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자의 삼시세끼-56화 (56/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56화>

* * *

쿵쿵쿵!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났다.

커피 머신을 이용해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하고 있던 민성은 시끄럽게 울리는 현관 소리에 미간을 구기며 문을 열었다.

문 너머로 혼이 빠져 있는 듯한 이호성의 얼굴이 보였다.

“허, 헌터님. 큰일입니다.”

이호성의 표정을 보며 민성은 아메리카노를 호로록 마셨다.

“그때 그 폭발 사고를 일으킨 테러범이요. 지금 서울 상권을 닥치는 대로 폭파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게 뭐?”

민성이 차갑게 되물었다.

“그것은 즉…… 맛집이 파괴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민성의 손에 들려 있던 머그컵이 바닥에 떨어졌다.

쨍그랑!

머그컵이 깨지면서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팍! 물감처럼 퍼졌다.

깨진 컵과 초점을 잃은 민성을 번갈아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던 이호성이 마른입술을 혀로 핥았다.

“헌터님, 당장 놈을 잡으러 저와 함께 가시죠.”

“이호성.”

“네?”

“놈을 찾아라.”

“예?”

“찾아서, 잡아 놓고 위치 보고해.”

이호성의 얼굴이 초조한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헌터님. 그 에이스라는 미친놈, 레벨이 없어요. 기타 능력자일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예? 그래서가 아니고, 제가 그 미친놈이랑 마주쳤다간 바로 죽을 텐데요?”

“그럼 나한테 죽는 건?”

“……차, 찾아야죠. 바로 찾아서 연락 드리겠…….”

콰앙!

민성이 현관문을 닫았다.

* * *

이호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하늘을 보았다.

쾌청한 날이다.

“……죽기 딱 좋은 날이군.”

이호성은 담배를 물며 운전석에 탄 뒤,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세게 틀었다.

자꾸만 긴장으로 몸에 배어드는 땀을 식히기 위해서.

“스읍, 후우.”

담배를 피워도 초조한 긴장감이 명치 끝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이호성은 눈썹을 긁적였다.

“그래, 시X. 강민성한테 죽으나, 그 미친놈한테 죽으나. 그게 그거지.”

어차피 처음 강민성을 만났을 때 죽었어야 할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거 아니던가?

그래, 한번 해 보자.

자신이 가야 할 길은 하나뿐이니까.

* * *

다이아몬드 클랜의 클랜원들에게 에이스의 위치를 알아낼 경우, 즉시 자신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해 두었다.

이호성은 차를 타고 에이스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으나, 순찰을 돌고 있는 경찰이나 중앙 기관 헌터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호성이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 있는 거야, 이 정신 나간 폭탄 테러범 자식은.”

- 현재 중앙 기관에서 폭탄 테러리스트인 에이스를 가깝게 뒤쫓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차량 라디오에서 에이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호성이 긴장한 얼굴로 허리를 바짝 세우고 라디오 음량을 높였다.

- 에이스는 현재 청담동 쪽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청담동 부근에 위치한 시민들께서는…….

심장이 찢어질 듯 두근거렸다.

“시X, 진짜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호성은 앞머리를 쥐어뜯다가, 고민을 마치고서 핸들을 빠르게 돌리며 액셀을 밟았다.

끼리릭!

부아아아앙!

이호성의 차가 배기음을 터트리며 급출발했다.

빠아아아아앙! 빠아아앙!

이호성이 불법 유턴을 하자 사고가 날 뻔했던 차들이 경적을 시끄럽게 울렸다.

이호성은 그런 그들의 경적을 무시하며 앞을 가로막는 차들을 추월했다.

* * *

중앙 헌터 기관 병사들이 에이스를 뒤쫓고 있는 가운데, 빌런 수용소가 폭파되면서 수용소를 탈출한 몇몇 죄수들은 기관에 대한 보복으로 에이스의 추적을 막았다.

중앙 기관 병사와 수용소를 탈출한 죄수들이 맞붙는 사이, 고성능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고 있는 에이스는 광기 어린 웃음을 흘리며 폭탄을 던졌다.

“크하하하하하하!”

그가 던진 폭탄이 떨어질 때마다 자연 재해처럼 사방이 폭발하고 불바다가 되었다.

주변을 터트리며 신나게 즐기던 에이스는 ‘음?’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중앙 헌터 병사들이 빌런 수용소 죄수들을 모두 처리하고 자신의 등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크히히.”

에이스가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바이크 핸들을 꺾었다.

끼이이이이이이익!

그가 탄 바이크가 타이어를 바닥에 긁으며 180도 회전해서 도로 중앙에 멈춰 섰다.

에이스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중앙 기관의 헌터들을 보며 땀에 젖은 머리를 쫙 쓸어 올렸다.

“안녕.”

중앙 헌터 기관 병사들이 바닥에 설치해 둔 폭탄 부근에 이르자, 에이스가 작은 기계의 스위치를 눌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땅이 깨지면서 수류탄보다도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허공으로 높게 솟아오르는 돌 파편과 불꽃, 그리고 비산하듯 튕겨져 나가는 중앙 헌터 기관의 병사들.

그 광경을 에이스는 흥분된 눈으로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하하하!”

끼이익!

바이크가 회전하며 에이스가 다시 질주를 이어 갔다.

* * *

에이스의 위치로 추정되는 곳으로 향하던 이호성은 반대편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분명 가까운 곳에서 에이스가 무차별적으로 폭탄 테러를 벌이고 있는 게 확실했다.

“어우, 쫄려.”

이호성은 전방을 주시하면서 민성에게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했다.

민성이 도착했을 때 놈이 다른 위치에 있다면 강민성은 자신을 처죽이려 들 게 틀림없었다.

‘놈을 잡아 놓고 시간을 끌면서 강민성을 불러야 돼.’

그게 강민성이 원하는 것이다.

“오늘 세상 하직할 수도 있겠군.”

이호성은 이마와 가슴에 십자가를 그으며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

* * *

끼익!

이호성의 차량이 멈춰 섰다.

창문을 내리고 그 너머의 광경을 보며, 이호성은 어두운 얼굴로 침음을 삼켰다.

재해가 일어난 듯한 현장이다.

높은 빌딩과 건물들이 구멍이 나듯 뚫려 있거나, 날아가 있거나, 무너져 내려 있다.

수많은 헌터들은 마석 폭탄에 의해 시커먼 잿더미가 된 채로 미동 없이 쓰러져 있었다.

헌터뿐만이 아니라 아무런 죄 없는 일반 시민들까지도 보였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참담한 현장이었다.

이호성의 눈에 푸른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아무리 개차반으로 살아왔다고는 하지만, 이렇듯 죄 없는 일반 시민을 죽이진 않았다.

그런데 에이스란 이 사이코패스는 헌터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도 무차별적인 학살을 벌이고 있었다.

던전의 몬스터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는 건 헌터.

자신은 그런 특별한 자격을 얻은 헌터고, 에이스는 인류를 위해 죽여야 할 몬스터였다.

“반드시 호랑이 아가리 속으로 밀어 넣어 주마, 이 미친 새끼야.”

* * *

에이스는 고층 빌딩에서 보드카를 마시며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여기저기서 불이 나고, 인근 지역으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었다.

자신을 찾으려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중앙 기관의 헌터들도 보였다.

“하등한 것들.”

에이스가 앉아 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도로의 차량들을 향해 마석 폭탄을 던졌다.

차량이 집결되어 있는 도로 위로 폭탄이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순식간에 수십 대의 차량이 폭발했다.

참혹한 죽음의 거리로 변한 도로를 응시하던 에이스가 순간 눈썹을 치켜떴다.

철컥.

뒤를 돌아보자, 옥상 문을 열고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이아몬드 클랜의 클랜장

Lv213 이호성

에이스는 이호성을 보며 양쪽 입꼬리를 위로 길게 올려 웃었다.

* * *

“헬로 베이비?”

에이스가 눈웃음을 지으며 인사하자, 이호성은 짧게 한숨 쉬었다.

“생각보다 빨리 찾았네. 반갑다, 이 미치광이 폭탄 테러범아.”

이호성이 휴대폰을 꺼내면서 에이스를 향해 미소 지어 보였다.

에이스는 마치 호기심이 가득한 어린아이처럼 이호성을 주의 깊게 응시했다.

자신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에이스의 시선을 느끼며, 이호성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디로 전화를 거는 거야? 중앙 기관?”

에이스가 물었다.

이호성은 쓴웃음을 흘렸다.

“아니. 중앙 기관은 아니야.”

에이스의 입꼬리가 아래로 내려갔다.

“그럼 엄마한테 전화라도 하는 건가?”

“많이 궁금한 모양인데…… 내가 지금 전화를 걸고 있는 건…….”

이호성이 굳은 얼굴로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X발, 왜 전화를 안 받아!?’

소리샘으로 연결된다는 알림이 나오자 이호성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전화를 연결하여 약 3분 정도만 끌면 될 줄 알았는데, 강민성이 전화를 받지 않으리라는 건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

기껏 죽을 각오로 에이스 앞에 섰건만, 전화를 안 받는다니…….

이호성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현재 상황과 위치에 대한 문자를 적어 보냈다.

그때, 에이스가 이호성에게 저벅저벅 여유 있게 걸어왔다.

이호성은 서둘러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아이템 창 안에서 검을 꺼냈다.

핏빛의 색감을 머금은 무장의 검이었다.

이호성이 무장의 검 손잡이를 강하게 쥐며 에이스를 노려보았다.

“에이스.”

에이스를 부르자 그가 약 세 발자국 앞에서 멈춰 섰다.

“넌 너무 많은 건물을 무너트렸어. 건물뿐만 아니라 가게까지도. 그게 얼마나 큰 실수인지 넌 아직 모르겠지.”

이호성이 비웃음을 던졌다.

서울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에이스와 바로 앞에서 대치 중인 터라 죽음의 다리 하나를 걸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어떻게든 시간을 끄는 거니까.

“실수?”

에이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넌 아주 큰 실수를 했어. 건물이나 가게를 무너트린 것보다 훨씬 중대한 실수. 넌 맛집을 파괴했다.”

에이스는 눈을 깜빡이며 잠시 멍하니 이호성을 보다가 크히! 하고 짧게 웃었다.

“그게 어째서 실수가 되는 거지?”

“악마의 밥그릇을 뺏으려 들었으니까.”

“악마? 누가 악마인데?”

이호성이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궁금해?”

“아니.”

순간 에이스가 천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에 이호성은 초조한 얼굴로 그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뭐 하는 거지, 이 자식? 왜 뒤로 가는 거야?

설마…….

툭!

에이스가 난간 위에 발을 모으고 섰다.

“악마는 존재하지 않아. 이 세상엔 생명체와 무생명체만 있을 뿐이니까.”

마석 폭탄을 바닥에 공 굴리듯 던진 에이스는 양팔을 벌리고 빌딩 난간 아래로 번지점프를 하듯 떨어졌다.

X됐다.

호기심을 끌지 못했어.

이대로 죽는 건가?

이호성은 커다랗게 뜬 눈으로 곧 폭발할 폭탄을 보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석이 폭발하면서 오러 에너지가 화염과 함께 쏟아져 나왔다.

이호성의 뇌리에 지난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인생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다니.

……빌어먹을

이호성의 무장의 검을 들고 눈을 질끈 감았다.

어……?

근데 왜 통증이 느껴지지 않지?

벌써 죽은 건가? 라고 생각하며 눈을 뜨자, 시스템 음성이 들림과 동시에 문구가 보였다.

[‘무장의 검’이 마석 폭탄의 폭발을 ‘분해’했습니다.]

[무장의 검이 손상되었습니다.]

[무장의 검 내구도 : 9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