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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48화 (48/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48화>

민성은 미간을 구기며 동부와 서부, 그리고 남부 기타 능력자들을 보았다.

그들은 넋 나간 얼굴로 현 상황을 지켜보다가 쓰러져 있는 김수현을 다시 보았다.

김수현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목을 잡고 두두둑 꺾었다.

“와…… 센데요?”

그가 헛웃음을 흘리면서 입에 고인 피를 툭 뱉어 냈다.

동부와 서부, 그리고 남부의 기타 능력자가 제각기 자신의 무기를 템 창에서 꺼냈다.

각자 기타 능력자인 만큼 전설 등급의 무기였다.

민성은 그런 그들을 보며 짧게 한숨 쉬곤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뜨며 그들을 보았다.

“들어와.”

민성이 말했다.

기타 능력자들은 민성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민성의 음성에는 거대한 기운이 서려 있다.

마치 용을 품은 듯한 거대한 형체의 기운.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국내 최고 수준의 무력을 자랑하는 기타 능력자들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수적 우세를 떠올리며 신호를 눈짓으로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마치 질풍처럼 사방에서 검기가 소용돌이 쳤다.

민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면을 박차 깃털처럼 뛰었다.

쏟아지는 검기 사이로 빛처럼 쏘아져 나간 민성이 동부 기타 능력자의 앞으로 순식간에 이동해 그의 목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덥석!

콰득!

“컥!”

동부 기타 능력자가 신음을 흘리는 동시에 민성의 손바닥이 그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퍼어어어어엉!

쿠드득!

민성이 손을 놓자, 동부 기타 능력자의 몸통이 뒤틀리면서 난간을 부수고 한강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민성은 이어 날아오는 푸른 검기를 주먹으로 뚫으며 서부 기타 능력자의 가슴 정중앙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콰아아앙!

폭음과도 같은 소리가 터지며 서부 기타 능력자가 도로 위로 날아가 아스팔트 지면을 깨면서 바닥을 나뒹굴었다.

순식간에 2명이 제압되자, 남부 기타 능력자와 김수현이 총력을 실어 공격했다.

빈틈없이 쏟아지는 검기 세례.

민성은 코웃음을 치며 템 창에서 오리하르콘 단검을 꺼냈다.

콰지지직!

뇌전을 흘리며 민성의 손에 뽑혀 나온 오리하르콘 단검이 횡으로 휘둘러졌다.

꽈르르르르릉!

천지(天地)를 울리는 뇌성(雷聲)!

쏟아지던 검기가 민성의 검기에 의해 증발하듯 사라졌다.

뇌력을 머금은 민성의 검기는 그들의 몸을 감싸고 있던 보호막과 그대로 충돌했다.

콰아아앙!

보호막에 균열이 생김과 동시에 깨져 버렸다.

그리고.

서걱!

서걱!

남부 기타 능력자의 다리 하나와 김수현의 오른팔이 잘려 나가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컥!”

“크윽!”

두 기타 능력자가 바닥에 누워 지독한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대체 어떻게 저런 괴물이…….”

“말도 안 돼. 중앙 진출이 코앞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두 사내가 각자 자신의 잘려 나간 팔다리를 원망스러운 듯 보며 치를 떨었다.

“이호성!”

민성의 외침에 넋 놓고 있던 이호성이 정신없이 민성의 앞으로 뛰어왔다.

“예! 헌터님!”

민성은 주변을 한차례 둘러본 뒤,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어 보이는 녀석들을 확인하곤 입을 열었다.

“맛집으로 안내해.”

“네, 네. 헌터님.”

이호성이 쭈뼛거리며 앞장섰다.

민성은 이호성을 뒤따라 걸으며 손등과 팔뚝에 묻은 피를 슥슥 신경질적으로 문질렀다.

* * *

이게…… 인간이야, 악마야, 신이야?

이호성은 심장이 벌렁거렸다.

한 국가를 책임지고, 대표할 만한 무력 단체가 헌터 기관이다.

그 헌터 기관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바로 기타 능력자.

한데 그 기타 능력자 넷을 혼자서 단신으로, 그것도 일격에 박살 냈다.

이런 남자를 인간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건가?

어안이 벙벙하다.

이호성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이건 꿈 안에서도 믿기 힘들 만한 일이다.

강민성, 당신은 대체…….

“이호성.”

“예!”

민성의 부름에 이호성은 화들짝 놀라며 뒷좌석에 앉은 민성을 돌아보았다.

“저녁을 먹긴 먹었다. 하지만 맛이 없어서 절반 정도밖에 먹지 못했어.”

“아, 그럼 간단히 드실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냉(冷)우동 어떠십니까?”

“냉우동?”

“네. 이제 여름이니 시원하게 냉우동으로 드시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이 시간에 파는 곳이 있나?”

“네. 제 단골집인데 거기선 냉우동도 팔고 있습니다.”

“괜찮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럼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호성은 번잡해지는 머릿속을 비우고 운전에 집중했다.

그를 기준으로 ‘생각’이라는 걸 해 봐야, 그저 머리만 아플 뿐이니까.

* * *

끼익!

이호성의 차가 단출한 포장마차 앞에 정차했다.

“작은 포장마차인데요. 특이하게 냉우동을 팔고 있습니다.”

민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서 내렸다.

여름의 밤공기를 들이마시던 민성은 고전적인 느낌을 유지하고 있는 포차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인장이 물과 종이컵을 가져와 놓았다.

“냉우동 하나.”

민성의 주문에 주인아줌마는 ‘술은?’ 하고 물었고, 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금세 우동과 단무지를 가져왔다.

냉우동이라 그런지 나오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아마 미리 삶아 놓은 면에, 차가운 육수 국물을 부은 것이 틀림없다.

우동 면 위에는 김이 잘게 잘려서 올라가 있고, 파가 앙증맞은 크기로 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수란으로 된 계란 하나가 우동 국물의 위로 하얀 빛깔을 드러낸다.

냉우동의 반찬은 꽈리 고추.

특이한 조합이다.

맛있을까?

민성은 반신반의하며 나무젓가락을 뜯었다.

면을 건져 올리자 하얗고 오동통한 우동의 면발이 부드럽게 번들거리는 빛을 냈다.

민성은 그대로 우동을 흡입했다.

“후루룩!”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면발이 입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우동을 씹으면서 꽈리 고추를 먹었다.

후끈하게 매운 열기가 정수리 위로 솟구쳤다.

매워!

근데 좋다.

이 매운 맛이 차가운 냉우동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낸다.

괜찮은데?

민성은 엷게 웃음을 흘렸다.

성의가 없어 보일 정도로 간단히 만든 것 같은데, 이 우동은 마치 마법과도 같다.

수란을 터트려서 면과 섞여 있는 채로 입안에 들어오면 그것은 그야말로 하나의 경지(境地)를 느끼게 될 정도다.

저렴한 가격의 우동이 이런 신기의 맛을 낼 수 있다니.

그릇을 들어 국물을 마셨다.

호로록! 꿀꺽-

“후우!”

그래, 이게 냉우동이란 것이군!

냉우동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적인 우동의 맛이 살아 있다.

포차에서 냉우동을 판다길래 뭔가 어설프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거창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기본을 지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것은 이호성이 추천하는 맛집의 공통점이기도 했다.

기본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원칙.

그 원칙이 맛을 살린다.

냉우동을 한 번에 많이 집어 그대로 입에 넣고 빨아 당겼다.

부드러운 우동의 면이 풍부하게 입안에서 씹혔다.

맛있어.

우동과 함께 국물을 마셨다.

짜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은, 약간의 달콤함마저 느껴지는 국물이 시원함을 품은 채 식도로 넘어갔다.

우동 면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배 속으로 사라졌고, 국물은 이제 3분의 1밖에 남지 않았다.

꿀꺽꿀꺽, 꿀꺽!

국물을 바닥이 보일 때까지 단숨에 비웠다.

“후우……!”

타악!

텅 빈 냉우동 그릇을 내려놓은 민성은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느끼며 일어섰다.

“계산!”

민성의 말에 주인이 손에 묻은 물기를 앞치마에 닦으며 다가왔다.

“4천원이요. 맛있게 드셨어요?”

민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넸다.

* * *

세간이 발칵 뒤집어졌다.

동부, 서부, 남부, 북부 기관의 기타 능력자들이 치명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 나라가 송두리째 뒤흔들릴 만한 일대 사건이었다.

각 지방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기타 능력자가 모두 VIP 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져 가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그 거대한 사건의 소문을 접하면서 불안에 떨었고, 중앙 헌터 기관은 언론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입막음하려 노력했지만 그림자 길드에서는 기타 능력자에 대한 정보를 노골적으로 퍼뜨렸다.

하지만 용의자에 대해서만큼은 조금의 힌트도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충격적인 상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죠?”

중앙 헌터 기관의 기타 능력자 김지유가 눈을 깜빡이며 믿지 못하겠다는 듯 되물었다.

- 동부 기타 능력자와 서부 기타 능력자가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림자 길드에서 걸려 온 전화.

그 이야기에 김지유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치료 중에 사망했다는 얘긴가요?”

- 암살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유는 말문이 막혔다.

눈을 질끈 감고 머릿속을 한차례 정리한 김지유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용의자는요?”

- 아직 확인 중에 있습니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가운데 충격적으로 이어진 소식에, 김지유는 이 해당 사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졌다.

김지유는 마른침을 삼켰다.

퍼즐이 난잡하게 흩어져 있지만 한 가지 퍼즐은 맞춰졌다.

제3자가 개입하여 문제가 생겼다는 점.

그것만은 확실했다.

만약 지방 기관 내에서 분쟁이 생긴 거라면, 그림자 길드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리가 없다.

흐름이 바뀌었어.

김지유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 * *

바람이 거칠게 부는 고층의 옥상.

두 남자가 대치해 있다.

검은 로브를 쓴 남자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를 마주한 남부 기타 능력자는 온몸이 피로 물든 채 신음을 흘리며 뒷걸음질 쳤다.

난간 끝으로 내몰린 남부 기타 능력자는 검은 로브의 사내를 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설마하니 우리 머리 위에서 노는 놈들이 있을 줄이야…….”

검은 로브의 사내는 감정이 없는 눈으로 들고 있는 무기를 고쳐 잡았다.

손에 쥔 무기는 박도(朴刀).

대도의 일종으로, 도신이 길고 폭이 넓은 강철제 칼날이 달빛을 받아 번쩍였다.

남부 기타 능력자는 피를 뿜으며 웃었다.

처음 중앙을 치자고 지방 기관의 규합을 주장하며 나온 건 북부 기타 능력자 김수현이다.

중앙 기관을 장악하자고 했던 그 이유가, 실은 수면 아래에 존재하는 배후 세력을 위해서였다니.

배신감에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죽기 전에 묻자. 대교에 나타났던 그 남자는 누구고, 너희들 정체는 뭐지? 언제부터 북부의 김수현이랑 손을 잡았던 건가. 그리고 굳이 우리를 이용해서 중앙을 치려고 했던 이유는…….”

검은 로브의 남자가 박도를 휘둘렀다.

쇄애애애애액!

퍼버벅!

남부 기타 능력자의 온몸이 찢어지며 피를 뿜었다.

그는 흐릿한 눈으로 허공을 보며 난간 밖으로 떨어져 내렸다.

잠시 후.

쿠우우웅!

남부 기타 능력자의 시신이 차량 위로 떨어져 내렸다.

검은 로브의 사내는 고층 빌딩의 옥상 위에서 남부 기타 능력자의 시신을 서늘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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