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587화 (587/620)

< -- 간웅 26권 -- >국경선을 기준으로 설치된 천막.서로는 금왕의 10만 대군이 위세를 부리듯 나를 노려보고 있고 내 앞에 근엄하게 앉아 있는 금왕의 지시 하나 만으로도 당장 달려나올 것 같았다. 동으로는 1만 소포군이 위장된 창검을 들고 어깨에는 단발 소포였던 것을 이제는 다섯발 탄창으로 개량한 소총을 매고 내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5리 후방에는 고려가 또 나의 비장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고려대포가 이 화려한 천막을 중심으로 화력군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바로 뒤에 무제가 검을 차고 장창에는 청색 깃발을 달고 서 있었다.

저 깃발이 휘날리면 이곳은 고려황제인 내가 있다고 해도 불바다가 될 것이다. 내가 이곳에 당도하기 전에 그리 명을 내렸으니 포병부장은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포를 쏘게 될 거다.

그리고 내 호위장인 박위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앞에 서서 당장 달려나올 것 같은 1만의 기마군과 9만의 금나라 보병들을 노려보고 있었다."그대가 짐을 이곳으로 불러냈을 때 짐은 참으로 괘씸하다는 생각을 했소."먼저 말을 꺼낸 것은 금왕이었다.그의 뒤에는 곽하마가 무제처럼 청룡언월도를 들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완안보가 날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 묘했다. 아마 내가 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느냐는 그런 눈빛이었다."양국에게 우호라고 할 것은 없으나 같은 대망을 향해 달리지 않습니까? 천하의 웅지를 놓고 겨뤄야 할 것이니 한 번은 보는 것이 옳은 줄 압니다."

"천하를 놓고 겨룬다? 겨룬다! 고려가 그렇게 컸군. 짐이 그대가 무주공산인 요동을 강제 점검할 때부터 그대의 꿈이 작지 않다는 것은 짐작했으나 천하까지 탐을 내는 줄은 몰랐네."처음부터 내게 하대를 하는 금왕이었다. 이것은 나를 황제로 여기지 않고 왕으로 보는 것이다.

물론 나도 금왕을 왕으로 본다. 내가 황제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는 연장자이기 때문에 나는 존대를 해 줬다.

여기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다.어떤 것을 얻느냐가 중요할 것이다."그렇습니까? 이제 아셨으면 되셨습니다."

"이 자리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나는 그대가 보낸 자에게 그대가 내게 길을 열어준다고 들었다. 그것이 사실인가?"

"제가 보낸 칙사가 다 통보한 것으로 압니다."내 말에 금왕도 고개를 끄덕였다."세부적이지는 못했지."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그대께서는 초원으로 향해 그 무도한 것들을 정벌하시어 초원의 질서를 바로 잡고 비단길을 열어 송이 장악했던 무역을 다원화하는 것입니다. 또한 저는 몽골족과 야합해 고려를 능멸한 송을 정발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상호불가침 조약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상호불가침이라? 짐이 어찌 그대를 믿을까?"

"저도 금을 믿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리 발목이 서로 잡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청룡과 백호가 마주보고 으르렁 거리는 사이에 초원의 늑대가 이빨을 보였고 남방의 둔한 돼지가 청룡과 백호를 우습게 보는 결과만 가지고 왔습니다. 그대는 몽골족을 그냥 둘 수 없고 짐은 무도하고 배덕한 송을 그냥 둘 수가 없습니다.

서로의 적이 다르니 서로의 적을 우선 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내 말에 금왕이 인상을 찡그렸다."그렇지. 그런 형국이 되었지."

"또한 송과 몽골족이 야합을 해서 오판을 한다면 금은 순식간에 남북으로 공격을 당할 것입니다."제안을 할 때 협박을 할 카드가 없다면 끌려가게 되어 있다."비루한 송이 무도한 몽골족이 금제국을 공격할 엄두를 낼까? 또한 어찌 몽골족과 송이 금만 공격을 한다고 생각을 하나?"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반박에 대답을 하지 못할 거라면 이 자리에도 나오지 않았다. “몽골족이 고려를 치기위해서는 금을 지나야 합니다.

금은 고려를 위한 방패가 된 형국입니다. 그러니 몽골족은 금을 치고 멸망시키지 않고서는 고려를 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송은 고려를 치기 위해서는 바다를 건너야합니다. 하물로 몽골족의 지원공격이 없이는 단언컨대 고려를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몽골이 금을 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네.” “과연 그럴까요? 기마족들은 힘을 키우면 항상 중원을 탐했습니다. 또한 중원인 중에 진정 중원의 주인이 된 자가 누가 있습니까? 지금도 금이 중원의 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도 기마족이 아닙니까? 고려처럼 말입니다."내 말에 금왕 세종이 나를 빤히 봤다.

마치 내가 중원에 꿈이 있다는 것을 질타하는 그런 눈빛이었다."중원에 꿈이 있는가?"

"천하의 꿈이 있습니다."

"천하의 꿈이 있다? 어부지리로 무주공산이 된 요동도 가분할 것인데 천하에 꿈이 있다. 그래 좋소. 그대가 생각하는 천하는 어디까지요?"이것은 내 품을 가늠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숨길 필요가 없다. 내 야망이 어떤지 또 고려제국 건설이 어디까지인지 말해주는 것도 나쁠 것이 없었다.

어찌 되었던 우선적으로는 금은 몽골족을 치고 고려는 송을 친다. 그리고 승리한 후에 금과 고려가 결승전을 치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천하의 작은 한 곳이 고려의 수중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중원에 사는 족속들은 자신이 머무는 곳을 중화라 한다.

허나 내가 알고 있는 세상에서 중원은 그저 대륙의 한 귀퉁이고 대륙이라 불리는 것은 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나 있다.‘호주까지 하면 셋이지.’그러니 천하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은 아는 만큼 가지게 되고 품게 된다. 지금 이 순간 금왕이 알고 있는 천하와 내가 알고 있는 천하는 분명 다른 것이다.

“왜 말씀이 없으신가?” 천하는 해가 뜨는 곳에서 해가 지는 곳까지 바람이 닿는 곳 말이 달릴 수 있는 곳까지입니다. 많은 군주들은 중원이 천하라고 부릅니다. 저의 천하는 중원을 넘어 서역까지 서역을 넘어 바람이 닿는 곳까지입니다."

"바람이 닿는 곳까지?"

"그렇소."난 뚫어지게 금왕을 봤다."내 대망은 바람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요."

"바람의 나라라,,,,,,,,."금왕은 잠시 긴장한 것 같았다. 바람이 가지 못하는 곳은 없다. 또한 나의 고려가 정복하지 못할 곳은 없다. 그래서 고려는 바람의 나라가 될 것이며 정복의 나라가 될 것이다."그래서 짐과 불가침 조약을 맺자는 건가?"

"그렇소이다. 이대로 멈춘다면 금과 고려에 이득이 될 것이 없습니다. 송은 변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매년 보내오는 재물의 양이 올해는 크게 줄었을 겁니다."

"알고 있었나?"

“줄어든 재물만큼 송의 병사의 수는 늘어날 것이고 그들의 장비는 개량될 것입니다. 그리 준비한 것을 어디다 쓰겠습니까? 우선은 고려겠지요. 허나 꼭 고려라 할 수는 없소이다.

금과 송 사이에는 아무 것도 가로막는 것이 없으니 말이오. 또한 초원 몽골족이 북에서 진격해 내려와 호응을 해 준다면 금은 군사를 둘로 나눠야 하고 끝내는 패해 다시 북변으로 밀려오게 될 것이오. 겨우 북변으로 내려온다고 해도 안전할 것 같소이까? 그 북변은 고려가 당당히 차지한 곳이요. 그러니 이제는 금이 갈 곳이 없소이다. 어찌 하겠소.”

“그대는 짐을 초원으로 보내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 같군.” 금왕 세종은 어리석은 자는 아니었다. 아니 성군의 축에 들 것이다.

“당연하지 않겠소이까? 나는 송을 칠 것이오.”

“송을 치고 송의 전토를 취하게 되면 짐의 금을 노리겠지? 아니 그런가?”

“초원을 치고 말머리를 바로 돌려 고려로 동진할 수도 있을 것이오.”

“하하하! 그렇지. 허나 짐이 이곳에서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군.” 금왕 세종의 말에 곽하마의 눈빛이 사나워졌고 완안보가 차갑게 나를 노려봤다.이 순간 금왕 세종이 손을 들게 되면 난 청색 깃발을 흔들 것이고 그럼 바로 전투가 벌어지는 것이다.

1만의 금 기병과 9만의 금 보병이 나를 향해 검을 뽑아 달려 올 것이니 말이다.‘거칠게 달리면 3분 안에 온다.

’1만의 금 기병이 여기까지 달려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3분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 소포를 개량한 소총군이 총을 쏘며 달려드는 것도 비슷할 것이다. 허나 고려 대포는 다르다.

무제가 흔든 깃발을 보고 발포를 해도 1분이면 된다. 그러니 시간은 내 편인 거다.

“적을 얻지 않았습니까? 오래된 적은 벗과 다를 것이 없다고 합니다.”

“오래된 적이라,,,,,,,,.”

“그렇소. 그대는 나를 치시겠소?”

“두렵지 아니 한가?”

“황제가 금수가 되고자 하는데 무엇을 더 따지겠소.” 난 금왕 세종을 노려봤다.

“뭐라?” 처음으로 곽하마나 검을 뽑아들려 했다. 하지만 무제는 꿈쩍도 하지 않고 내 뒤에 서 있기만 했다.

“어디 고려왕이 함부로 무엄하게 황제폐하를 능멸하는 것이냐?”

“그대의 황제를 능멸하는 것은 네놈이다. 어찌 두 지존이 대담을 하시는데 어줍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이냐?” 무제가 낮게 곽하마를 꾸짖었다.

“무제!”

“황제폐하!”

“나서지 마라!”

“예. 망극하옵니다.” 난 금왕 세종을 봤다.

“금수에게 사람이 물리면 금수가 된다고 하더니 그런 것 같소이다.”

“뭐라? 고려왕이 겁이 없구나! 앞에 보이는 10만의 금군이 보이지 않느냐?”

“어리석은 자!” 난 무섭게 곽하마를 노려봤다.

“어디 나에게로 질주해 와 보거라! 어찌 되는 지 한 번 보자.”

“곽장군은 그만하라.” 금왕 세종이 곽하마를 말렸다.

“망극하옵니다. 황제폐하! 고려왕의 언사가 너무 방자하여,,,,,,,.”

“방자한 것은 너다.” 금왕 세종이 일침을 가했다.

“망, 망극하옵니다.”

“그대는 짐이 두렵지 않는가?”

“두렵소?” 내 의외의 대답에 금왕 세종이 날 빤히 봤다.

“두려운데 그리 물러섬이 없는가?”

“나는 적은 항상 두렵소. 내가 벌벌 떨 만큼 두렵소. 그래서 적인 것이요.”

“그래서 적이다? 그래서 적이다. 옳소이다. 그래서 적인 것이요. 허나 지금 금이 초원을 치면 병력의 피해가 상당할 것인데,,,,,,,.”

“고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렇지. 허나 나는 고려를 믿지 못하겠소.”

“그렇기에 양국의 황자를 교환하는 것 아닌가?” 내 말에 금왕 세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순간 금왕 세종이 딴 소리를 하는 것은 초원을 정복했을 때의 병력의 손실을 걱정하고 있었다.‘이제는 꿀처럼 단 소리를 해 줘야겠지.’내 비장의 무기는 바로 몽골족의 서역 정벌이었다.

“그대가 요동이 무주공산이라고 한 것처럼 초원도 지금은 그럴 것이오.”

“무슨 소리인가?”

“몽골족 칭기즈칸이라는 자는 현재 서역 정벌을 떠났소.”

“그럼 초원이 비어있다는 건가?”

“초원을 말살하는데 이만큼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오. 아니 그렇소?”

“그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렇지.”

“기회는 여러 번 오는 것이 아니라고 들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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