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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6화 (6/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6화>

* * *

똑똑-

노크 소리에 집무를 보고 있던 그림자 길드의 본부 팀장 오경태는 서류 파일을 닫으며 턱을 들었다.

“아! 들어오세요.”

오경태의 말에 문이 열렸다.

이내 문 너머에서 거구에 엄청난 근육질의 몸을 가진 사내가 들어왔다.

철혈의 마체테

Lv301 구양봉

구양봉이 들어와 오경태 앞에 서서 짧게 목례했다.

오경태는 구양봉을 보며 피식 미소 지었다.

“오랜만이네요. 구양봉 플레이어.”

“…….”

“여전히 입이 무겁네. 우리 구양봉 플레이어는.”

“오더를 주십시오.”

“사람 참, 딱딱하기는. 그래, 본론부터 깝시다. 신원 확인이 좀 필요해요. 이름은 강민성. 레벨은 50 정도로 추정되고 있고…….”

구양봉의 눈썹이 비틀렸다.

“지금 50이라 하셨습니까?”

오경태가 안경을 올려 쓰며 구양봉을 보면서 찡긋 웃음 지었다.

“50이긴 한데, 성장력이 꽤 강해서 준마스터, 혹은 마스터급의 성장력을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 일그러져 있던 구양봉의 표정이 일순 돌변했다.

“아아! 너무 놀라지 마요. 준마스터가 아니라 마스터급이라고 해도, 아직은 200레벨 이상의 격차를 줄일 수는 없을 테니까. 그렇게 어렵지 않은 임무일 겁니다.”

“…….”

“난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뭐, 어쨌든 가서 슬쩍 견적 좀 뽑아 봐요. 소속은 밝히지 말고. 계약금 없이 성공 임금으로 골드 5kg. 수락하시겠습니까?”

구양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시간과 위치는 확정되는 대로 연락이 갈 겁니다. 대기해 주세요.”

구양봉이 꾸벅 목례하고 오경태의 개인 본부실을 나갔다.

오경태는 구양봉이 나간 방향을 보며 혀를 찼다.

“하여튼 귀염성 없는 친구라니까.”

오경태는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남은 집무를 다시 시작했다.

* * *

[199층 돌파!]

[던전 최종 보스 룸에 도달했습니다.]

[최종 층으로 이동합니다.]

이제 마지막인 건가?

아이템 창에 레어 템과 유니크 템을 3분의 2 정도 채웠을 때 최종 층에 다다랐다.

쿠르르-!

온통 주변이 어둠으로 가득해졌다.

잠시 후, 눈앞에 하얀빛이 조금씩 새어져 나왔고 그 빛은 이내 점점 커지면서 마치 핀 조명처럼 민성의 주변 반경 5미터 정도를 비추었다. 그리고 민성의 눈앞에 벨벳으로 된 커다란 문이 서서히 나타났다.

웅장한 문이다.

문에는 몬스터들의 형상이 문에 조각되어 있었다.

이곳이 바로 그레이드 던전의 끝이자 최종 보스 룸.

어느새 던전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정신없이 몬스터들을 도륙하다 보니 시간의 흐름조차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민성은 짧은 호흡을 뱉어 내며 웅장한 문을 천천히 열어젖혔다.

쿠구구궁!

커다란 문이 양쪽으로 열리면서 강렬한 이펙트 음향이 귓전을 때렸다.

[그레이드 던전의 최종 층 입장입니다.]

[200층 입성!]

[이곳은 최종 보스 ‘스핑크스’의 방입니다.]

주변을 살펴보았다.

대리석으로 된 바닥이 넓게 사각형으로 펼쳐져 있다.

민성은 그 각진 홀의 중심부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주변에는 커다란 반인반수의 고양이 조각상들이 마치 체스를 두듯 줄지어 있었다.

민성은 미간을 구겼다.

“언제 나오는 거야…….”

민성이 기다림에 지쳐 살짝 짜증이 났을 때, 쿠르르르! 바닥이 굉음과 함께 얕게 울렸다.

민성은 허리에 양손을 얹고서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로 ‘놈’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바닥이 울렁거리며 마치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착각이 잠시 일었다.

바닥에 스모그와 같은 연기가 낮게 깔리기 시작했다.

민성은 지루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놈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때- 20미터는 훌쩍 넘을 듯한 키를 가진, 최종 보스 ‘스핑크스’가 그 정체를 드러냈다.

스핑크스의 안광이 시뻘겋게 불타올랐다.

누렇고 듬성듬성 난 이빨에서 노란 연기가 피슉피슉 나왔고, 산성(酸性)과도 같은 침이 주륵주륵 흘러내렸다.

[감히 인간 따위가 나의 성역에 발을 들이다니, 가소롭구나!]

민성은 스핑크스를 올려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침이나 흘리는 주제에 무슨.”

[공포를 모르는군. 주제 파악을 못 하는 네놈에게 영원한 고통을 느끼도록 해 주겠다.]

스핑크스가 손에 든 지팡이를 바닥에 쾅! 하고 찍었다.

콰과광!

굉음이 터지면서 스핑크스의 발아래 마법진이 그려졌다.

그곳에서부터 커다란 불길이 솟아 나오며, 순식간에 불길이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이놈의 그레이드 던전이란 곳은 하나같이 화려하기만 하지, 실리(實利)가 없다.

민성은 태연하게 불길 속으로 걸어가 보스 몹 스핑크스에게로 다가갔다.

그에 스핑크스가 당황하며 거대한 지팡이를 휘두르려고 할 때, 민성은 아이템 창을 열어 작은 단검 하나를 꺼냈다.

스핑크스라는 놈은 너무 더럽게 침을 흘려 대서 차마 손을 쓰기조차 싫었다.

민성이 녹슨 검에 힘을 실어 휘둘렀다.

콰르르릉!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핑크스의 몸에 수십 개의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200층 던전 최종 보스의 몸이 찰나의 균열 상태를 지나 폭발했다.

퍼버버버버, 펑펑!

산산조각 난 스핑크스의 뼈와 살점이 조각조각 떨어져 내렸다.

민성은 자신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살점과 뼛조각을 칼로 탁탁 쳐 냈다.

[던전 최종 보스 ‘스핑크스’를 처치하였습니다.]

[던전 클리어!]

[최단 기간 150레벨 달성!]

[최단 기간 내에 최종 보스를 처치하였습니다.]

[신기록! x2]

[업적 달성!]

[업적 보상으로 ‘고급 보물 상자’를 지급합니다.]

[스핑크스 처치 보상으로 ‘최고급 보물 상자’를 지급합니다.]

[신기록 보상으로 ‘빛나는 보물 상자’를 지급합니다.]

[신기록 보상으로 ‘고귀한 보물 상자’를 지급합니다.]

[신기록 보상으로 호칭이 유니크 호칭 ‘퍼스트’로 변경됩니다.]

사방에 황금빛이 번쩍였다.

강렬한 황금빛이 서서히 옅어지면서 배경이 달라졌다.

그레이드 던전의 시작점이었던 ‘던전 로비’였다.

다소 썰렁한 던전 로비 중심에는 새하얀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민성은 탈출구를 표시하는 것으로 보이는 그 빛을 향해 걸어갔다.

새하얀 빛 앞에 다다르자 빛이 민성을 스쳐 지나가며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그러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듯 바닥이 양옆으로 부드럽게 갈라졌다.

처음 던전에 진입할 때처럼 민성은 부양된 채로, 무중력 상태처럼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30초 정도 하강한 끝에.

탁!

민성의 두 발이 지면에 착지했다.

[그레이드 던전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위대한 여정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음성을 끝으로, 눈부신 빛을 품고 있던 던전은 그 입구를 완전히 틀어막았다.

쿠궁-!

던전이 닫히고 민성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완연한 새벽이다.

던전 부근에는 개미 한 마리 없었다.

해가 밝고 이호성을 만나면 얼추 알 수 있겠지.

‘아이템 마니아’라는 간판을 상호로 달고 있는 가게 역시 이른 새벽이라 불이 꺼져 있었다.

아이템은 어쩔 수 없이 아침에 처분할 수밖에 없을 듯했다.

* * *

민성이 던전 부근을 떠난 시점, 한 사내가 멀어지는 민성의 뒷모습을 보며 전화기를 꺼내 통화를 눌렀다.

신호가 가고, 잠시 후 전화를 받는 소리가 났다.

- 그래.

“오경태 팀장님. 강민성이 던전을 나왔습니다.”

- 실무 팀 출발하는 대로 곧 연락 갈 거다. 미행 밟아.

“예. 팀장님.”

남자가 전화를 끊고, 멀어지는 강민성을 황급히 뒤쫓았다.

* * *

민성은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 강남 사우나 ♨]

목욕을 할 생각에 심장이 쿵쾅쿵쾅 미친 듯이 뛰었다.

민성은 간판을 보며 몸이 가늘게 떨리는 걸 느꼈다.

절로 침이 꿀꺽 목을 넘어갔다.

민성은 천천히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 카운터 앞에 섰다.

강남 사우나는 낙후된 오래된 건물이나 그만큼 역사를 품고 있다.

카운터는 옛 시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었다.

아주아주 오래된 어릴 적의 기억을 떠올리기 쉬운 그런 목욕탕이다.

민성이 잠시 추억에 잠겨 카운터 부근을 구경할 때, 카운터 안에 있는 주인아줌마가 민성을 짜증과 의문이 담긴 눈으로 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민성의 온몸에 피가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헌터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헌터의 이름과 레벨, 그리고 호칭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가늠만 할 뿐이었다.

“모, 목욕할 거예요? 호호.”

주인아줌마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밥을 사 먹고 남은 돈이 만 원이다.

만 원으로 이용이 가능할까?

물가가 오른 게 아닐까?

그런 걱정과 함께 요금표를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위로 올렸다.

[목욕 5천 원]

싸다.

예전의 가격 그대로야.

민성은 안심한 마음으로 돈을 꺼냈다.

“남자 한 명.”

이 말 한마디에 추억이 돋는다.

그래, 그랬었지.

남자 한 명.

그런 말을 했었다.

아주 오래전에.

어렴풋 기억이 나.

주인아줌마는 여전히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민성이 건네는 돈을 받고서 입장권인 종이 표를 주었다.

“남자는 2층이에요.”

주인아줌마가 말했다.

민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을 보았다.

엘리베이터는 없다.

층수가 낮은 만큼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했다.

민성은 표를 꼭 쥐고서 계단을 타고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그렇게 한 층 위로 향하자 ‘남탕’이라고 파란색 글자가 커다랗게 붙어 있는 출입문이 보였다.

입장을 앞두니 몸에 땀이 솟았다.

꽤 긴장한 모양이다.

민성은 긴 숨을 밀어내고 이내 문을 밀었다.

문은 부드럽게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 신발을 들고 내부 입구 카운터에서 입장권을 주자, 80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입장권을 받고선 말없이 키를 건네주었다.

어릴 적 목욕탕에 갔을 때의 기억이 오버랩되어, 민성은 어렴풋하게 미소 지었다.

목욕탕 특유의 분위기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민성은 구경은 그쯤 하고 카운터에서 1회용 면도칼과 때 타월 하나를 샀다.

물품을 챙기고서 로커 룸 번호를 확인한 후, 탈의를 위해 로커를 찾아 나섰다.

민성은 곧장 자신의 로커를 찾아냈다.

전자식이라 갖다 대기만 하면 삐릭! 하고 로커가 자동으로 열렸다.

건물이나 인테리어는 올드하지만 그래도 열쇠만큼은 전자식이다.

신기한 듯 열쇠를 잠시 보다가 문을 열고서 피 묻은 옷을 훌렁훌렁 벗었다.

옷을 벗자 지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몸이 드러났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근육의 형태.

그리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가득한 흉터들.

민성은 그런 몸매를 훤히 드러내며 옷을 모두 벗어 로커에 넣고, 집에서 가져온 환복용 옷이 들어 있는 쇼핑백도 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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