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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43화 (43/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43화>

* * *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아, 뭘 저렇게 찜찜하게 말해. 하라는 얘기겠지?”

이호성은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래, 하자! 시X, 하는 거야. 못 먹어도 고다!”

담배 연기를 길게 뿜으면서 이호성은 눈을 날카롭게 번뜩였다.

“아니지. 못 먹어도 고는 무슨. 어차피 밥 먹을 때 건드리지만 않으면 되는 거야, 크큭! 뭐, 큰일이야 있겠어? 어차피 상권이나 던전도 밑의 놈들이 알아서 구를 텐데, 나야 뭐 돈이나 세면 되는 거지! 게다가 찾아오지 말라고도 했으니 이거 완전 횡재했군! 크크큭!”

이호성은 희희낙락한 얼굴로 휴대폰을 꺼내 조민욱을 호출했다.

* * *

일주일이 흘렀다.

이호성이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단 일주일 만에 다이아몬드 클랜은 순식간에 덩치가 불어났다.

두 개의 클랜을 접수했을 뿐인데도 그 휘하의 클랜원이 벌써 60명을 넘어선 것이다.

클랜장만 꺾으면 각 클랜이 보유한 헌터들이 모두 흡수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 클랜을 키우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가시질 않았다.

……왜 연락이 없지?

마음을 비우긴 했지만, 그럼에도 강민성이라는 존재가 쉽사리 마음 한편에서 떨쳐지지 않았다.

대체 왜 연락이 없는 거야?

* * *

[달풍선 200,000개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민성은 달풍선 구매를 마치고 먹방 BJ 이하나의 방에 들어갔다.

인기가 많은 BJ라 그런지 채팅 올라가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이하나는 옷을 굉장히 자극적으로 입고 있었는데, 아마 이런 차림새가 시청자를 모으는데 주요한 요인인 듯했다.

하지만 민성은 이하나의 그런 섹시한 모습에도 딱히 끌리지는 않았다.

단지 어마어마하게 먹는 그녀의 위가 대단했다.

이렇게 많이 먹는데도 살이 찌지 않는 게 놀랍군.

운동을 심하게 하는 건가?

민성이 이러저러한 생각을 할 때, 드디어 이하나가 본격 먹방을 준비했다.

그녀의 테이블 위에는 만두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왕만두, 찐만두, 군만두, 생선 만두, 새우 만두, 갈비 만두.

그 수를 모두 합치면 도합 100개.

왕만두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정말이지, 감탄할 수밖에 없는 위장이다.

“그럼 지금부터 먹방 시작할게요. 식사 시- 작-!”

이하나가 나무젓가락을 들고 만두를 간장에 찍어 먹기 시작했다.

빠르지는 않지만 균일한 속도였다.

그녀가 만두 30개를 먹었을 때, 민성은 달풍선 2,000개를 선물했다.

[이호성 님이 달풍선 2,000개를 선물!]

채팅창에 민성이 달풍선을 선물했다는 표시가 그림과 함께 나타났다.

- 와! 2천 개 대박!

- 오!

- 새로운 큰손인가!

- 2천 개, 클래스 쩐다ㅋㅋ

- 오미, 2천 개. 저게 대체 얼마냐.

- 설명충 등장. 달풍선 1개당 결제 금액 100원입니다. 2천 개니까 20만 원.

- 와!

달풍선을 선물하자 시청자들이 민성을 치켜세우는 글이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이하나의 반응 역시 단연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만두를 먹다 말고 벌떡 일어나 꺄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어머. 누구야, 이분! 진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매니저 드릴게요.”

이하나가 꾸벅꾸벅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리고 음악을 튼 뒤, 만두를 한 손에 들고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는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섹시하기도 했다.

그녀는 한차례 감사의 리액션을 보여 준 후, 다시 만두 먹방을 재개했다.

민성은 작게 웃었다.

하지만 이렇게만 해서는 재미가 없지.

민성은 채팅을 탁탁 쳤다.

- 이호성 : 그거 다 먹고 50개 더 먹으면 1만 개.

민성이 글을 써서 올리자마자 방송이 뒤집어졌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50개라니ㅋㅋㅋㅋ 죽일 셈인가ㅋㅋㅋㅋ

- 와, 근데 진짜 안 먹을 수가 없겠네. 달풍선 만 개인데ㅋㅋ

- 아, 저분 방송을 아시네. 진짜 대박이다ㅋㅋㅋㅋ

- 50개 더ㅋㅋㅋㅋㅋㅋ

- 포카 치시나ㅋㅋㅋㅋ

- 만 개면 백만 원이네. 크, 신흥 큰손이다!

이하나는 멍한 얼굴로 채팅창을 봤다.

“50개 더 먹으면 1만 개라고요?”

이하나는 이마를 붙잡고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선 벌떡 일어나 눈에 힘을 꽉 주었다.

“도전!”

그녀가 입에 만두를 문 채로 양팔을 치켜들었다.

잠시 후, 남은 만두를 먹고 있는 사이 새로 주문한 만두 50개가 도착했다.

이하나는 전투적인 느낌의 BGM 음악을 틀어 놓고, 푸드 파이터와도 같은 공격적인 자세로 만두를 씹어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만두 1개를 먹음으로써 총 150개의 만두를 먹은 이하나가 녹초가 된 채로 의자에 등을 깊숙이 파묻고서, 모니터를 향해 손가락으로 V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승리의 제스처였다.

“굉장한데?”

민성은 엷게 웃음 지으며 약속한 대로 달풍선 1만 개를 선물했다.

[이호성 님이 달풍선 10,000개를 선물!]

- 와, 만 개! 미쳤다!

- 클래스 진짜…… 저분 뭐 하시는 분이지.

- 진짜가 나타났다.

- 큰손 인정!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50개 먹었어ㅋㅋㅋ

이하나가 배를 문지르며 지친 얼굴로 숨을 내쉬었다.

그때-

민성이 다시 채팅을 쳤다.

- 이호성 : 라면 4개 더 끓여 먹으면 1만 개 더.

민성이 그 글을 올린 순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잔인해ㅋㅋㅋㅋㅋㅋㅋㅋ

- 또 만 개ㅋㅋㅋㅋㅋㅋㅋㅋ

- 오- 하나 누나, 오늘 레전드 찍네ㅎㅎ

- 만두 150개 먹고 라면 4인분ㅋㅋㅋㅋㅋㅋㅋ

- 먹지 마…….

- 본격 살인 큰손ㅋㅋㅋㅋㅋㅋㅋㅋ

- 잔혹한 사육사!

- 하나 누나 도전?

- 잔혹한 사육사래ㅋㅋㅋㅋ 개웃기네ㅋㅋ

채팅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고, 심지어 이하나 방의 시청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기 시작했다.

이하나는 샛노란 얼굴로 넋이 나간 채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 * *

일주일이 흘렀다.

일주일이 흐른 동안 강민성은 단 한 번도 연락이 없었다.

이 정도가 되면 자유롭게 새장에서 풀어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이제 전면에 나서야겠다는 결단이 섰다.

쩔을 못 받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레벨도 200이고 엄청난 무기도 보유하고 있으니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 * *

어두운 조명 아래, 4명의 남자가 한 테이블에 앉아 있다.

그들은 동부와 서부, 남부와 북부의 헌터 기관 총책임을 맡고 있는 기타 능력자들이었다.

“지금 지하 상권을 빠르게 장악해 나가고 있는 놈이 있습니다. 이름은 이호성. 레벨은 200대 초반입니다.”

북부 기타 능력자 김수현의 말에 남부 기타 능력자가 입을 열었다.

“지하 상권부터 잡아 가겠다?”

김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우선 이호성과 근접한 레벨의 용병 하나를 보낼 생각입니다. 적당한 때가 무르익으면 다이아몬드 클랜부터 먹는 겁니다.”

그에 서부 기타 능력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처리하기 위해선 300대 레벨의 용병을 보내는 게 가장 확실하지 않나?”

“그건 너무 노골적이에요. 계획을 채 풀어 가기도 전에 중앙 헌터 기관의 기타 능력자, 김지유가 직접 나서게 될 겁니다. 은근히 눈치가 빠른 여자니까. 작전은 은밀해야 합니다.”

“중앙 집권을 위한 진출이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글쎄, 굳이 그런 쓰레기 같은 파락호 집단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나?”

서부 기타 능력자의 말에 김수현은 테이블을 탁탁 두드렸다.

“중앙 진출의 판을 짜기 위해서는 그 바닥이 튼튼해야 합니다. 정당한 명분이 필요 없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처 들어가서 중앙 기관을 박살 내면 그만이죠. 하지만-”

김수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건 국제적인 망신을 사는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중앙을 확실하게 잡으려면 우리에겐 ‘명분’이 필요하니까.”

김수현의 말에 세 명의 기타 능력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을 잡게 된다면 지방 기관의 빈자리는?”

“허수아비들이야 얼마든지 널려 있습니다. 어차피 중앙 기관을 차지하면 대한민국의 땅은 우리의 것이 될 테니까요.”

“그럼 그다음은?”

서부 기타 능력자가 물었다.

그 물음에 김수현은 긴 미소를 지었다.

“혁명이 시작될 겁니다.”

* * *

이호성은 차에서 내렸다.

담배를 입에 물자 조민욱이 빠르게 다가와 지포 라이터를 오픈하고서 불을 붙여 주었다.

“스읍, 후우-!”

이호성은 담배 연기를 정면으로 뿜으며 한 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었다.

주위엔 수십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고, 그 차량에서 클랜원들이 내리며 일제히 자신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클랜장님을 뵙습니다!”

우렁차게 울리는 목소리.

크- 인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다이아몬드 클랜의 위엄이 느껴진다.

이호성은 덩치가 커다랗게 불어난 자신의 클랜을 보면서 입가에 번지는 웃음기를 지우지 못했다.

정말이지, 오러 유저의 위용을 실감했다.

단지 오러 유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뒷골목을 장악할 수 있다니.

서울 주요 상권의 70퍼센트가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수백 명의 클랜원을 거느리고 있는 다이아몬드 클랜의 클랜장인 것이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지금의 현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호성은 담배를 느긋하게 피우며 건물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예약해 둔 강남 빌딩의 대회의장에서 클랜원들에게 일장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번쩍번쩍한 게 참 크기도 크다.

자신이 이런 곳에서 일장연설을 하는 날이 오다니, 그야말로 뒷골목 천하 통일이로군.

이호성은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웃음 지었다.

“들어갈까?”

이호성의 말에 조민욱이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클랜원들에게 신호를 주었다.

시커먼 정장을 입은 클랜원들이 개미떼처럼 시커멓게 움직이며, 앞장서는 이호성의 뒤를 따랐다.

내가 바로 다이아몬드 클랜의 이호성이다!

이호성이 가슴을 당당히 펴고 강당 안으로 들어가려는 그때, 빌딩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

그는 이호성의 어깨를 어깨로 탁 치고 지나갔다.

이호성은 그 힘에 밀려 휘청거렸고, 조민욱이 그런 그를 부축했다.

이호성이 헛웃음을 흘리며 눈살을 구겼다.

“어이, 거기 멈추지?”

이호성의 말에 남자가 걸음을 멈추고 뒤로 천천히 돌았다.

용병

Lv223 최민수

뒤늦게 헌터 네임이 보인다.

오러 유저?

게다가…… 자신보다 레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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