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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4화 (4/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4화>

* * *

저벅저벅!

누군가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민성은 고개를 들어 상대를 보았다.

그는 처음 이 가게를 소개시켜 준 다이아몬드 클랜의 클랜장 이호성이었다.

이호성이 윗입술을 뒤집으며 민성의 밥상을 양손에 잡아, 공중으로 집어 던졌다.

“……!?”

충격으로 물드는 민성의 두 눈.

음식이 허공을 나는 그 순간, 이호성이 비열한 웃음과 함께 허리춤에서 롱 소드를 뽑아 들었다.

채르릉!

이호성의 칼을 뽑는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민성이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민성의 왼손이 된장이 담긴 뚝배기를 잡아 허공에서 흩어지려는 된장찌개 내용물을 담았고, 바로 이어 흩어지는 제육볶음을 접시로 휘어 감았다.

순식간에 수류탄이 터지듯 사방으로 흩어지려던 내용물이 제자리를 찾았다.

된장찌개와 제육볶음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민성의 시선이 성게 미역국으로 향했다.

민성은 바로 손을 뻗어 성게 미역국이 허공에서 중력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국그릇으로 낚아챈 다음,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 일련의 절차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손놀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남은 반찬까지 손으로 회수했다.

이호성이 밥상을 뒤집어엎기 전의 상태로 깨끗하게 다시 세팅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초도 채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

민성의 손길에 의해 찌개와 국, 그리고 제육볶음까지 메인 음식들은 여전히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따뜻한 상태 그대로 유지되어 있었다.

이호성은 칼을 뽑은 채 움직이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어서는, 그저 놀란 눈만 깜빡였다.

“너, 지금 뭐 하는 거냐?”

민성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이어 살기가 담긴 눈빛이 이호성의 두 눈을 관통하듯이 찔렀다.

바로 그 순간.

쿠릉!

덜덜덜덜덜덜덜덜덜덜덜덜덜덜덜!

가게 전체가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떨렸다.

* * *

‘이게 무슨……?’

이호성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차피 50레벨밖에 되지 않으니, 적당히 자극한 다음 밖으로 끌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뒤집어엎은 밥상을 원상 복귀시킨 묘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대체 이 무지막지한 살기는 뭐란 말인가?

숨조차 쉬어지지 않는 어마어마한 압박감.

이호성의 얼굴에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나가. 내 식사를 방해하지 마라.”

그 말을 거스르는 순간 목숨이 날아갈 것만 같은 공포감이 솟구쳐 올랐다.

이호성은 온몸이 땀에 젖은 채로 최면에 걸린 것처럼 터덜터덜 가게를 나왔다.

이내 지진과도 같던 울림이 서서히 멎어 드는 게 느껴졌다.

이호성은 가게를 돌아본 후, 땀에 잔뜩 젖은 머리를 떨리는 손으로 쓸어 올렸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땀이 잔뜩 묻어 나온 손을 탈탈 털었다.

“클랜장님?”

“가게가 엄청 흔들리던데. 지진 났나? 이상하다. 여긴 안 흔들렸는데. 그보다 벌써 해치우신 겁니까?”

클랜원들의 목소리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좀 전에 경험한 그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을 뿐이다.

“클랜장님!”

클랜원 한 명의 큰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이호성이 고개를 들면서 클랜원들을 훑어보았다.

100레벨에 육박하는 열 명의 클랜원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 놈이 식사를 하려고 하고 있어.”

“……?”

“……?”

클랜원들의 얼굴에 일제히 물음표가 생겼다.

“……갈 때 가더라도 밥은 먹게 해 줘야지.”

이호성이 어색하게 굳은 얼굴로 이어서 말했다.

클랜원들이 잠시 황당한 표정을 짓다가 서로를 보며 피식 웃음 지었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그래, 뭐. 밥 한 끼 정도야, 하핫.”

“하긴, 최후의 만찬이 될 테니까.”

“크큭, 우리 클랜장님 아량이 엄청 깊어지셨네.”

“그러게나 말이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차 없으셨던 분인데.”

이호성이 클랜원들을 보며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땀을 흘리세요?”

한 클랜원의 말에 클랜원들이 모두 같은 심정이 되어 이호성을 보았다.

그들 모두의 시선을 받고 있는 이호성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가게를 돌아보았다.

“근데, 저기 저놈…… 정말 50레벨이 맞는 걸까……?”

“네?”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50레벨 맞습니다. 확인하셨잖아요?”

이호성이 여전히 긴장감에 잔뜩 굳어진 표정으로 가게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확인했지. 분명, 50레벨이었어. 50레벨…….”

심각한 표정으로 홀로 생각에 잠겨 있던 이호성은 이내 굳은 결의를 다진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래, 50레벨이야. 그 지진 같은 울림은 기세를 올리는 잡다한 스킬 정도겠지. 별것 아닌 놈이라고!’

“놈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 바로 정리 들어간다.”

이호성의 말에 클랜원들이 살심을 품은 표정으로 가게를 보며 미소 지었다.

* * *

눈을 지그시 감고서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밥상의 향기가 온전하게 콧속으로 스며 들어왔다.

미소와 함께 천천히 눈을 뜨고서 고대하고 또 고대하던 식사를 시작했다.

젓가락을 들어 가장 먼저 하얀 쌀밥을 떴다.

쌀밥을 입안으로 가져가는 이 순간이 믿겨지지 않는다. 만약 꿈이라면, 이 모든 것이 꿈이라면 절대로 깨어나고 싶지 않은 그런 꿈일 것이다.

삭.

쌀밥이 입안으로 삭- 들어왔다.

부드러운 식감이 어금니에 의해 잘게 분쇄된다.

갓 지은 밥이었기에 마치 눈이 녹는 것처럼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달콤하고 푹신하다!

민성은 웃음기가 번지는 상기된 표정으로 제육볶음을 집어 빠르게 입안에 가져가 쏙 넣었다.

양파와 어우러진 달콤하고도 매콤한 맛이 아삭, 쫄깃!

입안에서 환상적인 축제를 벌인다.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와 양념의 환상적인 팀워크.

그 상태에서 성게 미역국을 숟가락으로 한술 떠먹었다.

미역의 쫄깃한 식감과 성게의 향이 콧속을 바람처럼 스친다.

“아…….”

살아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끝내주는 맛이다.

조합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이건.

민성은 반창 중 오이 반찬을 보고서 젓가락을 뻗었다.

오이 무침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씹었다.

오이의 향긋하고 신선하며 시원한 맛이 기분 좋게 목으로 넘어갔다.

오이는 무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속살을 가지고 있었다.

‘재료들이 하나같이 신선하군.’

다시 쌀밥으로.

이번엔 크게 한술 떴다.

쌀밥을 씹고 바로 이어서 제육볶음으로 다시!

제육볶음을 짝짝 씹고, 두부와 야채들이 섞인 된장찌개를 한술 떠서 밥에 적셨다.

삭삭 비빈 다음, 한입 넣어 우물우물 씹었다.

그리고 마무리는 역시나 성게 미역국.

후루룩!

미역과 함께 성게 미역국의 국물이, 짭쪼롬하던 혀를 시원하게 씻어 내 주었다.

마음 같아서 정신없이 음식을 입에 집어넣고 싶었지만 민성은 스스로를 통제했다.

이제 음식은 언제나 원 없이 먹을 수 있다.

더 이상 짐승처럼 살아갈 이유는 없어.

민성은 느긋하게 귀환 후 첫 식사를 이어 갔다.

급하지 않게, 여유 있게, 그리고 느낌 있게.

* * *

“사장님.”

“아, 예, 예! 예!”

사장이 허옇게 질린 얼굴로 주방에서 튀어나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너무 맛있었습니다. 제 생에 최고의 한식입니다.”

사장은 혼이 빠진 얼굴로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비굴하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마, 마, 맛있게 드셔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요. …….”

“얼마죠?”

“만오천 원입니다.”

사장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민성은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냈다.

던전에서 아이템을 팔고 번 돈 3만 5천원.

그중 만 원짜리 한 장과 오천 원짜리 한 장을 사장에게 주었다.

“잘 먹었습니다.”

“어, 어이구. 벼, 별말씀을요! 살펴 가십시오. 헌터님.”

민성은 가게 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을 열자 달이 휘영청 떠오른 밤 풍경이 보였다.

민성은 그 풍경을 빤히 바라보았다.

지구의 밤은 마계의 어둠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체 얼마 만이던가?

맛있는 음식으로 배부른 채,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마계에 있을 때는 꿈도 꾸지 못했다. 오로지 칠흑 같은 어둠과 피와 전쟁만이 있을 뿐.

하나 이곳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그 끔찍한 세상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사실이 너무도 행복해서 지금도 여전히 꿈만 같다.

그런데 그때, 감상을 방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식사는 맛있게 하셨나?”

민성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무기를 갖춘, 정확히 열한 명의 헌터들이 그곳에 몰려 있었다.

타깃은 누가 봐도 바로 민성 자신.

민성은 시니컬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마지막 식사?”

민성의 물음에 이호성이 이죽거리는 웃음을 입가에 걸었다.

“그래, 마지막 식사. 네놈은 오늘 여기서 죽을 거거든.”

“날 죽인다고?”

민성이 아주 작게 웃으며 되물었다.

“만약 네가 가진 모든 아이템을 순순히 내준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마. 진심이야.”

민성이 포만감으로 인한 나른한 눈으로 그들을 보았다.

마계의 짐승이나, 지금 눈앞의 인간들이나 다를 게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너희들은 곧 죽게 될 거다.”

민성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풉!?”

“푸풉!”

“푸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

웃음소리가 쏟아졌다.

“고작 50레벨 자식이 지금 뭔 배짱으로, 크하하하하!”

“하하하하! 귀여운 자식이네, 정말.”

“하하하하하!”

민성이 무료한 눈으로 그들을 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와라.”

“푸풉! 오란다.”

“뉴비 새끼가 자신감 보소.”

민성의 눈이 서늘해졌다.

“안 와?”

민성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호성이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저 오만한 식충이 새끼, 당장 걸레짝처럼 만들어 버려.”

이호성의 명령에, 클랜원들이 킬킬 웃으며 일제히 무기를 들고서 달려들었다.

가장 가까이, 선두에 있던 갈색 머리 헌터가 검을 내질렀다.

민성은 고개를 살짝 틀어 검을 피한 다음, 쭉 펴져 있는 그의 팔을 잡아 꺾었다.

우둑!

팔이 기형적으로 기역자로 꺾였다.

팔꿈치 뼈가 살을 찢고 튀어나왔다.

피가 허공으로 솟구친다.

“끄아아아악!”

귀를 파고드는 비명.

팔이 부러진 헌터가 떨어트린 검을 민성이 잡았다.

그리고 민성은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는 놈들을 향해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꽈르르릉!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그 거대한 굉음과 동시에, 이호성을 제외한 헌터들의 허리가 한순간에 잘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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