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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5화 (5/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5화>

서걱!

후두둑! 후둑! 툭! 툭! 털썩!

단 한 번의 횡 베기에 100레벨에 육박하는 헌터 아홉의 허리가 잘려 나가, 시체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민성은 팔이 기형적으로 부러진 채,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갈색 머리 헌터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민성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민성은 상대의 눈을 보며 그의 목에 천천히 검을 밀어 넣었다.

스스슥.

검이 부드럽게 목을 관통했다.

“컥! 쿨럭! 컥!”

핏물을 물컥물컥 흘려 내던 갈색 머리의 눈에서 이내 생명의 빛이 사라졌다.

그가 축 늘어졌을 때.

촤악!

민성은 찔렀던 검을 뽑아내고 바닥에 그 검을 짧게 털어 냈다.

촤륵!

바닥에 검붉은 피가 확 뿌려졌다.

이호성은 표정을 잃은 얼굴로 입을 벌렸고, 입에 물고 있던 담배는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민성이 검을 든 채 이호성에게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도, 도, 도대체…… 당신, 정체가 뭐야……?”

민성이 냉랭한 눈으로 빠르게 다가가 검을 찌르려던 순간.

이호성이 철퍽! 무릎을 꿇었다.

“사, 살려 주세요……!”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완전히 공포에 질린 채 양손을 꽉 맞잡고 반사적으로 애원하는 그를 보면서, 민성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넌 날 죽이고 내 모든 것을 빼앗으려고 했어. 그런데 뭐? 살려 달라?”

“시키는 모든 것을 하겠습니다.”

“필요 없-”

“선생님께 제 충성을 맹세하고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돈, 여자, 권력, 산해진미, 모든 부귀 영광을 드리겠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이호성이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

민성이 이호성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다이아몬드 클랜의 클랜장 이호성.”

민성의 부름에 이호성이 전신을 파들파들 떨다가 뒤늦게 머리를 간신히 들어 민성을 조심스레 보았다.

“……산해진미라고?”

“네, 네? 아, 예! 예! 결코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민성이 이호성의 허벅지에 검을 빠르게 박아 넣었다.

푸북!

“크헉!”

극렬한 고통에 이호성의 등이 새우처럼 휘었다.

민성이 이호성의 뺨을 손으로 움켜잡아 들어 올린 다음, 두 눈을 맞췄다.

“이호성.”

“크, 크윽…… 예.”

“시체들은?”

이호성은 빠르게 민성이 원하는 대답을 캐치해 냈다.

“시체 처리반이 따로 있습니다. 크윽! 뒤, 뒤탈 없도록 깨끗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살고 싶나?”

“부, 부탁드립니다.”

“내일 아침까지 던전 앞에서 대기해.”

이호성의 눈에 반색하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알겠습니다!”

“만약…… 약속을 어긴다면, 넌 지금과 달리 네 자신을 죽여 달라고 애원하게 될 거다.”

“무, 무, 물론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민성이 주변의 풍경을 한차례 훑어본 뒤, 여유 있게 일어나 손에 쥔 검을 바닥에 버렸다.

철커덕!

이호성이 이마를 땅에 푹 박았다.

그사이 민성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호성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 * *

민성은 다시 던전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쉬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사냥을 하고 레벨을 올리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돈이 필요하다

던전으로 돌아온 이유도 그래서다.

마계에 있을 당시, 몇 날 며칠을 뜬눈으로 보내고 쪽잠을 자는 건 습관이었다.

그건 그 세계에서 당연한 일이고, 당시의 습관은 아직까지도 몸에 남아 있었다.

꼭 몸에 밴 습관 때문이 아니라도, 가급적이면 오전 중에 수도세와 전기세 같은 기본적인 세금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민성은 아이템 창을 열어 팔지 않고 챙겨 놓은 아이템 하나를 바라보았다.

[그레이드 던전 30층 이동 주문서]

29층 던전을 공략하고 얻게 된 아이템 중 하나다.

다시 던전을 가야 하기 때문에 이 아이템만은 팔지 않고 남겨 두었다.

1층부터 다시 그 허접한 곳을 지나는 건 실로 끔찍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주문서가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민성은 일명 그레이드 던전이라 불리는 던전을 흘겨본 뒤, 그 자리에서 주문서를 꺼내 찢었다.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민성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던전에서 구할 수 있는 신비의 물질, 블랙 미스릴로 건축된 대형 건물.

그것은 위풍당당함이 절로 드러나는 기개가 서려 있었다.

다이아몬드 클랜의 클랜장 이호성은 창백한 얼굴로 그런 흑빛의 빌딩을 올려다보았다.

본관의 외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미세하게 떨려 올 정도다.

이곳이 바로 개개인의 최소 레벨이 200을 상회하는 정보 집단, ‘그림자 길드’의 본거지다.

이호성은 말라비틀어진 자신의 아랫입술을 핥으며, 그림자 길드 입구 근처에서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제자리 부근을 배회했다.

잠시 후, 170cm의 비교적 작은 키에 회색빛으로 머리를 염색한 검은 정장 차림의 사내가 본관 입구에서 나왔다.

그림자 길드 본부 팀장

Lv412 오경태

400이 넘는 레벨!

다이아몬드라는 거창한 이름을 클랜명으로 달고 있지만, 결국 그들에 비하면 이호성 자신은 뒷골목을 배회하는 양아치 정도에 불과했다.

“경태야, 미안하다. 바쁜데 불러내서.”

그림자 길드의 본부 팀장인 오경태는 자신을 불러낸 이호성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찌그러트렸다.

자신을 경멸하듯 내려다보는 그 태도에 이호성은 속으로 욕을 씹어 삼켰다.

그림자 길드 본관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오경태는 어릴 적 자신과 불알친구였다.

당시 놀이터에서 놀 때만 해도 그네를 타도 자신이 먼저 탔고, 미끄럼틀을 타도 자신이 먼저 탔다.

개기려 들 때면 엉덩이를 걷어차 주곤 했다.

그건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변하지 않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던전 게이트가 나타난 이후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헌터로서 각성하고, 던전을 통해 레벨 업이 가능해졌을 때 이놈 역시 새롭게 부여받은 재능을 눈부시게 펼쳐 냈다.

오경태는 서포터로서의 재능을 타고났다.

사각지대에서도 몬스터의 위치 파악이 가능했고, 던전의 분석 능력이 뛰어나 그룹 파티에서 늘 원하는 파트너로 선정되었다.

그런 특별한 점은 접어 두더라도 기본적으로 헌터 중에서도 재능을 타고난 놈들은 레벨 업 속도부터가 달랐다. 평범한 헌터가 레벨이 1 오를 때 오경태와 같은 재능을 가진 놈들은 3, 4가 오른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이 불공평한 것은 변하지 않았다.

“너 내가 본관 근처에서 기다리지 말랬지? 너같이 바퀴벌레 같은 뒷골목 헌터들은 본관 눈에 조금만 거슬려도 사지가 찢겨 나갈 수가 있다고 했어, 안 했어?”

빌어먹을 새끼 말하는 본새 하곤……!

속에서 욕지기가 연거푸 튀어나왔지만, 이호성은 감정을 억누르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

“아, 알지. 그만큼 중요한 일이 있어서 찾아온 거고.”

“용무가 뭐야?”

본부 팀장 오경태가 팔짱을 끼고서 귀찮다는 듯 물었다.

“이상한 놈이 나타났어.”

“이상한 놈?”

확답을 듣고 싶은 듯 되물어 오는 오경태에게 이호성은 짧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50! 50레벨에 불과한 그놈이, 100레벨 언저리에 있는 우리 클랜원들 9명을 단 한 큐에 죽여 버렸다면 믿겠어?”

“50레벨이 단 한 칼에……? 농담이지?”

이호성이 어금니를 깨물며 식은땀을 흘렸다.

“나도 농담이었으면 좋겠다.”

“말이 안 되잖아. 레벨이라는 건 최소 기준점이라고. 너 지금 감히 그림자 길드의 정보 본부 팀장인 내게 사기를 치려는 거냐? 엉?”

“그런 거 아니야! 나도 죽을 날 앞두고 물 받아 놓은 기분이라고.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하겠어.”

“신원 정보는?”

“이름은 강민성. 나이는 대략 20대 중, 후반 정도로 보였어. 키는 180이 넘는 듯했고 검은 머리에, 눈빛이 아주…….”

“눈빛?”

“인간의 눈이 아니었어. 꼭 악마 같았다고…….”

놈에 대해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얼굴이 식은땀으로 축축이 젖을 지경이 됐다.

이호성은 손바닥으로 땀을 슥 훔쳐 낸 뒤, 굵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쩌면 마스터급의 성장력을 가졌을지도 몰라. 템빨로 성장한 줄 알았는데, 템빨이 아니었거든.”

이호성의 말에 본부 팀장 오경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추정 전투력이다.

익스퍼드급 다음이 바로 준마스터급, 그리고 그다음의 상위 단계가 마스터급이다.

그 이상은 천상계라 불리는 절대 영역이니 논외로 치더라도.

마스터급이라…….

이호성이 생각에 잠긴 오경태의 얼굴을 살폈다.

정보 조직인 그림자 길드에서 그놈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놈도 마냥 안전하지만은 못할 것이다.

그림자 길드와 강민성이 부딪치면 그 틈에 빠져나가는 거야!

“다른 정보는?”

오경태가 물었다.

“내일 이른 아침에 놈과 만나기로 했다.”

“왜지?”

본부 팀장 오경태가 의아한 눈으로 이호성을 보다가 이내 의심이 서린 눈빛이 됐다.

“이유는 몰라. 말해 주지 않았으니까.”

“수상한데?”

“아니야! 아니라고!”

본부 팀장 오경태의 눈에 짜증이 배어들었다.

“너 감히 누구에게 소리를 높이는 거냐? 아직도 내가 너에게 끌려다니던 코흘리개로 보여? 이 똥강아지 같은 게 확!”

“하, 하하. 그런 게 아니야. 날 못 믿어 주니 억울해서 그런 거지. 내가 무슨 다른 마음으로 큰소리를 낸 건 아니고…….”

오경태가 한심하다는 듯 이호성을 보며 한숨 쉬었다.

“알았으니까 그만 가 봐.”

오경태가 손으로 어서 가라는 듯 부채질을 하고선 몸을 팩 돌렸다.

이호성은 멀어지는 오경태를 보다가, 강민성을 떠올리며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놈의 무위.

그리고 그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포커페이스의 검은 눈빛은 다시 생각해도 오금이 저렸다.

이호성은 주변을 살핀 후, 굵은 침을 삼키며 빠르게 걸음을 옮겨 그 자리를 벗어났다.

* * *

민성이 땅을 박찼다.

땅을 차는 순간 민성의 몸이 마치 빛처럼 쏘아져 나가 거대 거미의 몸을 단번에 폭파시켰다.

퍼어어어엉!

거대 거미의 사체가 마치 수류탄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거대 거미 처치!]

[경험치를 1,200 획득했습니다.]

[그레이드 던전 최초로 거대 거미를 한 방에 잡았습니다.]

[업적 달성!]

[업적 보상으로 ‘거미 갑옷’을 지급합니다.]

[아이템 창이 가득 찼습니다.]

[아이템을 더 이상 아이템 창 안에 넣을 수 없습니다.]

보라색으로 이름이 표시된 거미 갑옷이 팽그르! 돌며 바닥에 툭 떨어졌다.

보라색이라는 건 레어 템이라는 의미.

높은 등급의 물건은 이름이 특정 색상으로 빛나며 표시된다.

기본적으로 일반(하얀색), 레어(보라색), 유니크(초록색), 레전드(빨간색), 갓(금색) 순으로 등급이 정해져 있다.

민성은 아이템 창을 열었다.

사냥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아이템 창이 가득 차 있었다.

던전 내부도 이제 익숙해졌고, 식사를 하고 와서 그런지 이대로라면 레어 템만을 모아서 던전을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성은 아이템 창 안에 들어 있는 하얀색의 이름으로 된 아이템을 모두 꺼내서 바닥에 버렸다.

조금 아깝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거지처럼 잡템만 잔뜩 모아 봐야 아무 소용도 없고 비효율적일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민성은 거미 갑옷을 아이템 창에 넣고서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나저나 던전 속에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마치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목소리와 눈앞에 나타나는 이 게임 창 문장은 늘 신비롭기만 하다.

대체 어떤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하나 이내 그 관심은 꺼 버렸다.

비행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원리로 하늘을 나는지는 궁금하지만, 굳이 알아보지 않는 이유와 비슷했다.

어차피 이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한다고 해도 마인이나 마계에 대한 비밀에 대해 알게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지구로 돌아온 지금의 평범하게 삶을 즐기고 싶은 마음뿐이다.

스멀스멀!

벽을 타고 기어 오는 또 한 마리의 거대 거미가 보였다.

민성의 주먹이 움직이는 순간, 거대 거미의 몸이 초록 피를 흩뿌리며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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