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618화 (618/620)

< -- 간웅 27권 -- >

“,,,,,,,,.”

“짐과 고려에 복종하는 자 영광을 줄 것이고 짐에게 반역하는 자 절망을 내릴 것이다.”

“폐하! 소신이 무뢰한 말씀을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서방에서는 폐하께서 계시는 이 동방에 적그리스도가 강림했다고 하옵니다.”

적그리스도!

적그리스도는 유대교 종말론에서 비롯됐다. 적그리스도는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고자 얼마든지, 언제 어디서도 그 모습을 바꾸어 그리스도로 가장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내가 이룬 고려의 업적이 달리 보면 세계를 향한 악행인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거였다.또한 송족이 말하는 흑치우와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세상을 파괴하고 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 존재가 바로 적그리스도다. 기독교가 기본인 곳에서 나를 그렇게 부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군.”

“망극하옵니다.”

“지난 년에 행하신 분서갱유는 참으로 소신이 보기에도 참담하였사옵니다.”

난 진시황이 저지른 분서갱유를 다시 한 번 저질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자 문화권의 말살을 위한 것이다.

“새로운 글자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네.”

난 한글 창제 및 배포를 시작할 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자문화권의 말살이 우선되어야 했다. 악행을 저지르고 악마가 되고자 한다면 가장 악한 자가 될 것이다.

사실 송족과 여진족을 멸족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문화를 말살시키는 거다. 여진족은 문화라는 것이 일천하기에 말살할 것도 없지만 내가 송족이라고 칭하는 한족들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한 불편하기는 하지만 한자라는 글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말살해야 끝내 한족이 소수민족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글이 없고 언어가 없는 민족은 끝내 망하는 법이니 말이다.

“소신에게까지 변명을 하시옵니까?”

“아니 진실을 말해주는 것이네. 그대는 어떻게 미래가 변할지 아는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나이다.”

“나는 어떻게 미래가 변화할지 짐작이 되네.”

내 말에 라이언폴로가 놀라 나를 봤다.

“궁금한가?”

“알려주신다면 귀를 열고 경청하겠사옵니다.”

이것만 봐도 그는 나의 능력만은 크게 보고 있음이 분명했다.

“먼 미래에는 짐과 같은 황제도 없고 저기 노역을 하는 노예들도 없을 것이나 만민이 원칙상으로는 평등한 세상이 열릴 것이야!”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옵니다. 신분이라는 것이 있고 태생이라는 것이 존재하옵니다. 어찌 황제폐하와 같이 고귀하신 혈통과 저리 천한 노예들이 같을 수 있사옵니까?”

“원칙상으로는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고 했네. 하지만 그 속을 빤히 보면 오늘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네. 재물을 많이 가진 자가 황제처럼 군림하게 될 것이고 가지지 못한 자들은 저들보다 더 천대를 받을 것이네. 국가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네. 그때가 되면 강한 군대를 가진 국가가 세상의 중심이 되고 더 많은 땅을 가진 국가가 강국이 되네. 또한 이 땅 아래에 있는 자원이라는 것을 더 많이 가진 자가 절대자가 되는 세상이 올 것이네. 짐은 그런 날을 대비하고 짐의 후손들을 위해 적그리스도라는 말도 흑치우라는 말도 감내할 것이네. 짐 하나 악인이 되어 짐의 백성들의 후손이 번성할 수 있다면 짐은 지옥이라도 뛰어갈 참이네. 물론 짐의 악행은 이미 그 어떤 면죄부로도 면죄될 수 없지만 말이네.”

“그, 그런 날이 진정 온다는 것입니까?”

“꼭 오네. 꼭 오니 대비를 하는 것이네.”

“어찌 아시옵니까?”

“꿈에서 봤네.”

난 그렇게 말하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런 나를 그저 라이언폴로가 물끄러미 봤다.

천하고려의 대전.다시 11년이 지났다. 내가 천하를 통일한 후에 많은 것이 변했다.

송족이라고 치부되던 한족의 수는 1/20로 줄어들었고 고려백성의 수는 3배가량 늘어났다. 한 마디로 천하고려는 아이들의 제국이라고 할만 했다. 또한 내가 건설한 서울은 이제는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

나를 적그리스도라고 치부하던 자들은 신문물을 얻기 위해 모두 고려조정으로 사신을 보내며 조공을 받쳤고 또 어떤 곳에서는 공주를 보내 내 창검을 피하고자 했다. 허나 그들이 보낸 미녀들은 외롭게 여생을 마감할 것이다.

내게는 백화가 있고 백설이 있으며 영화가 있다. 그녀들이 면 충분하다.

물론 순혈의 고려처녀들을 몇 후궁으로 뒀다. 그들이면 충분했다.

나는 수만 명의 목숨으로 세운 황궁에 들어서지 않았다. 그곳은 평화를 위해 자비로 세상을 다스릴 내 아들이 지낼 곳이다.

나 다음의 황제가 내가 저지른 모든 악행에도 상관없이 통치할 수 있도록 나는 저 화려한 황궁을 비워 놨다.그 11년의 세월동안 대월국은 끝내 서송에 의해 멸망을 했고 서진은 자멸해서 대만이라는 곳으로 도망을 쳤다.

아마 대만이야 말로 곧 소수민족으로 전락할 한족이 가장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그리고 난 대월국을 구원한다는 명분으로 30만 대군을 움직여서 겨우 왕국의 기틀을 마련한 서송을 정벌하여 다시 300만의 한족을 몰살시켰다.

참으로 나만큼 사악한 군주는 없을 것이다.

“뭐라? 난 벌떡 옥좌에서 일어나며 분노를 뿜어냈다.

“망극하옵게도 초원의 해거 운이 초원의 총독인 장서충을 참살하고 독자적인 왕국 공표했다고 하옵니다.”

“어리석은 놈!”

사실 해거 운을 왕으로 만든 이유는 그자가 총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우매함이 지금 해거 씨를 멸족의 늪으로 빠트리고 있는 거였다.

“그 사실을 어찌 알았는가?”

난 고서기를 노려봤다.

“테무친이라는 자를 아시옵니까?”

“테무친?”

난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사옵니다. 중앙 대륙에서 새롭게 팽창하고 있는 서원의 군주이옵니다. 그가 스스로 지금 고려에 입조해 있사옵니다.”

역시 영웅의 자질을 가진 자는 이렇게 다른 것이다.

‘내게 초원을 다시 찾기 위해 왔군.’

따지고 보면 스스로 테무친이라고 자신을 낮춘 칭기즈칸은 내가 만든 존재일 것이다. 또한 경대승이 만든 존재이기도 했다.

‘우매한 자로 초원을 평화롭게 복속시킬 수 없다면 영웅을 쓸 수밖에.’

난 스스로 목숨을 걸고 입조한 칭기즈칸을 만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를 부르라!”

“서원 번국의 왕 테무친은 입조하라!”

우렁찬 외침이 울렸고 다른 왕국의 왕과 다르게 테무친은 당당히 두 손에 항아리 하나를 들고 대전으로 들어섰다.

‘저 항아리는 뭐지?’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서원의 왕! 테무친이 천하의 주인이신 황제폐하를 뵈옵니다.”

“두 손에 든 것은 무엇인가?”

“황제폐하께서 기억하실지 는 모르시겠지만 저에게 보낸 자의 유골입니다.”

그의 말에 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경대승?’

만고의 충신이 경대승일 것이다. 허나 번영과 부귀를 누리는 이 고려에 잊힌 무장 역시 경대승일 것이다.

‘나와 담판을 지으려고 왔군. 또한 그 담판을 위한 하례 품이기도 하고.’

난 뚫어지게 칭기즈칸이 들고 있는 항아리를 봤다.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초원을 결코 황제폐하께 반기를 들지 않을 것이옵니다.”

진정 칭기즈칸이 원하는 것은 초원으로의 진격이었다. 비록 지금 해거운이 어리석고 허망한 짓을 범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초원을 해거 씨의 땅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초원은 고려의 영토이며 고려의 번국이다.

“그래서?”

“저에게 초원을 허락해 주십시오. 고려제국은 초원이 그저 평온하기를 바라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제 벗이 그리 말했사옵니다.”

경대승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맞다. 나는 초원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저 초원에서 얻고자하는 것은 강인한 전마다.그리고 고려본토를 넘보지 않는 다짐이었다.

“짐이 그대에게 초원을 내어줄 것 같은가?”

“어리석은 해거운으로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해거운은 참으로 어리석게도 여진족 잔당의 요사스러운 꼬임에 빠져 황제폐하의 은혜를 배신했사옵니다. 정벌이 필요하시지 않사옵니까? 옛 초원에서 기거하던 몽골족이 황제폐하의 검이 되어 드리겠나이다.”

“이이제이를 할 만큼 고려가 약하지 않다.”

“그렇사옵니다. 참으로 강성한 것이 고려이옵니다. 15년 동안 부국을 위해 움직였고 강병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고려와의 결전은 엄두도 내지 못했사옵니다.”

“무엄하다.”

그때 조양이 칭기즈칸에게 소리쳤다. ‘역시 조양은 칭기즈칸 보다 그릇이 작다.’이것이 이 순간 내가 내린 결론이다.

“고려를 대적하여 쓰러트리고 싶은가?”

“모든 왕국이 그럴 것입니다. 모든 왕국의 궁극의 목적은 그것이지 않사옵니까?”

“솔직해서 마음에 드는군. 그런 마음을 가진 그대에게 초원을 허락하면 짐의 머리 위에 묵직한 도끼를 올려놓고 지내는 꼴이 되지 않겠나?”

“서원이 남진 말고도 번영할 수 있는 원정길은 많습니다. 물론 그 길의 대부분은 고려가 가고자 하는 길이겠지만 말입니다. 피와 같은 혈맹관계이면 이익을 나누고 고통을 분담할 수 있지 않겠사옵니까?”

“내가 서원 같은 소국과 혈맹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선택은 황제폐하의 몫입니다. 15년으로 안 된다면 서원은 150년을 노력하여 잃어버린 초원을 다시 찾을 것입니다. 폐하! 영원불변하는 제국은 없습니다.”

이것은 진리를 기반으로 둔 협박이다. 물론 나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러지.”

“그러니 서원에게 초원을 허락하소서! 서원은 해거운이 담당했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옵니다. 또한 해거운보다 더욱 고려에 복종할 것이옵니다. 초원의 전사가 중원을 노리는 이유는 부족한 식량 때문이옵니다. 그것만 채워주시고 번영을 조금만 나눠주신다면 초원은 아니 몽골족은 영원히 고려의 창검이 될 것이옵니다.”

“그대를 믿으라?”

“믿지 못하시고 대안이 있으시다면 저를 베시면 그만이옵니다.”

“좋다. 그대에게 초원을 허락하지. 1년 안에 어리석은 해거운의 수급을 짐에게 가지고 오라! 또한 여진족의 코를 100만 개 베어서 초원의 초입에 탑을 쌓아라!”

“그리하겠습니다.”

여진도 따지고 보면 예맥이다. 허나 내게 복종하지 않는 예맥에게는 자비란 없다.

“칭기즈칸!”

내 부름에 칭기즈칸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 부르시니 황망하옵니다.”

“그대는 스스로 영웅이라 자부하는가?”

“어찌 제가 영웅일 수 있겠습니까?”

“그대는 진정한 영웅이다. 짐도 이루지 못한 참된 영웅이다. 짐은 그저 간웅에 불과했다.”

“그러시기에 더 많은 것을 이루신 것이옵니다.”

“그럴지도. 그대는 아는가? 그대의 몽골족과 짐의 고려가 모두 다 같은 예맥이라는 것을.”

“과거는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옵니다. 중요한 것은 미래이옵니다. 혈맹의 관계로 거듭나는 미래 말이옵니다.”

이로써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은 초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강한 적을 옆에 두는 것은 고려발전에 나쁠 것이 없다.’

앞으로 300년 안에 몽골이 고려를 넘어서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내 후대부터 고려가 썩는다고 해도 나의 후광이 300년은 갈 것이니 말이다.

‘땅은 불변하다. 또한 나처럼 절대적인 악인은 없을 것이다.’

나는 땅을 차지하기 위해 한족을 멸족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앞으로 나와 같은 발상을 할 절대군주는 없을 것이다.

이 땅에 고려인이 터전을 잡고 산다면 훗날 시련도 있을 것이지만 끝내는 땅의 힘을 통해 다시 한 번 번영의 강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래서 이 땅이 중요한 것이다.

“정도전!”

“예. 황제폐하!”

“짐은 서원과 혈맹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그리 알고 조치하라!”

“예. 폐하!”

“또한 해거운을 징벌하는데 아낌없이 지원하라.”

“그리 하겠나이다.”

“칭기즈칸!”

“테무친이라고 부르소서!”

“짐을 실망시키지 말라! 그대도 알다시피 짐은 잔인하고 매정하다. 그리고 고맙다.”

난 빤히 칭기즈칸이 들고 있는 유골 항아리를 봤다.

“예. 알겠습니다.”

“조양!”

“예. 황제폐하!”

“유골 항아리를 조심히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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