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617화 (617/620)

< -- 간웅 27권 -- >

“어떤가? 그대의 지혜를 내게 빌려줄 수 있겠는가? 아니면 그저 황금만 챙기고 고향인 베네치아의 멸망은 외면하겠는가?”

“어, 어찌 제가 베네치아의 상인이라는 것을 아셨사옵니까?”

“짐은 모르는 것이 없네. 서방 원정을 생각하고 있는 짐이 모르는 것이 있겠는가?”

“소인이 돕는다면 베네치아는 무사한 것이옵니까?”

“물론이지. 내 신하가 될 자의 고향을 멸망시킨다면 진정 속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짐이 흑치우인 것이지. 하하하!”

“알겠사옵니다. 소인이 힘이 다할 때까지 돕겠습니다.”

라이언폴로가 순순히 알겠다고 한 것은 나와 고려의 힘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송과 금을 한 순간에 무너트렸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말이다.

“라이언폴로라고 했지?”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만약 이 고려에서 손자를 얻거든 마르크라고 이름을 지어라!”

“예?”

“그 이름을 가진 자는 이 만년제국이 될 고려와 함께하게 될 것이다.”

“알겠나이다.”

아마 수십 년 후에는 마르크폴로는 동방견문록을 쓰지 않고 고려견문록이라는 것을 쓰게 될 것이다. 또한 그 고려견문록에는 고려를 칭송하는 글귀로 가득해 질 것이다.

“정도전!”

“예. 황제폐하!”

“라이언폴로의 이름으로 크게 학당을 내려라!”

“학당이라고 하신다면?”

“짐의 서방원정군들은 서방의 많은 나라의 말들을 하게 만들 것이다.”

이 역시 영원한 지배를 위한 포석일 것이다. 나는 점점 더 거대한 것을 갈망하고 있었다.분명 흥함이 있으면 망함이 있을 것인데 나는 계속 고려가 흥하기만 바라고 있었다.

“알겠나이다.”

정도전이 내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천하고려의 대전.다시 6개월이 지났고 왜의 사신이 약속한대로 이 대전에 왜주가 내 앞에 무릎을 꿇은 상태로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이것은 예법에 벗어나는 일일 것이다. 허나 나는 상관이 없다.

황제는 무치라고 했다. 내게는 도덕이 없고 또한 가로막을 법칙이 없다.

내가 행하는 것이 이 시대는 법이 될 것이고 내가 옳다고 하는 것이 정의가 될 것이다.

“왜국의 번왕이 천하의 주인이신 황제폐하를 뵈옵니다.”

이렇게 끝내 내 의지를 관철시킨 것이다.

“일어나라! 누구도 그대에게 내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라고 한 적이 없다.”

힘을 가진 자 이렇게 야비해지는 것이다. 열도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소리쳤고 왜족을 멸족시키겠다고 왜의 사신들에게 말한 나였다. 그러니 이리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다.

“신하가 군주에게 머리를 조아라니는 것은 당연한 예법이옵니다.”

“그래도 보기 민망하니 일어나라! 나는 그대의 입조 때문이라도 자비로워지고 싶다.”

“황공하옵니다.”

왜주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주!”

그는 스스로 왜주라 칭하기 싫어서인지 왜국의 번왕이라고 했다. 그런데 난 여전히 왜주라 칭했다.

“예. 황제폐하!”

“그대는 분명 짐에게 짐의 신하라고 했다.”

“그렇사옵니다. 번국의 왕으로 종주국을 섬길 것이옵니다.”

졸지에 고려가 왜의 종주국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것은 왜주의 얄팍한 속셈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 어떤 종주국도 번국을 공격하는 경우는 없으니 말이다.하지만 왜주는 착각하고 있었다. 종주국은 번국을 정벌할 수는 없으나 징벌할 수는 있다.

“짐은 그대와 왜에게 고려를 향한 약간의 성의를 원한다.”

“성, 성의라 하셨사옵니까?”

“그렇다. 왜 말을 더듬는가?”

“아니옵니다. 하명하시옵소서!”

“그대가 보듯 짐이 아직도 이 누추한 별궁에서 지내고 있다. 동원될 노비의 수가 부족하여 짐의 황궁 건축이 늦어지고 있다.”

“그렇사옵니까?”

“그대에게 영광스럽게 짐의 황궁을 건축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래서 말인데 왜의 장정들을 이 황성 축조장에 보냈으면 한다.”

“폐, 폐하!”

“왜 싫은가?”

“아니옵니다.”

“대월국은 5천의 인력을 보내왔다.”

물론 대월 국에서 5천의 장정들을 보낸 것은 계속 대월 국으로 접근해가는 서송을 막아달라기 위함이다. 물론 난 서송이 더욱 팽창하는 것을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일제히 섬멸할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더 많은 송족을 멸족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뭐라고 불려도 상관이 없어. 나를 흑치우라고 불러도 상관이 없다.’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이제는 내 특별참모가 되어 있는 라이언폴로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라이언폴로의 고려견문록에는 나를 참으로 괴팍하고 사악한 군주라고 기록을 하겠군. 젠장!’물론 그 역시 상관이 없지만 말이다. 강한자만이 괴팍해질 수 있고 사악해질 수 있는 것이다.

“왜가 대월국보다 작지 않으니 1만 정도가 어떨까?”

“폐하! 1만이라면,,,,,,,,.”

시킬 배가 필요한가? 배가 없어서 보낼 수 없다면 짐의 수군을 보내주지.”

“아, 아니옵니다. 능히 보낼 수 있사옵니다. 1만의 장정을 보내겠나이다.”

“고맙군. 그리고,,,,,,,.”

난 왜주를 보며 사악한 미소를 보였다.

“더 있사옵니까?”

“노역장에 있는 장정들의 노고를 치하해줄 아녀자들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왜의 번왕은 어찌 생각을 하나?”

이 역시 내가 가진 현대의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이 생떼를 쓰는 걸 것이다.

“노고를 치하하신다는 것은,,,,,,,,.”

“군자가 어찌 그 깊은 것을 입에 담을까?

알아서 생각을 하라. 밤과 낮으로 짐의 황성 건축에 정신을 다 받쳐서 일할 아녀자가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내 황성 건축에는 많은 인종과 민족들이 집결하여 황성을 짓고 있었다. ‘흑인만 없고 다 있군.’난 피식 미소를 머금었다. 그건 다시 말해 나와 고려의 영향력이 아직 아프리카에는 미치지 않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알, 알겠나이다.”

“역시 그대는 짐의 충성스러운 번왕이다. 그대가 여력이 된다면 처음은 5천 정도를 보내고 매년 1천 정도의 공녀를 보내줬으면 한다.”

“매, 매년이라고 하셨사옵니까?”

이건 원이 고려에게 저질렀던 짓이다. 원래 나쁜 것은 나쁘다고 하면서 배우는 법이다.

“왜 그대의 역량으로는 어려운가? 미나모토노 요리토모라는 자라면 가능할 것 같은데?”

“가능하옵니다. 제가 바치겠나이다.”

“고맙네. 이리 입조를 해서 종주국과 번국의 우호를 다지니 얼마나 좋은가? 앞으로는 3년마다 입조를 하시게. 내 그대에게 은혜를 항상 베풀 것이니 말이야.”

“알겠사옵니다.”

“참 왜의 번왕이 약조를 했으니 번왕은 고려에 남아 신문물을 더 배우도록 하고 같이 온 왜의 신하들이 번왕이 짐에게 한 충성스러운 약조를 이행하라!”

이건 아무리 좋게 설명을 해도 왜의 장정들과 아녀자들을 내놓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는 엄포였다.

“신이 가야 일이 될 것이옵니다.”

“짐의 수군이 가도 일은 될 것이네.”

내 말에 왜주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 순간 그는 부국강병을 생각할 것이다. 어떻게든 이런 치욕을 받지 않으려면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강해지고 싶다고 강해질 수가 있는 것은 분명 아니었다.

“알겠사옵니다. 저의 신하들이 최대한 빨리 조공할 것이옵니다.”

“그랬으면 좋겠네. 세간에는 짐을 흑치우라고 부른다더군. 악신 말이네.”

내 말에 왜주와 왜의 신하들이 기겁했다. 그리고 나의 신하들도 표정이 굳어졌다.

“번왕! 악신에게는 자비가 없다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그때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무장이 급하게 안으로 들어서서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뢰옵니다. 황제폐하!”

“무엇인가?”

“신주로 떠난 신주총독이 돌아와서 황국으로 입궁 중에 있다고 하옵니다.”

참으로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정말 짐의 조동희가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냐?”

“그렇사옵니다. 보고에 의하면 신주총독이 끌고 오는 마차의 꼬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옵니다.”

무장의 보고에 난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약탈에 성공을 했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여전히 굳어진 표정인 왜주를 봤다.

“사신 관에 물러가 있으나 그리고 왜의 사신들은 속히 귀국을 해서 짐에게 스스로 약조한 것을 이행하라!”

“예. 황제폐하!”

그렇게 왜주와 왜의 사신들이 물러났다.

“다른 것은 없다고 하더냐?”

“피부색이 칠흑과 같은 자들을 수도 없이 끌고 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 천하고려에서도 노예의 역사가 시작이 되는 것이다.

노예와 노비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아마도 먼 훗날에는 그 흑인들을 아시아니그로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단일 백의민족은 이제 물 건너 간 것이다. 하지만 그 단일민족이라는 틀을 깨야 더욱 성장한다는 것을 난 잘 알고 있다.

12. 고려황제 회생의 업적과 악행은 일치한다.

“신주총독 조동희가 천하의 주인이신 황제폐하를 뵈옵니다.”

조동희가 대전에서 나를 보며 크게 절했다.

“드디어 오셨소?”

“황제폐하의 영도 아래 소장이 신주를 복속시키고 조공품을 가지고 왔나이다.”

이건 다시 말해 나의 의지에 의해 수백 년을 앞서서 잉카 문명과 아즈텍 문명이 멸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신주의 구왕들도 황제폐하의 은혜를 입어 모두 기꺼이 조공품을 받쳤사옵니다.”

물론 조공품이 아니라 빼앗은 전리품일 것이다.

“고맙군.”

“소장이 그들을 대신해서 가지고 온 것은 황금 500만근과 각종 보석들이옵니다.”

이건 다시 말해 남미지방에 있는 황금이라는 황금은 다 쓸어 왔다는 의미였다. 그 황금으로 나는 더욱 강한 군대를 만들 것이다. 또한 그 군대는 유럽을 넘고 또 러시아의 전신이 키예프를 점령할 것이다.

“그대의 노고를 깊게 치하하노라!”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그런데 내 듣자니 피부가 검은자들도 몇 데리고 왔다고?”

“그렇사옵니다. 힘이 좋고 순박하여 노비로 쓰기에 가할 것 같아서 이끌고 왔나이다.”

“그 수가 얼마나 되는가?”

“우선은 1만이옵니다.”

이 고려에 흑인 1만이 정착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물론 벽란도에 드나드는 흑인상인도 꽤나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 이들은 차원이 다른 흑인인 것이다.

이들은 고려 황실의 노예로 자자손손 쓰이게 될 것이다. 물론 언젠가는 노예해방이라는 것을 부르짖으면 민란도 일으킬 것이고 또 시간이 지나 우매한 백성이 깨치면 해방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노예로 불리며 왜족과 함께 가장 천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나쁜 것만 답습을 하는군.’

이래서 힘을 가진 자는 항상 사악해지는 법이다.

약한 자들의 눈물 따위는 상관하지 않으니 말이다.그렇게 조동희에 의해 회생의 천하고려제국은 한순간에 부국까지 이뤘다.

물론 그 부국은 신주라고 불리는 남아메리카의 인디오들의 고혈로 이뤄진 것이지만 말이다. 또한 거제도에 새롭게 노예 포획 선단을 은밀하게 신설하였고 그곳을 통해 지속적으로 흑인들을 사냥하여 노동력을 확보했다.

어쩌면 회생의 천하고려제국은 다른 존재들의 눈물과 고통으로 이뤄진 분노의 제국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점점 더 회생은 고려백성들에게는 칭송을 이민족들에게는 살아 있는 악신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다시 5년의 세월이 지났고 거대한 천하고려제국의 황궁이 건축됐다. 이 황궁을 건축하기 위해 왜국의 장정 2만이 죽었고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 1만이 죽었다. 또한 강제로 징집된 송족 5만이 죽었다.

한 마디로 시체 위에 선 화려한 천하고려제국의 황궁인 것이다.

‘공포정치는 약한 자들 더욱 두려움에 떨게 하고 복종하게 만든다.’

내가 이런 생각을 거듭할 동안 내 옆에 있던 라이언폴로의 눈빛도 차츰차츰 변해가기 시작했다.

“짐이 악마처럼 보이는가?”

자신의 심중을 파고드는 물음에 라이언폴로는 놀라 나를 봤다.

“망극하옵니다. 폐하! 베네치아의 신민들은 황제폐하를 칭송하고 있사옵니다.”

조동희가 가지고 온 황금과 흑인노예들로 이룬 부를 고려인 다음으로 많이 누린 것이 바로 라이언폴로의 고향인 베네치아 백성들일 것이다.

“짐 역시 짐이 하는 만행이 역사에 오래 기록될 악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내 솔직한 말에 라이언폴로가 나를 빤히 봤다.

“어찌 그런 말씀을,,,,,,,.”

“힘을 가지고 나처럼 쓰지 않은 절대자들이 있던가?”

“짐 역시 짐이 하는 만행이 역사에 오래 기록될 악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내 솔직한 말에 라이언폴로가 나를 빤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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