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605화 (605/620)

< -- 간웅 27권 -- >

“망극하옵니다. 폐하!”

능후도 의문만을 제시했지 답을 말하지는 못했다. 그때 곽하마의 표정이 굳어졌다.

“폐, 폐하!”

“뭔가?”

“오랑캐가 노리는 것은 군사가 아니라 전마이옵니다.”

“전마를 노리고 있다?”

“그렇사옵니다. 말이라는 짐승들은 원래 예민한 것들이옵니다. 지금 한 달째 전마들이 잠을 편히 이루지 못하고 있나이다.”

“으음,,,,,,,.”

신음소리를 내며 금 세종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군.”

“놈들은 지금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옵니다. 우리 군대의 전마들이 지치고 지칠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옵니다.”

“그럼 어찌 하면 되겠는가?”

“전마들의 귀를 막고 눈을 가려서 쉴 수 있게 하겠나이다. 그리고 반드시 놈들의 주력이 응거한 곳을 찾겠나이다.”

곽하마의 말에 금 세종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라!”

-아뢰어라!그때 정찰을 나간 무장 하나가 급히 금 세종의 군막 앞에 서서 소리쳤다.-폐하! 정찰을 나간 좌장 관구성이 돌아왔나이다.그와 동시에 관구성이 군막 안으로 들어서서 금 세종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찾았는가?”

“예. 폐하!”

관구성의 말에 금 세종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 오랑캐의 본진을 찾았단 말인가?”

“그렇사옵니다.”

“어디에 있나?”

“진정 등잔 밑이 어두웠나이다. 멀지 않은 곳에 숨어 있었나이다.”

“적의 규모는?”

금 세종은 이제야 몽골족을 섬멸할 수 있다는 생각에 표정이 밝아졌다.

“그것이 족히 20만은 되옵니다.”

“뭐라? 20만?”

“그렇사옵니다.”

“초원에 그리 많은 병력이 있었단 말인가?”

금 세종은 인상을 찡그렸다.고려황제 회생의 말에 의하고 또 간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칭기즈칸은 몽골족의 주력군을 이끌고 서진을 했다고 했다.그런데 관구성의 보고에는 적의 규모가 20만이라니 믿을 수가 없는 그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 세종은 송을 정벌한 고려황제 회생의 얼굴을 떠올렸다.

“고려왕이 짐을 속였군.”

“예?”

곽하마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되물었다.

“신의는 깨어진 것이다. 곽하마!”

“예. 황제폐하!”

“황성으로 파발을 보내라! 고려왕의 황자를 즉참하라 전하라!”

“폐, 폐하! 그리 행하시면 고려에 끌려가 계신 황자께서는,,,,,,,,.”

“천하를 논하는 대결이다. 짐은 이제 아비의 정보다는 황제다.”

“예. 황제폐하!”

“고려왕! 네놈이 짐이 이 초원에서 더 많은 병사를 잃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겠지. 허나 고려왕 네놈은 짐을 잘못 봤다.”

금 세종의 눈동자에는 살기가 감돌았다.

“감철!”

“예. 황제폐하!”

감철은 삼국지에 나오는 감택의 후손으로 지략과 용맹을 겸비한 금나라의 장군이었다.

“짐이 그대에게 10만의 기마 정병을 줄 것이다. 날이 밝는 즉시 고려로 향해 고려를 정벌하라!”

“폐, 폐하!”

“10만의 기마군단이면 능히 고려를 정벌할 수 있을 것이다.”

배신과 배신이 이어지는 순간이었다.허나 그 배신을 누구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고려군의 주력은 송에 있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고려를 점령할 수 있다.”

“하오나 고려에서도 대비가 있을 것이옵니다. 현재 병력을 양분한다는 것은 하책일 수 있사옵니다.”

곽하마가 금 세종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하책이 때로는 상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짐의 뜻대로 하라! 모든 결정은 짐이 내리는 것이다. 또한 곽하마!”

“예. 황제폐하!”

“몽골족들의 본진이 다시 이동할지 모르니 날이 밝는 즉시 총공격을 할 수 있게 준비를 하라!”

“예. 폐하!”

금나라 세종은 초원정벌의 끝을 보고자 했다. 그리고 바로 고려를 정벌하고자 했다. 금나라 본진이 내려 보이는 언덕.챙챙챙! 챙챙챙!제베가 이끄는 몽골족의 별동대는 요란하게 꽹과리 같은 것을 두드리고 있었다.

“제베 만인장! 저기 양 대가리 같은 금나라 놈들이 말을 몰고 달려오고 있습니다.”

초원의 전사 하나가 제베에게 손가락으로 금나라 기병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됐다. 후퇴한다.”

“예. 제베 만인장!”

역시 제베가 노린 것은 금나라의 전마들을 지치게 하는 거였다. 그때 후방에서 한 무리의 초원의 기마들이 달려와 제베의 앞에 섰다.

“워워워! 제베 만인장!”

이들은 정찰을 나간 초원의 전사들이었다.

“뭔가?”

“서쪽 방향에 대규모의 군사들이 주둔해 있습니다.”

“서쪽 방향에? 금나라의 군사들이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복색을 보니 초원의 부족 같습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초원에 우리 말고 다른 부족이 어디에 있단 말이냐?”

“하지만 분명 초원의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규모는?”

“족히 10만 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제베는 자신에게 보고하는 전사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며칠 전만해도 보이지 않았던 대규모의 병력이었다.

“10만? 어이가 없군! 10만 이상이라면 어찌 우리가 알지 못했다는 건가?”

“송구합니다. 하지만 분명 10만 이상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금나라 군대는 아니옵니다. 천신께 맹세합니다.”

“그럼 뭐지?”

제베는 인상을 찡그렸다.사실 오늘까지 금나라 군대의 전마들을 지치고 예민하게 만든 후에 내일 전면전을 감행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파악하지 못한 변수가 생긴 순간이었다.

“금나라 군대가 아니라면,,, 혹시!”

제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려 쪽 하늘을 봤다.

“왜 그러십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고려군일 수도 있다.”

“예?”

“고려군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럼 어찌 합니까? 제베 만인장의 말씀처럼 고려군이라면 우리를 공격하려고 온 놈들인 것입니까?”

“금과 우리의 전투에서 어부지리를 노리겠다는 건가? 그게 아니면 금과 동맹을 맺은 증원 군인가?”

판단이 서지 않는 제베였다.

“,,,,,,,,.”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가 없다. 너는 당장 달려가서 무카리 만인장에게 알려라! 지금 즉시 북쪽 초원의 끝으로 후퇴를 하라고 전하라!”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후퇴가 최선이라는 생각이 드는 제베였다.

“예. 제베 만인장!”

고려군의 군진.

“병력 배치는?”

이의방이 모인 고려무장들을 보며 물었다.

“모두 끝이 났사옵니다.”

“이 밤이 다하기 전에 금왕을 생포해야 할 것이다.”

“그리 준비를 했나이다.”

“또한 몽골족도 포위를 했겠지?”

“몽골족이 기동력이 뛰어나기에 그곳에는 소포군을 주력으로 배치를 했사옵니다. 1만의 소포군이 모두 배치가 되었고 대포도 50문을 배치했나이다.”

이의방이 이끄는 고려군은 금나라의 군대와 제베와 무카리가 이끄는 몽골족 2만을 모두 전멸시킬 생각이었다.

“폐하께서는 우리에게 막중한 소임을 내리셨다.”

이미 북진을 감행한 고려황제 회생은 이의방에게 연락 무장을 보냈고 이미 그 연락무장은 이곳에 도착해 있었다.

“예. 군단장 각하!”

“폐하께서는 금왕을 사로잡고 50만 금군을 전멸시킨 후에 남진을 감행하라고 칙령을 내리셨다. 오늘밤이 바로 그 영광스러운 칙령을 이행할 때다.”

“알겠나이다. 군단장 각하!”

모인 무장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바로 금으로 남진을 감행하기 위해서는 몽골족의 2만 잔적들도 모두 소탕을 해야 한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몽골족들도 우리가 초원에 있다는 것을 감지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 밤을 넘겨서는 안 된다.”

“알고 있사옵니다.”

“공격신호는?”

“대포의 포성과 함께 시작될 것입니다.”

“나는 금나라 놈들을 전멸시킬 것이다. 나와 장서충이 떠나면 신호를 보내라!”

이의방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예. 군단장 각하!”

그렇게 이의방을 비롯한 무장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군막을 나섰다.군막 앞 공터에는 고려 대포 1문이 대기하고 있었다. 신호용으로 준비된 대포였다. 이 대포가 불을 뿜으면 대전투가 시작되는 거였다.

“장서충!”

“예. 군단장 각하!”

“나는 말했듯 금나라를 전멸시킬 것이다. 그대는 몽골족의 잔적들을 모두 전멸시켜라!”

“예. 군단장!”

“말을 가지고 오라!”

이의방의 외침에 급히 말이 준비가 되고 이의방을 호위하기 위해 그의 옆으로 100기의 별초들과 조의무사들이 섰다.

“대망이 펼쳐지는 오늘이다. 이랴!”

그렇게 이의방은 금나라 군영 주변에 은밀히 매복해 있는 고려군 공격 진형으로 말을 달렸다.그와 동시에 장서충 역시 말에 올랐고 그와 함께 해거운이 이끄는 3만 초원의 전사들이 말에 올랐다.

“역사에 기록되고 싶은가? 그럼 나를 따르라! 이랴!”

장서충과 함께 해거운이 이끄는 3만의 초원의 전사들이 무카리와 함께 은거하고 있는 몽골족들의 본진으로 향했다.

“이의방 군단장 각하와 장서충 사단장께서 전선으로 이동하셨다. 공격신호를 쏴라! 대포를 쏴라!”

“예. 알겠습니다.”

고려 대포 옆에서 횃불을 들고 있던 포병 1명이 짧게 대답하며 고려대포의 후미 심지에 불을 붙였다.지지지! 지지지!쾅!뇌성벽력과 같은 포성이 울렸다.

드디어 고려군이 움직였고 그것은 새로운 역사를 위한 또 하나의 시작이었다.무카리가 이끄는 2만 몽골족 전사들이 은거해 있는 곳.콰콰쾅!갑작스럽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듯 포성이 울렸다.

“이 무슨 소리인가?”

모닥불 앞에서 내일 펼쳐질 금과의 전투에 대한 것을 고심하던 무카리가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그리고 옆에 있던 초원의 전사들도 놀라 주변을 살폈다.

“뇌성입니다.”

고려 대포의 포성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초원의 전사들은 포성소리를 뇌성이라고 말했다.

“뇌성?”

무카리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것 같습니다. 비가 올 것 같습니다.”

“비?”

하늘에 별이 총총히 보이고 있다. 그런데 비가 올 것 같다는 말에 무카리는 어이가 없었다.

“번개가 치면 비가 오지 않습니까?”

그제야 무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다시 앉으려 했다. “가끔 마른하늘에도 날벼락이 치기는 하지.” 콰콰쾅! 콰쾅!그때 포성이 다시 울렸다.콰쾅!

“아아악! 으악!” 히이잉! 히이잉!첫 번째 포성은 공격신호인 포성이었고 이번에 이어지는 포성은 은거해 있는 몽골족 본진을 향해 떨어지는 포성이었다.

“뭔가?” 무카리는 다시 놀라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포성과 함께 여기저기 사방은 불바다로 변했다.히이잉!포성과 폭발에 말들이 놀라 요동을 쳤고 어디서 떨어지는지도 모르는 포탄에 의해 쉬고 있던 몽골족의 전사들이 죽어나갔다.

“뭔, 뭔지 모르겠습니다.” 콰콰쾅! 콰쾅!다시 포탄이 날아들어 몽골족의 본진에 떨어졌다.콰쾅!

“아아악! 적의 공격이다.” 그때 몽골족 전사 하나가 소리쳤다.

“적이다.” 무카리도 이제야 이 뇌성벽력이 적의 공격이라는 것을 알았다.

“적이 공격하고 있다. 금나라 놈들이 공격해 왔다.” 그와 동시에 무카리의 옆에 있던 몽골족 전사들도 소리쳤다. 탕탕탕! 탕탕탕!그와 동시에 은밀히 은거해 있는 2만의 몽골족을 포위한 1만의 고려 소포군들의 소총이 불을 뿜었다.퍽!

“으악!” 히이잉!조준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3단 사격으로 한 구간을 정해서 쏘는 고려 소총수들이었다.탕탕탕! 타타타탕! 타타앙!일제히 1만정의 소총에서 불을 뿜었고 쏟아지는 총알 중 1/10만 명중을 해도 1천이나 되는 초원의 전사들이 피해를 입는 순간이었다.

“적입니다. 적입니다.”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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