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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13화 (13/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13화>

* * *

그림자 길드 본관 로비를 지키고 있는 경비 헌터 두 명 중 사수가 주변을 살피더니 넌지시 입을 열었다.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옆에 서 있던 부사수가 되물었다.

“철혈의 마체테 구양봉이 인턴들 데리고 가서 150레벨 한 명한테 깨졌다는 거 말이야.”

“뭐? 그게 사실이야?”

“그래. 인턴 중에 우리 형이 있잖아. 병원 가서 치료 받고 와서 해 준 얘기야.”

“150레벨짜리가 구양봉 선배에 인턴들까지 한 방에 눕힌다니, 말이 안 되잖아?”

“마스터급인 게 거의 확실하대.”

“헙! 미친. 준마스터도 아니고 마스터? 와, 그 정도면 중앙 헌터 기관 간부급 재능이잖아?”

“조만간 꽤 시끄러울 것 같다.”

“그렇다면…….”

“아마 길드 내에선 포섭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할 테지.”

“난리 나겠네.”

부사수의 말에 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규 유망주 쟁탈전이 시작되는 거야.”

“진짜 꽤 시끄럽겠어.”

“뭐…… 우리랑은 어차피 별개의 이야기니까. 말 그대로 천상계 아니냐? 우리 같은 일반 헌터들은 범접도 할 수 없는 세계.”

“예나 지금이나 불공평한 세상이야. 젠장. 오늘 일 끝나면 좋은 데 가서 스트레스나 풀어야겠다.”

부사수가 찌릿 노려보았다.

“같이 가자?”

“그러세.”

두 헌터가 낄낄 웃을 때였다.

로비 회전문이 움직이면서 누군가 나타났다.

“음……?”

“이 시간에 누구…….”

늦은 새벽, 길드 내부에 들어오는 이를 보고 두 명의 경비 헌터들은 뒤늦게 깜짝 놀랐다.

호칭과 이름 때문이다.

불멸의 화염 이정희!?

경비 헌터들은 눈으로 보면서도 잘못 본 건가 싶어 쌍둥이처럼 동시에 눈을 비볐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부비고 다시 봐도, 불멸의 화염 이정희가 틀림없다.

그런데 왜 저런 꼴을 하고 있는 거야?

두 경비 헌터는 황당했다.

새하얀 팬티만 입은 채 거의 알몸으로 쭈뼛거리며 들어오고 있는 이정희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머리에는 마른 피가 덕지덕지 붙어 있고, 눈빛은 두려움에 떨고 있으며, 얼굴은 전체적으로 지독한 공포에 휩싸인 표정이다.

“대체…….”

두 경비 헌터가 이정희를 당황스러운 눈으로 보던 중, 누군가 이정희를 뒤따라 들어왔다.

퍼스트

Lv150 강민성

두 경비 헌터는 상대를 보자마자 동시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불멸의 화염 이정희의 제복을 뺏어 입은 듯했다.

거기다 손에는 뭔가를 들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항아리였다.

그것도 불에 활활 타고 있는 항아리.

“와…… 불타고 있어.”

“무슨 장독대 비슷한 항아리 같은데…….”

“야, 저 사람. 혹시 방금 전에 네가 말했던 그, 그 사람 아니야?”

“어……? 어어!?”

“그렇지?”

“……그, 그럴지도.”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상황……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상부 보고부터 해야겠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을 주고받던 중, 이정희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거기 경비 헌터들.”

이정희가 자신들을 부르자 두 경비 헌터는 깜짝 놀라며 허리를 바로 세웠다.

“이정희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저, 저 뒤에 있는 사람은 누구죠?”

두 경비 헌터가 잔뜩 긴장한 채 이정희에게 물었다.

이정희가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였다.

“이정희.”

민성이 이정희를 불렀다.

그에 이정희는 온몸을 오들오들 떨면서 민성을 돌아보았다.

“그 새끼 불러.”

민성의 명령에 이정희가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꺼냈다.

* * *

본부실 앞으로 돌아온 오경태는 이정희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 걸 보고, 한숨을 쉬며 전화를 받았다.

“일이 좀 복잡하게 됐…… 뭐라고!?”

오경태가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다.

- 강민성이 지금 로비에 있습니다. 팀장님을 찾고 있어요.

“……!”

오경태는 전화를 끊고 바로 본부실 앞에서 몸을 돌렸다.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오경태는 생각했다.

어떤 게 최선의 방법이냐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던 중, 오경태는 우뚝 멈춰 섰다.

찬스.

어쩌면 찬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 단장은 이왕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강민성을 소리 없이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 명분은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책임은 피할 수 없겠지만 마무리만 확실히 한다면 조금은 그 책임의 무게를 덜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길드 본관으로 쳐들어오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군.

차라리 잘됐어.

놈은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다.

끝을 봐야 해.

오경태는 즉시 전력 투입이 가능한 길드 내 특수 팀 헌터들을 소집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 * *

입구 로비를 지키고 있던 두 경비 헌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이정희와 강민성이라는 남자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본부 팀장인 오경태가 지금 로비로 내려오고 있었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자신들이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

그렇게 혼란스럽고 심리적으로 상당히 괴로운 와중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본부 팀장 오경태가 나타났다.

“보, 본부 팀장님.”

“팀장님.”

두 헌터가 로비에 나타난 오경태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그사이 오경태는 두 헌터에게 입구를 잠그고 물러가 있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이정희 뒤에 서 있는 강민성에게로 천천히 거리를 좁히며 걸어갔다.

그사이 경비 헌터들은 로비 데스크에 있는 컴퓨터를 만져 입구를 틀어막았다.

기이잉-!

로비 입구가 봉쇄되기 시작했다.

두꺼운 철문이 양쪽에서 나타나 길드 본관의 정문 입구를 단단히 틀어막았다.

민성은 뒤를 돌아보며 문이 봉쇄된 걸 확인했다.

“강민성 씨, 일단 이정희는…….”

오경태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민성이 손에 들고 있던 항아리를 휘둘렀다.

불타는 항아리가 이정희의 등을 후려쳤다.

“크헉!”

이정희가 검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철퍽 엎어졌다.

“크으으윽!”

바닥에 엎드린 채 꿈틀거리고 있는 이정희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등뼈가 완전히 부서진 것처럼 보였다.

조금만 더 세게 때렸다면 뼈가 살을 찢고 튀어나왔을 것이다.

가볍게 후려쳤는데도 이 정도 파워라니…….

오경태는 식은땀이 흐르는 얼굴로 강민성을 잠시 쏘아보다 표정을 비굴하게 바꿨다.

“가, 강민성 씨……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얘기 좀 하시죠.”

시간을 끌어야 한다.

최소한 1분.

1분만 지나면 길드 내 특수 팀이 도착할 것이다.

자신 혼자서는 저 괴물 같은 정체모를 놈을 막을 수가 없으니 시간을 끄는 수밖에 없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겁니다. 그러니 대화를 통해…….”

민성이 가라앉은 눈으로 오경태를 보며 걸음을 옮겼다.

“자, 잠깐 강민성 씨. 얘기를, 얘기를 좀 하자고, 이 새끼야……!”

민성이 시야에서 일순 사라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다음에 시야에 보인 건 불타는 항아리였다.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항아리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오경태의 머리가 뒤로 크게 젖혀지면서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대로 공중에서 두 바퀴를 돌아 바닥에 철퍽 엎어졌다.

이빨 4개가 바닥을 굴렀다.

코는 부러졌고, 광대뼈 하나가 함몰되었다.

반격은커녕 저항 자체가 불가했다.

눈으로 속도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끅…….”

오경태는 입 밖으로 피를 줄줄 흘리며 신음을 흘렸다.

몸을 일으키고 싶어도 몸이 마음처럼 움직여지질 않았다.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의식이 살짝 흐려지고 있는 이 시점, 특수 팀이 도착한 듯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 * *

다섯 명의 그림자 길드 특수 팀 헌터가 민성과 대치했다.

특수 팀 헌터들은 민성이 들고 있는 불타는 항아리를 보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경태는 특수 팀 헌터들에게 방심하지 말라고 전해 주고 싶었지만, 얻어맞은 대미지가 컸던 탓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급하게 부른다고 미처 놈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하지만 오경태의 걱정과 달리 특수 팀 헌터들은 많은 전투 경험을 쌓은 만큼 상황을 빠르게 캐치해 냈다.

“레벨만 보고 방심하지 마. 뭔가 숨겨진 게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정희와 오경태가 저런 꼴이 되었을 리가 없어.”

특수 팀 헌터들 중 가장 레벨이 높은 헌터가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단순히 150레벨 따위가 이상한 무기 하나를 들고서 이 상황을 만들어 냈을 리가 없다는 데에 다른 특수 팀 헌터들도 동의했다.

방심하지 않고 전투 에너지를 예열했다.

특수 팀 헌터들의 머리 위로 버프 효과가 생겨났다.

공격력과 방어력, 그리고 속성 저항력 등 신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버프 능력을 통해 새파란 빛이 쉴 새 없이 번쩍였다.

민성이 그런 그들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이내 움직였다.

민성의 움직임에 대한 시야는 잡혔다.

하지만 몸이 그 시야를 따라가지 못했다.

미처 진열을 이루기도 전에 민성의 불타는 항아리가 특수 팀 헌터 하나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쾅-!

특수 팀 헌터 하나의 머리가 크게 꺾이면서 피를 흩뿌리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방어력에 대한 버프는 민성의 공격 앞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보호 실드는 두부 부서지듯 손쉽게 깨어졌다.

그 광경에 남은 4명의 특수 팀 헌터의 동공이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예상을 완전히 초월하는 속도와 힘이다.

뒤늦게 진열을 잡아 공격 태세를 갖추었을 땐 이미 민성의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된 이후였다.

민성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항아리를 휘둘렀다.

그 단순한 횡 휘두르기에 특수 팀 헌터는 가드도 올리지 못하고 불타는 항아리에 몸을 내주었다.

그는 마치 팽이처럼 팽그르르 돌며 날아가 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다.

역시 눈으로는 좇아도 몸이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2명이 당한 가운데 남은 3명의 특수 팀 헌터가 동시에 민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꽈르르릉!

그때 공간을 찢어발기는 힘이 발출되었다.

마치 드래곤의 입김처럼 거대한 불길과 함께 강력한 힘이 그들을 집어삼켰다.

달려들던 3명의 특수 팀 헌터들은 폭발과 함께 일제히 신체가 발화하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3명 모두 넝마가 되어 몸에 불이 붙은 채로 바닥을 데굴데굴 나뒹굴었다.

민성은 조금의 호흡도 흐트러지지 않고 검은 눈으로 쓰러져 있는 이들을 훑어보았다.

로비 입구의 경비를 맡고 있던 경비 헌터 두 명은 넋이 나간 채 그런 민성을 보며 공포에 떨었다.

두 명의 경비 헌터 중 한 명이 지독한 정적 속에서 눈치를 살피다 데스크 쪽에 있는 비상 버튼을 눌렀다.

위잉, 위잉, 위잉-!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긴급 상황을 알리는 비상벨이었다.

“……우린 이제 죽겠지?”

“아마도.”

두 경비 헌터가 죽음을 직감했다.

그의 힘과 속도라면 자신들을 죽이는 건 개미 죽이는 것과 다름없는 수준일 테니까.

레벨의 기준이 통용되지 않는 신진 괴물이다.

비상벨을 울렸으니 그런 자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죽음에 대한 공포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민성이 두 경비 헌터를 향해 불타는 항아리를 휘둘렀다.

꽈르릉!

마력 에너지를 품은 불길이 두 경비 헌터를 무자비하게 휘어 감았다.

콰아아앙!

두 경비 헌터가 트럭에 치인 것처럼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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