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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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폰의 등장과 죽음으로 언론이 시끄러운 가운데, 이호성은 민성과 학센을 먹기 위해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으로 넘어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소시지 하나 먹고, 비행기로 뮌헨에 가는 일정이라니…….
이호성은 자신이 짜고도 어이가 없었지만, 오로지 음식에만 초점을 맞춘 해외 일정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도 자신할 수 있는 해외 맛집 정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동 경로의 폭이 다소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 덕분에 55분 만에 뮌헨에 착륙한 그들은 택시를 타고 뮌헨의 대표 맛집 앞에 도착했다.
* * *
“미슐랭 원스타 맛집이라고 합니다.”
이호성이 가게를 가리키며 말했다.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 미슐랭이 발간하는 여행 안내서에서는 최고의 레스토랑을 찾아 별점을 준다.
미슐랭 가이드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미슐랭 별점을 받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 되었다.
이호성이 찾은 학센바우어 맛집은 그가 말한 대로 미슐랭 별을 받은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이었다.
민성은 가게 간판과 가게의 전체적인 외부를 살폈다.
간판 이름은 No1 학센바우어.
초록 바탕의 심플한 외관은 화려하진 않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을 갖고 있었다.
확실히 외국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과는 그 분위기부터가 완전히 달랐다.
“헌터님, 들어가시기 전에 이걸 한번 봐 주시죠.”
이호성이 왼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를 따라가 보자 창문 너머로 학센이 구워지고 있는 게 보였다.
학센은 독일의 축제나 비어 하우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독일식 족발 요리다.
주재료는 돼지 뒷다리 정강이살.
학센이 일렬로 꼬치처럼 꿰여 돌아가면서 통으로 구워지고 있다.
한국의 전기 통닭과 닮은 모습이다.
하지만 디테일이 확실히 다르다.
자세히 보니 단순히 외견만으로도 입에 군침이 돌 만큼 육질이 부드러워 보였다.
소시지를 먹었음에도 소시지가 전채 요리라고 생각될 만큼, 식욕은 그 어느 때보다 무섭게 위를 자극했다.
“들어가자.”
민성은 이호성을 두고 먼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에 앉자 이호성이 주문을 도왔다.
“헌터님, 학센을 먹기 위해 온 만큼 학센을 시키겠습니다. 그리고 학센만 먹으면 느끼할 수 있다고 하니 양배추 절임 어떠십니까?”
“그렇게 주문해.”
이호성은 주문을 마친 뒤, 민성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헌터님, 그럼 식사하시고 전화 주십시오.”
민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호성을 물리곤 가게 내부를 살폈다.
가게 안쪽은 확실히 유럽의 정취가 물씬 묻어났다.
따뜻한 느낌의 조명과 커다란 아치형 창문.
그리고 목재로 이루어진 테이블과 의자, 목재 바닥.
학센이라는 것을 먹기엔 더없이 좋은 인테리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성은 주변에서 학센을 먹고 있는 걸 보며 손으로 목을 문질렀다.
목이 말랐다.
메뉴판을 본 민성이 직원을 호출해 맥주를 주문했다.
독일은 맥주와 소시지의 나라니까 맥주도 먹어 줘야겠지.
잠시 후, 직원이 맥주를 가져다주었다.
민성은 사진을 찍어 이호성에게 보내 주고 설명해 달라고 말했다.
잠시 후 답장이 왔다.
이호성에 의하면 직원이 가져온 맥주는 헤페바이첸 중의 하나로, 독일을 대표하며 평점이 굉장히 높은 거라고 한다.
직원이 제대로 된 걸 가져온 모양이다.
민성은 테이블 위로 놓인 맥주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술이라고는 전에 이호성과 함께 소주를 마신 게 전부라 맥주를 먹어 본 적은 없었다.
왠지 기대되는걸?
첫 맥주가 독일에서 먹는 오리지널 맥주라…….
민성은 엷게 웃었다.
괜찮군.
민성이 길고 차가운 잔을 들어 입가로 가져갔다.
꿀꺽- 꿀꺽꿀꺽-
목젖이 꿀렁이며 단숨에 맥주 한 잔의 절반을 비워 버렸다.
민성은 손등으로 입가에 묻은 거품을 닦으며 미간을 굽히고서 감탄한 눈으로 잔을 쏘아보았다.
“크으…….”
대단하다.
맛있어.
너무 맛있게 시원해.
이게 맥주란 거군.
탄산음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 맛의 깊이가 주는 시원함과 청량함, 그리고 세포로 퍼지는 알코올의 느낌.
독일의 오리지널 맥주가 가진 본연의 맛에 대한 감탄이 이어졌다.
민성이 맥주를 신비롭다는 듯이 보고 있을 때,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학센이었다.
민성은 맥주에서 시선을 떼고 학센을 자세히 보았다.
미슐랭 원스타를 받는 것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음식.
우선 먹어 보자.
민성은 나이프로 학센을 썰어 먹어 보았다.
껍질은 상당히 단단하고 짜지만, 속살은 부드럽고 촉촉하여 간이 적당했다.
감자가 동그란 모양으로 두 알이 나왔는데, 간이 조금도 되어 있지 않은 것이었다.
민성은 껍질과 감자, 그리고 고기를 한 번에 입에 넣었다.
어금니에서 감자가 으깨지고, 짜디짠 껍질의 맛과 촉촉한 속살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그 맛을 드러냈다.
민성은 학센을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외국 요리.
미슐랭 원스타까지 받은 음식.
꽤 맛있다.
* * *
식당 밖으로 나오자 밤이 상당히 깊었다.
하늘은 칠흑처럼 어두웠고 조명을 밝히고 있는 이국의 거리는 아름다웠다.
민성은 독일의 거리와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이호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 전화를 받지 않아 소리샘으로……
민성은 미간을 팍 구겼다.
어딜 간 거야?
민성이 전화를 안주머니에 넣고 주변을 살폈다.
한데 그때, 저 멀리서 이호성이 시뻘건 얼굴로 뛰어오는 게 보였다.
“헌터님! 살려 주십시오오-!”
이호성 뒤로는 닭처럼 생긴 몬스터가 뒤쫓아 오고 있었다.
“뭔 놈의 닭 레벨이 300이나 되냐고오-!”
눈물 맺힌 얼굴로 미친 듯이 뛰고 있는 그의 뒤로, 몬스터가 꼬꼬댁! 하고 닭 소리를 내며 이호성을 죽일 듯이 바짝 따라붙었다.
Lv300 변종 닭
일반 닭은커녕 사람보다도 몇 배나 큰 닭이다.
민성은 그런 이호성과 그를 뒤쫓는 변종 닭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헌터님, 살려 달라고요!”
민성의 지척에 다다른 이호성이 울부짖듯이 소리 질렀다.
“그냥 죽어.”
민성이 그 말을 남기고 택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먹고 싶은 소시지도 먹었고, 학센도 먹었고, 맥주도 먹었다.
비행기 안에서 푹 잘 수 있을 것만 같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민성은 우뚝 멈추어 서서 변종 닭에게 쫓기고 있는 이호성을 돌아보았다.
“치킨이나 먹어 볼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한국에서도 못 먹어 본 게 많다.
기내식은 별로니, 한국에 도착하면 바로 치킨을 먹어야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민성이 자리를 떠날 때.
“헌터니이이이이이이임-!”
이호성의 절박한 목소리가 뮌헨의 거리에 동굴 속처럼 울려 퍼졌다.
* * *
한국으로 가고 있는 여객기 기내 안.
“X발, 진짜 죽을 뻔했어…….”
이호성은 파리한 안색으로 1등석 시트에 태아처럼 누워 웅크렸다.
아직도 그 변종 닭이 쫓아오던 순간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만약 독일 측 헌터 부대가 제때 출동해서 막아 주지 않았더라면 난데없이 닭에게 잡아먹힐 뻔했다.
참 지랄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났다.
이호성은 슬쩍 고개를 들어 민성의 자리를 보았다.
그는 잠들어 있었다.
대체 저 인간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보통 남자의 머릿속은 단순한데, 저 인간의 머릿속은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다.
예컨대 변종 닭에게 잡아먹히려 했을 때는 죽으라고 해 놓고, 독일 헌터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더니 1등석을 끊어 준다.
왜 저러는 거야?
아니, 1등석 안 끊어 줘도 되니까 좀 제때 살려 주면 안 되냐고.
“하…….”
이호성은 깊은 탄식에 가까운 숨을 내뱉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러다 제 명에 못 살지.
아…… 1등석을 같이 끊은 건 부려 먹기 편하려고 그런 건가.
이호성이 연거푸 한숨을 쉬다가 자신의 다이아몬드 클랜을 떠올렸다.
클랜은 잘 돌아가고 있으려나?
클랜에 대한 걱정을 하던 중 눈꺼풀이 서서히 무거워졌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 변종 닭이 나타났다.
“헉!”
이호성은 벌떡 일어나 퀭한 눈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 * *
늦은 새벽.
검은 로브의 사내가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호텔 레스토랑 VIP룸 안으로 들어갔다.
빨간 식탁보가 있는 원형 테이블.
휠체어에 앉아 안경을 쓴 온순해 보이는 외모의 남자가 검은 로브의 사내를 보고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왔어?”
검은 로브의 사내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곤 앉았다.
휠체어 남자가 검은 로브의 사내를 응시했다.
“이번에 에이스를 한국으로 끌고 들어올 생각이야.”
“생각보다 시기가 빠르네.”
휠체어 남자는 그늘진 눈으로 허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녀석이 한국에 오면…… 끔찍해지겠지.”
“이제 와서 흔들리지 마.”
그의 말에 휠체어 남자가 동의의 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래야지.”
“다른 사안은?”
휠체어 남자가 빙긋 웃었다.
“식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