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598화 (598/620)

< -- 간웅 27권 -- >금나라와 몽골족 국경 초입.금나라 대군이 주둔한 진영. 사방으로 목책이 세워졌고 여기저기 거대한 천막이 설치됐다. 또한 경계를 서는 병사들은 이곳에 자신들의 황제가 있기에 바짝 긴장해 초원 북쪽을 노려보고 있었다.금나라 세종은 50만에 육박하는 북방 군을 이끌고 초원정벌을 감행했다.

벌써 황성을 떠난 지 3개월이 지났고 고려가 등주에 상륙하여 송의 황성을 점령한지도 한 달이 지난 후였다. 고려는 그렇게 2달 만에 송의 전토를 점령했지만 금은 이제 초원에 도착한 거였다.

“고려가 등주 상륙을 성공했다고?”

“그렇사옵니다. 폐하!”

곽하마가 짧게 대답했고 이 군막 안에 모인 모든 금나라 장수들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빛을 보였다.하지만 이 정보도 3개월 전의 정보였다.

“하하하! 내 그럴 줄 알았다. 약한 토끼 100만 마리가 있다고 해도 맹호 한 마리를 상대하지 못하는 법이지. 내 고려왕이 그럴 줄 알았어.”

“송은 대대로 수군이 강성한데 상륙에 성공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럼 이제 파죽지세로 남진을 해서 송의 황성을 불바다로 만들겠구나.”

“그럴 것이옵니다. 폐하!”

“그런데 우린 너무 늦어. 이제야 초원에 도착했으니 말이야!”

금 세종이 인상을 찡그렸다.

“곧 칭기즈칸의 부족이 있는 곳을 찾아내어 전멸시킬 것이옵니다.”

“짐도 초원을 불바다로 만들고 초원을 정복할 것이다. 그리고,,,,,,,,.”

금 세종의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기회가 된다면 동진해 무주공산이 되어 있을 요동을 수복하고 고려를 칠 것이다.”

“명쾌한 판단이시옵니다. 아마 고려에는 아무런 대비도 없을 것입니다.

요동에 배치된 20만 군사 말고는 모두 송과의 전선에 투입되었을 것입니다.”

“옳다.”

“그렇사옵니다.”

“허나 우리는 남방군이 송과의 접경을 충실히 지키고 있지. 고려왕이 짐의 영토에 침을 흘려도 쉽지 않을 것이야. 우린 송과 다르니까.”

“그렇사옵니다. 폐하!”

“최대한 빨리 칭기즈칸의 본진을 찾아라! 놈이 돌아오기 전에 몽골족의 씨를 말릴 것이다.”

“예. 폐하!”

금 세종 역시 항상 눈에 가시처럼 보이던 몽골족을 말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칭기즈칸이 비운 그의 본진 부락.이곳은 제베와 무카리가 3만의 전사를 이끌고 지키고 있었다.

“지금 금나라 놈들이 초원을 넘어섰다는 건가?”

제베가 놀라 무릎을 꿇고 있는 전사에게 되물었다.

“그렇사옵니다. 국경초입에 군막을 설치하고 진을 편성했사옵니다.”

“그 수가 얼마더냐?”

무카리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전사에게 물었다.

“족히 50만은 되는 것 같사옵니다.”

“50만이라?”

“그렇사옵니다.”

“어찌하면 좋겠나? 무카리!”

제베가 물었다.

“정면승부로는 이길 수 없지.”

“허면?”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여 놈들을 지키게 만드는 수밖에 없어.”

무카리의 말에 제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칭기즈칸이 돌아오시기를 기다린다는 거겠지?”

“물론이지. 칭기즈칸이 돌아오시면 금나라 개들을 쓸어버리면 되는 것이네.”

“아뢰오!”

그때 겔 밖에서 전사 하나가 소리치며 안으로 들어섰다.

“무엇이냐?”

제베가 물었다.

“칭기즈칸께서 나이만을 정복하셨다고 하옵니다.”

순간 어둡기만 했던 겔의 분위기가 밝아졌다.

“초원의 영광이로세! 칭기즈칸 만세!”

제베가 우렁차게 소리쳤다.

“만세!”

전사들도 따라 만세를 불렀다.

“그렇다면 언제 회군을 하신다고 하더냐?”

무카리가 다시 전사에게 물었다.

“칭기즈칸께서는 대승상의 건의를 받아드려 서요를 정벌하러 서진하였다고 하옵니다.”

“서진!”

제베와 무카리가 동시에 인상을 찡그렸다.

“이제 어찌하면 좋겠나?”

무카리가 제베에게 물었다.

“계획한 것처럼 치고 빠지기를 반복할 수밖에 그리고 부족민들을 모두 초원의 끝으로 이동시킬 수밖에.”

“옳은 말이야! 죽어도 우리만 죽어야 하네.”

“옳소.”

원래 몽골족은 유목부족이다. 그러니 이동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여봐라!”

“예. 무카리 만인장!”

“지금 즉시 모든 부족민들을 초원의 북쪽 끝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알려라.”

“알겠사옵니다.”

왜냐는 이유 따위는 필요가 없었다. 칭기즈칸이 없을 때 무카리와 제베의 말을 자신의 말처럼 따르라고 지시를 받은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럼 호엘론께는 내가 알리지.”

제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초원도 대이동에 돌입하는 순간이었다.초원의 동쪽 방향.고려황제의 명을 받은 개경후 이의방은 초원정벌 사령관이 되어 금의 후방을 치기 위해 서북진하고 있었다.

“더디기만 하군.”

마상에 올라 있는 이의방이 진군속도 때문에 근심이 가득한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사옵니다.

포병군들의 이동이 느리옵니다.”

“어쩔 수 없지. 20만이 이렇게 다 모인 것도 천운이지.”

금의 눈을 피해 이의방은 20만의 군사를 부역을 나온 백성으로 위장해서 이렇게 각각 초원으로 보냈다. 그리고 금의 감시가 없는 곳에 집결시켰고 이렇게 20만의 대군이 다시 모였다.

“얼마나 가면 금군들이 보일까?”

“조의무사들과 별초들이 정찰을 떠났으니 곧 위치를 파악해 올 것이옵니다.”

이의방의 부장이 대답했다.두두두! 두두두!그때 저 멀리서 수백 기의 기병들이 달려왔다.

“뭔가?”

이의방은 인상을 찡그렸다.

“모르겠나이다.”

“적일 수 있다.”

“방어태세를 갖추겠나이다.”

부장이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그때 저 멀리서 달려오는 자들의 등에 꼽힌 깃발이 보였다.

“해거 운이군.”

순간 이의방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해거 운과 그가 이끌고 온 자들이 이의방의 앞에 섰다.

“워워워! 해거 운이 국구이신 이의방 군단장 각하를 베옵니다.”

“이제야 합류를 했군.”

“송구하옵니다.”

“모집한 전사의 수는 얼마나 되는가?”

“족히 3만은 될 것이옵니다.”

20만의 고려 기병들 중에 기병의 수는 2만이 넘지 못했다. 18만이 보병이었고 1만의 소포군이 증편되었으며 300문의 고려대포가 배속되었다. 그런데 지금 해거 운이 3만의 기마대를 이끌고 왔다.

“잘 되었다. 이제는 적 기마대의 급습을 받아도 걱정할 것이 없다.”

이의방은 사실 소포군의 위력을 잘 모르고 있었다. 기마대 보다 더 강성한 것이 1만의 소포군 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또한 300문의 고려 대포는 금나라 군사를 초토화시킬 만큼 막강한 화력을 가졌다는 것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 저것들이 초원에서 적을 만나면 낭패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의방은 고려대포를 마차로 이동시키는 포병군을 보며 중얼거렸다.두두두! 두두두!그때 정찰을 나갔던 조의무사와 별초들이 지평선 저 끝에서 달려왔다.

“워워워! 군단장!”

별초 하나가 급하게 말에서 내렸고 나머지 조의무사들도 모두 말에서 내려 이의방에게 경의를 표했다.

“어찌 되었나?”

“이곳에서 일주일 거리에 금나라 군사가 진을 쳤습니다.”

“몽골군의 동태는?”

조의무사와 별초는 각각 다른 임무를 받고 정찰을 나갔다.

“초원의 부족들은 대이동을 시작했사옵니다.”

별초가 말했다.

“대이동?”

“그렇사옵니다.”

“왜 그런 것인가? 해거운!”

초원에서 나고 자란 해거 운이기에 초원에 대해서는 그만큼 잘 아는 자는 없었다.

“치고 빠지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옵니다.”

“치고 빠진다?”

“그렇사옵니다. 몽골족은 이렇게 싸울 때는 군영이 없습니다. 초원은 넓고 말들은 많습니다. 치고 빠지면서 적의 진을 빼는 것입니다. 그러니 보호해야 할 부족민들을 모두 초원 북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대대적인 전투는 없다는 말인가?”

“그럴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독자적으로 전투를 해야 한다는 거군.”

이의방은 고려황제 회생에게 초원과 금나라가 격돌을 할 때 금나라의 후방을 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그 작전을 쓸 수가 없게 된 거였다.

“그럴 것이옵니다. 허나 정보에 의하면 초원에는 3만의 전사들이 남아 있다고 하옵니다. 그들이면 충분히 금의 진을 빼놓을 수 있을 겁니다.”

해거 운은 초원의 몽골족이 얼마나 강성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럼 몽골족이 금나라 군사의 진을 뺀 후에 우리가 친다.”

“예. 군단장!”

“이봐! 포병장군.”

“예. 군단장!”

“얼마의 거리면 저 고려대포를 쏠 수 있는가?”

“20리가 떨어져도 쏠 수 있습니다. 포탄이 떨어지는 곳은 쑥대밭이 될 것입니다.”

“20리라 놀랍군! 그럼 우리의 작전도 정해졌군.”

“어찌 하실 참이십니까?”

“정확도는 어떤가?”

“거의 대부분 표적에 맞지만 그래도 명중하지 못하고 딴 곳으로 날아가는 것도 꽤나 됩니다.”

“그건 어쩔 수 없지. 조의무사들과 별초들은 금나라 군진이 어디로 이동하고 또 어디에 진을 편성하는지 시시각각 정찰하여 보고하라.”

“예. 군단장!”

“보름이 지나면 놈들이 진이 빠질 것이다. 그때에 공격한다. 우린 30리의 간격을 두고 기다린다.”

“예. 대장군!”

“그러다가 금나라에게 발각이라도 되면 어떻게 합니까?”

해거 운이 난처한 얼굴로 물었다.

“보통 진격을 하는 놈들은 뒤를 보지 않지. 우린 그들이 머문 자리에 다시 머문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의방의 20만 대군은 금의 뒤를 치기 위해 이동을 시작했다.수향단이 설치되어 있는 송나라의 황성 앞.척척척! 척척척!3천의 고려 군사들이 창검을 들고 포위하여 접근하자 송나라 대승상 장방이 놀라 급히 일어섰다.

“왜 이러시는 것이요?”

“대승상! 저들이 왜 이러는 겁니까?”

송의 신하들은 놀라 대승상에게 물었다.

하지만 대승상도 지금 고려황제 회생에게 묻고 있을 뿐이다. 끝까지 어리석기만 한 송의 대신들이었다.

“그 이유를 진정 모르는 것이냐?”

정도전이 질책을 하듯 장방에게 소리쳤다.

“우린 이미 항복을 했소이다.”

“맞다. 또한 항복한 자들에 대한 처우는 고려황제께서 정하시는 것이다.”

“우, 우리를 어찌 하시려는 겁니까?”

“주인을 배신하고 나라를 팔아먹는 간신들은 폐하께서는 필요 없다고 하셨다. 뭘 하는 것이냐? 즉참이다.”

이 말과 동시에 고려병사 3천이 700명의 이제는 멸망한 송의 신하들을 노려봤다.

“즉참이라 명하셨다. 베라!”

말을 타고 있던 고려무장이 검을 뽑아들고 소리쳤다.와와와! 와와와!함성과 함께 검과 창을 든 고려병사들이 일제히 송의 어리석은 700명의 무뢰배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살육이었다.그것을 이 수향단 위에서 보고 있는 두 왕은 참담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저들을 하늘과 같은 은혜로 살려주실 수는 없사옵니까?”

지금 죽고 있는 저들에 의해 폐주가 된 송 효종이 내게 청했다.

“그럴 수는 없네. 짐은 배신을 가장 싫어하네.”

“천자는 하늘이라 하였습니다. 하늘이 어찌 이리 사악합니까?”

“죽어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성격이군.”

“그렇습니다.”

“저런 것들을 죽여 없애야 훗날의 송인들에게도 이로울 것이다. 그러니 더는 청하지 말라.”

내 말에 송 효종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정도전!”

“예. 폐하!”

“저들을 우산국에 유폐하라.”

난 그렇게 말하며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는 700의 송의 신하들을 노려보다가 그 송왕을 봤다.

“저것으로 끝이라 생각하는가?”

“무, 무엇이 또 있습니까?”

“하늘은 원래 사나운 날이 더 많지.”

난 그렇게 말하고 수향단 단상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이미 700의 멸망한 송의 신하들은 모두 죽어 있었다.이들의 죽음은 충신이어서가 아닐 것이다.

간신들이라 또 마지막까지 송을 팔아먹었기에 이리 죽은 것이다. 나는 두 송왕의 복수를 대신해 준 거였다. 이것이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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