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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7화 (17/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7화>

수정 단검이 야광석의 빛을 받아 보랏빛으로 번쩍였다.

바로 그때.

“크흐흐……!”

이상한 웃음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

멀지 않은 곳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호성은 흠칫 놀라서 어깨를 떨며 바짝 굳었다.

잠시 후, 그림자가 먼저 보이고 뒤이어 미궁 던전의 몬스터가 나타났다.

이호성은 넋이 나간 얼굴로 몬스터를 보았다.

부패된 산적 두목

Lv621 유진상

온몸이 썩어서 부패되어 있다.

벌레가 기어 다니고, 얼굴은 형체를 알아보기조차 힘들게 뭉개져 있다.

시체인지 몬스터인지 유령인지 모를 그런 몬스터의 등 뒤로 수십 명의 부하 도적들이 뒤따랐다.

몬스터가 산적 두목 유진상!?

놈은 몬스터이기 이전에 본래 살아 있던 인간이자 헌터였다.

그는 마운틴이라는 산적 길드를 이끌고 있었는데 패기 좋게 어느 날 미궁에 도전했고, 그 결과…… 그는 그 이후로 세상에서 볼 수가 없었다.

……그는 여기서 죽은 뒤, 좀비가 되어 버린 거였어.

유진상은 산적 길드의 우두머리로 악명 높은 범죄자였다.

던전 주변에서 헌터들의 아이템과 돈을 갈취하는 게 그들의 일이었다.

중요한 건 절대로 갈취할 대상을 살려 두지 않는 게 바로 마운틴 산적 길드의 규칙이었으며, 그 방식이 매우 잔혹하기로 유명했다는 점이다.

“피라미들이로군.”

유진상이 쇠를 긁는 듯한 소리로 말했다.

이호성은 그 목소리에 기절할 것만 같았지만, 그런 이호성과 달리…….

“몬스터가 말도 하네.”

민성은 유진상을 보며 픽 하고 웃음을 흘렸다.

지금 상황에 웃음이 나와?

지금 뭐 공포 영화 보냐?

이거 현실이라고!

현실 감각이 없는 거냐!

“레, 레벨이 600대예요. 시작부터 몬스터 레벨이 600이라니…… 뭐, 이런 미친 던전이 다 있어!?”

유진상이 커다란 도끼를 들어 보였다.

투박하지만 날카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도끼날이 야광석의 빛을 받아 번쩍였다.

그가 도끼를 들고 어기적거리며 움직였다.

시체가 절뚝절뚝 걸으며 다가오는 모습은 기괴했고 공포스럽기 그지없었다.

유진상이 민성의 한 치 앞으로 다가섰다.

민성은 그의 얼굴을 혐오스럽다는 듯 보았다.

유진상이 그런 민성을 보며 웃음 지었다.

“정말이지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얼굴이로군. 여자들이 꽤 퍽퍽하게 달라붙을 얼굴이야. 아주 도려내고 싶게 생겼어…….”

“여기 미궁에서 죽으면 너처럼 좀비가 되는 건가?”

민성이 몬스터이자 좀비인 유진상에게 물었다.

“크크큭…… 고작 150레벨밖에 되지 않은 애송이 주제에 감히 미궁을 찾다니, 주제를 모르는구나. 네놈의 그 피부 껍데기를 산 채로 벗겨 줄 것이다.”

기괴한 몬스터가 말한 잔인한 내용에 이호성은 몸서리를 치며 덜덜 떨었다.

그때 유진상이 민성을 빤히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네놈. 두려움이 없구나……?”

유진상은 이호성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 너. 대답해. 이 자식 머리가 어떻게 된 놈이냐? 왜 두려움이 없지?”

이호성은 그저 질겁한 얼굴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알을 굴리기만 했다.

그런 이호성의 모습을 보며 유진상은 키득 웃었다.

“하긴, 150레벨에 미궁에 들어온 것만 봐도 제정신이 아닌 게지. 기생오라비 같은 너보다 저 겁쟁이부터 죽이는 게 훨씬 더 재밌겠어. 넌 기다리면서 잘 지켜보라고.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 건지 즐겨 봐. 흐흐흐흐흐흐.”

유진상이 시커먼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이호성은 공포에 질려 새하얘진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이호성의 등이 벽에 바짝 닿았다.

“사람을 죽여 남의 물건을 갈취하는 놈들이라…….”

민성이 이호성을 보았다.

“꼭 너 같은 놈들이네.”

민성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콰르르르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뇌력을 머금은 민성의 검기에 의해 수십 명의 좀비 도적들의 몸이 단숨에 후두두 잘려 나갔다.

산적 두목 유진상은 놀란 얼굴로 부하들이 죽어 나간 주변을 훑어보았다.

“네, 네놈은…….”

유진상이 뭐라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서걱!

민성의 검이 한 줄기 빛을 그었다.

잘려 나간 유진상의 머리가 눈도 감지 못한 채 이호성의 발치 아래로 데굴데굴 굴렀다.

이호성은 굴러온 시체 머리에 기겁하며 옆으로 게걸음을 걷다가 바닥에 철퍽 쓰러졌다.

바로 그때, 좀비 시체였던 산적 두목 유진상의 몸이 폭발하면서 그 자리에 아이템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미궁의 벨트(유니크)]

[축복받은 방어구 강화 주문서]

[유리 가면(레어)]

[영혼석]

“주워.”

민성의 명령에 넋이 나간 채 민성을 보고 있던 이호성이 일단 떨어져 있는 아이템을 정신없이 주웠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능력이 향상됩니다.]

[모든 스탯이 +1 성장합니다.]

아이템을 습득하던 이호성은 레벨이 올랐다는 자신의 정보 창을 확인하면서 눈을 찢어질 듯 커다랗게 떴다.

아이템을 다 챙긴 이호성이 시니컬하게 앞서 걸어가고 있는 민성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거지……?

미궁에 들어와 지옥의 난이도로 던전이 시작됐다.

처음 나타난 몬스터는 좀비가 되어 버린 600레벨대의 산적 두목.

그런데 강민성이라는 이 남자는 단 일격에 부하 좀비들을 쓰러트렸고, 산적 두목 유진상 역시 단 일격에 목을 잘라 죽였다.

자신의 클랜원들을 베어 냈던 것처럼.

단 일격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다.

아니, 그냥 강한 정도가 아니야.

잠깐만.

이거 어쩌면…….

꿀꺽-

살아서 이 미궁을 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자신의 레벨을 하나 올리려면 수천 마리의 일반 던전 몬스터들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단 몇 초 만에 레벨이 올라 버렸어.

파티 경험치를 먹은 거다.

어쩌면 그와 함께 걸어가게 될 길은…… 자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한 번만 더 어리바리하게 굴면 미궁 속 좀비가 될 줄 알아.”

민성의 말에 이호성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 * *

철커덕! 철커덕!

걸을 때마다 입고 있는 갑옷에서 소리가 났다.

어기적거리면서 걷는 모습은 영락없이 좀비와 흡사하다.

미궁 던전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들은 모두 미궁에서 죽은 헌터들이 주를 이루는 듯했다.

Lv777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

이호성이 산적 두목 다음으로 나타난 몬스터를 보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주, 주, 주, 중앙 헌터 기관 병사라고!?”

이호성이 파들파들 떨면서 민성의 등 뒤로 숨어들었다.

민성은 이호성이 요란하게 떠들어 댄 상대를 빤히 보았다.

어깨와 팔다리가 축 처져 있다.

기다란 창을 쥐고 있는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는 레벨이 777이었다.

놈을 위아래로 훑었다.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가 고개를 치켜들면서 시커먼 안광을 번쩍였다.

그러곤 그동안의 어기적거리던 느린 행동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민성은 눈앞에 보이는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를 보며 검을 횡으로 그었다.

섬광과도 같은 빛줄기가 그어졌다.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가 상체를 반쯤 회전시켜 틀었다.

반응 속도가 제법이다.

어깨가 뭉텅 잘려 나갔지만,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는 좀비인 만큼 전혀 대미지를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의 창끝이 날카롭게 공기를 찢으며, 민성의 목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쇄애애애액!

예리하게 공격해 들어오는 창날의 끝.

마치 뱀이 목덜미를 물기 위해 달려드는 것만 같은 기세다.

민성은 수정 단검으로 찔러 들어오는 창날을 흘려보내듯 살짝 툭 쳐 내고, 안쪽으로 파고들며 거리를 좁혔다.

순식간에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의 몸 안쪽으로 파고든 민성이 수정 단검을 역수로 잡아 놈의 이마에 꽂아 넣었다.

퍼억!

수정 단검이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의 머리를 터트렸다.

예상은 적중했다.

좀비인 만큼 머리가 놈들의 약점이었다.

뇌수가 퍽 터지면서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힘을 잃었다.

민성은 곧바로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의 가슴을 발로 밟으며 이마에 찔러 넣었던 수정 단검을 뽑아냈다.

풀썩!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가 힘없이 쓰러졌다.

퍼어어엉!

시체가 폭발하면서 그 자리에 아이템이 핑그르르! 떨어져 내렸다.

[생명의 창(일반)]

[무기 강화 주문서]

[람모스의 단단한 껍질 방패(레어)]

[영혼석]

민성은 수정 단검에 묻은 시커먼 피를 흔들어 털어 냈다.

이호성이 아이템을 줍는 사이, 민성은 야광석의 빛에 수정 단검을 비춰 보았다.

상당히 괜찮은 무기다.

가볍기도 하고, 자신의 마기를 머금는 능력이 상당하다.

그레이드 던전에서 구한 아이템치고는 상당히 훌륭한 무기였다.

“저, 헌터님…….”

이호성의 부름에 민성은 그를 돌아보았다.

“대체 헌터님은 얼마나 강하신 걸까요? 중앙 헌터 기관 병사까지 쓰러트리다니, 진짜 대단하네요. 어쩌면 헌터님이 기타 능력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호성이 완전히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기타 능력자…….

그놈들도 마계에서 돌아온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었지만, 민성은 이내 관심을 껐다.

그렇든 아니든 그런 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입 다물고 따라와.”

“네!”

이호성이 조금은 긴장감이 풀어진 얼굴로 웃음기마저 입가에 머금은 채 대답했다.

민성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조금 더 던전 안쪽으로 깊이 가던 중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어떤 놈들일까?

잠시 후, 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총 3마리로 이번에도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다.

조금 전과 상황이 다른 건 놈들의 수가 세 마리로 늘어났다는 것뿐.

철커덕거리는 갑옷 소리를 내며 3마리의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들이 거리를 좁혀 왔다.

민성은 기다리지 않고 먼저 발을 굴렸다.

순식간에 민성의 수정 단검이 단 일격으로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의 목 하나를 쳤다.

서걱!

잘려 나간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의 머리가 허공으로 솟구칠 때, 나머지 두 마리의 몬스터가 민성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창끝에서 흘러나온 강력한 푸른 검기가 민성의 몸을 향해 화살처럼 쇄도했다.

민성은 수정 단검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기를 쳐 냈다.

수정 단검에 의해 튕겨 나간 검기들 중 하나가 이호성의 목덜미 옆을 스쳐 벽에 틀어박혔다.

쩌저저적!

벽에 기다란 금이 가는 걸 본 이호성은 자신의 목에 난 생채기를 매만지며 전신을 파들파들 떨었다.

조금만 덜 빗겨 갔다면 그대로 목이 잘렸을 것이다.

이호성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바닥에 스르륵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가운데 민성은 자신을 향해 쉴 새 없이 찔러 들어오는 창날의 끝을 피하며 침착히 그들의 움직임을 눈에 담았다.

창날의 궤적은 모두 눈 안에 들어온다.

민성은 마계에 있을 때의 전투 감각과 지금의 전투 감각이 전혀 달리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시시하군.’

손에 쥔 수정 단검이 순식간에 별과도 같은 빛의 궤적을 그렸다.

부패된 중앙 헌터 기관 병사의 머리가 사방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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