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6권 -- >금나라의 대전.다시 고서기가 금나라 세종의 앞에 부복을 하고 섰다. 그리고 고서기는 대전 분위기를 살폈다. 금나라 태자는 완안보를 보며 웃고 있었고 완안보 역시 금나라 태자를 보며 웃고 있었다.
‘금나라도 오래가지 못하겠군.’외부의 적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내부의 분열일 것이다. 그리고 이 순간 완안보는 금 세종과 독대를 끝낸 상태였다. 또한 고서기도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그리고 고서기는 완안보를 보며 살짝 미소를 보여줬다. 그 미소를 보고 완안보는 자신의 계획이 실행된다는 생각에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고려 사신은 들어라!”
금 세종이 입을 열었다.
“예. 황제폐하!”
“짐은 그대의 황제가 말한 것을 받아드릴 것이다.”
고려황제 회생을 정의하는 칭호가 달라졌다. 이것은 다시 말해 금 세종도 초원을 정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황공하옵니다. 소신이 고려로 돌아가 황제폐하의 깊은 뜻을 저희 황제폐하께 전하겠나이다.”
“짐은 고려황제를 만날 것이다. 금과 고려의 국경에서 만날 것이다. 가능하겠느냐?”
“물론이옵니다. 황제폐하께서도 그리 말씀을 하셨사옵니다. 허나!”
고서기가 잠시 말을 끊었고 그 모습에 금나라 대신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것은 불경이 분명할 거다.
“허나?”
“저희 황제폐하께서는 서로를 어찌 믿을 수 있냐고 하셨습니다.”
“황제와 황제가 만나는 일인데 신의가 없다면 어찌 스스로 황제라 칭하겠는가?”
금 세종도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지만 또 완안보가 그것을 말한 상태지만 내심 덕이 있고 품이 큰 척을 했다.
“옳으신 말씀이시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은 단단히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방법이 있겠는가?”
“양국의 태자마마께서 볼모가 되시는 것입니다.”
고서기는 서슴지 않고 볼모라 말했다.
“뭐라? 볼모?”
“그렇사옵니다. 그렇게 해야 서로 안심을 하고 자신의 적들을 향해 진격을 감행하지 않겠사옵니까?”
“어찌 그런 망발을 일삼는가!”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금나라 대승상이 노한 얼굴로 고서기에게 소리쳤다.
“대승상께서는 고려를 믿으십니까?”
“뭐라?”
“저는 금나라를 믿지 못합니다. 위대하신 금나라 황제폐하는 믿으나 그 아래 신하는 믿지 못합니다.”
“지금 고려 사신은 금나라의 대신들이 그리 신의가 없는 소인배라고 생각을 하는 것인가?”
“신하는 소인배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만약 금에 틈이 보이면 저희황제께 목을 내놓고 주청을 할 것입니다. 금을 치자고.”
그 순간 금나라 대전이 싸늘하게 얼음처럼 굳어졌다.
“어찌 이 대전에서 그런 망발을 하고 살아남기를 바라는가!”
금나라 대승상이 다시 한 번 소리쳤다.
“하하하! 옳은 말이다.”
금 세종은 영웅처럼 호탕하게 웃었다.
“감사하옵니다. 황제폐하!”
“좋다. 그렇게 하자. 양국의 존망이 걸린 대원정을 위해서라면 양국의 태자들은 충분히 그 정도의 고초는 감내할 것이다.”
이 순간 태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고서기를 노려봤고 완안보는 자신이 계획한 그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하오나 황제폐하!”
“더 할 말이 있는가?”
그 순간 고서기가 싸늘한 눈빛으로 완안보를 노려봤다.
“고려에는 아직 태자가 없사옵니다. 그러니 서로 후일에도 문제가 되지 않지 않기 위해 공평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보옵니다.”
“공평하게 일을 처리한다?”
“그렇사옵니다. 고려에는 태자가 없사오니 황자마마를 보낼 것이옵니다. 급히 태자를 책봉한다고 해도 그것은 신의를 저버리는 계략이 될 것입니다. 또한 금도 믿지 못하게 될 것이옵니다.”
조금은 의외의 말이라 금 세종은 당황했다.
“어찌 하자는 것인가?”
“격을 맞추자는 것이옵니다. 고려에서도 황자마마를 보낼 것입니다. 그러니 금에서도 완안보 황자를 고려로 보내주시면 고맙겠사옵니다.”
그 순간 완안보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이제 상황이 역전이 된 순간이었고 태자는 안도의 한숨과 완안보를 조롱하는 눈빛을 보였고 금 세종은 당황했다.이것만 봐도 금 세종은 태자보다 완안보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고서기는 알 수가 있었다.
‘버려진 태자보다야 완안보가 더 좋을 것이다.’고서기가 그런 생각을 하며 완안보를 보며 살짝 미소를 보였다.
“황자를 보내라?”
“그렇사옵니다. 결정을 하시면 되시옵니다.”
태자가 아닌 황자를 보내자는 말에 금나라 대신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자가 아니니 볼모로 보내는 것에 대해 더는 뭐라 할 말이 없는 그들이었다.이 순간 금 세종은 잠시 완안보를 봤다. 이미 완안보는 자신이 고려로 가겠다고 말한 상태였다. 이것은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나 다름이 없었다.
“숨김이 없으니 신의를 보였다. 그렇게 하라.”
금 세종도 어쩔 수가 없었다. 아니 이미 완안보는 자신이 고려로 가겠다고 말한 상태였다.
“황공하옵니다. 그럼 언제 대담을 하시겠나이까?”
“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럼 소신이 쉬지 않고 말을 달려 황제폐하께 알리겠나이다. 보름 후가 어떻겠사옵니까?”
“보름 후?”
빨라도 너무 빨랐다.
“그렇사옵니다. 이미 저희 황제폐하께서는 국경지역에 황제폐하를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짐을?”
“그렇사옵니다.”
“알았다. 보름 후에 고려황제와 대담을 할 것이다.”
그렇게 운명적인 만남은 결국 정해졌다. 그리고 고서기는 바로 금을 떠나 고려황제 회생이 있는 국경지역으로 말을 달렸다.송나라 등주 포구.마치 등주에 변란이 일어난 것처럼 신라방 장정들이 허술한 장애물을 설치해 등주포구를 사수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명을 내린 것은 전중감이었다. 이미 조의무사의 도움을 받아 이곳까지 오는 동안 4만의 신라방 장정을 잃은 전중감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피해는 기적이라고 할 만 했다.
완벽한 사지에서 등주에 도착할 때까지 6만을 살려냈으니 말이다.하지만 전중감은 바로 고려로 피하지 않고 이곳에 송나라 군사와 대치를 하며 송나라 군사와 싸웠다.
등주에 모여 살던 13만 고려인을 고려로 피신시키기 위해 그가 내린 결정이었다. 처음 당황한 것은 송나라 군대였다.
등주포구에 배수신을 치고 싸울 줄은 차마 송나라 군대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벌써 3일째 전투는 이어지고 있었다.
“막아야 한다!”
전중감이 절규하듯 소리쳤다. 이제 이 등주포구를 사수하기 위해 죽은 신라방 무사들은 7만에 육박했다. 하지만 11만 고려백성들은 무사히 만적이 준비한 배를 타고 생명을 구했다.
“피하셔야 하옵니다. 이제는 피하셔도 되옵니다.”
전중감을 보던 조의무사가 소리쳤다.
“아직 남았다. 내가 피하면 우리의 사기가 떨어진다.”
이제 전중감은 신라방을 신라방이라고 하지 않고 우리라 했다.
“허나 더는 막을 수 없습니다.”
최후까지 향하고 있었다.
“장부는 어디에서 죽는지가 중요하다.”
전중감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모든 신라방의 발판은 사라졌다. 살아남은 장정의 수도 이제는 3만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고려로 돌아가도 자신의 외손자와 딸인 백설에게 해 줄 것이 없다는 것을 전중감은 잘 알고 있었다.
“전중감 대감!”
조의무사가 안타깝게 불렀다.
“난 이미 마음을 정했네.”
그때 상단 호위 무사가 달려와 전중감에게 무릎을 꿇었다.
“송나라 놈들이 총공세를 펼치는 듯 하옵니다. 대군이옵니다.”
호위무사의 말에 전중감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짐은 13만을 구했으니 극락으로 갈 것이네. 아니 그렇습니까? 스님!”
“나무관세음보살!”
이 순간 조의무사는 자신에게 무사라는 멍에를 데고 승려로 전중감을 보며 합장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뿐일 것이다.
“제가 도울 것입니다.”
“큰 힘이 되고 있소이다.”
전중감은 그렇게 말하고 호위무사를 봤다.
“자랑스러운 고려무장 3만 중에 2만은 탈출을 해라!”
“저희들도 남겠사옵니다.”
“너희들이 탈출을 하면 황제폐하께서는 더 크게 쓰실 것이다. 이것이 신라방총방주로 마지막 명이다. 시간이 없다. 어서 서둘러라!”
“예. 알겠사옵니다.”
그렇게 송나라 군대가 몰려오는 상태에서 빠르게 2만의 신라방 장정들이 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남은 1만과 전중감 그리고 조의무사가 진격해 오는 송나라 군대를 향해 기다리지 않고 돌진했다.
“고려황제 폐하 만세!”
전중감이 목이 찢어지도록 외쳤다.
“고려충신 전중감 대감 만세!”
하지만 1만의 신라방 장정들은 자신의 주군인 전중감을 위해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끝내 송나라 군대와 처절하게 격돌을 해서 전원 전멸했다.금 세종과 대담을 한 지 12일 후.금과 고려의 국경지대에는 고려황제의 거대한 군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태자를 서로 교환하자고 했단 말이지?”
난 고서기를 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난 이곳에 5일 전에 도착을 했다.
물론 요동은 이제 개경후 이의방이 지키고 있다. 이번 금 세종과의 담판이 끝이 나면 난 송을 친히 칠 것이고 개경후 이의방의 손자인 왕도를 고려의 국본인 태자로 삼을 것이다. 그러니 그는 목숨을 다해 요동을 지키고 혹시 모를 변란에 대비할 것이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폐하께서 소신에게 전권을 내리셨기에 무엄하게 그런 결정을 했사옵니다.”
“그대는 아둔한 자가 아니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냐?”
“금은 지금 태자와 황자 완안보가 서로 옥좌를 두고 쟁투를 벌이고 있나이다.”
“그럼 그들을 그대로 둬서 내분을 더욱 크게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닌가?”
“금왕의 마음에 완안보가 있는 것 같사옵니다.”
“태자가 아니고?”
“태자는 아둔한 자입니다.”
“아둔하다? 그것은 다시 말해 완안보가 뛰어나다는 말이 되는 것이지.”
“그렇사옵니다.”
“그럼 그대는 짐의 황자를 이용해서 완안보를 죽이자는 건가? 짐의 황자를 희생시켜서 이 엄청난 계략을 성공시키자는 건가?”
내 눈에 살기를 담았다.
“망극하옵니다. 황제폐하!”
“소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금나라 태자가 초원으로 군사를 이끌고 간다면 백전백패를 할 것이옵니다.”
“어찌 장담을 하는가? 미래는 정해진 것이 없다.”
“옳으신 말씀이시옵니다. 허나 소신은 그리 판단했나이다.”
내가 고서기에게 전권을 줬다. 어찌 되었던 고서기는 금왕과의 대담을 이끌어냈다.
더는 뭐라 책할 수가 없었다. 이제 내가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짐은 결국 모진 아비까지 되는 것인가.’난 그런 생각을 하며 황후가 된 귀비의 아들인 왕이를 떠올렸다.
참으로 모진 아비가 분명할 것이다. 고서기가 판을 짠 곳에 내 아들을 몰아넣을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대고려를 위한 일이었다.
“아뢰오!”
그때 군막 밖에서 급하게 전령이 당도해 아뢴다는 외침이 들렸다.
“폐하!”
나를 호위하는 박위가 나를 불렀다.
“들이라!”
내 말에 급하게 전령이 군막 안으로 들어와서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인가?”
박위가 꾸짖듯 전령에게 물었다.
“송에서 전갈이 도착했나이다.”
“무엇이냐?”
난 전령을 보며 물었다. 송에서 전갈이 도착했다는 것은 신라방의 전멸이나 조연공주를 구했다는 것 중 하나가 분명할 것이다.
“등주에 집결했던 10만의 신라방 장정들 중 8만이 죽고 2만이 고려로 귀환했다고 하옵니다. 또한 등주 일대에 있던 13만 고려백성도 무사귀환을 했다고 하옵니다.”
난 놀랐다.그 천라지망과 다를 것이 없는 사지에서 2만의 목숨이 살아 돌아왔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그리고 송에 건너가 있던 고려백성 13만도 살아 돌아왔다는 것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난 그들을 포기했었다.
황제이기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
“정말이냐? 소상히 말해 보라.”
“예. 무제 대장군과 함께 송으로 급파되었던 조의무사 중 일부가 남아 신라방의 대 탈주를 도왔다고 하옵니다. 또한 조의무사와 함께 신라방 장정들이 목숨을 걸고 등주포구에 배수진을 치고 송나라 군대와 결전해 고려백성들의 탈출을 이끌어냈다고 하옵니다.”
“진정 그리된 것이냐?”
“그렇사옵니다.”
“전중감 대감은 무사하시더냐?”
“그, 그것이,,,,,,,.”
“어서 말을 하라.”
“전중감 대감께서는 등주에서 끝까지 송나라 군대와 싸우시다가 전사를 하셨사옵니다. 먼저 탈출선만 타셨어도,,,,,,,.”
“으음,,,,,,.”
나도 신음소리를 내고야 말았다.‘내 장인께서 신라방 8만과 자신의 목숨을 버려 고려백성 13만을 살리고 결국 왕이를 살렸구나.’난 결심이 섰다.‘내가 가장 아낀 아들을 가장 먼저 보내야 하는구나.’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이제 결단을 내렸으니 후속조치는 빠르게 해야 한다.
“물러가라!”
“예. 황제폐하!”
전령이 조심히 물러났다.
“박위!”
“예. 하명하시옵소서!”
“전서구를 요동으로 날려라! 개경후에게 이곳으로 달려오라 적어라!”
난 개경후에게 요동을 지키라 명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이곳까지 데리고 오라고 말하니 박위가 놀라 나를 다시 봤다.
“예. 황제폐하!”
박위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답했다.
“박위!”
“예. 황제폐하!”
“이 모든 것은 금왕이 꾸민 것이다. 금왕이 왕도와 왕이의 출생에 대해 알고 왕도를 택한 것이다. 알겠느냐?”
이미 박위는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예. 황제폐하! 소신은 그리 들었나이다.”
“어서 준비를 하라!”
내 말에 박위가 군례를 올리고 급히 군막을 나갔다.
“고서기!”
“하명하시옵소서! 황제폐하!”
“짐은 그대가 밉다.”
이 말은 내 부친 의종폐하께서 내게 한 말이기도 했다.
“망극하옵니다.”
고서기는 바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눈물을 보였다. 저 눈물은 충심일 것이다. 허나 그 충심은 나에 대한 충심 보다는 고려에 대한 충심이 더 클 것이다.‘짐이 없어도 이제 이 고려는 강건하다.’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