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8화>
* * *
민성의 도발에 구양봉의 눈썹이 뒤틀렸다.
“정신 나간 놈……! 선배님이 나설 것도 없습니다. 저희 선에서 처리하겠습니다.”
인턴들이 공격을 준비했다.
구양봉이 눈살을 구기며 그들을 돌아보았다.
“멈춰! 상대는…….”
팟!
구양봉이 채 말을 끝맺기도 전에 인턴들은 이미 일제히 탕 안에 서 있는 민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구양봉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런 인턴들을 훑어보았다.
“이런……!”
이미 말리기엔 늦은 상황.
타이어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연속으로 목욕탕 안에 울려 퍼졌다.
퍼엉! 펑! 퍼벙! 펑펑! 펑! 퍼어엉-!
인턴들이 물살을 가르며 사방으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후두둑!
후둑!
후두두두!
후둑!
목욕탕 시멘트 파편이 아래로 떨어졌다.
“크윽……!”
“컥!”
“큭!”
“쿨럭……!”
열 명의 인턴 전원이 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토하며 신음을 흘렸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구양봉이 놀란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민성은 본래 있던 자리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대로 서 있었다.
물결의 파동만이 그의 움직임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뭐지?
거의 보이지도 않았어…….
절대로, 절대로 150레벨이 스킬도 아닌, 심지어 무기도 없이 일반 타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림이 아니다.
설마 마스터…… 그 이상?
아니, 그건 말이 안 돼.
집중하고 자신감을 가져라.
구양봉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자신의 전용 무기 마체테를 꽉 움켜쥐었다.
그의 마체테에 푸른 오러가 맺혀 들기 시작했다.
200레벨 이상부터 사용할 수 있는 소드 오러.
오러는 마력을 머금은 에너지를 의미하며, 강철도 두부 자르듯 자를 수 있는 힘을 가진 에너지의 결정체다.
물론 그 수준에는 레벨에 따라 차이가 있기 마련이나, 비록 엷은 소드 오러라고 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응집된 마력 에너지는 그 작은 힘만으로도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평범한 인간은 스치는 것만으로도 팔다리가 잘려 나갈 만큼 오러는 강력한 마력 에너지였다.
구양봉이 사나운 눈길로 민성을 노려보며 마체테의 손잡이를 힘 있게 잡았다.
마체테에 서린 오러의 기운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민성은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미간을 구겼다.
“뭐냐, 그 미세 먼지 같은 건?”
구양봉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충고를 듣지 않는군. 그 여유, 사라지게 해 주지……!”
콰앙!
구양봉이 땅을 박차고 민성을 향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푸른 오러의 기운을 품은 마체테가 민성의 정수리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민성은 그런 구양봉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손을 내밀어 엄지와 검지로 구양봉의 마체테를 탁 잡았다.
따아아앙!
마체테가 정확히 반으로 부러지며 두 동강 났다.
구양봉의 입이 쩍 벌어지고, 그의 몸이 온탕의 수면에 떨어지기도 전에 민성의 오른쪽 주먹이 구양봉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구양봉의 갈비뼈 4개가 와드득 부러지면서 그는 온탕 밖으로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날아갔다.
쿠우웅!
거구의 구양봉이 목욕탕 바닥에 떨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출입문 앞까지 데굴데굴 굴러간 구양봉이 피를 토해 내며 기침을 했다.
“쿨럭! 콜록! 컥!”
민성이 허리에 양손을 얹고서 구양봉에게 걸어가 그를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보았다.
구양봉은 피를 토하며 혈안이 된 눈으로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대…… 대체 150레벨에 불과한 당신이 어째서 소드 오러를 맨손으로…… 쿨럭!”
구양봉이 또다시 피를 토했다.
“쿨럭!”
“계란 두 개에 사이다 하나.”
구양봉이 빠드득 이를 갈았다.
“끝까지 나를 모욕할 셈이냐…….”
민성은 고개를 모로 꺾으면서 구양봉을 보았다.
“맥반석 계란 두 개에 사이다 하나라고 했다.”
구양봉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굳었다.
“너, 설마 지금 그걸 진심으로…….”
민성이 미간을 구겼다.
그 진지한 표정에 구양봉은 반쯤 영혼이 가출한 것 같은 표정으로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구양봉은 굵은 침을 꿀꺽 삼키며 주변을 보았다.
인턴들이 기대감이 서린 눈으로 구양봉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서 계란과 사이다를 주라는 눈빛을 한 10명의 인턴들이 구양봉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구양봉은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수그렸다.
* * *
구양봉과 10명의 인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민성은 머리도 말리고 옷도 입은 후 나무 테이블에 앉자마자 맥반석 계란 한 알을 통째로 입안에 넣었다.
우물우물!
탱글탱글하게 구워진 계란 흰자와 노른자가 동시에 입안에서 씹혔다.
고소한 맛과 향긋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
그래.
이 맛이야.
추억이 살아나는걸?
어릴 적 구운 계란을 사 먹었을 때의 그 맛이다.
목욕을 하고 허기가 진 상태에서 먹어서일까?
정말 맛있었지.
기억이 놀랍도록 선명해.
민성은 추억을 더듬으며 입에 물고 있던 계란을 마저 삼키곤, 차갑고 시원한 캔 사이다를 들었다.
꿀꺽! 꿀꺽꿀꺽!
탄산이 혀와 목에서 탁탁 튀면서 식도를 넘어갔다.
하아!
텁텁한 노른자의 흔적은 순식간에 지워지면서 시원한 단맛이 입안에 가득 배어들었다.
입안이 상쾌해짐과 동시에 민성은 마지막 맥반석 계란을 마저 입에 쏙 넣었다.
탱글탱글한 맥반석 흰자와 텁텁한 노른자,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사이다는 완벽한 콤보를 만들어 냈다.
시간 끌 것 없이 마무리!
꿀꺽꿀꺽!
사이다를 원 샷.
민성은 비어 있는 사이다 캔을 ‘타악!’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
구양봉과 10명의 인턴들이 숨죽인 채 그런 민성을 지켜보았다.
민성은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그들을 흘깃 보곤 그대로 목욕탕을 나갔다.
구양봉과 인턴들은 민성이 나간 방향을 소리 없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때.
짜작!
어디선가 계란이 까지는 소리가 났다.
구양봉과 인턴들이 일제히 소리가 난 곳을 보았다.
그곳엔 한 인턴이 맥반석 계란을 반쯤 입에 넣으려 하고 있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인턴은 입안에 반쯤 넣었던 계란을 다시 꺼낼 수밖에 없었다.
* * *
민성은 ‘아이템 마니아’를 찾아가 아이템을 하나둘 꺼냈다.
주인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아이템 창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아이템.
더군다나 그 아이템들은 평범하거나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그레이드 던전 최상층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들이다.
주인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만…… 그만 꺼내시오.”
민성은 아이템을 꺼내다 말고 주인을 보았다.
“이쪽에서 구입해 줄 수 있는 아이템은 여기까지뿐이요.”
주인이 다섯 가지 물품만을 끌어당겼다.
민성이 의아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그럼 나머지는 어디서 팔 수 있는 거지?”
“중앙 헌터 기관 근처에 가면 판매처가 많을 거요. 그리로 가 보시는 게 좋겠수다.”
“여기서 얼마나 걸리나?”
“택시 타면 한 15분 정도. 그럼 잠깐만.”
주인은 운전석 쪽으로 돌아갔다가 잠시 후 돌아왔다.
“여기 물건값이오.”
민성은 깜짝 놀란 눈으로 자신의 손에 쥐어진 돈을 내려다보았다.
가장 안 좋은 아이템 다섯 개를 판 금액이 무려 500만 원이다.
민성은 층수에 따라 아이템의 값이 이토록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상당히 놀랐다.
그는 돈을 안주머니에 챙기고, 아이템들은 다시 아이템 창 안에 넣었다.
어디서 택시를 타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템 마니아에서 몸을 돌렸을 때, 민성은 한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굳이 택시를 탈 필요는 없을 듯했다.
* * *
다이아몬드 클랜의 클랜장 이호성은 담배 연기를 코로 뿜으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습관적으로 한쪽 다리를 달달 떨면서 바닥에 침을 탁 뱉었다.
그림자 길드의 본부 팀장 오경태도 황급히 해당 사안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선수를 보냈을 것이다.
‘빨리 연락이 와야 두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담배를 입에 물고서 놈이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누군가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어떤 새끼…….”
뒤를 돌아본 이호성이 경악하며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흙바닥에 툭 떨어트렸다.
퍼스트
Lv150 강민성
순간 심장이 멎을 뻔했다.
그 정도로 놀랐다.
강민성이 눈앞에 나타난 것도 그렇지만, 150이라는 레벨과 ‘퍼스트’라는 호칭이 그 충격에 무게를 더했다.
단 며칠 만에 1레벨 뉴비에서 150레벨을 찍었어?
게다가 퍼스트!?
“허, 헌터님!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셔서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호성은 황급히 두 손을 모으며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티 나지 않게 거짓말을 했다.
본래 그레이드 던전 앞에서 대기 중이었던 이유는 클랜원들이 던전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면 함께 추가 클랜원들을 모집하기 위함이었지만, 찔린 구석이 있어서인지 공포감에서인지 이호성의 입에서는 민성을 보자마자 거짓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심장이 진정하지 않고 빠른 맥박으로 벌렁거렸다.
“시동 걸어.”
민성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호성이 빠르게 뛰어가 차 뒷문을 열어 주었다.
민성이 빠르게 뒷좌석에 오르자, 이호성은 운전석으로 전속력으로 뛰어가 재빨리 시동을 걸었다.
혹여나 클랜원들이 던전에서 나와 쓸데없는 말이라도 지껄이면 큰일이다.
그레이드 던전을 벗어나자마자 이호성은 그제야 마음이 놓여서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손등으로 닦아 냈다.
“웬 떨거지들이 찾아왔던데. 네가 보낸 건 아니겠지?”
민성이 차 안에서 창밖을 보며 툭 하고 지나가듯 물었다.
이호성의 콧구멍이 커지고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흘렀다.
“그럴 리가요! 아닙니다. 제가 목숨이 10개 아닌 다음에야 그, 그럴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럴 능력도 안 되고요.”
민성은 말없이 창문을 내려 얼굴에 바람을 맞았다.
“그보다 어, 어디로 가시는 길이십니까?”
“중앙 헌터 기관 부근에서 아이템을 처분해야 돼.”
“그러시군요. 그럼 제가 자주 가는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가격도 잘 쳐주고, 아이템 취급 품목 범위도 상당히 넓은 편입니다.”
민성이 대답 없이 창밖을 보았다.
이호성은 침을 꿀떡 넘기며 차량의 속도를 올렸다.
* * *
이호성이 소개한 ‘강남 거래소’는 다른 곳에 비해 외관 시설은 다소 뒤처졌지만, 내부는 먼지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레어 템 무기인 수정 단검을 제외한 모든 아이템을 꺼내 놓자, 이호성이 깜짝 놀란 눈으로 아이템들을 보았다.
주인장은 계산기를 두드려 본 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4억입니다.”
주인장이 현금 다발이 들어 있는 가방을 테이블 위로 쿵 올리며 말을 이었다.
“개인 플레이어에게 아이템을 팔면 조금 더 이익이 남겠지만,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겁니다. 그래도 판매하시겠습니까?”
민성이 이호성을 보았다.
이호성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신뢰도 있는 주인으로 유명한 분입니다. 믿으셔도 좋습니다.”
민성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에 가방을 챙겼다.
단 며칠 만에 4억이라…….
이렇게 큰돈이 될 줄은 몰랐던 터라 살짝 멍한 기분이다.
민성은 가방을 챙겨, 가게를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