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594화 (594/620)

< -- 간웅 26권 -- >8. 천하 정복을 위한 대장정.송의 수군 전멸까지 이루는데 걸린 시간은 동녘이 뜨기 시작해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으나 그 폐선들이 불타고 침몰하기까지 기다린 시간은 하루가 더 걸렸다.'도망치는 송왕과의 간격이 하루겠구나!'이제는 송의 황성까지 모든 성을 깨고 진격해야 할 것이다. 항복 따위는 받지 않을 것이다.

중원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것들에게 자비는 없을 것이다. 500년 동안 다시 재기할 수 없게 철저하게 무너트릴 것이다."송의 땅이옵니다."정도전이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짐이 이곳에 첫 발을 내딛었다."천하 쟁취의 첫걸음인 것이다.

내 아들 왕도의 목숨을 걸고 시작한 정복이다. 비장한 아비를 둔 왕도가 떠올랐다.

왕도 그 아이는 이 아비가 자신을 버렸다는 것을 알까?내 품을 떠날 때도 천진난만하게 웃던 그 웃음이 떠오른다."천하를 쟁취하는 일이옵니다."

"옳다. 천하쟁패다."그렇게 나와 내 고려는 송 등주에 불타는 송의 전함들을 뒤로 하고 끝내 상륙했다.

전투 시에는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등주 대첩이라 할 만 했다.

사거리의 차이!화력의 차이!그것은 쉽게 극복할 수 없는 거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력이었다. 내가 만약 송왕이었다면 나는 돌격 선을 결성하여 돌격을 감행해서 동귀어진 시켰을 거다.

최소한 우리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서려고 했을 것이다. 최대 7배나 많은 전함이다.

그들이 다 침몰하는 한이 있어도 항진하여 공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송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거대한 포 공격에 기겁해 전의를 바로 상실했다. 그리고 살 궁리를 했다.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포구로 배를 돌렸다. 포탄에 의해 불탄 배보다 또 침몰한 배의 수만큼 서로 충돌하여 파괴된 전함이 상당했을 거다."폐하!"그때 무릎을 꿇고 검을 땅에 박은 야차 같은 형국을 한 송인 하나가 이 삭막하고 폐허가 된 등주 방어선에 홀로 있는 것을 보고 나를 호위하는 호위군이 내 앞으로 나섰다."넌 누구냐?"검을 뽑아들고 산발을 한 자를 겨눴다."기다렸는데 이제야 오신 건가?"고개를 들어 그가 나를 봤다."비키라!"검을 들고 나를 보위하는 무장들에게 나는 비키라 명을 내렸다."위험하옵니다.

검을 가지고 있나이다."

"나를 벨 검은 아닌 것 같다."이곳에는 숨 쉬는 자 없다. 숨을 쉬는 모든 것들이 도망을 쳤다. 그런데 오직 저자만 저리 있었다. 그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나를."그대는 누구인가?"아마도 이 폐허가 된 방어군의 수장쯤은 될 것이다. 패전에 대한 하찮은 책임을 지려는 것인가?"그대가 고려왕이시오?"

"무엄하다."정도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래! 내가 고려의 황제다."

"사악하고 거대한 고려왕을 내가 봅니다."그의 말 한 마디마다 검을 담겨 있었다. 그저 들고 있는 검은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지만 그는 입에 검을 물고 내게 말했다."사악하고 거대하다? 그것은 강함이지."

"그렇소이다. 부정하지 않겠소이다."

"그대는 누구인가?"

"이리 패하게 만든 장본인이지요. 학준이라고 하오."우리가 송으로 침투시킨 간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이 모든 결정은 학준이라는 자에서 나왔다고 했다. 송에서 유일하게 자신들의 위태로움을 알고 방비를 한 자가 지금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대가 학준이었군."

"그렇소이다. 고려왕! 그대는 진정 사악하고."

"강함이라고 했다."

"송은 결코 이리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오. 아니 송이 무너진다고 해도 중원인은 새롭게 결집하게 될 것이요. 천하를 가졌다고 착각하지 마시오."학준은 이미 송의 멸망을 가늠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런가?"

"그렇소이다. 비록 송이 멸망한다고 해도 또 다른 송이 나올 것이고 또 다른 주원인이 황제가 될 것이오. 천하는 중원인의 것이오."

"구차한 변명인가? 아니면 바람인가?"

"현실이오."학준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중원인은 힘을 회복하겠지."내 긍정적인 대답에 학준이 놀라 날 빤히 봤다."그, 그렇소."

"목소리가 떨리는군. 학준!"

"무슨 계획을 꾸미시는 것이요."

"중원인이 이대로 같은 곳에서 살고 같은 일을 한다면 다시 회복을 하겠지."

"뭐, 뭐라 하셨소?"

"짐은 최소한 중원인들이 500년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족속들로 만들 것이다."

"그게 가능하다고 보시오? 아무리 밟아도 잡초는 다시 피어나는 법이고 아무리 마른 들판에도 들꽃은 피는 법입니다."

"뿌리까지 뽑아 낼 것이다. 멸족 말이다."순간 놀라 학준이 날 죽일 듯이 노려봤다."뭐라 하셨소?"

"이 땅에 중원인이 아닌 고려인이 살게 될 것이다. 중원인은 끝으로 , 끝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그대는 영웅의 자질과 품성 따위는 없는 것인가? 황제를 꿈꾸는 자가 어찌 백성을 거친 삶으로 몰아붙인다는 것인가? 하늘이 무섭지도 않는가?"

"아무 일도 돕거나 회방 놓지 않는 하늘은 무섭지 않다. 짐은 고려의 승리 후에 이어질 나태함이 두렵다. 그러니 짐이 힘을 가졌을 때 모든 것을 정리할 것이다."

"그대는 천하를 품을 자격이 없다."

"그 자격 역시 짐이 정한다. 그대가 나를 이리 세워 놓은 것은 그대의 왕이 좀 더 멀리 도망을 치라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 검까지 들었군. 주인에게 버려진 꼴이 과히 불쌍하다고 말하기도 그렇군. 그대는 그대가 해야 할 일을 하라! 짐은 짐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매섭게 학준이 나를 노려봤다.

스르릉!그때 학준이 검을 뽑았고 무장들이 긴장해 학준을 노려봤다."놈을 베라! 검을 뽑았다. 어서 베라."무장 하나가 소리쳤다.

“황제폐하를 호위하라!”

고려무장들이 소리를 지르며 다시 내 앞을 막아섰다."그냥 두라! 그래도 송이 짐에게 발악이라도 한 번 해 본 것은 저 학준의 업적이 될 것이다."

"폐하!"

"그냥 두라! 송인들에게는 영웅으로 기록될 인물이다."그는 진정 영웅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에 비해 나는 피를 즐기며 모든 자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악마의 대표가 될 것이다.

나는 정복자로써 그렇게 그려질 것이다.허나 고려의 역사에서는 위대한 정복자이며 예맥의 기틀을 만든 태황제라 불리게 될 것이다.

그것이 각자의 역사인 거다."고려왕!"학준이 내게 소리쳤다. 번뜩이는 검을 들고 그 검이 자신을 겨누고 있지만 그 눈빛만은 지금 나를 베고 남았다."역사는 또 세월은 다시 흐르고 원래 그대로 돌아갈 것이다.

그대가 꿈꾸는 것은 결코 영원할 수 없다."학준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학준이 말하는 것이 내가 걱정하는 것이다.

그는 지금 모를 것이다. 내 모질게 마음먹을 것을 그가 더 모질게 결심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가시게! 패장이 너무 말이 많았네."내 말에 학준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학준은 마지막 남은 송의 정신일 것이다. 그 정신이 지금 내 눈앞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제 송에는 그 어떤 희망도 미래도 없다.스르륵!자신의 목에 검을 겨눴던 검이 움직였고 그 움직임은 느리면서도 차가웠고 예리했다.

검이 움직일 때 붉은 피가 뿜어졌다. 스스로 이리 목을 벨 수 있는 자가 또 송에 있을까?또한 죽음 앞에서 자신들의 후인을 걱정하는 자가 또 있을까?학준의 죽음으로 송은 끝내 무너질 것이다."크으윽!"입에 피가 흘러내렸다.

"너의 죄는 송의 상황을 정확하게 확인했다는 것이고 너의 과오는 고려를 너무 쉽게 봤다는 거다."쿵!"편히 가시게."그렇게 학준은 쓰러졌다. 그 죽음이 가엽다 할 것이다.

다른 이들 보다 먼저 깨쳐서 내 계략을 간파하고 마지막 발악을 하고자 한 송의 선구자일 거다.

가엽다.하지만 천하쟁패는 비정한 것이고 또한 나의 행보는 돌이킬 수 없는 거였다."이제 송의 멸망이 보인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이 등주를 고려군의 보급 기지로 정할 것이다."

"예. 폐하!"그때 어리석은 것들이 죽음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적이옵니다."무장 하나가 놀라 소리쳤고 일제히 내 주변을 보우하기 위해 군사들이 모였다.까아아앙! 아앙아앙!거친 코끼리들의 울음소리가 대지를 깨웠다."상군이군! 대월국인가? 참파인가?"내 무장이 놀란 것처럼 지금 막 지원군으로 온 적들도 이 폐허를 보고 놀라 멈췄다."깃발과 행색을 보니 대월국입니다."대월국은 왕조 시대의 베트남 국호다.

예로부터 베트족이라 불렸고 10세기에 중국으로부터 독립한 베트남은 처음에는 딩 왕조가 국호를 대구월이라 명명했지만 리 왕조의 성종에 이르러 새로이 국호를 정하여 대월이라고 천명했다. 중국은 리 왕조 제6대 영종을 처음으로 안남 국왕에 봉하고, 그 뒤 역대 여러 왕조가 이를 답습하였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베트남을 안남국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대월이라는 국호는 리 왕조 뒤인 쩐 왕조로 계승되고, 쩐 왕조를 찬탈한 호 왕조가 한때 대우(大虞)라 자칭한 시기를 제외하고는 레 왕조도 역시 대월이라고 불렀다. 그들에게는 막강한 상군이 존재했다.

물론 코끼리를 이용해 돌격전술을 펼치는 거였다. 하지만 그것은 작금에 와서는 거의 도태된 전술이기도 했다. 코끼리를 관리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참파 왕국은 옛날부터 인도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나, 192년경 후한(後漢)의 지배에서 독립해 중국인이 임읍이라고 부른 참파를 건국하였다. 임읍의 세력의 중심은 현재의 빈치첸 칸남다낭성 부근이었는데 그 세력은 제2왕조 시대에 매우 번성하였으나 송나라의 침략을 받아 국력이 위축되었다.

10세기 이후 중국에서 독립한 베트남 역대 왕조와 격렬한 항쟁을 되풀이하였으나 베트남인의 남진을 막지 못하고 그 제8왕조는 전레[前黎]왕조의 압력으로 이제까지 지킨 수도 인드라푸라를 버리고 남쪽에 위치한 비자야로 천도했으며, 이어 제9왕조는 리[李]왕조에게 현재의 빈치첸성 북부를, 또한 제13왕조는 쩐[陳]왕조에게 빈치첸성 남부 칸남다낭성 근처를 잃었다. 다시 말해 그 두 왕국은 직간접적으로 송의 지배를 받고 있던 나라들이었다."멸망의 첫발을 내딛은 것들이 또 있군."난 무섭게 상군을 이끌고 온 자들을 노려봤다.

족히 100마리의 코끼리 떼를 몰고 온 자들이었다. 아마 저들은 단 하루 만에 송군이 이렇게 와해될 줄은 몰랐을 거다."소포군을 준비하라!"

"예. 황제폐하!"그와 동시에 일제히 소포군들이 사격을 위해 대형을 편성에 돌입했다. 빠른 전개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적들을 보고 이렇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고된 훈련의 결과일 것이다."일이 이상합니다."피부가 검은자들이 등주 방어선이 폐허가 된 것을 보고 기겁해 자신의 장군에게 고했다."이상하다?"

"그렇사옵니다. 저의 소견으로는 송군이 대패를 하고 도망을 친 것 같습니다."

"이런 망할!"대월국의 장군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저것들이 모두 고려군이란 말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아뢰오!"그때 창을 들고 등나무 방패를 든 병사가 달려와 대월국의 장군에게 머리를 조아렸다."고려군이 완전히 포위를 했나이다. 전방에는 막대기 비슷한 것을 든 병사들이 몇 겹으로 앞을 막고 있고 좌우측에는 기마대들이 막아섰습니다."병사의 보고에 대월국의 장군은 표정이 굳어졌다."이 상태로 라면 전멸이다."

"그렇사옵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송 것들이 왕을 압박할 때 출전하면 안 된다고 그렇게 아뢰었는데 내 이럴 줄 알았다."

"어찌 하옵니까?"

"기세 강한 고려군이 대월로 진격하는 것을 막으려면 바짝 엎드려야지."

"예?"부장이 되물었을 때 대월국의 장군은 코끼리에서 내려 검을 부장에게 넘기고 갑주까지 풀었다."장군!"

"오늘의 치욕이 대월국의 패망을 막을 수 있다면 백성들은 나를 영웅이라 할 것이다."대월국의 장군은 그렇게 말하고 홀로 앞으로 걸었다."오늘 때라 짐의 행보를 막는 자들이 많군."난 쓰러져 죽어 있는 학준을 힐끗 보고 내 앞에 산발을 해서 무장하지 않고 무릎을 꿇고 있는 대월국 소속으로 추정되는 무장을 봤다."저희들의 무도함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살려주시옵소서!"무장은 다짜고짜 살려달라고 했다. 이미 고려군은 대월국의 상군들을 모두 포위하고 내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네놈들이 짐을 공격하기 위해 그 먼 샴에서 이곳까지 군사를 이끌고 왔는데 용서해 달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가?"

"어쩔 수 없었사옵니다. 소국이 대국의 압력에 의해 군사를 파병하는 일은 비일비재했사옵니다."

"뭐라!"난 버럭 소리를 질렀고 대월국의 무장은 다시 두려워서 머리를 조아렸다."네놈들은 저 하찮은 송은 두렵고 고려는 두렵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냐? 또한 고려가 대월국과 교역을 이어 갈 동안 홀대한 적이 없는데 네놈들은 배덕하게 고려를 배신했다는 것이 아니냐?"

"송은 가까이 있고 고려는 멀리 있사옵니다. 우리의 왕은 송은 두려워했고 고려는 존경해 왔습니다."

"두려운 자에게는 머리를 조아리고 존경하는 존재에게는 칼을 겨눈다는 것인가?"

"병력을 파병해도 절대 교전을 충실히 수행하지 말라고 했사옵니다."물론 이 말은 거짓일 거다.허나 속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교전을 충실히 수행하지 말라?"

"그렇사옵니다. 소국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이옵니다. 보시옵소서! 제가 이리 머리를 조아리고 있사옵니다.

그러니 제발 고려군을 일부 빼서 대월국으로 진군하는 것만은 참아 주시옵소서!"이 자가 진정 두려운 것은 대월국의 패망이었다.

이 자가 진정 두려운 것은 대월국의 패망이었다.'내 스스로 멸하지는 않겠다.'허나 내 압박에 밀리는 송이 샴으로 가는 것도 막지는 않을 것이다.

"네놈들의 잘못된 선택이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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