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32화>
5명의 남녀 중 민머리에 용 문신을 한 사내가 얼굴을 험상궂게 구긴 채로 테이블에 검을 쾅! 내리꽂았다.
민성은 소주를 마시지 못하고 미간을 구겼다.
이호성은 술집을 점령하기 위해 나타난 이들과 민성을 번갈아 보다가, 눈가에 손을 짚으며 한숨 쉬었다.
술집에 들어온 그들의 어깨에는 중앙 헌터 기관 병사임을 상징하는 마크가 붙어 있었다.
그 표식을 확인한 사람들은 서둘러 계산을 하고 술집을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술집 매니저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그런 그들에게 다가가 비위를 맞춰 주었다.
민머리의 용 문신은 식당을 나가지 않는 민성과 이호성을 노려보았다.
그 시선에 이자카야 술집 매니저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민성이 있는 테이블로 뛰어왔다.
“저 손님. 정말 죄송한데, 돈을 받지 않을 테니 나가 주실 수 있을까요?”
민성이 소주잔을 탁 내려놓았다.
이호성은 그 광경을 보고 체념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민성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용 문신은 코웃음을 흘리며 꽂아 놓은 칼을 뽑아 민성의 테이블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리고 매니저를 확 밀쳐 냈다.
용 문신은 이호성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다이아몬드 클랜의 클랜장? 뒷골목 파락호 주제에 제법 강단이 있는데 그래?”
이호성은 용 문신을 보며 짧게 한숨 쉬며 일어났다.
“뭐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신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조용히 있을 테니 저희를 그냥 내버려 두실 수 없을까요?”
용 문신이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이호성을 보며 하얀 이빨을 내보였다.
“이 새끼가 머리가 돌았나. 너 우리가 누군지 몰라?”
“잘 알죠. 잘 아는데…….”
그때 갈색 머리의 미녀가 용 문신의 옆으로 다가와 이호성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 친구가 오늘 굉장히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그래. 괜히 신경 거슬리지 말고 조용히 나가. 머리가 있으면 분위기 정도는 읽을 수 있을 거 아니야?”
여자의 말에 이호성은 앉아 있는 민성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아…… 저도 그러고 싶긴 한데요. 하아…… 어떡하지, 진짜. 안 그러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에 용 문신이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박력이 담긴 웃음에는 마력이 담겼는지 주변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호성은 그 웃음소리만 듣고도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용 문신은 핏발 선 눈으로 이호성을 노려보았다.
“그래. 헌터라면 그래야지. 그 정도 패기는 있어야 헌터지. 비록 뒷골목 쥐새끼라고 해도.”
“얼마나 안 좋은 일이 있으셨는지는 모르지만 이건 진짜 좋은 상황이 아닌데, 하…….”
갈색 머리 미녀가 쓴웃음 지었다.
“우리 친구가 승진이 미끄러졌거든. 예민할 수밖에. 그러니까 좀 나가 줄래? 너희 둘, 이러다 진짜 큰일 나.”
용 문신이 갈색 머리 미녀를 노려보았다.
“입 안 닥쳐?”
갈색 머리가 합장을 하며 애교 섞인 눈짓을 보냈다.
“미안. 그래도 얘네들 살려 주자. 이런 송사리 같은 애들 건드리는 거 창피하잖아.”
“그러니까 기회를 주잖아. 당장 꺼지라고.”
용문신이 그렇게 말했을 때-
민성이 천천히 일어났다.
민성은 5명의 중앙 헌터 기관 병사들을 천천히 훑었다.
공기가 살짝 무거워진다.
5명의 시선이 일제히 민성에게 향하자 민성이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
5명이 물음표를 띤 얼굴로 민성을 지켜보았다.
“만약 우리가 이 식당을 나가지 않는다면-”
민성의 눈이 차가워졌다.
“-우릴 죽일 거라는 데에 5명 모두 진심으로 동의하는 건가?”
용 문신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웃었다.
“나 지금 꿈꾸냐? 너도 그렇고, 저기 정신 나간 헌터도 그렇고. 너희 무슨 약이라도 하냐? 아니면 그냥 뭐 단순히 미친 거야?”
용 문신은 당장이라도 손을 쓸 것처럼 민성을 보며 말했다.
“물었다. 5명 모두 동의하느냐고.”
민성이 애초에 던졌던 질문을 다시 했다.
“와…… 이 자식이 한 말 들었어?”
용 문신의 말에 4명이 모두 킥킥 웃었다.
갈색 머리는 민성을 보며 짧게 한숨 쉬었다.
“우리가 양아치도 아니고, 기관 이름이 있는데 힘없는 일반인을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그런데…….”
순간 갈색 머리의 눈이 가라앉았다.
“법도를 모르면 혼나긴 해야지.”
갈색 머리가 용 문신을 보았다.
“얘네들 너무 말을 못 알아먹는다. 겁이 너무 없어. 태수, 너. 스트레스 좀 풀어도 될 것 같은데? 팔다리 중에 몇 개만 못 쓰게 하는 걸로.”
태수라 불린 용 문신이 갈색 머리의 말에 이때다 싶어 눈을 번쩍였다.
“기분이 뭣 같아서 술이나 한 잔 편하게 하려 했더니, 별 거지 같은 것들이 다 나타나네. 차라리 잘됐어, 씨X.”
용 문신은 민성의 어깨를 어깨로 툭 치고 지나가, 민성의 테이블 위에 놓인 소주를 병째로 들이켰다.
민성이 하얗게 식은 눈으로 그런 용 문신을 보았다.
단숨에 소주 한 병을 나발로 불어 버린 용 문신이 입가에 묻은 소주를 닦으며 목을 뚜둑 꺾었다.
“와- 조태수. 오늘 술빨 장난 아닌데?”
“오빠, 멋있어-!”
4명의 일행들이 신나서 장난치듯 외쳤다.
용 문신은 칼을 다시 테이블에 꼽고, 이호성을 보며 웃음 지었다.
“칼은 안 쓴다. 스킬도 안 쓸 거고. 한번 잘 버텨 봐.”
용 문신의 주먹에 오러가 맺혀 들었다.
이호성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뒷걸음질 쳤다.
“이거 왜 이러실까? 아까까지만 해도 위풍당당하게 주절거리던 다이아몬드 클랜의 클랜장님께서?”
용 문신이 천천히 이호성에게 걸어갔고, 이호성은 뒷걸음질 치다가 벽에 등이 닿았다.
이호성은 벽을 돌아보았다가 마른 입술을 핥으며 용 문신을 보았다.
그때-
민성이 걸음을 옮겼다.
뚜벅뚜벅.
그리고 술집 입구 앞에 섰다.
민성은 다른 손님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천천히 손을 올려 문을 잠갔다.
철컥!
용 문신이 미간을 구부리며 민성을 돌아보았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4명의 헌터들도 그런 민성을 재밌다는 듯이 보며 피식 웃었다.
“와, 이거 뭐야? 킹스맨? 방금 킹스맨 같았어.”
“명작이었지. 그러고 보니 그때 상황이랑 비슷한데. 야! 우리 악당이잖아?”
“깔깔! 나도 언젠가 저런 거 한번 해 보고 싶다.”
“근데 쟤 왜 저러는 걸까?”
“하하! 꼬마야. 영화랑 현실은 다르단다.”
“진짜 머리가 아픈 애인가? 크큭.”
4명의 헌터들이 웃으면서 민성을 주제로 재밌다는 듯 떠들었다.
문고리를 잠근 민성은 그들을 돌아보았다.
용 문신 하나.
갈색 머리 미녀 하나.
남자 셋.
총 인원 다섯 명.
민성이 테이블 서랍을 열어 포크를 꺼냈다.
“꺄악, 포크로 싸우려나 봐.”
“크하하하하하!”
“저 자식 진짜 골 때리네.”
“우리 이거 동영상으로 찍자.”
4명의 헌터들이 관람을 하듯 휴대폰을 꺼내 촬영했다.
민성은 이를 무시하고 용 문신에게 걸어갔다.
용 문신이 그런 민성을 보며 키득 웃었다.
“너한텐 오러도 아깝다.”
거리가 좁혀졌을 때, 용 문신이 나무 의자를 들어 가볍게 집어 던졌다.
물론 일반인에겐 충분히 위협이 될 만한 속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민성이 일반인이 아니라는 것.
민성이 주먹으로 나무 의자를 후려쳤다.
퍼어어엉!
나무 의자가 산산조각 나며 흩어졌다.
4명의 헌터들이 휴대폰을 천천히 내리며 놀란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죽진 않을 거다. 너희들이 말했던 것처럼. 다만…….”
용 문신이 민성의 말을 자르며 민성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민성이 고개를 살짝 옆으로 옮겨 주먹을 피한 뒤, 포크를 쥐지 않은 왼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쥐고 있던 포크를 그의 옆구리에 찔러 넣었다.
푹!
포크는 가볍게 옆구리 살을 뚫고 들어갔고.
민성이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술은 좀 깰 거야.”
민성이 포크를 위로 끌어 올렸다.
푸부북!
포크가 살을 찢고 위로 올라갔다.
“크아악!”
용 문신이 피를 뿜으며 비명을 내지를 때, 민성이 왼손으로 짚고 있던 그의 어깨를 밀었다.
용 문신이 붕 뜨면서 날아가 벽에 등을 처박고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그 광경을 보고 4명의 헌터들이 벌떡 일어났다.
“말도 안 돼!”
“쟤 일반인이잖아?”
“이런……!?”
“어떻게 일반인이……!”
용 문신이 옆구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일어나, 테이블에 꽂아 놓았던 자신의 검을 뽑고 민성에게 달려들었다.
용 문신이 오러를 담은 검을 민성을 향해 대각선으로 휘둘렀다.
새파란 검기가 민성을 향해 날아갔다.
민성은 포크로 그 검기를 쳐 냈다.
타아아아아앙!
마치 발포음과도 같은 소리가 나며 검기가 천장으로 튕겨져 나갔다.
퍼벙!
천장이 베이면서 나무 조각이 위에서 후두두 흘러내렸다.
포크로 검기를 막는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에, 용 문신의 눈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민성은 빠르게 세 걸음을 옮겨 거리를 좁히고선 그의 턱을 왼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바로 포크를 역수로 그의 목에 찍은 다음 아래로 긁어내렸다.
파아아아아악!
목에서 피분수가 튀면서 용 문신이 휘청거렸다.
“아……!”
지켜보던 헌터들이 뒤늦게 민성을 저지하기 위해 달려들려던 순간.
갈색 머리가 소리쳤다.
“모두 멈춰!”
용 문신이 피가 철철 흐르는 자신의 목을 붙잡으며 뒷걸음질 쳤고, 남은 헌터들이 갈색 머리를 돌아보았다.
“……!?”
갈색 머리가 입을 열었다.
“……헌터 네임이 안 보여. 그런데도 조태수를 저렇게 만든다는 건…….”
그녀의 말에 의해 모두들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한 듯 충격에 빠진 채 민성을 보았다.
“설마…….”
“기타 능력자?!”
“그런 말도 안 되는……!
용 문신이 경악에 물든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4명의 헌터들도 넋을 잃은 채 민성을 바라보았다.
그사이.
민성은 용 문신에게 걸어갔다.
“잠깐!”
갈색 머리가 민성을 말리기 위해 소리쳤지만 민성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용 문신이 스킬을 사용하기도 전에 민성의 포크가 용 문신의 턱뼈를 꿰뚫고 빠져나왔다.
“컥!”
용 문신이 짧은 신음을 흘리며 철퍽 쓰러졌다.
민성은 그대로 몸을 돌려 4명의 헌터들에게로 걸어갔다.
“멈춰요! 우리 대화를……!”
갈색 머리가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며 민성의 앞을 막았다.
민성의 눈이 하얗게 식었다.
“너희들의 대화는 법도였잖아.”
4명의 헌터들은 진압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인지하고 일제히 템 창에서 무기를 꺼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민성이 던진 포크가 허공을 갈라 갈색 머리의 어깨를 탄환처럼 관통한 후였다.
“아악!”
갈색 머리가 어깨를 붙잡고 휘청일 때, 그녀의 등 뒤에 있던 3명이 민성을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펑! 펑! 펑!
민성의 주먹질에 3명의 헌터들이 치명상을 입고 사방으로 날아갔다.
민성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갈색 머리의 목을 움켜잡아 위로 들어 올렸다.
“으윽!”
그녀는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며 민성의 눈을 바라보았다.
무정한 민성의 눈을 보는 순간, 몸이 공포로 딱딱하게 굳는 걸 느꼈다.
민성은 그대로 목을 잡고 들어 올렸던 그녀를 테이블에 내던졌다.
테이블이 부서지면서 그녀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꿈틀거렸다.
그 직후, 이자카야 술집 안에 고요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뭐 해? 앉아.”
민성이 느긋하게 걸음을 옮겨 자신의 테이블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