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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8화 (38/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8화>

* * *

[66 던전에 입장하였습니다]

[이벤트 발생]

[플레이어 스탯 체크!]

[스페셜 히든 이벤트!]

[120층을 24시간 내에 모두 클리어할 경우 특별 보상이 지급됩니다.]

시커먼 어둠이 걷히고 대기실이 나타났다.

새하얀 대리석으로 된 사각의 방에, 던전 출입구가 자동문으로 자리 잡혀 있다.

민성이 템 창에서 오리하르콘 단검을 꺼내자 새하얀 뇌력이 번쩍거렸다.

콰지직!

이호성은 긴장한 얼굴로 민성을 바라보았다.

“직접 사냥해 주시는 겁니까?”

민성이 주머니에서 바가지를 꺼내 허공에 던졌다.

바가지는 허공에 팽그르르 돌면서 바닥에 탁! 착지 했다.

“와아! 주인님이 직접 움직이신다니, 너무 영광이에요.”

바가지도 기쁜 듯이 덩실덩실 춤을 췄다.

“얘기했다. 간격 못 좁히면 그걸로 끝이야. 집중해라.”

이호성이 긴장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가지는 양팔을 번쩍 치켜들며 와! 하고 파이팅했다.

민성은 목을 꺾고 팔을 조금 돌리면서 스트레칭을 짧게 한 뒤, 걸음을 옮겼다.

“아이템 확실히 챙기고.”

[던전 1층입니다.]

회전문을 통과하자 시스템 음성이 들렸다.

민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로 땅을 박차고 뛰었다.

순식간에 멀어지는 민성을 보며 이호성과 바가지가 화들짝 놀라서 민성의 등 뒤를 허겁지겁 쫓았다.

먼저 앞서 나간 민성의 시야에 첫 번째 몬스터가 나타났다.

미노타우르스다.

키는 약 199cm.

소머리에 인간의 몸이 섞인 몬스터.

민성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오리하르콘 단검을 그었다.

오리하르콘 단검에 서린 검기가 미노타우르스 허리를 절반가량 베어 냈다.

서걱!

“쿠워어어어어어!”

미노타우스르는 고통에 찬 괴성을 지르며 도끼를 떨어트리고 무릎을 철퍽 꿇었다.

피와 내장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미노타우르스를 향해, 이호성과 바가지가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었다.

그사이 민성은 전진하며 3마리의 미노타우르스가 쿵쿵 뛰면서 달려오는 걸 보았다.

민성이 눈 깜짝할 사이에 3마리의 미노타우르스를 스쳐 지나가자, 그로 인해 3마리의 미노타우르스는 동시에 피를 뿜으며 도미노처럼 철퍽철퍽 쓰러졌다.

그에 이호성이 검을 찌르고 바가지가 흑마법을 사용했으며, 뒤이어 바가지는 죽은 미노타우르스 시체를 부활시켰다.

민성은 다시 전진 속도를 올렸다.

5마리의 미노타우르스가 성난 콧김을 뿜으며 달려왔다.

민성이 오리하르콘 단검을 아래쪽을 향해 횡으로 휘둘렀다.

콰르릉!

천둥소리가 울리며 5마리의 미노타우르스 다리가 일제히 잘려 나가며 놈들은 흙이 무너지듯 바닥에 몸을 눕혔다.

민성은 다리를 잃은 5마리의 미노타우르스를 지나 앞으로 쏘아 나갔다.

* * *

던전 12층을 돌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5분가량.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고 판단한 민성은 사냥 방법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호성과 바가지에게 각각 흩어져서 몬스터 어그로를 끌어 한자리로 유인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보통 어그로 타임은 2분.

바가지는 즉시 움직였지만, 이호성은 당황한 얼굴로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패닉에 빠졌다.

“뭐 해? 안 가?”

“저 혼자서 어그로를 끌기에는 위험할 것 같은데, 바가지랑 함께하면…….”

“아니. 혼자 해라.”

“하지만 그건 너무 위험…….”

“그럼 죽든가.”

민성의 냉정한 눈빛에 이호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울며 겨자 먹기로 어그로를 끌기 위해 이동했다.

이호성과 바가지가 양방향으로 흩어지고, 민성은 정면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바가지가 30마리의 다크 하운드를 끌고 왔고, 이호성은 눈물 섞인 비명을 지르며 15마리의 다크 하운드와 돌 골렘을 이끌고 달려오고 있었다.

민성이 유인한 50마리의 몬스터를 포함하면 총 95마리.

훌륭한 몬스터 숫자다.

민성의 오리하르콘 단검에서 새하얀 빛의 궤적이 마치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번쩍이며 쏟아졌다.

그리고 삽시간에 몬스터들이 민성의 별빛과도 같은 검기로 인해 무더기로 잘려 나갔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반복적으로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는 시스템 메시지 창을 보며, 이호성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동안 1퍼센트의 경험치를 올리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런데 강민성에 의해 경험치도 아닌 레벨 자체가 너무나 손쉽게 올라간다.

통상 업계에서 쓰는 이 ‘쩔’이라는 말은 게임에서 썼던 은어다.

쩔은 온라인 게임에서 고렙이 저렙을 키워 준다는 뜻.

그런 의미에 있어 강민성의 ‘쩔’은 소름 끼칠 정도로 전율이 전신을 집어삼킨다.

강민성은 이호성 자신과 바가지를 데리고 48층을 돌파하기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믿을 수 없는 속도다.

그야말로 경이롭고, 두 눈으로 보면서도 실감이 되지 않았다.

잊고 있었던 강민성의 진짜 힘이 피부를 뚫고 세포까지 전이되어 오는 것만 같은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이호성이 보기에 강민성은 무(武)의 신.

무신(武神) 그 자체였다.

* * *

단검의 날을 타고 피가 뚝뚝 흘렀다.

민성은 몬스터의 피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루해할 필요도, 몬스터를 죽여 가면서 마계에서의 기억을 떠올릴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현실이다.

자신은 현세로 돌아왔고, 몬스터를 잡는 건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일반적인 사람들은 능력 있는 헌터라면 그것이 최고의 직업이라고 하지만, 민성의 생각은 달랐다.

몬스터를 죽이는 일 따위에 품위는 없다.

결국 자신보다 약한 몬스터를 도축하는 도살꾼이자, 검을 든 포식자일 뿐이다.

무엇보다…… 몬스터는 그 외양 자체로 식욕을 떨어트리는 놈들이다.

서걱!

3개의 머리를 가지고 불을 뿜는 켈베로스가 쓰러졌다.

켈베로스는 머리 두 개가 잘려 나갔음에도 죽지 않고 고통스러워하며 버둥거렸다.

민성은 뒤를 돌아보았다.

“느려.”

민성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헉! 헉……!”

이호성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와 저항할 힘을 잃은 켈베로스의 마지막 머리를 잘랐다.

켈베로스가 폭발하면서 아이템을 떨어트렸다.

민성은 정신없이 괜찮은 아이템을 골라서 템 창에 넣고 있는 이호성을 보았다.

“어쭙잖게 힘들다고 징징거리거나 몸이 처지기 시작하면, 켈베로스 밥으로 던져 줄 테니 정신 바짝 차려라.”

“예! 헌터님!”

민성이 다시 지면을 차고 뛰었다.

* * *

단순히 쫓아가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들다니.

“하악! ……학!”

이호성은 옆구리를 붙잡고 바닥에 침을 탁 뱉었다.

처음 강민성이 직접 움직인다고 했을 때, 안락한 셔틀버스를 생각했던 스스로가 못 견디게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강민성의 던전 클리어 속도는 비상식적이었다.

그의 클리어 속도를 쫓아 몬스터에게 막타, 마지막 타격을 가해 경험치를 획득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큼 레벨 업 속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다만 66던전의 최종 층을 클리어할 때까지 민성의 요구대로 자신의 몸이 버텨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니, 생각이 잘못됐어.

반드시 버텨야 한다.

버티지 않으면 죽는다.

강민성의 말대로다.

그는 빈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다.

애초에 자신의 부하들을 단칼에 죽인 인간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버텨야만 해.’

이호성은 아랫입술이 피가 날 정도로 깨물며 스킬을 사용해 뛰는 속도를 끌어올렸다.

그런 중에 바가지를 보며 신음을 흘렸다.

일순 부러움이 가슴속에 파고들었다.

침을 질질 흘리며 공기를 미친 듯이 흡입하는 자신에 반해, 바가지는 폐가 없어서인지 레벨이 높아서인지 조금도 지친 기색 없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몬스터를 손쉽게 처치하며 레벨을 올려 나갔다.

결국 막타를 쳐야지만 최대의 경험치를 올릴 수 있는 만큼, 바가지는 자신보다 수십 배 빠른 속도로 경험치를 올리고 있었다.

애초에 바가지와 자신은 출발점이 다르다.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해.

그리고 나 역시 강해져야 한다.

오직 최종 층까지 강민성의 등 뒤를 필사적으로 따라붙는 것만을 생각한다.

낙오하면 죽음뿐이다!

이호성은 어금니를 부서질 듯 깨물며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면서, 강민성의 지점 포인트를 향해 유인 작전을 이어 갔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은 데다 몬스터를 유인하면서 여기저기 상처가 꽤 많아졌지만, 이호성은 오늘 이 던전 안에서 죽는다는 각오로 몬스터를 유인했다.

* * *

“헉…… 헉…… 헉.”

이호성이 창백한 얼굴에 몸 이곳저곳이 찢어진 채로 연신 어깨와 가슴을 들썩였다.

민성은 단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이호성을 위아래로 훑었다.

“이제 한계 같은데.”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비틀!

이호성의 몸이 중심을 못 잡고 흔들렸다.

그는 가까스로 다시 중심을 잡으며 웃었다.

“강해지겠습니다. 그리고 보은하겠습니다.”

“넌 그냥 맛집이면 충분하다.”

민성은 다시 등을 보이며 앞으로 뛰었다.

그때-

피이이잉!

시커먼 기류가 이호성의 몸을 휘어 감았다.

“……어?”

체력이 급속도로 회복되고, 몸이 수배나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호성이 놀란 눈을 돌리자, 옆에 바가지가 보였다.

버프(Buff)를 걸어 준 거냐……?

바가지는 시커먼 연기를 남기며 퍽! 하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놈은 어느새 강민성의 뒤로 따라붙어 있었다.

이호성은 킥! 하고 웃었다.

“젠장…… 이러다 진짜 미운 정이라도 들겠네.”

이호성은 어금니를 깨물며 전력 질주로 강민성과 바가지의 뒤를 따라 달렸다.

* * *

[던전 최종 보스 를 처치하였습니다.]

[던전 클리어!]

[200레벨 달성!]

[축하합니다! 패시브 스킬 ‘오러’를 습득했습니다.]

[특별 아이템이 지급됩니다.]

시스템 문구가 뜬 걸 보고 이호성은 우뚝 멈춰 섰다.

‘축하합니다! 패시브 스킬 오러를 습득했습니다.’라는 글자가 이호성의 눈에서 사라지지가 않았다.

민성은 그런 이호성을 보며 눈살을 구겼다.

“야, 뭐 해? 아이템 주워.”

민성의 말에도 이호성은 여전히 넋이 나간 듯 시스템 문구를 보고 있었다.

“뭐 하냐고.”

민성이 다가가 이호성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엉덩이를 맞고 몇 발자국 밀려 나간 이호성이 눈물이 잔뜩 번진 얼굴로 민성을 돌아보았다.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민성은 미간을 구기며 그런 이호성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쳐다보았다.

“감사합니다. ……헌터님. 정말 감사합니다, 헌터님.”

이호성이 무릎을 꿇더니 바닥에 이마까지 박았다.

“왜 이래? 머리가 어떻게 된 거냐?”

“흑흑!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오러’ 패시브를 제가 익히게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헌터님 덕분에 오러 유저(Aura User)가 되었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헌터님.”

“입 다물고 아이템이나 주워. 200 달성 기념으로 죽여 버리기 전에.”

“예, 헌터님. 흑흑.”

이호성은 질질 울면서 연신 눈가를 닦아 내며 모내기하듯 아이템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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