는 그런 이호성을 보며 길게 입을 늘였다.

“네까짓 놈이 검 한 자루 들고 있다고 설치고 다닐 수 있는 세상이 아니야. 세상은…… 불합리하고 불완전하니까.”

한데 이호성이 일그러진 얼굴로 피식 웃자, 에이스는 그 모습을 의아하다는 듯 볼 수밖에 없었다.

“세상을 모르는 건 너야.”

“…….”

“설령 내가 오늘 너에게 죽는다고 해도, 넌 곧 만나게 될 거다.”

“누구를?”

“인류 역사상 가장 불합리한 존재를.”

에이스는 검지로 인중을 긁적였다.

“이 조그마한 땅에 그런 인간이 존재하나?”

“존재해. 넌 그런 존재의 밥그릇을 뺏으려 들었던 거고.”

“그놈이 대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나를 잡을 수 있는 놈은 존재하지 않아.”

그가 음험하게 웃었다.

“왜냐하면 나를 잡을 만한 놈들은 이미 다 한통속이니까.”

“……뭐?”

이호성의 놀란 눈이 에이스에게 향했다.

“잡담은 이쯤 하고. 통증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려 주도록 해 볼까.”

에이스가 혀를 길쭉하게 내밀며 웃었다.

흡사 괴물이 웃는 것만 같은 흉악한 웃음이었다.

이호성은 여유가 사라진 얼굴로 뒷걸음질 치다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음을 감지하곤 에이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에이스는 여유 있게 이호성의 공격을 피했다.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지만 이호성이 들고 있는 무장의 검은 에이스의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다.

마치 나비가 춤을 추듯 살랑거리며 이호성의 공격을 피해 내던 에이스가 발을 휘둘렀다.

그의 발등이 이호성의 비어 있는 옆구리를 걷어찼다.

쿠웅!

육중한 충격이 울렸다.

이호성은 허공을 날아 꼴사납게 떨어지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이호성이 피를 토하며 옆구리를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에이스는 빙글빙글 웃으며 이호성에게로 걸어갔다.

“너무 괴로워하지 마.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크히히.”

그가 엎드려서 떨고 있는 이호성의 턱을 차올렸다.

뻐어어어억!

이호성이 허공으로 떠오르자, 에이스가 공중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이호성의 허리를 발로 찼다.

이호성은 그대로 미끄러지듯이 바닥에 엎어져 밀려 나갔다.

미동 없이 엎어져 있는 이호성을 보던 에이스는 맥 빠진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가 뚜벅뚜벅 걸어가 이호성을 발로 밀어서 하늘을 보게끔 만들었다.

이호성은 가늘게 호흡하고 있었다.

조금의 저항도 불가능한 상태.

“지금부터 네 발끝부터 머리까지 차례차례 뼈를 부수기 시작할 거야.”

에이스가 템 창에서 망치 형태의 무기와 치료 회복 물약을 꺼내 들었다.

“구하기 힘든 치료 물약도 있어. 그러니 고통을 다 느끼기 전에 죽는 일은 없단다.”

그러곤 반쯤 풀린 눈으로 이호성을 내려다보며 혀를 날름거렸다.

“손가락이 좋을까, 아니면 발가락부터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던 에이스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호성의 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가 그대로 이호성의 발을 망치로 내려찍으려던 그때.

바아아아아아아아앙!

강렬한 배기음을 터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이스는 굽혔던 등을 천천히 펴고 뒤를 돌아보았다.

금발 머리의 미녀가 바이크를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중앙 기관의 기타 능력자 김지유는 에이스를 향해 대형 자동 권총을 겨누었다.

타아아앙!

데저트 이글이 불꽃을 터트리며 탄환을 발포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온 탄환 하나가 에이스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겨우 권총 따위로…….”

퍼어어어엉!

탄환은 그대로 벽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다.

에이스는 놀란 눈으로 커다란 벽이 뚫린 것을 돌아보았다.

“블랙 미스릴 탄환?”

에이스가 중얼거렸고.

“한눈 팔지 마라, 테러범.”

어느새 바로 인근까지 당도한 김지유가 바이크 위, 공중으로 뛰어오른 채 에이스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었다.

블랙 미스릴 탄환이 발포되는 그 순간, 에이스가 폭탄을 던졌다.

탄환과 폭탄이 충돌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공중에서 불꽃이 터지며 폭발했다.

김지유는 폭발을 뚫으며 에이스에게 곧장 돌진했다.

김지유의 새하얀 주먹이 스트레이트로 파고들었다.

에이스는 이를 악물며 양팔을 X자로 교차시켰다.

가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에이스의 몸이 뒤로 쭈욱 밀려났다.

신발이 바닥을 긁어 연기가 피어올랐다.

에이스는 욱신거리는 팔의 통증을 느끼며 크히히히! 하고 웃었다.

“제법인데, 계집?”

그가 재미있다는 듯 양쪽 입꼬리를 귀에 걸 듯이 크게 올렸다.

김지유는 냉정한 얼굴로 템 창에서 얇은 레이피어 한 자루를 꺼냈다.

“네 물음에 대한 답은 오직 죽음뿐이다. 폴 에이스.”

“아아! 너구나. 중앙 기관의 기타 능력자가.”

에이스가 재킷을 벗고 셔츠 소매를 걷으며, 뱀처럼 혀를 날름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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