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611화 (611/620)

< -- 간웅 27권 -- >8. 만리장성을 넘어 남진하는 이의방!고려황자 왕도가 볼모로 잡혀 있는 별궁.두꺼운 갑주를 차려 입은 무제는 옆에 긴 창을 놓고 좌선을 보고 있었다. 좌선의 표정은 다급해 보였고 좌선의 이야기를 들은 무제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금나라 대전에서 그런 말이 오고갔단 말이지?”

“그렇사옵니다. 군단장 각하! 당장은 금나라 태자에 의해 묵살이 되었으나 조만간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사옵니다.”

“그렇다면 시간이 없다는 것이군.”

“예. 그렇사옵니다.”

“어찌 되었던 금은 곧 멸망을 하겠군. 이리 뇌물에 약한 고관대작이니 말이네.”

“그렇사옵니다. 군단장 각하!”

“들었는가? 우리에게 더는 시간이 없다고 하네.”

“소장들은 죽을 각오가 되어 있사옵니다.”

“준비들 하시게. 이 밤이 가기 전에 왕도 전하를 고려로 모실 것이네.”

“예. 알겠사옵니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이제는 무제에 의해 왕도의 대탈출이 감행될 되는 거였다.황자 왕도가 기거하는 내실.

“무제! 무슨 일이야?”

겨우 3살이 된 왕도가 또렷하게 무제를 보며 말했다. 무제의 뒤에는 10명의 무장들이 차분히 서 있었다.

“황자마마! 어마마마를 뵈고 싶으시지 않사옵니까?”

“보고 싶어.”

“소장이 모시겠사옵니다.”

“가면 안 되는 거잖아.”

어린 왕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린 그였지만 역시 회생의 아들다웠다.

“폐하께서 마마를 보고 싶어 하시옵니다.”

“아바마마께서?”

“그렇사옵니다.”

그제야 왕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고 싶어. 고려로 돌아가고 싶어.”

어린 왕도지만 자신이 볼모로 와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소장이 모시겠나이다.”

“응.”

“조금 불편하셔도 참으셔야 하옵니다.”

“알았어.”

왕도가 대답을 하자 무제는 번쩍 왕도를 안아 자신의 품에 두른 띠로 꽁꽁 묵었다. 그리고 그곳에 다시 미리 제작해 놓은 앞치마 같은 갑주를 착용했다.

“갑갑해!”

“참으셔야 하옵니다. 그래야 고려로 다시 돌아가실 수 있사옵니다.”

“응 참을 수 있어.”

“소장은 마마께서 이리 강건하시어 안심이 되옵니다.”

“난 대 고려국의 황자잖아.”

이래서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진리인 것이다.

“준비는 다 되었겠지.”

“예. 군단장 각하! 모든 무장들이 대기하고 있사옵니다.”

“가세!”

그렇게 무제는 왕도를 품에 안고 내실을 박차고 나섰다.

그리고 별궁 안 공터를 봤다. 높은 담 벽 앞에는 은밀히 만들어놓은 수십 개의 사다리가 걸쳐져 있고 그 사다리 뒤에는 무장들과 병사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첫 번째로 별궁의 벽을 뛰어 넘는 자는 분명 화살받이가 될 것이네.”

“죽음 따위를 두려워할 별초와 조의무사들은 없사옵니다.”

무제의 옆에 선 별초가 말했다.

“그렇지. 그래야 고려의 무장이지. 그대들은 아는가?”

무제가 비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무장들을 봤다.

“폐하께서 태후께 하신 그 말씀을 아시는가?”

“무인본분 위국헌신!”

고려의 무장으로 이 말을 모른다면 그는 고려의 무장이 아닐 것이다.

“우리의 소임이네.”

“잘 알고 있사옵니다.”

“실행하시게.”

그와 동시에 별궁의 전각 곳곳에 불을 질렀다. 화화화! 화화화!별궁 안에 각 내실마다 기름 항아리가 놓여 있기에 불길은 삽시간에 크게 번졌다.

“그저 저들이 가여울 뿐이군.”

무제는 왕도를 품에 안고 별궁 공터에 모여 있는 수십 명의 상궁들을 봤다.

그들은 아마 자신이 떠난 후에 자결을 할 것이 분명했다.저벅! 저벅!

“괜찮으시겠는가?”

무제가 제일 앞에 선 상궁에게 물었다.

“이곳으로 올 때부터 정해진 숙명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극락에서 보세.”

“예. 무제대감!”

상궁 하나가 짧게 대답을 했고 무제가 돌아섰다.그때 고려 무장 하나가 무제의 한혈마를 조심히 끌고 왔다.한혈마도 이 다급한 순간을 아는지 울부짖지 않았다. 이래서 모든 미물은 주인을 닮아가는 것이다.

“너 역시 비장하구나!”

히이잉!무제의 말에 한혈마가 조용히 울었다.

“부월 수들은 준비를 하라!”

“예. 군단장 각하!”

별궁을 포위하고 있는 군사들을 지휘하는 군막.

“별궁 안의 동태는 어떤가?”

포위군의 수장이 모여 있는 장수들에게 물었다.

“달라진 것은 없사옵니다.”

“달라진 것이 없다?”

“그렇사옵니다. 평상시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것은 여기 모인 모든 무장들의 생각이겠지?”

“그렇사옵니다. 1만의 군사들에게 포위가 된 것들이 무슨 짓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허벅지의 살이 꽤나 올라 있는 것 같은 무장 하나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고려 놈들의 동태에 변함이 없으니 우리 군사들의 경계가 느슨해졌겠지?”

“조금은 그렇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이 순간 포위군의 수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왜 그러시옵니까?”

“썩어 빠진 놈들! 네놈이 그러고도 금나라의 무장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폭풍 전에 항상 고요한 법이다. 더욱 경계를 강화해야 할 것인데 이리 허술하니 내 어찌 네놈들을 믿을 수 있겠느냐?”

“송구하옵니다. 장군!”

“더욱 경계를 강화하라! 오늘은 달도 없는 밤이다. 만약 고려 황자가 별궁을 벗어나 도주를 하는 날에는 우리의 목은 온전할 수가 없다.”

“알겠사옵니다. 허나 1만이 포위를 하고 있사옵니다. 별궁을 빠져 나가려고 해도 빠져나갈 수가 없사옵니다. 거의 병사들이 손을 마주 잡고 포위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습니다.”

무장 하나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그런가?”

“그렇사옵니다.”

“어떻게 잡고 있다고?”

“이렇게 두 팔을 벌려서 서로 마주 잡을 정도로 포위군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예. 장군!”

“이건 어떤가?”

그와 동시에 포위군의 수장이 빠르게 일어나 두 팔을 벌리며 자신이 예민해졌다는 투로 말한 무장의 팔을 검을 베었다.서걱!

“아악!”

“두 팔을 벌리고 서 있어도 목숨을 버려서라도 뚫고 나가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뚫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으윽! 장, 장군!”

“네놈처럼 썩은 생각을 가진 놈은 내 휘하에는 필요가 없다.”

“장, 장군 용, 용서해 주십시오.”

-아뢰오!그때 군막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병사 하나가 급하게 군막 안으로 들어섰다.

“무엇이냐?”

“별궁, 별궁에 큰 불이 났사옵니다.”

“뭐라?”

“온 천지가 환할 정도로 불길이 치솟고 있습니다. 장군!”

“망할!”

포위군의 수장이 벌떡 일어났다.

“전 포위군은 전투태세를 갖춰라! 고려 놈들이 어린 황자를 도주시키기 위해 별궁에 불을 지른 것이 분명하다.”

“예. 장군!”

조금 전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검으로 부하무장의 팔을 자르는 것을 봤기에 누구하나 함부로 말하는 자가 없었다.

“어서 방비를 하라! 상부에 알려라! 고려 황자가 도망을 친다고 알리고 증원 군을 보내라고 하라!”

“예. 장군 알겠사옵니다.”

“고려로 향하는 길목마다 병사들을 배치하라고 하라! 황성의 성문을 닫으라고 전하라!”

“그리 전하겠사옵니다.”

“나는 놈들이 별궁을 박차는 것을 막을 것이다. 궁수들을 준비시켜라!”

그렇게 지시를 한 포위군의 수장이 밖으로 급히 달려 나갔다.

“궁수들을 불러라! 궁수들을 대기시켜라!”

병사의 말처럼 별궁을 활활 타올랐기에 대낮처럼 밝았다.

“궁수들은 대형을 갖춰라!”

그의 외침에 빠르게 궁수들이 대형을 갖췄다.

“모두 모였사옵니다.”

“별궁에서 뛰어 나오는 것들이 있다면 모두 쏴라!”

“예. 장군!”

그렇게 포위군의 수장은 활활 타오르는 별궁을 노려봤다.다다닥! 다다닥!포위군의 수장이 예상한 그대로 불타는 별궁을 뛰어넘는 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쏴라!”

수장이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대형을 갖춘 궁수들이 일제히 시위를 당겼다.쩌어억!틱!슈슈슈! 슈슈슈!일제히 수백 발의 화살이 별궁에서 뛰어나온 고려의 병사와 무장을 향해 날았다.퍼벅! 퍽!

“으악!”

“퇴로를 확보하라!”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고려군도 상당했으나 화살을 방패로 막고 선 고려군의 수도 꽤나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난 고려군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무제가 말을 달려 나올 별궁의 문 쪽으로 방패를 들고 섰다.

“뭐야? 저건!”

“미친놈들 같습니다.

장군!”

포위군 수장의 부장도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 방패를 든 놈들을 모두 쏴 죽여라!”

“예. 장군! 시위를 당겨라!”

그와 동시에 일제히 수백 명의 궁수들이 다시 시위를 당겼다.

“돌격하라!”

별궁에서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울렸다. 그리고 일제히 다시 수십의 별초들이 하늘을 날듯 쏟아져 나왔다.두두두! 두두두!그들은 한손에는 검을 또 한 손에는 방패를 들고 있었다.

“쏴라!”

슈슈슈! 슈슈슈!물론 꽤나 많은 별초들이 화살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일부는 궁수들의 대형으로 끝내 난입했다.서걱!

“죽어라 이 망할 금나라 놈들아!”

“으악!”

별초는 고려의 최고 무장들이다. 그들이 일부지만 금나라 궁수의 대형에 난입을 했다는 것은 궁수들의 대형이 깨졌다는 것이다.

“지금입니다. 무제 군단장!”

별초 하나가 울부짖듯 소리쳤다.히이잉!

“문을 부셔라!”

무제의 목소리가 울렸다. 쾅쾅! 쾅쾅!그와 동시에 부월 수들이 별궁의 문을 부셨다.그리고 부월을 든 부월수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금나라 놈들을 하나라도 더 죽이고 죽자.”

이들은 이미 살기를 포기한 고려군의 무사들이다. 이 순간 지위가 높고 낮음은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가 무인본분 위국헌신 하나를 가슴에 새긴 고려의 진정한 무장일 뿐이다.

“고려 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포위군 수장의 부장이 소리쳤다.

“막아라! 놈들을 막아라! 고려황자를 도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

“예. 장군!”

히이잉!그때 요란한 한혈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두두두! 두두두!무제를 태운 한혈마가 불타는 화염을 등지듯 앞으로 쏜살처럼 달렸고 자신을 포위하려는 금나라 군사들을 뛰어넘었다.히이잉!쉬우웅!그와 동시에 무제의 긴 창이 자신을 막아서는 금나라 군사들을 베었다.서걱!

“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병사의 목이 바닥에 뚝 떨어졌다.

“모두 금나라 놈들을 죽여라!”

무제가 탄 한혈마가 앞으로 달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 살아남은 별초와 조의무사들이 금나라 포위군을 향해 돌진했다.

“무인본분!”

별초 중 하나가 우렁차게 ‘무인본분!’ 이라고 소리쳤다.

“위국헌신! 이얍!”

와와와! 와와와!쏟아지는 함성!그 함성과 함께 처절한 전쟁터로 변해버렸다.두두두! 두두두!그 와중에서도 무제는 긴 창을 휘두르며 포위망을 뚫으면 앞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를 무제를 호위하는 5기의 전마가 따랐다.

“놓쳐서는 안 된다.”

포위군의 수장이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무제와 5기의 전마들은 사지와 다름없는 포위망을 뚫고 저 멀리로 살아지고 있었다.

“이런 망할! 이래서는 아니 되는 것인데. 망할!”

포위군의 수장은 멀어지는 무제가 탄 한혈마를 보며 절규했다.포위군의 수장이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무제와 5기의 전마들은 사지와 다름없는 포위망을 뚫고 저 멀리로 살아지고 있었다.

“이런 망할! 이래서는 아니 되는 것인데. 망할!”

포위군의 수장은 멀어지는 무제가 탄 한혈마를 보며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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