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604화 (604/620)

< -- 간웅 27권 -- >회생의 군막.4만 이상의 군사를 잃고 금나라와의 첫 전투에 패해 떨어진 사기는 내 손에 흐르는 피로 막음했다. 이제는 비록 예상했고 당연한 금의 배신이지만 그 배신을 철저한 응징만이 남은 것이다.'황제로서 또 모질어 질 수밖에.'내 군막에 모인 장수들의 눈빛에는 살기가 감돈다.

독기일 것이다. 흘린 내 피를 보고 또한 죽은 4만의 원혼을 느끼며 저리 비장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짐의 고려가 금적과 싸워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묘책이 있어야 하는 것인가?"

"전면전을 이끌어내야 할 것입니다."지금까지 지켜만 보고 있던 조양이 내게 말했다.내 생각도 같다.

고려의 전력이 금보다 우세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고려 대포와 소총부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적들은 기마군단을 맹신하고 있다.비록 금적의 남방군이 북방군의 기마군단보다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으나 그곳에는 완안복흥이 있고 그를 전면전에 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어찌 하면 가능할까?"

"아군의 규모를 그대로 보여줘서 대규모 전투에 끌어내는 것입니다. 허나 그 전에 핵심은 숨겨야 할 것입니다."

"핵심을 숨긴다는 것은 어렵다. 이미 고려 대포 300문을 잃었고 소총도 5천 정 정도를 잃었다."

"그것을 쓰고 안 쓰고는 금적의 선택이나 아무런 훈련 없이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옳다."내 사위라 출중하다. 이런 난세에는 도움이 될 것이나 훗날 평시에는 화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런 마음은 나의 고질병이 분명할 것이다.군주로 신하를 아껴야 할 것인데 나는 이리도 신하를 아끼지 못하고 의심하니 말이다.

'이제는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군략 회의에서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고 서 있는 박현준을 봤다."대전투는 기세가 우선이지."

"그렇사옵니다. 폐하!"

"고려포병과 함께 북진한다. 아주 천천히 북진을 할 것이다. 진정한 정복은 짐이 아닌 북방에서 이뤄질 것이다."

"예. 황제폐하!"

"고려군의 맹렬함을 짐이 필히 완안복흥에게 보여줄 것이다."금나라 군영."이것이 대포라고 불리는 것인가?"

"그렇사옵니다."완안복흥의 물음에 고려대포를 노획한 반추후가 대답했다."다른 것들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이것은 송이 만든 화포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어찌 고려군이 이리 쉽게 송을 점령했단 말인가?"송도 화약 무기를 많이 만들어냈다.비록 실전에는 유용하게 쓰지 못했지만 말이다."다뤄보지 않아서,,,,,,,."

"그렇지. 그러니 노획을 해도 쓸 수가 없지."완안복흥은 그렇게 말하고 탁자 위에 올려놓은 소총을 들어 봤다."쇠막대기나 다름이 없군."

"그렇사옵니다. 처음에는 펑펑 잘도 터져서 기병들이 놀랐으나 비가 쏟아지는 그 순간부터 무용지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라?"

"그렇습니다."

"화약이 젖어 쓸 수가 없다는 거군."역시 완안복흥도 화약 무기에 대해 많은 것을 아는 것 같았다. 맞다. 화약 무기의 최대의 약점은 화약이 젖으면 쓸 수 없다는 거였다."결국 고려군을 상대할 때는 폭우와 함께 해야 한다는 거군."

"그렇사옵니다. 총군사령!"

"하늘이 또 금나라를 도와줄까?"지난날의 폭우는 다시 쏟아지지 않을 것 같았다."승기를 잡았사옵니다. 남진하여 쓸어버리는 것이옵니다."반추후가 자신 있게 말했다."고려가 송을 점령했다. 송의 군대를 한 순간에 와해를 시켰다. 그러니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허나 허수아비나 다름이 없는 송나라 군대를 제압한 것입니다."

"허수아비도 100만이 넘으면 그 무게감으로 거대해지는 것이다. 적을 우습게 보는 장수야 말로 적이다."완안복흥이 반추후를 노려봤다."예. 총군사령! 하오시면 어찌 해야 하옵니까?"황제폐하께서 초원을 정벌하시고 바로 남진하실 때까지 고려와의 전선을 고착시키는 것이 상책이다."완안복흥의 말에 금나라 모든 무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 완안복흥의 첫 실책이 될 것이 분명했다.전선을 고착시키기 위해서는 서로 상호 대치를 해야 할 것이고 그것은 남방군의 집결을 의미했다.

고려황제 회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반추후!"

"예. 총군사령!"

또 수고를 해줘야겠다."

"하명만 하십시오."

"기마궁병을 100기 단위로 나눠서 정찰기병을 보내라! 또한 그들은 고려군진의 기습대가 될 것이다."

"알겠사옵니다. 총군사령!"

"큰 전투는 피하고 적을 귀찮게 하면 되는 것이다."

"알겠사옵니다. 총군사령!"

"폐하께서 남진하시는 날에 고려는 무너질 것이고 천하일통을 금나라가 이루는 것이다."완안복흥은 무리한 전투는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았다.또한 이 순간 자신이 고려와 싸워 남방군을 잃게 된다면 금나라 전토가 고려의 수중에 들어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다.

그런 세심함과 조심성이 금나라의 남방군을 점점 더 수령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것을 그는 진정 모를 것이다."속전속결을 해야 합니다."그때 금나라 무장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뭐라? 속전속결?"

"그렇사옵니다."완안복흥이 앞으로 나선 젊은 무장을 봤다."그대는 누군가?"

"설대치라 하옵니다."

"설대치? 못 보던 무장이군!"

"어느 안전이라고 하급 무장이 나서는 것이냐?"반추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지략을 논하는 자리에 직급이 무슨 소용입니까? 송군처럼 직급을 따지신다면 총군사령께서는 송군의 총사령과 무엇이 다릅니까?"설대치의 말에 완안복흥이 고개를 끄덕였다."옳은 말이지. 할 말이 있다면 해 보게."

"풍문으로 들었나이다. 등주에 방어진을 구축한 60만 송나라 군대가 3일도 되지 않아 괴멸이 되었다고 들었사옵니다.

그것은 고려가 고착될 수도 있는 전선전투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총군사령께서 전선을 고착시켜서 적과 대치를 한다는 것은 적을 이롭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설대치의 말에 완안복흥은 고개를 끄덕였다."틀린 말이 아니군."

"감사하옵니다. 그러니 당장 진격하여 북진하고 있는 고려군과 결전을 가맹해야 하옵니다."

"결전 후에 패한다면?"

"예?"

"고려군에게 남방군이 패해서 후퇴를 하게 된다면?"

"그,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확신하지 말라! 우리가 패퇴를 한다면 금나라의 전토는 고려의 수중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 된다면 초원을 정벌하시는 폐하께도 큰 화가 미칠 것이다.

고려군과의 전투는 절대 패해서는 아니 되는 전투인 것이다. 우리는 비기고 버티는 전략을 쓸 것이다.

고려 대포로 송나라를 무너트렸다면 우리는 땅을 깊게 파서 대적할 것이다. 그리고 버틸 것이다."

"하오나,,,,,,,."

"이런 것을 보고 진퇴양난이라고 하는 것이다. 싸울 수도 없고 아니 싸울 수도 없고. 황제폐하께서 북방군을 이끌고 승전 후에 회군하실 때까지 우리는 전선을 고착시킬 것이다."완안복흥의 말에 설대치가 완안복흥을 뚫어지게 봤다."그런 것까지 고려하신 것이옵니까?"

"내 그래도 금나라 남방군의 수장이네! 설대치라고 했나?"

"그렇사옵니다. 총군사령!"

"내 그대를 보니 평인의 가문은 아닌 것 같군. 누구의 후손인가?"완안복흥의 물음에 설대치가 잠시 머뭇거렸다."거란의 씨라 멸시를 꽤나 당한 모양이군."이미 완안복흥은 설대치가 누구의 후손인지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아니옵니다."

"당나라의 명장 설인귀 장군의 후손인가?"

"방계라 후손이라 아뢰지도 못하겠나이다."

"후손이면 후손이지."살짝 완안복흥이 인상을 찡그렸다.완안복흥도 완안 씨를 쓰고 있었다.

허나 그를 황족이라 그 누구도 부르지 않았다. 그 역시 방계이기 때문일 것이다."하급무장으로 재능을 낭비하기에는 아까우니 오늘부터 나의 부장이 되어 나를 보필하라!"완안복흥의 말에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무장들이 놀라 설대치를 봤다.

이것은 정말 파격적인 조치가 분명했다."감사하옵니다."5. 초원의 대전투!초원 정복에 나선 금 세종의 50만 대군의 본진.깊은 밤이지만 누구 하나 쉽게 잠들지 못했다. 지평선 저 너머로 해가 지면 드넓은 들판에 숨어 있던 몽골의 전사들이 야습을 감행했기에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아직도 적의 본진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냐?”

탁자에 앉아 있던 금 세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망극하옵니다. 폐하!”

곽하마가 그저 답할 수 있는 말은 망극하다는 말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된 정벌이었다.

초원은 넓고 넓었다. 또 몽골족은 정착하지 않고 이동하는 유목민족이었다. 그런데 지금 금은 몽골족의 본진을 찾고 있으니 그 자체가 헛수고가 분명했다. “벌써 한 달 가까이 정찰만 하고 있다.

” 금 세종의 눈동자에는 살기가 감돌고 있었다. 헛수고나 다름이 없는 정찰만 하고 있다면 이리도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밤이면 밤마다 금나라 본진에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몽골족들은 야습을 해 오고 있기에 그는 조바심이 났고 지치고 있었다.

“짐이 친정을 하고 있는데 아무런 성과도 없다면 천하의 웃음꺼리가 될 것이다. 고려왕은 벌써 송을 정복하고 천하의 주인이라고 자부하고 있단 말이다.” 묘한 경쟁심이 발동하고 있는 금나라 세종이었다.

“망극하옵니다. 워낙 쥐새끼 같은 놈들이라 쉽게 찾을 수가 없나이다.”

“아무리 초원이 넓다고는 해도 수만이나 되는 정찰 기병들이 찾자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곽하마 너의 능력이 그것뿐이더냐?”

“망극하옵니다. 폐하!” 두두두! 두두두!와와와! 와와와!그때 군막 밖이 또 요란스러워졌다. 그와 동시에 금 세종이 눈살을 찌푸렸다.

“영락없이 밤이 되면 또 야습을 하는군.” 첫 몽골족의 야습에는 크게 피해를 입은 금나라 군대였다. 하지만 한 달째 야습이 이어졌고 그 피해는 줄어들기 시작을 했다.또한 금나라 군대 역시 몽골족의 야습에 대비를 했다.

“잠도 없는 놈들!” 챙챙챙! 쨍쨍쨍!히이잉! 히이잉!

“저 망할 쇠붙이를 두드리는 소리 때문에 짐이 머리가 아파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망극하옵니다. 폐하!” “이번에는 야습한 놈들을 끝까지 추격하여 목을 베어 와라!” 금 세종이 옆에 가만히 앉아 있던 무장에게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예. 폐하!”

“가평! 놈들의 목을 베어오지 못한다면 돌아오지 마라!”

“명심하겠나이다.” 가평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군막 밖으로 나섰다.

“왜 허구헛날 저렇게 요란을 떠는지! 젠장!” 금나라 세종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렇게 금나라 군대는 초원에 들어선지 한 달째 잠다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신! 능후 아뢰옵니다.”

“뭔가?”

“그런데 폐하! 뭔가 이상하지 않사옵니까?”

“뭐가 이상하다는 말인가?”

“오랑캐 놈들의 첫 야습에는 큰 피해를 입었나이다. 허나 지금은 그리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있사옵니다. 그런데 왜 이리도 야습을 하는 것인지 소장인 이해가 되지 않사옵니다. 뭔가 노리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분명하옵니다.”

“그것이 뭔지 짐에게 말하라!” 금 세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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