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7권 -- >
“투석기를 다시 장전하라! 기름을 부어라!”
금나라의 투석기를 지휘하는 무장은 신이 난 것 같았다. 그도 요동의 치욕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요동을 고려에게 빼앗기고도 공격하지 못한 것을 분명 알고 있기에 이리 신이 난 것이 분명할 것이다.
“예. 장군! 알겠사옵니다.”
하급무장이 고개를 돌렸다.
“화포를 다시 쏴라! 고려 놈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
“예. 알겠사옵니다.”
무장들이 석포를 쏘아 올리는 병사들을 다그치기 위해 돌아섰다.
“빨리 장전해! 시간이 없다. 어서 준비를 해라.”
“예, 알겠습니다. 나리!”
“이차!”
“이야챠! 당겨!”
쫘아악!
“어서 당겨!”
“투석기 장전이 끝났습니다.”
투석기의 옆에 서 있던 금나라 병사가 소리쳤다.
“쏴라!”
박현준의 군진이미 군진은 불바다가 된 상태였다.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투석기를 이용하여 화공을 감행하고 있는 것은 지금 날아들고 있는 불덩이가 기름이 잔뜩 부어진 천 뭉치이기 때문일 것이다.
“불, 불덩이가 날아듭니다.”
기마병 하나가 소리쳤다.콰콰쾅! 콰쾅쾅!날아드는 불덩이의 공격에 전마가 놀랐고 기마병이 기겁했다.. 우르릉! 쾅쾅!화화화! 화화화!
“아아악!”
“아악! 큭! 아이고 오마니! 나 죽소.”
“아아아악 으윽! 석, 석포다. 불덩이 안에 돌이 있다.”
겁에 질리고 절규하고 고통에 겨워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박현준이었다.
“당한 것이다. 금나라 놈들은 이미 우리의 진출로를 알고 있었다.”
“어찌 합니까?”
쉬우우웅!다시 하늘에는 유성처럼 불덩이들이 날아들고 있었다.콰콰쾅!화화화! 화화화!호박 크기의 돌을 감싼 불덩이들은 하늘에서 고려 기마대의 머리로 떨어졌다.
“어찌 하옵니까? 군단장!”
부장이 다시 다급하게 소리쳤다.
“우리가 이리 공격을 받았다면 이미 포병부대와 기마 총병은 전멸했을 것이다.”
박현준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전, 전멸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전멸이다. 내 여기서 저것들을 향해 돌진하여 죽으십니다. 5만 기마대를 다 잃을 수는 없다. 폐하의 앞에서 죽겠다. 퇴각하라!”
“퇴각이라 하셨습니까?”
고려군에게는 퇴각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퇴각하라! 5만을 다 잃는다면 폐하께서 꿈꾸시는 천하일통은 이룰 수가 없다. 퇴각하라!”
“예. 군단장!”
휘하 무장들도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퇴각의 명을 받았다.
“전군! 퇴각하라!”
“다시 불덩이 공격이다.”
거친 비명과 함께 다시 하늘에서 수십 개의 불타는 돌들이 떨어졌다.씨이이잉!
“하늘에서 돌덩이들이 떨어진다. 피해!”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누군가가 머리를 처박으며 외쳤다.콰콰쾅! 콰앙!
“아악!”
젖은 들판으로 작렬하는 바윗덩이들은 그렇게 고려 기마대를 향해 떨어졌다.
“젠장! 피해! 다시 날아온다.”
병사 하나가 절규하듯 소리쳤다.콰콰콰쾅!히이잉!화화화! 화화화!
“내 오늘 저 겁 없는 고려 놈들을 다 태워 죽여서 완안복흥 총군사령의 남진을 도울 것이다.”
투석기의 지휘관이 소리쳤다.
“불을 붙여라!”
순간 그의 입가에는 사악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태워 죽일 것이다. 어디 감히 하찮은 것들이 금나라를 넘본단 말이더냐!”
“예. 알겠사옵니다.”
“불을 붙어서 쏴라.”
다시금 들려온 명령에 병사들은 헝겊에 불을 붙였다. 통나무에 기름을 먹어서 인지 순식간에 불이 옮겨갔다.
“끊어!”
투석기 앞에 섰던 금나라 무장이 크게 소리쳤다.
“예. 알겠습니다.”
탕!그 순간 힘껏 도끼로 팽팽한 밧줄을 끊었다.화아아악! 화악!슈슈슉! 슈육!파파팍 파아아앙!허공에서 날아오던 불덩어리들이 성벽에 맞아 부서지며 사방으로 비산했고 그것은 고려군 기마대에게는 더욱 큰 두려움이었다.
“아악!”
“불 좀 꺼줘!”
“퇴각하라! 모두 퇴각하라!”
고려 무장들은 오직 이 순간 퇴각하라고 외칠 뿐이었다.
“어서 말에 올라라! 퇴각하라!”
그 모습을 마상에서 박현준이 참담한 눈빛으로 내려 보고 있었다.
“위험하옵니다. 우선 먼저 피하십시오.”
“어서 퇴각을 서둘러라!”
쉬우웅!파파팍! 화화화!그때 박현준의 앞에 불덩이가 떨어졌다.히이잉~ 히이잉~박현준의 전마가 놀라 요동쳤다.
“워워워! 워워워! 의연해라!”
박현준은 마치 전마가 자신의 말을 알아먹기라도 하듯 말했다.
“너는 고려 군단장의 전마다.”
히이잉!푸어어! 푸우어!그러자 놀랍게도 박현준의 전마는 그 자리에 선 동상처럼 섰다. 푸우웅!그저 뜨거운 입감을 뿜어내며 그렇게 당당히 섰다.
“어서 퇴각을 서둘러라!”
“적의 공격이 너무 거셉니다.”
“아마 좌우측으로 적의 기마대가 매복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서 서둘러야 한다.”
“예. 군단장! 퇴각하라! 퇴각하라!”
고려무장들이 소리치며 여기저기를 달렸다.
“나를 따르라! 퇴각하라! 본진으로 퇴각한다.”
“황제폐하께서 계신 곳으로 퇴각한다.”
히이잉! 히이잉!고려 포병부대와 기마총병이 전멸당한 벌판.
“하하하! 고려 잡놈들을 내가 전멸시켰다. 하하하!”
반추성은 스스로 자축을 하듯 소리쳤다.두두두! 두두두!그때 고려군 공병대를 전멸시킨 반추후가 달려왔다.
“형님! 고려 잡놈들을 모두 전멸시켰습니다.”
“장하네! 아우!”
“저야 뭐 벌 것도 아닌 것을 도륙한 것이지만 형님이야 말로 대단하십니다. 전 놈들 쪽에서 펑펑 거릴 때 놀랐습니다.”
“장군!”
“뭐냐?”
“이것이 바로 펑펑 거린 것입니다.”
금나라 병사 하나가 반추성에게 고려의 비장의 무기인 소총을 내밀었다.
“이 쇠막대기더냐?”
“그렇사옵니다. 여기서 펑펑 거린 것 같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녹여서 편자나 만들면 되겠군.”
반추성의 말에 반추후도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씀입니다. 형님!”
“내 이리 비슷한 것을 송나라 놈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봤다. 물론 이것보다 훨씬 크지만 말이야! 그것도 소리만 컸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그러니 이리 작은 것은 더 쓸모가 없지.”
반추성은 그렇게 말하고 여기저기 버려진 듯한 고려대포를 봤다.
“저 정도는 되어야 쓸모가 있겠지?”
“그런데 저걸 어떻게 끌고 갑니까?”
“그러게 말이야! 하지만 총군사령께서 관심을 가지고 계시니 끌고 가야겠지.”
“예. 형님!”
완안복흥은 스스로 전진해 나와 고려기마대가 화공을 당하는 모습을 담담히 보고 있었다. 승기를 잡았다는 기쁨도 보이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전세를 판단하고 있었다.
“퇴각을 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의 부장이 소리쳤다.
“고려군에 냉정한 장수가 있군.”
“겁쟁이들이라 도망치는 것 같습니다.”
“어리석은 놈! 지금 당장 좌우측에 위치한 궁수대에게 공격을 명하라!”
“예. 총군사령!”
질책을 받은 부장이 바로 돌아섰다.
“뿔 나팔을 불라! 궁수대에게 공격을 명하라!”
뿌우우웅! 뿌우웅!불 나팔이 울렸고 그와 동시에 고려 기마대는 화살 공격을 받아야 했다. 점점 더 피해는 커지고 있었다.그리고 완안복흥은 한참동안 고려군의 군진 좌우측에서 날아드는 불화살을 유성을 보듯 감상하고 있었다.
“때가 됐다.”
완안복흥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옆에 있는 탄성을 봤다.
“탄성!”
“예. 총군사령!”
“전과를 확대하라!”
드디어 완안홍복이 총공격을 명했다.
“예. 총군사령!”
탄성이 짧게 대답하고 말머리를 돌려 대기하고 있는 6만 기마대를 노려봤다.
“전구우우운! 돌진하라!”
두두두! 두두두!그와 동시에 탄성이 이끄는 6만의 금나라 기마대가 박현준의 기마대를 향해 돌진을 감행했다.
“투석기 공격과 궁수대의 공격을 반각 후에 멈추라 하라!”
“예. 총군사령!”
완안복흥의 부장이 짧게 대답했다.
“뿔 나팔을 다시 불어라! 반각 후에 투석기 공격과 궁수대 공격을 중지하는 뿔 나파를 불라!”
이미 금나라 군대는 이렇게 신호규정도 정해놓은 상태였다.
“대장군! 투석기 공격과 화살 공격이 멈췄사옵니다.”
“젠장! 총공격이다. 퇴각 준비는 어찌 되었나?”
“거의 다 끝이 났사옵니다. 이미 1만 정도는 퇴각을 했사옵니다.”
“다행이군! 퇴각한다.”
그때 장대비보다 더 요란하게 지축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두두두~ 두두두!내리는 소나기처럼 금나라 6만 기병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고려의 개들을 모두 척살하라!”
달려드는 금나라 기마대의 중앙에서 말을 달리는 탄성이 검을 휘두르며 피를 토하듯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일제히 금나라 6만 기마대가 창검을 뽑았다. 탄성이 장검을 뽑아든 상태에서 우레처럼 소리를 질렀다.
“전구우우우운!”
금나라 기마대 수장 탄성의 목소리를 격앙되어 있었고 마치 노한 호랑이와 같은 음성으로 중앙에 날뛰며 소리를 질렀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고려의 기마대 병사들의 목은 떨어졌다.
“으와아아아!”
“이랴아!”
“히히히힝!”
“하야!”
두두두 두두두!그는 속도를 높이며 아직 이 지옥 같은 전장을 이탈하지 못한 고려군 기마대를 향해 말을 달렸다. 파죽지세라 할 만 했다. 그와 금나라 기마대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완안복흥이 말한 그대로 전과확대를 위한 총공격이 분명했다.
“퇴각하라! 무조건 퇴각하라!”
고려군들은 오직 퇴각하라는 말만 소리칠 뿐이었다. 그렇게 고려군은 금나라 기마대를 단 한 놈도 죽이지 못하고 치욕적인 퇴각을 해야 했다. 아니 전멸하지 않은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또한 박현준이 빠른 퇴각을 명령했기에 전멸하지 않을 걸 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려전사에 유일할 것 같은 치욕적인 대패라는 사실이었다.
“탄성 장군! 고려 잡놈들이 모두 퇴각하고 있사옵니다.”
“쫓아라! 추격하라!”
“예. 탄성 대장군! 정말 대승이옵니다.”
이 전투로 고려군은 3만의 기마대를 잃고 300문의 고려대포를 잃었으며 2900의 기마 총병을 잃었다.뿌우우웅~ 뿌우우웅~ 뿌웅우웅~그때 연속적으로 뿔 나팔이 금나라 진영에서 울렸다.
“탄성 대장군!”
“이 나팔 소리는?”
“공격 중지 나팔이옵니다.”
“어찌?”
탄성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금나라 진형 쪽을 봤다.
“추격을 중지하라!”
하지만 탄성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완안복흥의 명령을 전장에서 어기가 살아남은 자는 없다는 것을 탄성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완벽한 승기를 잡은 상태에서도 공격을 중지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야!”
이것만 봐도 금나라 남방군이 얼마나 완안복흥을 믿고 따르는지 잘 알 수 있었다.
4. 박현준에게 적의종군을 명하다.금나라로 북진하는 고려황제 회생의 군막 안.
“뭐라? 선발대가 금나라 군대의 매복에 걸려 대패를 했단 말이냐?”
난 분노해 소리쳤다.
“망극하오나 그렇사옵니다.”
정도전이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박현준은?”
“그, 그것이,,,,,,,.”
정도전은 말을 더 하지 못했다.
“전, 전사했단 말인가?”
난 순간 소름이 돋았다. 박현준이 누구인가! 나와 같이 정중부의 목을 베는 거사를 시작으로 고려를 이렇게 강성하게 만든 모든 준비한 무장이었다. 또한 그는 패전을 당하고 구차한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퇴각하는 무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짐이 박현준은 어찌 되었냐고 물었다.”
“그것이 지금 다른 패장들과 폐하의 군진 앞에서 석고대죄를 청하고 있사옵니다.”
“뭐라? 패장이 살아 돌아왔단 말인가?”
그가 죽었다면 영웅의 죽음일 것이다. 허나 그는 살아서 돌아왔다. ‘짐이 어찌하라고,,,,,,,.’이 순간 가슴이 메어지게 아팠다.
“망극하옵니다. 폐하!”
“패장이 어찌 살아왔단 말인가!”
답답한 순간이며 가슴 아픈 순간이다.‘그로 목으로 꺾인 군기를 다시 세워야 한단 말인가!’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폐하!”
정도전이 나를 불렀다.
“그 입 다물라!”
정도전은 아마도 그를 용서하자고 말할 것이 분명했다.
“폐하! 하오나!”
“그 입을 다물라고 했다.”
난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짐이 직접 그의 목을 칠 것이다. 패장이 살아서 도망쳐 오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마음과 다르게 행동해야 할 황제의 고뇌일 것이다.
“폐하! 하오나 박현준은 폐하께서,,,,,,,.”
“짐은 사사로운 정으로 움직일 수 없는 고려의 황제다.
짐이 사사로운 정을 끊지 못했다면 짐의 아들 왕도가 금나라 놈들의 수중에 들어가 있지 않다. 정도전은 그것을 잊었는가!”
“망극하옵니다.”
“그러니 짐을 막지 말라!”
“망극하옵니다.”
“내 죄인을 볼 것이다.”
난 그렇게 말하고 군막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