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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1화 (21/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1화>

* * *

어둡고 습한 폐공장 안.

털썩!

이호성이 다크호스 클랜원들에 의해 먼지 가득한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큭!”

이호성은 피투성이가 된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다크호스 클랜장 최만식을 확 올려다보았다.

그는 킬킬거리는 웃음을 흘렸다.

정말이지 당장 죽여 버리고 싶은 얼굴이었지만, 지금의 이호성으로서는 도저히 놈들을 당해 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호성은 주변을 살폈다.

넓은 폐공장이었고, 창문이 작아서 빛이 약하게 들어와 전체적으로 내부가 어두웠다. 그리고 워낙 넓어 도망가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자! 우리 다이아몬드 클랜의 클랜장님.”

다크호스 클랜의 클랜장 최만식이 박수를 짝 쳤다.

“우리가 왜 뒷골목 선배님인 이호성 씨를 찾아왔는지, 그 이유는 누구보다 선배님이 더 잘 알고 계시죠?”

이호성이 입매를 비틀었다.

“내가 가진 나이트클럽을 뺏으러 온 거겠지.”

이호성의 말에 최만식이 히죽 웃었다.

“잘 아네.”

최만식의 가벼운 언행에 이호성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이대로 놈에게 나이트클럽 서류를 넘기는 순간, 자신은 여기서 죽게 될 것이다.

뒷골목 파락호들이 원한을 가진 놈을 절대로 살려 둘 리가 없었다.

“선배님. 약속드립니다. 조용히 넘기시면 다리 하나 저는 걸로 마무리해 드리겠습니다.”

지랄……!

목 안에서 욕이 절로 튀어나오려고 발버둥을 쳤다.

최근 뉴비 헌터들을 학살하다시피 하고 있는 놈들이다.

그런 놈들이 자신을 살려 준다?

개소리지.

이렇게 가나, 저렇게 가나 매한가지라면…….

이호성은 결단을 내렸다.

“좋아. 지금 바로 서류를 가지러 오라고 하지.”

다크호스 클랜장 최만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아,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클랜원들을 불러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그건 좋지 않은 생각입니다.”

최만식이 슬쩍 뒤를 돌아보며 신호를 주자,

끼이이이익!

폐공장 철문이 열리며 20명에 달하는 헌터들이 무식해 보이는 병장기들을 찬 채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호성이 놀란 눈으로 그들을 보았다.

그 짧은 사이에 헌터들을 이렇게 많이 모았다고?

“클랜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보단 나이트 하나 넘기는 게 좋잖아요? 살려 드린다니까?”

웃으며 말하는 최만식은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보였다.

이호성이 신음을 삼킬 때, 최만식이 이호성을 검지로 쿡쿡 찔러 보였다.

“자- 어서 나이트클럽 문서 가져오라고 오더 내리세요.”

이호성은 창백해진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며 휴대폰을 꺼냈다.

* * *

가게 밖으로 나와 우산을 펼칠 때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는 알림음이 들렸다.

민성은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그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민성은 확 굳어진 얼굴로 스트레칭을 했다.

목을 돌리고, 허리를 펴서 근육을 팽팽하게 당겼다.

민성은 이호성이 보낸 위치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빨리 와야 할 텐데…….’

이호성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강민성이 이곳 폐공장에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잠깐, 표정이 뭔가 수상한데?”

다크호스 클랜장 최만식이 미간을 찌푸리며 이호성을 쏘아보았다.

이호성은 그런 최만식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난 이미 날개 잃은 새나 다름없어. 클랜원들이라고 해 봐야 그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보다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괜히 꼼수 부리려고 했다간-”

다크호스 클랜장 최만식의 눈이 서늘해졌다.

“-긴 고문이 시작될 겁니다. 최근에 내가 고문에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최만식이 길쭉하게 웃었다.

악귀처럼 보이는 웃음이었다.

“그보다 놀랍군. 그새 이렇게 많은 헌터들을 모으다니.”

이호성의 말에 최만식이 작게 웃었다.

“우리 다크호스가 클랜명답게 아주 떠오르는 태양이죠. 최근 뉴비 새끼 하나를 죽였는데, 물려받은 아이템이 상당히 훌륭한 거더라고. 성장에 아주 큰 발판이…….”

끼이이익-

갑작스레 폐공장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최만식이 음?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벌써 도착한 건가? 상당히 빠르네?”

최만식이 그렇게 말했을 때, 이호성이 창백해진 얼굴로 웃음을 흘렸다.

“네놈들은 이제 끝이야.”

최만식이 눈살을 확 찌푸리며 이호성을 노려보았다.

“네놈! 무슨 꼼수를…….”

“이호성.”

폐공장 철문을 열고 안으로 나타난 사내가 이호성의 이름을 불렀다.

최만식은 입구에 나타난 남자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헌터 네임도 없는 일반인이다.

이 상황에 이호성이 어째서 그런 말을 했는지 최만식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살려 주십시오! 헌터님!”

이호성이 철퍽 무릎을 꿇으며 절박하게 소리쳤다.

이호성이 보고 있는 사내는 강민성.

민성은 짜증이 배어들어 있는 얼굴로 걸어오며 이호성을 노려보았다.

* * *

‘헌터님이라고……? 일반인을 헌터님이라고 불러?’

최만식이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을 때 민성이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곤 메시지 내용을 보며 민성이 입을 열었다.

“더 이상 식충이 같은 네놈의 밥집 셔틀이나 하는 노예 생활은 못 하겠다. 이 개새X야. 이리로 와서 날 죽이고, 앞으로 밥은 혼자 알아서 처먹든 빌어서 먹든 네 마음대로 해라. 지금 당장 안 오면 해외로 튀어 버릴 거니까 마음 변하기 전에 얼른 와서 날 죽여야 할 거다. 알겠냐?”

민성이 이호성을 보며 휴대폰을 흔들었다.

“이거 진짜 네가 보낸 거냐?”

이호성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굵은 침을 꿀꺽 삼켰다.

최만식은 둘의 대화를 들으며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이것들이 미쳤나.”

최만식은 혀를 차며 부하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저 일반인 새끼, 당장 죽여 버리고 절로 치워. 뭐 하는 새끼야, 저거!?”

다크호스 클랜장 최만식의 명령에 30명에 달하는 클랜원들이 흉흉한 눈빛으로 킬킬 웃으며 민성에게 다가갔다.

민성이 바닥에 발을 한 발 굴렸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바닥에 발자국이 깊게 파이며.

피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마력 에너지를 품은 충격의 파장이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마치 거대한 파도가 인간을 삼키듯이, 거대한 충격파가 삽시간에 30명에 달하는 헌터들을 뒤덮었다.

다크호스 클랜의 헌터들은 신음도 흘리지 못한 채, 그 충격파에 휩싸여 온몸이 폭발하듯 터지며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순식간에 바닥에 30명의 헌터들이 피범벅이 되어 바닥을 굴렀다.

민성이 바닥에 단 한 번 발을 굴린 것만으로 일어난 참사였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헌터들 사이를 지나며 민성이 이호성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어, 어어어! 어억…… 헉!”

다크호스 클랜의 클랜장 최만식은 온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이, 일반인이잖아? 헌터 네임이 없다고. 그런데 어떻게 이런 엄청난 일을……!?’

숨을 쉬기 힘들었고, 공포감에 오줌이 바지를 적시며 흘러내렸다.

민성이 짜증이 배어든 눈으로 이호성을 내려다보았다.

이호성이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

“헌터님! 여기 옆에 있는 놈은 다크호스 클랜의 클랜장으로 최만식이라는 놈입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나이트클럽을 빼앗기 위해 저를 급습하고 이리로 저를 끌고 와서 저를 죽이려 한 거예요.”

“…….”

“완전 개 쌩 양아치 같은 새끼예요. 수많은 뉴비 헌터들을 죽이고, 아이템을 빼앗고. 선량한 헌터들을 상대로 고문마저 일삼는 인간쓰레기 같은 놈입니다!”

“…….”

이호성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순 없잖아요. 그냥 와 달라고 하면 절대 안 오실 거고. 어떻게든 살고 싶었습니다! 흐흐흑, 살려 주십시오, 헌터님…….”

“…….”

“애, 애초에 제가 헌터님을 그렇게 모욕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살기 위해서 헌터님을 이용한 점! 평생 동안 그 빚을 갚으며 살겠습니다!”

“…….”

“제가 아이스크림집 진짜 기가 막힌 곳 하나 알아 놨습니다. 후식으로 진짜 천상의 맛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천국에 오신 기분을 경험시켜 드리겠습니다.”

민성이 휴대폰을 주머니 안에 넣고 이호성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민성은 이호성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옆으로 시선을 돌려 다크호스 클랜의 클랜장 최만식을 보았다.

‘뭐, 뭔 놈의 새끼가 눈빛이……!’

민성의 눈을 마주 보자마자 흘러내리던 오줌이 더 거세게 최만식의 바지를 적시기 시작했다.

공포감이 뇌를 완전히 찍어 눌렀다.

“헌터들을 죽이고 아이템을 빼앗고, 고문까지 했다?”

“딸꾹!”

최만식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파지지지직!

민성이 아이템 창에서 오리하르콘 단검을 꺼냈다.

오리하르콘 단검에서 새하얀 뇌력이 콰르릉! 하고 울음소리를 냈다.

최만식이 털썩! 엉덩방아를 찧으며 눈물을 흘리면서 극도의 공포감에 빠졌다.

“허, 허어어억! 으어어어!”

서걱!

최만식의 잘려 나간 머리통이 허공으로 날아가 바닥에 퍽! 떨어졌다.

“이호성.”

민성의 부름에 이호성이 안절부절한 얼굴로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아이스크림집!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맛이 없으면 그땐 저를 진짜 죽이셔도 좋습니다!”

“너- 내가 먹을 거면 뭐든 넘어가는 그런 사람으로 보여?”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평생을 다해 이 은혜를 갚으며 살겠습니다. 충정으로 모시겠습니다. 부디 은혜를 갚을 수 있도록 성은을 배풀어 주십시오!”

이호성이 바닥에 이마를 팍 찍었다.

피가 날 정도로 세게 찍어, 이호성의 얼굴에는 피가 줄줄 흘렀다.

민성은 이호성을 빤히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 정리하고, 집으로 와라.”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이호성의 얼굴이 환희로 물들었다.

“허, 헌터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충심으로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잘못한 건 잘못한 거니까.”

“네?”

민성이 아이템 창에 오리하르콘 단검을 넣고 소매를 걷었다.

* * *

민성은 몸을 돌려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폐공장 밖으로 나오자, 어느덧 비가 그쳐 하늘엔 햇빛이 쨍쨍하게 떠 있었다.

그 난리에도 잠을 자고 있던 리치 인형은 햇빛이 괴로운 듯 꿈틀거렸다. 그러다 바지 주머니 안으로 완전히 훅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민성은 고개를 들어 폐공장 안쪽을 슬쩍 돌아보았다.

아이스크림이라…….

이호성이라면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

* * *

폐공장 뒤처리를 끝마친 이호성은 눈을 뜨기도 힘들 만큼 부어오른 가분수 형태에 가까운 얼굴로, 콧물을 훌쩍이며 차에 올라탔다.

백미러를 통해 거울을 보자 얼마나 얼굴이 피멍으로 크게 부어올랐는지 꼭 헬멧을 쓴 것처럼 보였다.

이호성은 민성의 주먹질을 떠올리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진심으로 맞다가 죽을 뻔했다.

결코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이호성은 물티슈로 얼굴을 닦으며 히죽 웃었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와, 꼼짝없이 죽을 뻔했는데. 진짜 천만다행이다.”

잠시 중얼거린 이호성은 이내 이 모든 것이 강민성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자 속에서 우울함이 밀려왔다.

강민성만 만나지 않았어도 자신의 다이아몬드 클랜이 이 꼴이 났을 리도 없을 테고, 자존심 상하게 다크호스 클랜 따위에게 따라잡힐 일 따위도 없었을 것이다.

“시바…….”

이호성은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담배를 피우며 차를 출발시켰다.

이호성은 헌터 전문 병원에 들러 회복 마법인 힐을 통해 치료를 마친 후, 집으로 향했다.

조금 있다가 강민성을 데리고 아이스크림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지는 이호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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