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603화 (603/620)

< -- 간웅 27권 -- >대승을 거둔 완안복흥의 군막.

“대승입니다. 총군사령!”

300문의 고려 대포와 3천 자루의 소총을 획득해서 돌아온 반추성과 반추후 형제가 군막으로 들어서며 소리쳤다.

“너무 들뜰 것 없으니 앉으시게. 이제부터 진짜 전쟁이겠지.”

총 5만이 넘는 고려군을 죽이고도 완안복흥은 아무렇지 않게 말할 뿐이다. 이것만 봐도 그는 충분히 명장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 했다.

“그런데 총군사령! 어찌 전과확대라고 소장에게 말씀을 하시고 퇴각 명령을 내리신 것이옵니까?”

“적이 왜 패배를 했다고 보는가?”

“그 모든 것은 고려군이 우리를 우습게 봐서 그런 것이 아닙니까? 척후도 보내지 않고 공격해 왔습니다. 또한 우린 매복을 철저하게 했고 기습을 했습니다. 이길 수밖에 없는 전투였습니다.”

“아니네! 우리의 별동대가 척후를 모두 제거했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네.”

“예?”

탄성이 놀라 완안복흥을 다시 봤다.

“내 그대들에게 말하지 않았으나 우리의 피해도 상당하네.”

“피해라니요? 대승이지 않습니까?”

“고려군의 척후를 전멸시키기 위해 우리도 2천 정도의 군사를 잃었네.”

“그러고 보니 고명환 장군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제야 완안복흥의 오른팔이라고 불리는 고명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낸 탄성이었다.

“저 여기에 있습니다.”

그때 군막 안으로 고명환이 들어섰다.그는 고구려 유민 출신으로 여진에 귀부하여 오늘날 이렇게 금나라 남방군의 장군이 된 인물이었다. 물론 그가 귀부한 것은 분명 아니었다. 그의 선조가 여진족에게 몸을 의탁한 거였다.

“정말 고려군의 척후와 결전을 치르고 오신 겁니까?”

“그렇소이다. 내 그리 독한 놈들은 처음 봅니다. 찾아내는 것도 3일이 걸렸고 다 잡아 죽이는 것까지 해서 3일이 걸렸소.”

그의 말에 모두 다시 한 번 완안복흥을 봤다.

“그럼 이번 전투는 이미 오래 전에 준비된 것이라는 말씀이십니까?”

탄성이 다시 놀라 완안복흥에게 물었다.

“우리가 송의 땅으로 남진하는 것은 폐하나 태자마마의 윤허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 땅에 침입하는 것들을 색출해서 도륙하는 것은 내 직권으로 가능한 일이지.”

“그렇군요. 그래서 적이 그리 허무하게 당한 거군요.”

“그렇다네. 허나 전멸시킬 수 있는 전투를 기마병 2만이나 살려 보냈네. 그만큼 고려군의 수장은 냉철하다는 반증이지.”

“그렇습니다.”

“그러니 추가적인 전과확대를 위해 추격을 했다면 우리는 매복의 이점을 잃고 싸워야 하는 거네. 또한 쏟아진 장대비가 우리를 도운 거지.”

완안복흥은 그렇게 말하고 반추성을 봤다.

“노획한 것은?”

“묵직한 것은 군진 옆 공터에 모아놨고 쇠막대기 같은 것은 녹여서 편자로 만들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뭐라?”

그 순간 담담하기만 했던 완안복흥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그러시옵니까? 총군사령!”

“이 어리석은 것! 적의 무기가 어떤 것인지 연구도 하지 않고 폐기를 했단 말인가?”

“송, 송구하옵니다.”

공을 세우고 돌아온 반추성, 반추후 형제지만 크게 질책을 받는 순간이었다.

“어서 멈추라 해라!”

“예. 충군사령!”

“적의 무기가 어떤 것인지 파악이 되어야 다시 싸울 때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송이 허무하게 무너진 것은 모두 고려의 신무기 때문일 것이야!”

“송구하옵니다. 총군사령!”

반추성이 겁먹은 얼굴로 대답했다.

“어서 가서 멈추게 하지 않고 무엇을 하는 건가!”

다시 한 번 완안복흥이 소리쳤고 그 순간 다급하게 반추성과 반추후가 밖으로 뛰어 나갔다.

“멍청한 위인들!”

“고정하십시오. 총군사령! 그건 그렇고 이제 어찌 하면 되겠습니까?”

“이제 국운을 건 전면전이겠지. 내 듣기로 고려왕은 결코 만만한 위인이 아니라고 들었네.”

“저도 그리 들었습니다.”

고명환이 완안복흥을 보며 말했다.

“우리의 이점을 최대한 이용해야겠지.”

“이점이라고 하시면?”

“빠른 기동력이지.”

“어찌 하실 참이십니까?”

“한 번의 결전으로 적을 섬멸해야겠지. 빠른 기마대를 이용해서 고려군을 쓸어버릴 것이네.”

완안복흥 그는 명장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역시 고려군의 강점을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고려군은 20만 정도일 것이네. 고려왕이 직접 지휘를 한다고 해도 우리의 군사가 3배 정도 많으니 기마궁병들을 이용해서 저 벌판에서 무찌를 것이네.”

그 역시 기마궁병에 대해 맹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것이 그의 첫 실수일 것이다.

“대장장이를 부르게.”

“예. 총군사령!”

“반추성 형제가 획득한 것이 어떤 무기인지 확인해 봐야겠어.”

“예. 총군사령!”

“고명환! 자네는 지금처럼 별동대를 움직여서 고려군의 척후를 색출하고 죽여야 할 것이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 이제 고려 놈들의 무기가 어떤 것인지 한 번 보세.”

내가 군막을 나서자 내 군막 앞에서 갑주를 벗고 죄인처럼 산발한 박현준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그의 뒤에 200여명의 무장들이 모두 박현준처럼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를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제일 앞에는 내가 박현준에게 내린 보검이 탁자 위에 조심히 놓여 있었다.‘저 검으로 베라는 건가!’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저벅! 저벅!난 천천히 탁자로 걸어가 박현준에게 내린 보검을 쥐었다.쉬우웅!사선으로 한 번 휘두르자 보검이 구슬프게 우는 듯 소리를 냈다.

“어찌 살아 돌아왔는가? 죽어 왔다면 고려의 영웅이 되었을 것을!”

난 죄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박현준을 노려보며 물었다.

“패장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사옵니까? 베소서!”

“벨 것이다. 반드시 벨 것이다. 5만을 잃고 어찌 살아 왔냐고 물었다.”

“그것에서 결사 항쟁을 했다면 선봉군 전원을 잃었을 것이옵니다. 비가 오는 날이었고 척후도 보냈사옵니다.

척후가 돌아오지 않는 것을 의심해야 했사오나 그러지 못한 것은 이 패장의 안일함이었나이다. 장대비가 내리는 와중에 적이 급습할 것이라고는 차마 생각하지 못했사옵니다. 그러니 죽여주십시오. 황제폐하!”

죽여 달라고 말하는 박현준이었다.

“소장들도 모두 죽여주십시오.”

그때 뒤에 무릎을 꿇고 있던 200명의 무장들이 죽여 달라고 소리쳤다. 장군부터 일게 하급 무장까지 모두 저렇게 죽여 달라고 외치고 있다.

자신들 스스로도 이 패전이 치욕스러운 것이 분명했다.‘척후가 돌아오지 않았다?’이건 다시 말해 금의 진영으로 보낸 모든 척후들이 발각되어 죽임을 당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금에 대단한 장수가 있다.’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금의 남방 국경선을 지키는 총군사령이 누군가?”

“완안복흥이라는 자이옵니다.”

정도전이 조심히 내게 말했다.

“그가 금나라 명장 중에 명장이군.”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하오니,,,,,,,.”

“그 입 다물라고 했다.”

다시 한 번 난 정도전을 꾸짖듯 소리쳤다.

“망극하옵니다.”

“짐이 패장을 용서하면 억울하게 죽은 5만은 어찌 한단 말인가?”

“망극 또 망극하옵니다.”

“폐하! 이 패장을 죽여주십시오.”

박현준이 피를 토하듯 소리쳤고 그의 외침에 고려군 군진이 한 없이 무너져 내리듯 침울해졌다.

“패장의 하찮은 목숨과 어찌 죽은 충성스러운 고려군 5만의 목숨을 바꿀 수 있단 말인가? 그대의 목숨이 그리 중하다고 생각을 하는가?”

“폐, 폐하!”

“짐이 너를 베어 죽은 5만의 원혼을 달랠 수만 있다면 골백번 더 벨 것이다.”

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황제폐하! 이 어리석은 패장을 용서하지 마소서!”

박현준은 스스로 죽기를 청하고 있었다. 사실 박현준도 이렇게 살아서 돌아온다면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살아 돌아온 것은 이미 승부를 돌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고 또한 그곳에서 싸웠다면 선봉군 전원이 옥쇄를 했을 거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거다.

‘한 번의 패배로 장수를 벨 수는 없지만,,,,,,,.’난 뚫어지게 박현준을 봤다. 그리고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들어 올렸고 그것을 본 박현준이 내가 쉽게 자신의 목을 벨 수 있게 자신의 목을 쑥 내밀었다.

“아니 되옵니다. 폐하!”

정도전이 내 앞을 막아섰다.

“비키라!”

“폐하!”

“짐을 막지 말라!”

“소신부터 베시옵소서! 단 한 번 패배를 했다고 장수를 베는 군주는 없었사옵니다. 소신부터 베시옵소서!”

“이, 이놈이!”

난 정도전을 노려봤다.

“소신부터 베시옵소서!”

정도전은 내 마음을 아는 것이다. 박현준을 베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을 알고 있기에 이리 목숨을 걸고 막아서는 것이다.

“전사를 했다면 영웅이 되었을 것을!”

난 정도전의 만류를 뿌리치고 힘껏 검을 휘둘렀다.쉬웅!빠직!팅!힘껏 내리친 검이 바닥에 부딪혀서 두 동강이 났다.난 천천히 허리를 굽혀 부러진 검을 날을 쥐어 움켜쥐었다.

“폐, 폐하!”

“으윽!”

주르륵!비가 움켜쥐고 있는 부러진 검의 날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금 흐르는 이 피가 고려 백성의 피다. 지금 흘리는 이 피가 죽은 5만의 피다.”

“폐하! 아니 되시옵니다. 옥체가 상하시옵니다.”

정도전이 놀라 내게서 무엄하게 부러진 검의 날을 빼앗으려고 했다.

“짐이 느끼는 이 고통이 금을 멸망시키지 못한다면 고려 백성이 느껴야 할 고통일 것이다. 그 고통은 지금 짐이 느끼는 이 아픔에 백만 배는 될 것이다.”

“폐하! 망극하옵니다.”

그와 동시에 고려의 모든 신하들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금은 외세에게는 마귀가 될 것이고 인간 백정이라 불릴 것이다. 허나 내 백성이 고통에 사는 것은 차마 볼 수 없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망극하옵니다. 폐하!”

모든 신하들이 나를 우러러 보며 합창을 하듯 소리쳤다.

“박현준!”

“예. 황제폐하!”

“그리고 지금 무릎을 꿇고 있는 모든 패장들은 들으라.”

“예. 황제폐하!”

“짐은 고려의 황제로 그대들에게 죽음을 명한다.”

“황제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신이 죽어 고려를 지키는 귀신장수가 될 것이옵니다.”

그와 동시에 박현준을 비롯한 200의 무장들이 품고 있던 비수를 꺼냈다.

그리고 검의 집에서 비수를 뽑았다. 이 순간 200명의 무장들이 스스로 죽기를 청하고 있는 것이다.

“허나!”

난 다시 한 번 목에 힘을 줘서 소리쳤다.

“그대들은 패장으로 죽을 수 없다.”

“폐, 폐하!”

“죽더라도 고려의 무장으로 영웅으로 죽으라.”

“폐, 폐하! 소장들에게 죽음을 내려 주시옵소서!”

“그 죽음은 자결이 될 것이고 그 자결의 순간은 다음으로 미룰 것이다.”

“폐, 폐하!”

“군단장 박현준의 관직을 삭탈한다. 또한 이 자리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든 무장들의 직위도 삭탈한다.”

이것은 다른 의미에서 백의종군을 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 저들에게 그 이상을 명할 것이다. 아니 죽음을 명할 참이다. 내 아무리 박현준을 아낀다고 해도 말이다.

“소장들을 용서치 마시옵소서!”

박현준이 다시 한 번 소리쳤다.

“박현준!”

“예. 폐하!”

“그대에게 적의종군을 명한다.”

적의종군이라는 말은 없다. 백의종군이라는 말은 있어도 말이다.

“,,,,,,,,.”

박현준은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박현준 그대와 나머지 무장들은 금과의 결전에서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임무를 받게 될 것이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물론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저들이 타게 될 전마에 화약이 실릴 것이고 스스로 인간포탄이 되어 돌진하게 될 것이다.

“적의대가 편성 될 것이고 그곳에서 그들은 고려의 영웅으로 죽어라!”

“망극하옵니다. 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200명이 무장들이 자신들에게 죽음을 내린 내게 성은이 망극하다고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뭘 하는가? 어서 어의를 부르지 않고.”

그때 정도전이 여전히 내 손에서 떨어지는 피를 보고 소리쳤다.

“되었다.”

“아니 되옵니다. 폐하께서 곧 고려이옵니다.”

“그것이 짐이 제일 걱정스러운 것이다.

그것이!”

난 버럭 소리를 지르며 베어진 손을 다시 힘껏 쥐었다.

“이 피를 다 흘린 날! 고려가 다시 무너질까 짐은 그것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난 절규를 하듯 소리쳤다.

“망극하옵니다. 폐하! 소신들이 강성한 고려를 만들겠나이다.”

“짐에게 약조할 수 있는가?”

“소신들이 약조를 드리겠나이다.”

“저희들도 동참하겠사옵니다.”

그때 숨을 죽이며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고려의 장졸들이 모두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비천한 저희들도 적은 힘이나 보태겠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을 멸망시켜야 한다.”

“예. 황제폐하!”

다시 군기가 섰다.박현준을 죽이지 않고 군기를 다시 세운 거였다.

“천천히 진격을 감행할 것이다. 또한 정도전!”

“예. 폐하!”

“모든 것은 북에서 이뤄질 것이다.”

“예. 그럴 것이옵니다.”

“적을 섬멸하고 남진하라고 명하라!”

“예. 황제폐하!”

정도전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것이다.

이 남방지역에는 금나라 50만 대군이 있다.

하지만 초원을 경계로 한 곳에는 막아서는 군사가 없을 것이다.

‘초원에서 50만을 잃게 되면 금은 멸망한다.’난 다시 한 번 초원 쪽 하늘을 봤다. 그리고 개경후 이의방의 얼굴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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