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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웅 27권 -- >
“망극하옵니다. 아바마마!”
“아비처럼,,, 아비처럼 사악한 자는 이 황궁에 들어서서는 아니 된다고 그리 당부를 했는데 어찌 이 노구를 이곳에 눕힌 것이요.”
“소자는 아바마마를 그 외로운 별궁에 모실 수가 없었사옵니다.”
“이 아비의 악행이 황상의 치세를 막는 누가 된다는 것을 왜 모르시오. 참으로 어리석소이다.”
“아바마마가 아니었다면 고려백성들은 여전이 그 좁은 땅에서 강국들의 눈치를 보며 전란에 휩싸여서 살아야 했을 것입니다. 그 누구도 단 한 방울이라도 예맥의 피가 흐른다면 아바마마께서는 그들의 영웅이십니다.”
“황상!”
“예. 아바마마!”
“나는 계략과 배신으로 이 모든 것을 이뤄냈소이다.”
“영웅의 길이셨사옵니다.”
“아들이 인정해주는 아비의 삶이니 후회는 없소이다. 무제!”
“예. 황제폐하!”
이 순간 내 말을 수행할 무장은 아마도 무제뿐일 것이다.
“짐을 일으켜다오.”
“폐, 폐하!”
“황상과 고려의 신하들에게 할 말이 있어.”
잠시 무제가 나를 봤다. 그리고 황상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황상이 그렇게 하라는 눈빛을 보낸 후에서야 무제가 나를 일으켰다. ‘내가 봐도 뼈밖에 남지 않았군.’난 내 육신을 보며 피식 웃었다.우르르 쾅쾅! 우르르 쾅쾅!
“황상 밖에 비가 오는 것이오?”
“하늘도 아바마마의 병환을 걱정하옵니다.”
그래 뇌성이 치는 날이었다. 그 뇌성이 치는 날에 고려의 역사가 바뀌어다. 그리고 오늘 다시 뇌성이 치고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하늘이 나를 데려가려는 것이 분명했다.
“황상! 이 아비의 말을 잘 들으시오.”
“예. 아바마마!”
“황상의 충신들도 이 상황의 말을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예. 상황폐하!”
“첫째 초원을 항상 경계하라! 초원에서 일어서는 것은 들불처럼 크게 번질 수 있으니 항상 경계하여 통제하라!”
이것은 칭기즈칸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물론 그도 조만간 죽게 될 것이다. 하지만 초원의 기운이 쇠약해지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명심! 또 명심하겠사옵니다.”
“둘째 이제는 기미주를 덕으로 다스려야 할 것이네. 황상!”
나는 공포정치를 펼쳤다. 불만도 많고 울분도 많을 것이다. 그런 공포정치는 오래갈 수가 없다. 나는 천하고려의 초석을 닦기 위해 행한 것이고 내가 닦아놓은 초석 위에 이제는 덕으로 그들을 다스려야 한다.
“소자 명심하겠사옵니다.”
“셋째 서역과 서방을 항상 경계하고 그것들의 힘이 커지지 않게 통제를 하고 정벌을 거듭하라!”
내 신식 교육에 의해 아마도 이 고려부터 근대화가 이뤄질 것이고 또 산업혁명이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방심을 한다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 세상의 이치였다.
“마지막으로 힘겹게 이뤄낸 이 땅을 절대 다른 이에게 빼앗기지 말아야 할 것이네. 고려라는 나라가 훗날 멸망해도 이 땅에 고려의 백성이 또 예맥의 뿌리가 내려져 있다면 끝내 고려는 피어날 것이다. 짐이 한 말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예. 상황폐하!”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신하들이 바닥에 머리를 찍으며 대답했다.우르르 쾅쾅! 우르르 쾅쾅!하늘에서 뇌성으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스르륵 눈이 감긴다. 이렇게 잠이 들며 끝내 죽게 될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마지막 힘을 다해 스르륵 감기는 눈을 부릅떴다.
“다시는 이 고려에 짐처럼 악행을 일삼을 수밖에 없는 모진 황제가 나오지 않게 항상 그대들이 태평성대를 황상을 도와 이루라! 짐은 지옥에 가서도 이 고려를 지켜볼 것이다.”
난 모든 힘을 다해 소리쳤고 끝내 의식을 잃었다.
“아바마마!”
“상황제폐하! 흑흑흑!”
나를 부르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린다. 그리고 대성통곡하는 소리도 작게 들렸다.
우르르 쾅쾅! 우르르 쾅쾅!우르르 쾅쾅! 우르르 쾅쾅!
번개 소리에 나도 모르게 스르륵 눈이 떠졌다.
‘저, 저것은,,,,,,,.’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밝게 빛을 뿜어내는 형광등이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순간 왜 내가 이곳에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다음 뉴스입니다. 서울강 유역을 운항하던 여객선이 침몰하였으나 해경 구조함의 빠른 조치로 전원 구조되었습니다.
난 고개를 돌려 TV를 봤다.
‘서울강이라는 곳도 있나?’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내가 TV를 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제야 깨어나셨네. 어떻게 그렇게 사람이 굶을 수가 있죠? 무료급식을 먹으러 가지 않을 만큼 게으른 겁니까?”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나를 질책하는 나를 보며 말했다.
“여기가 어딥니까?”
“어디겠습니까? 병원이지. 극도의 영양실조로 긴급 후송됐습니다. 정말 죽을 뻔 했던 거 아시죠?”
그의 말을 듣고 난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미친 듯 드라마를 쓰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거울 좀 주시겠습니까?”
“간호사 거울 가져다 드리세요.”
“예. 선생님!”
내 부탁에 간호사가 친절하게 거울을 가지고 왔다.그리고 난 바로 거울을 봤다.
“어, 어떻게,,,,,,,,.”
내 얼굴은 회생의 얼굴이 아닌 굶어죽었던 그 드라마 작가의 얼굴이었다. 그러십니까? 아직 불편한 곳이 있습니까?”
조금 전까지 퉁명스럽게 말하던 의사가 정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아, 아닙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깨어났으니 미음부터 드시고 위를 안정시킨 후에 일반식을 드셔야 합니다. 계속 영양제를 투입하고 있으니까 조만간 회복이 될 겁니다.”
“의사 선생님!”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저 돈 없습니다.”
“예?”
“저 돈 없어서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 순간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또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아주 긴 꿈을 꾼 것이 분명했다. 일장춘몽과 같은 것 말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세상에 돈 없어서 치료 못 받는 환자가 어디에 있습니까?”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간호사!”
“예. 선생님!”
“이 환자분 정신과 진료 예약하세요. 쇼크에 의한 브레인 이상 문제일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바로 방문 진료 예약을 하겠습니다.”
“저 돈 없다고!”
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소리를 지릅니까? 돈 없어도 됩니다. 제 67대 황제폐하의 칙령에 의해 고려제국 백성은 누구나 무상교육과 무상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 10년 전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혹시 당신 불법 체류자 아닙니까?”
“예? 그건 무슨 소리입니까?”
“간호사 고려제국민등록증 확인했어요?”
“예. 분명 최충헌 씨는 고려제국민이십니다.”
간호사의 말에 의사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브레인 쇼크가 문제인 모양이군! 최충헌 씨! 제가 화를 내서 죄송합니다. 당분간 정신과 진료를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고려제국이라고 하셨습니까?”
“왜 자기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기억나지 않습니까?”
“아, 아닙니다. 좀 쉬어야겠습니다.”
이 순간 난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꿈이라고 치부를 하면 모든 것이 설명이 됐다. 그런데 꿈도 아니었다.‘어떻게 된 거지?’난 침대에 누워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고민해야 했다.
“서울강이 옛날에는 황하로 불린 거 자네는 아나?”
옆에 입원해 있던 환자가 심심했는지 다른 침대의 환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위대하신 회생황제께서 천하를 품에 넣고 그렇게 바꾸셨다고 배웠지 아마 초등학교퍼플케이브 에서 말이야!”
“그랬나? 내가 원래 초등학교를 실업계를 나와서 하하하!”
“자네 참 농담도 잘해!”
난 저들의 이야기를 듣고 회생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회생이라면 바로 나다. 그런데 회생이었던 내가 최충헌이 되어 여기 이렇게 누워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그건 그렇고 요즘은 재미있는 역사 드라마가 없어.”
“그렇지. 고증도 엉망이고 퓨전 사극이네 하면서 지랄만 하니 영 볼 것이 없어.”
“난 말이야 고려제국 건국 신화나 사극으로 방송해 줬으면 좋겠어.”
“그거 재미가 있겠네.”
“이봐요. 당신 넋이 나간 것 같은데 어디 아파요?”
환자 하나가 나를 불렀다. 정말 저들의 얼굴에는 근심 따위는 없는 것 같았다.
“머리가 좀 아픕니다.”
“그럼 진료를 받아요. 참는 것만큼 바보는 없습니다.”
“이봐! 제국컵 할 시간 아닌가?”
“제국컵? 그러네! 이번에는 16강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황실에서 돈을 수백억을 쏟아 부으면 뭐하나 축구선수들이 헝그리 정신이 없는데.”
“그러게 말이야! 요즘 축구는 영 패기가 없어. 안 그럽니까?”
환자 하나가 다시 내게 물었다.
“전, 전 잘 모르겠습니다.”
“저 사람 많이 아파 보이는데 말 걸지 마.”
“우리 축구 봐도 되죠?”
내게 말을 걸었던 환자가 물었다.
“예. 보세요.”
분명 뭔가 확실히 달라졌다.
“혹시 이 병원에 인터넷 할 수 있는 곳 있습니까?”
“어느 촌 동네에서 왔소?”
“예?”
“거기 파란 버튼 눌러요. 거기 파란색!”
내가 파란색 버튼을 찾지 못하자 내게 말을 걸었던 환자가 내게로 와 파란 버튼을 눌러줬다. 그 순간 침대 끝이 자동으로 움직이더니 좌식 테이블과 함께 노트북이 자동으로 밀려왔다.
“이래서 병원은 황립 병원을 와야 하는 겁니다.”
“예.”
난 그렇게 대답을 하고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행했던 모든 것이 현실이었어.’
무신정변부터 요동정벌 그리고 남송 정벌과 금나라 멸망까지 그 모든 것이 고려제국 황제인 회생에 의해 이뤄졌다고 인터넷에서 검색됐다.
‘내가 한 것이야!’
하지만 난 이렇게 이 세계에 와 있었다.
‘왜 내가 이곳에 와 있지?’
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부적으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잇는 것과 다르게 기록된 역사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려황제 회생은 위대한 정복군주이면서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파괴자라는 기록이었다.
‘역시 후대의 역사도 나를 이리 기록하는군.’
나도 모르게 참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행한 모든 것은 다 저들과 같은 후대의 백성을 위한 것인데 내 백성들은 아주 냉철하게 고려황제 회생을 사실적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그래도 저 흑치우들 때문에 내가 축구를 본다. 응원이라도 저렇게 패기 있게 해야지.”
환자 한 명의 말에 난 TV화면을 봤다. 축구관객석에서 검은 유니폼을 입고 머리에 뿔을 단 응원단들이 열광적으로 응원을 하고 있었다.
아마 붉은 악마가 나로 인해 흑치우로 바뀐 것이 분명했다.
‘미래가 바뀐 것이 분명해!’
이제는 새롭게 적응하는 일만 남았다.
번개를 맞고 고려로 떨어졌을 때도 빠르게 적응한 나였다. 그러니 미래에서도 적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앞으로 뭘 해먹고 살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드라마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은 실패한 인생이기도 했다.
‘유물발굴을 하는 건 어떨까?’
나만큼 고려가 번영하고 이동한 것을 잘 아는 사람도 이 세상에는 없을 것이다.
‘그래 그거다. 그리고 역사드라마도 써 보는 거다. 철혈의 군주 회생을 드라마로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거다.’
아마도 리얼리티는 최고일 거다. 또한 역사적 고증과 해석도 나를 따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이렇게 난 새로운 운명을 개척할 결심을 했다.
난 아무도 알아주지 않겠지만 이 세상을 만든 황제 회생이다. 그러니 못할 것이 없었다.
“하지 못할 일은 없는 거다. 하지 않을 뿐이다. 하하하! 고~려제국!”
짝짝! 짝! 짝짝!
모든 것이 정리가 되는 이 순간 나 역시 축구에 미치는 고려 제국민이었다.
간웅 27권 끝!
그동안 애독해주신 독자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