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610화 (610/620)

< -- 간웅 27권 -- >

“무슨 말인가? 궤변 따위를 들을 여력이 내게는 없네.”

“황성에 계신 태자마마와 그의 가신들에게 총군사령께서는 완완보 황자의 사람처럼 여겨질 것입니다.”

“그래서!”

완안복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고려 황자는 물론 어떤 지원도 없을 거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금나라가 풍전등화에 놓여 있는데 그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태자께서는 총군사령을 믿지 못하십니다.

그러니 고려 황자를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으음,,,,,,,.”

찬찬히 생각을 해보니 설대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포기할 것은 포기 하라는 거군.”

“그렇사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태자마마께서 직권으로 총군사령을 인장을 회수하지 않았다는 것이옵니다.”

“나의 인장을?”

“그렇사옵니다. 믿을 수 없는 자에게 50만 대군을 맡기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내게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당장은 아니지만 총군사령의 목숨은 풍전등화나 다른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놈! 총군사령 앞에서 무슨 망발을 하는 것이냐!”

반추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틀린 말은 아니지.”

“예?”

“설대치의 말대로 나는 완안보 황자의 사람처럼 보이지.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이 금나라의 가장 큰 문제이지.”

“그럼 어찌 합니까?”

“어찌 할 것이 있겠는가? 이렇게 대치를 하면서 황제폐하께서 승리하시여 군사를 이끌고 이시기를 기다릴 수밖에.”

“그전에 태자가 다른 마음을 품게 되면 어찌 하실 참이십니까?”

설대치가 다시 한 번 완안복흥을 자극했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네.”

“제가 태자라면 당장이라도 남방군 총사령을 바꿀 것입니다.”

“그만하게.”

“송구하옵니다. 걱정이 되어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내 자네가 걱정하는 것을 잘 알겠네.”

“송구하옵니다. 총군사령!”

“으음,,,,,,,,.”

이 순간 완안복흥은 다시 한 번 길게 한숨을 쉬었다.

“어린 고려의 황자가 내 수중에 있다면 충분히 고려왕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인데. 참으로 어리석은 간신들에게 쌓인 태자마마께서 일을 망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야!”

완안복흥이 그렇게 말할 때 설대치가 차가운 눈으로 찰나의 순간이지만 완안복흥을 노려봤다.

이 순간 그의 눈빛이 참으로 요상했다.

“그건 그렇고 고려군들의 동태는 어떤가?”

완안복흥이 설대치에게 물었다.

“기마대의 공격에 대비를 하는 듯 목책과 장애물을 설치하여 마치 방어진을 편성한 것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고려군도 쉽게는 공격을 하지 못한다는 거군.”

“그렇사옵니다. 500기의 투석기가 있사옵니다. 그것을 무시하고 돌격을 감행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다는 것을 고려왕도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물론 이것은 완안복흥의 착각이었다.

고려군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치부하는 투석기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투석기보다 더 강성한 고려 대포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금방이라도 공격을 해 올 것 같더니 이상하군.”

“예. 그것이 참으로 이상합니다.”

이들은 모를 것이다. 고려황제가 진정 계획하고 있는 것은 북진이 아니라는 것을.그리고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금 세종을 포로로 잡은 이의방의 15만 군대가 초원에서 남진을 감행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 그것이 밝혀지는 순간 금나라 전체는 두려움에 떨게 될 것이 분명했다.

고려황제가 위치한 군막.

“어찌 되었을까?”

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지금 이 순간 내 머릿속에는 무제가 내 아들 왕이를 데리고 탈출에 성공했는지의 여부 밖에 없었다.이래서 나도 아비인 모양이다.

“지금쯤이면 개경후가 금왕이 이끌고 간 금나라 군대를 전멸시키고 남진을 감행했을 것이옵니다.”

정도전이 짧게 대답했다.

“그렇겠지.”

고려대포 때문이라도 승패는 이미 결정된 거였다.

“폐하의 용안에 수심이 가득하시옵니다.”

조양이 내 표정을 살피다 물었다.

“아무 일도 아니네.”

“왕이 황자전하 때문이옵니까?”

조양만이 내 마음을 알고 있는 거였다. 그 순간 정도전이 놀라 조양과 나를 번갈아 봤다.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네.”

“걱정 마시옵소서! 폐하! 무제 군단장이 누구이옵니까? 고려 최고의 무장이옵니다.”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그것만이 걱정이 되는 것은 아니네.”

“하오시면?”

4

“내가 만약 완안복흥이라면,,, 정말 나라면 고려황자 왕이를 이 전선으로 끌고 올 것이네.”

내 말에 정도전을 비롯한 고려무장들이 놀라 나를 빤히 봤다.

“그리 된다면 큰일이지 않사옵니까?”

박위가 나를 보며 물었다.

“완안복흥을 속이기에는 좋겠지.”

아무리 내 마음 속에 왕이의 안위가 있다고는 해도 지금 나는 이곳에서 전선을 고착시켜서 저들의 관심을 내게로 집중시켜야 했다. 그리고 내가 공격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 전선으로 끌려온 왕이 때문이라고 보여야 했다.그것이 아비 이전에 군주가 보여야 할 모습이었다.

“망극하옵니다. 폐하! 진정 폐하께서는 고려와 만백성을 위하시는 황제이시옵니다.”

정도전이 내게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다.

“그저 짐은 비정한 아비에 불과하다. 그저 무제에게 의지할 뿐이지.”

내 마음 속에는 이러게 두 개의 마음이 교차하고 있었다.-아뢰오! 만적 상주가 도착했사옵니다.

“들라 하라!”

만적이 나가 원하는 것을 이제야 가지고 온 것이다.

“신 만적이 황제폐하를 뵈옵니다.”

만적이 나를 보고 무릎을 꿇고 크게 절했다.

“일어나라! 짐이 가지고 오라는 것은 가지고 왔느냐?”

“예. 개경 후에게 보낸 50기의 신기전과 똑같은 100기의 신기전을 제작하여 가지고 왔나이다.”

“잘 했다. 아무리 짐이 이곳에서 당분간 전선을 고착시킬 생각을 하고 있지만 마지막 결전을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신기전이 필요했다.”

“잘 알고 있사옵니다.”

사실 신기전은 정도전과 조양도 모르는 비밀병기다. 그리고 처음부터 신기전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송을 정벌하기 위해 짧기만 심도 깊은 준비를 할 때 송의 화약 무기 체계를 연구했다.거기서 본 송의 화약무기를 통해 신기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신했다.

비록 송에게 신기전까지 쓸 기회가 없었지만 말이다.그리고 신기전의 화살로 쓰이는 것은 송의 화약무기인 주화를 개량한 거였다.

물론 신기전은 우리민족이 개발한 무기지만 말이다.‘주화가 기본 바탕이지.’정말 따지고 본다면 송의 화약무기도 사용하는 자의 역량에 따라 엄청난 무기로 거듭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만든 것을 하찮게 여겼고 이렇게 멸망하게 된 거였다.

그게 아니면 그 화약 무기들을 쓸 기회가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또 짐이 지시한 것은?”

“성공했나이다. 황제폐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송의 일화봉전을 개량하여 더 강력하게 만들었사옵니다.”

일화봉전은 쉽게 말해 휴대용 다연장로켓이라고 하면 될 것이다. 6각의 원통 안에 수십 개의 주화를 넣은 것으로 대부대가 밀집해 있는 곳에서 발사를 한다면 아주 강력한 무기로 거듭날 것 같았다.

“두 가지로 개량을 했겠지?”

“물론이옵니다. 병사들이 들고 다닐 수 있게 소형화 한 것과 마차에 실고 이동할 수 있게 대형화 한 것입니다. 소형화된 것은 편전크기의 주전이 20여발 장착되어 있고 전차에 부착한 것은 한통에 300발이 장착되옵니다. 전차에 장착한 일화봉전이 200기이옵고 휴대용이 3천기를 제작했사옵니다.”

만적의 말에 모두 다 입이 쩍 벌어졌다.

“폐하! 진정 대단하시옵니다.”

“천하일통을 꿈꾸는 짐이네. 어찌 무기개량을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전선을 스스로 고착시켰으니 시간은 충분하다. 재간이 있는 무장들을 선별하여 일화봉전 부대의 조장으로 삼고 보병 3천을 차출하여 일화봉전 부대를 편성하라!”

“예. 폐하!”

조양이 짧게 말했다.

이로써 내 친위대가 또 하나 늘어난 것이다. 고려가 커지고 강성해질수록 황제인 내가 이끄는 친위대의 힘도 강해져야 한다.

‘군주가 약하게 보이면 역신만 만들 뿐이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조양과 정도전을 번갈아 봤다. 저들을 충신으로 늙어죽게 할 방법은 오직 내 강함을 보이는 것뿐이다.

“그건 그렇고 송적들의 움직임은 어떤가?”

금나라 남방군과의 전투는 당분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송전토의 안정이 염려가 됐다.

“기미주 전토에 반란군이 들끓고 있사옵니다.”

박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진압은 되고 있겠지?”

“그렇사옵니다. 폐하께서 명하신 그대로 행하고 있사옵니다.”

“짐과 고려에 대항하는 모든 송족들은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송족들에게 각인시켜야 할 것이야!”

“예. 황제폐하!”

“서로 이주하는 송족들은 어떤가?”

“그것이 문제이옵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고서기가 내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가?”

“대월국에서 사신을 보내 왔사옵니다.”

“사신이 온 이유는 뻔 한 것이겠지?”

“그렇사옵니다. 대월국 쪽으로 밀려드는 송족을 막아달라는 것이옵니다.”

“도망치는 송족을 어찌 막을까?”

난 살짝 미소를 보였다.

“소신도 그렇게 대월국 사신에게 말했사옵니다.”

“결국 대월국은 송족에 의해 당장은 멸망을 하겠군.”

송이 비록 나와 고려에 패했다고는 하나 약한 군대는 아닐 것이다. 또한 송족 중 병사였다가 도망친 자가 족히 20만은 될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반군이 되고 또 일부는 대월국 방향으로 도망을 치는 송족과 합류했을 것이다.

그러니 곧 대월국은 내전 아닌 내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짐이 원하는 방향으로 되고 있는 것이야!’쥐도 도망칠 구멍을 열어놓고 쫓으라고 했다.

그래야 고양이를 물지 않고 도망만 치는 것이다. 쥐와 다름이 없는 송족에게 도망칠 구멍은 바로 대월국이 될 것이다. 그건 다시 말해 송족의 터전이 중원이 아닌 대월국을 비롯한 동남아 일대가 된다는 거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넓은 중원은 온전히 고려의 것이 되는 거였다.

“그렇게 될 것 같사옵니다.”

“고서기!”

“예. 황제폐하!”

“은밀하게 대월 국으로 이동하는 송족을 약간 지원할 방법을 만적과 함께 찾아!”

내 말에 이 자리에 모인 고려의 신하들이 다시 놀라서 나를 봤다.하지만 조양과 정도전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다는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사옵니다.”

“결국 대월 국을 시작으로 남방의 소국들이 망하게 되겠지.”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송족의 수가 모래알보다 많다는 것을 짐은 세삼 느끼고 있다.

다 죽일 수 없으니 쫓아낼 수밖에.”

이제 남은 것은 금나라 전역에 있는 여진족과 스스로 여전히 중원인 이라고 여기는 것들의 처리였다.‘송족은 서쪽으로 밀어내면 되는 것이고,,,,,,,.’

나는 금나라 점령 후를 생각했다.

‘초원이 아주 넓지.’물론 초원으로 그들을 몰아내는 동안 난 또 수많은 목숨을 도륙해야 할 것이다.

‘나는 죽는 그 순간까지 검을 놓지 않을 것이고 내 검은 피가 마르지 않을 것이다. 허나 내 아들은 붓을 들고 안정적인 치세를 누길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더욱 잔인해져야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난 금나라 황성에 잡혀 있는 왕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 비정한 아비는 왕이 네가 황제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러니 무탈해 다오.’나 내 아들은 붓을 들고 안정적인 치세를 누길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더욱 잔인해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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