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자의 삼시세끼-53화 (53/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53화>

* * *

최악의 감옥이라 일컬어지는 르 상트 감옥.

전직 교도소 소장도 르 상트 감옥을 현세의 지옥이라고 칭할 만큼, 수감자보다 많은 쥐와 해충이 들끓는 독한 환경을 자랑한다.

복도를 걷는 교도관을 수감자들이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교도관은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들의 방으로 들어가 흠씬 두들겨 패 주었다.

이후로 교도서가 조금은 조용해지자, 교도관은 수감자들을 보며 비웃음을 던졌다.

“구더기 같은 것들.”

다시 복도를 걷던 교도관이 우뚝 멈추어 서서 홀로 수감되어 있는 수감자 한 명을 응시했다.

마른 체구에 온몸에 문신이 가득한 수감자.

그는 교도관을 향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교도관님.”

수감자의 인사를 받은 교도관은 그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때, 신입 교도관 하나가 업무를 마치고 뛰어와 옆에 섰다.

“선배님. 2관 체크 끝났습니다.”

“야, 신입.”

“네?”

“저 수감자 이름이 뭔지 알아?”

교도관이 묻자, 신입 교도관이 궁금한 얼굴로 수감자를 보았다.

섬뜩한 눈을 한 수감자를 보고 신입은 살짝 긴장한 표정이 됐다.

“이름이 뭔데요?”

“에이스.”

“에이스?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

“사이코패스야. 아비가 알코올 중독에 도박 중독까지 있었다고 하더군.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에이스 카드로 보였다는 거야. 그래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는군.”

“아……! 기억났어요. 5개 국어를 할 정도로 똑똑하고, 무려 102명의 헌터를 살해한 사이코패스……. 그럼 저 수감자가 그 유명한 에이스군요.”

교도관은 벌레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유명하긴. 그냥 인간쓰레기일 뿐이야.”

갇혀 있는 수감자 에이스가 자신을 비하하는 교도관을 보며 큭큭 웃었다.

“무서워서 들어오지도 못하는 주제에.”

에이스의 말에 교도관은 굳은 얼굴로 바닥에 침을 탁 뱉었다.

“헤이, 에이스.”

“말씀하시죠. 교도관님.”

에이스가 여유로운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교도관은 쇠창살 가까이 붙으며 코웃음을 쳤다.

“사형 집행 날짜가 나왔다. 내일이야.”

교도관의 말에 에이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놀리듯이 미소 지었다.

“사형 집행은 중지될 거야. 난 곧 풀려날 거고.”

교도관이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에이스는 고개를 숙여 큭큭거리며 웃더니 이내 광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하!”

미친 듯이 웃고 있는 에이스를 보며 교도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일 죽는다고 하니 완전 미쳐 버린 모양이군. 애초에 미친 녀석이었지만 말이야.”

그 순간, 에이스가 쇠창살 쪽으로 빠르게 걸어와 쇠창살을 양손으로 팍 움켜잡았다.

깡-!

교도관과 신입은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이봐, 교도관. 너무 재미있지 않아? 내가 이곳을 나간다는 거 말이야.”

“뭐, 뭐가 재미있어, 이 미친 사형수야!”

에이스가 광기에 가까운 미소를 지었다.

“문 열어. 자유를 찾을 시간이야.”

교도관과 신입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때-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교도관과 신입은 발자국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교도소 소장이 굳은 얼굴로 걸어오고 있었다.

교도관과 신입이 즉시 경례했다.

“1827번. 데리고 나와.”

소장의 말에 교도관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쇠창살 안에서 킬킬거리며 웃는 에이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교도관은 어금니를 뿌득 갈며, 에이스의 감옥 문을 열었다.

에이스가 콧노래를 부르며 치렁거리는 수갑 찬 손목을 내밀자, 교도관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의 수갑에 열쇠를 꽂아 풀었다.

에이스는 휘파람을 불며 소장과 함께 복도를 걸었다.

* * *

대로변에 위치한 대형 빌딩 1층에 위치한 BBK 치킨 본점.

민성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최고의 프랜차이즈 치킨 본점을 찾았다.

보통의 프랜차이즈 치킨점은 작은 규모이지만, 민성이 찾은 꼿은 본점인 만큼 평수도 넓고 굉장히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었다.

밤이 되자 바가지가 주머니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민성은 그런 바가지의 밋밋한 머리를 매만지며 BBK 치킨 본점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BBK 치킨입니다.”

위아래로 검은 유니폼을 입은 젊은 직원들이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했다.

민성은 주변을 훑었다.

이제 막 저녁인데도 BBK 치킨 본점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모두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성은 가게 안쪽, 푹신한 소파가 있는 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소파도 푹신하고 테이블 높이도 적당하다.

민성은 만족한 얼굴로 메뉴판을 확인했다.

대형 프랜차이즈점인 만큼 이 치킨집은 다양한 메뉴를 갖고 있었다.

일반 프라이드치킨부터 시작해서 25종에 달하는 수많은 메뉴까지.

독특하고 개성 있는 메뉴들도 좋았지만, 귀환 후 처음 먹는 치킨이기 때문에 가장 기본이 되는 메뉴를 시켜 먹고 싶었다.

민성은 길게 고민하지 않고 벨을 눌렀다.

여직원이 꽁지로 묶은 머리를 찰랑이며 뛰어왔다.

“네. 주문 도와 드릴게요.”

“프라이드 반, 양념 반. 생맥주 하나.”

“알겠습니다. 생맥주는 500cc 맞으시죠?”

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 30분 걸리실 거예요. 맥주부터 먼저 갖다 드릴까요?”

“아니. 치킨 나올 때 같이.”

여직원이 건강한 미소를 지었다.

“네. 알겠습니다.”

민성은 멀어지는 직원을 보며 생각했다.

단순히 친절한 게 아니라 에너지가 있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넓은 홀을 책임지는 서버들은 하나같이 파이팅 넘치는 활기찬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좋은 시스템이군.

민성은 팔짱을 끼고 치킨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째깍. 째깍. 째깍.

시간이 흐르고 있음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한데 여느 때와는 다르게 훨씬 더디게 느껴진다.

조금 괴롭군.

민성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가게 안에서 치킨 냄새를 맡으며 30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각오한 일.

민성은 인내를 가지고 1초를 버티는 심정으로 치킨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인고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치킨과 맥주가 나왔다.

민성은 눈을 번쩍 떴다.

테이블 위에 있는 치킨과 500cc 생맥주가 눈에 들어오자 심장이 쿵쾅거렸다.

마치 구름처럼 보이는 풍성한 튀김옷을 입은 프라이드치킨과 윤기가 좔좔 흐르는 양념치킨이 자신의 자태를 영롱하게 빛냈다.

그래, 역시 학센이고 나발이고 한국 치킨이 최고다.

시끌벅적한 BBK 치킨 본점 가게 안에서, 민성은 설레는 마음으로 프라이드치킨의 닭다리 하나를 손에 들었다.

‘치킨은 손으로 먹어야 제 맛이지.’

긴장된 마음으로 닭다리를 입으로 가져가 깨물려는 그 순간-

콰카카카캉!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빌딩 상층부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후두두둑!

천장에서 뿌연 분진이 떨어져 내렸다.

“…….”

분진은 치킨 위로 소복이 쌓였다.

잠시 정적에 사로잡힌 가게 내부.

이내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가게 밖으로 달려 나갈 때 연쇄 폭발이 터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새빨간 불꽃과 함께 BBK 치킨 본점 가게가 폭발하고 건물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민성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 * *

“크히히히히히!”

에이스는 고층 빌딩이 폭발하며 위에서부터 아래로 허물어지듯 무너지는 광경을 지켜보며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흘렸다.

“아름다워. 너무 아름다워.”

잔뜩 흥분한 눈으로 회색 먼지와 시커먼 연기로 가득한 현장을 바라볼 때, 전화벨이 울렸다.

에이스는 입맛을 다시며 전화를 받았다.

- 운전기사를 보냈다.

“형제. 날 너무 빨리 보고 싶어 하는 거 아니야?”

에이스가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했다.

- 마석이 필요하지 않나?

그의 입이 길게 찢어졌다.

“필요하지.”

끼이익!

차가 급정거하는 소리가 남과 동시에 에이스가 뒤를 돌아보았다.

깔끔한 슈트 차림의 사내가 운전석에서 내려 정중히 머리 숙여 인사한 후, 고급 세단의 차 뒷문을 열어 주었다.

에이스는 킬킬 웃었다.

“곧 만나자고, 형제.”

전화를 끊고 탑승하자 차가 출발했다.

서울 풍경을 훑어보며 감상하던 에이스가 코를 훌쩍이며 혀를 달싹였다.

그는 차량 창틀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운전석에 앉은 기사를 보았다가, 내비게이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목적지 주소를 기억한 에이스는 이내 운전석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담배 좀 사게 편의점 앞에 세워 봐.”

운전기사가 가까운 편의점 쪽 갓길에 차를 세웠다.

“땡큐.”

에이스는 운전기사의 어깨를 탁탁 두드려 준 후 차에서 내렸다.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자마자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소, 손님. 여기서 담배 피우시면 안 돼요.”

그에 에이스가 편의점 여자 알바생을 향해 담배 연기를 뿜으며 길쭉하게 미소 지었다.

“이봐, 이쁜이. 재밌는 거 보여 줄까?”

“……네?”

그가 계산대 테이블에 엉덩이를 대고 걸터앉아, 자신이 타고 온 검은색 차량을 가리켰다.

“저기, 저 차 안에 사람 타고 있는 거 보이지?”

여자 알바생이 침을 꼴깍 삼키며 차를 보았고, 에이스가 손가락을 딱! 튕기는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운전기사가 타고 있는 검은 세단 차량이 강렬한 불꽃을 터트리며 그 자리에서 폭발했다.

“꺄아아아악!”

여자 알바생이 넘어갈 듯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에이스는 고개를 젖히며 웃었다.

“진짜 재밌지 않아? 응? 재밌지 않냐고, 하하하하하하!”

여자 알바생은 눈물이 번진 얼굴로 바들바들 떨었다.

이에 에이스가 웃음을 뚝 멈추고, 여자 알바생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재미없나?”

에이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편의점을 나왔다.

담배 연기를 뿜으며 노란 택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 그는 품 안에서 총을 꺼내, 근처에 있는 노란 택시 운전석을 향해 겨누었다.

타앙! 타앙! 타아앙!

무표정한 얼굴로 차 문을 열어 죽은 운전사를 바깥으로 끌어내린 에이스는 피로 물든 운전석에 올라타 액셀을 밟았다.

노란 택시의 타이어가 급회전하며 출발했다.

에이스는 콧노래를 부르며 백미러를 통해 불타고 있는 차량을 보았다.

“음음음-♪”

더 선명한 콧노래 소리와 함께, 에이스의 노란 택시가 서울 외곽으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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