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6권 -- >"그럼 저희들도 어쩔 수 없습니다. 총방주!"신라방 행수 중에 강력하게 반기를 다는 행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행수들은 그 행수의 눈치만 봤다."어찌하겠다는 것인가?"
"살 사람은 살아야지요."
"그렇다면 나를 송군에 넘기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래 해야 하지요. 다 죽을 수는 없습니다."
"자네 같은 사람이 있으니 천년을 이어온 신라방도 끝난 것이군."
"총방주를 따르면 지금 당장 끝이 나는 겁니다."
"어리석은 사람!"스윽!그 말고 동시에 전중감에게 반기를 들던 행수가 검을 뽑았다."왜 이러시오? 우리끼리 이러면 안 되는 겁니다."아무 말도 없던 행수 하나가 막으면 나섰다. 그래도 전중감을 신라방의 총방주로 보고 있는 행수는 꽤 많은 것이다. "다 죽을 수는 없어. 총방주가 고려와 결탁을 했기에 이런 사태가 난 거다."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고려 황제인 회생과 손을 잡았기에 쓰러져가던 신라방 상단이 송 최고의 상단이었던 조필지 상단을 무너트리고 최고의 상단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지금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베시게."전중감이 칼을 뽑아든 행수를 노려봤다.
죽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이제는 어떻게 죽는지가 중요한 전중감이었다.배신을 당해 죽임을 당했다면 자신의 딸인 백설에게는 화가 미치지 않을 것 같았다."못 벨 것 같소이까?"스윽!
“멈춰! 피를 보기 싫다면!”
그때 검을 뽑아든 행수에게 천막으로 급히 들어선 조의무사 무형이 검을 겨눴다."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전중감 대감!"무형의 말에 지그시 전중감은 눈을 감았다."왜 이러는 것이냐? 고려 놈들이 왜 나서는 거냐?"목에 검이 붙은 행수가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독기도 숨겨져 있었다. 한 마디로 이판사판이라 할 만 했다.
진정 안타까운 순간일 거다.사람은 본능적으로 살고자하는 욕구가 넘친다.
그것을 뭐라 할 수는 없지만 그 욕구 때문에 죽는 자들도 많았다."베시게!"스윽!전중감이 눈을 뜨며 짧게 말했고 무형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행수의 목을 검으로 베었다."으악!"쿵!"어인 일인가?"
"도우라 하셨습니다."
"도와만 준다면 살 길은 있고?"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전중감이 보기에도 가망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배신을 당하고 죽은 황후의 아비가 되고자 했다. 그럼 고려가 또 고려황제가 자신의 딸인 백설과 외손자인 왕이를 홀대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전중감의 물음에 무형이 잠시 전중감을 봤다. 그리고 전중감이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을 감지해 냈다."살고자 하면 죽고 죽기로 싸워도 죽을 것입니다. 허나 살아남을 분들은 계실 것입니다.
그리 된다면 신라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전체를 살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아마 8할 이상은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을 무형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2할이 살아남는다고 해도 고려는 신라방을 버리지 않은 것이 되는 것이다.
무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고 또 황제의 치부를 가려줄 수 있는 신하의 도리이기도 했다. 어찌 되었던 이리 포위되어 있는 신라방을 외면한다면 고려황제 회생은 끝내 장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비정한 황제로 기록될 것이니 말이니 말이다."어찌 하면 되겠나?"
"봉쇄선을 뚫어야 할 겁니다. 각자가 쇄기가 되어 돌파를 하는 것입니다. 저희들이 앞장을 서겠습니다."
"정말 돌파라?"
"그렇습니다. 송군이 10만이 넘는다고는 하나 크게 포위를 하고 있습니다. 밀도가 충분하지 않사옵니다. 대감께서 기대하실 것은 그것뿐입니다. 아시다시피 송군은 오합지졸입니다. 한 번 기세가 꺾이면 한 없이 무너집니다."
"그러고 나면?"
"등주 항으로 향하는 겁니다."
"도주를 하면서 많은 신라방 사람들이 죽겠군."
"살아남으신 분들은 다시 신라방을 일으켜 세울 것입니다. 아마 그때는 고려방이 되어 있지 않겠습니까?"무형의 말에 전중감이 고개를 끄덕였다."고려방이라,,,,,,,,."
"시간이 없사옵니다."
"알았네. 움직이세."전중감은 천막을 박차고 나섰다. 이미 호위무사들은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저기 보이는 불빛이 송군입니다."
"그리 멀리 있지는 않군."
"그렇습니다. 송군은 정면 돌파를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
"알았네."전중감의 말에 무형이 뒤로 물러섰다."이보시게들! 신라방 사람들!"전중감은 이 위급한 상황에서 촌로처럼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 신라방의 사람들을 불렀다."다 버리고 도망을 치는 것이네."
"도, 도망이라고 하셨습니까?"신라방 사람 하나가 겁먹은 목소리로 물었다."망할 놈의 저 송나라 개들이 깜짝 놀라게 도망을 칠 것이네."
"어디로 향합니까?"그 순간 전중감이 모인 사람들을 봤다."어디겠는가? 우리 고향이지. 고려로 가세!"순간 무형의 눈에는 신라방 사람들에게 희망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사형!"
"왜?"
"조금은 가망이 있겠습니다."
"그럴 것 같군."그렇게 두 조의무사들이 속삭일 때 전중감은 무장한 호위무사를 봤다."너희들이 나와 같이 길을 열 것이다."
"알겠사옵니다."
"마부들은 화주가 담겨 있는 마차만 골라 앞에 세워라!"
회생이 요동전투를 어떻게 했는지 들은 이야기가 많았다."예. 총방주!"
"살아보자. 고향에 가서 살아보자."
"예."
"가자!"그 순간 전중감과 1천의 호위무사들이 말에 탔다. 그리고 술이 담겨 있거나 기름이 담겨 있는 마차는 버리지 않고 마부들이 몰았다.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말에 타고 마차에 탔다. 그렇게 하지 못한 사람들은 뛸 준비를 했다. 그리고 무기로 쓸만한 것은 모두 하나씩 손에 쥐었다."진승과 오광도 처음에는 이랬을 거다."무형이 나직이 말했다."가자!"드디어 대탈출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신라방이 집결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송곤의 이동대형."저것이 뭐지?"송나라의 하급 무장들은 수천 개의 횃불을 밝히며 앞으로 달려드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뭐 말이야?"
"저거 말입니다."
"저, 저건!"
"왜 그러십니까?"
"신라방의 공격이다."송나라 군대의 하급 무장이 소리쳤다."야야야야야아아!"거친 함성과 함께 불타는 수레가 신라방 장정들에 의해 밀려 앞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이럴 수 있는 것은 이곳이 평야이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저 마차와 수례에는 독주와 각종 물품들이 실려 있었을 것이다. 어떤 마차에는 비단이 실려 있을 것이고 또 어떤 마차에는 인삼이 실려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귀한 것들이 목숨보다는 귀할 수 없었다."불타는 수레가 돌진해 온다."송군의 아우성소리가 울려 퍼졌다.
콰콰쾅! 콰쾅!화화화화!"아아악!"불타는 마차기에 또 불타는 수레기에 앞을 막을 수도 없었다.순간 기선을 제압당한 송군이었다.
그와 동시에 조의무사 2명이 마상에서 장창을 휘두르며 앞으로 달려 나왔다."송군을 죽여라!"그것이 시작이었다.전중감을 따르는 1천의 호위무사들도 검을 뽑아들고 송군을 죽였다."적입니다.
적!"후바에 있던 송군의 사령부로 급보가 날아왔고 순간 송군의 사령부는 당황했다."뭐?"
"신라방 놈들이 공격해 오고 있습니다."
"젠장! 우리가 포위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선재 공격을 할 줄은 몰랐군."
"그렇습니다. 대장군!"
"척살하라! 발악을 해 봐도 장사치다."
"예. 장군!"
"병력을 그쪽으로 증원해라!"
"알겠사옵니다."
"아아아악!"비명이 울려 퍼졌다. 두 명의 조의무사들이 질주하며 휘두르는 장창이 멈추는 곳은 송군의 절규어린 비명이 쏟아졌다.
거친 사자와 같은 조의무사들은 전중감이 이끄는 1천의 호위무사들에게 힘과 용기가 되기 충분했다."뚫고 간다."기세를 잡았다고 생각한 전중감은 소리쳤다."송군을 모두 죽여라!"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다.하지만 이것은 어떻게 보면 송군의 실수였다.
신라방을 포위하려고만 했지 상호 협조를 할 준비는 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그것을 계획해야 할 사령부의 젊은 수뇌부 무장들은 황제의 다른 칙령을 따르기 위해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그것이 패착이었다."신라방의 저항이 너무 강합니다."
"젠장! 지원이 와야 한다."신라방의 급습을 당한 부대의 장수는 지원군이 오기를 기다렸다."아뢰오!"
"무엇이냐?"
"봉쇄선이 뚫렸사옵니다."봉쇄하는 밀도가 너무나 약했기에 뚫리는 것은 당연했다."뭐라?"
"신라방의 호위무사들이 너무 강하옵니다."더 정확하게 말해 송나라 군대가 너무 약한 거였다. 또한 대형의 문제점이었다.
"막아라! 막아라!"
"하오나 이미 뚫려 버렸사옵니다."신라방의 목적이 적과 싸워 이기는 거라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신라방은 봉쇄선을 뚫고 나가 등주로 도주하는 거였다."어떻하든 신라방 놈들을 죽여야 하다."쉬우웅웅!무형의 장창이 다시 바람을 가르고 송곤의 심장을 갈랐다."도망쳐라!"무형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사제!"
"예. 그대가 앞에서 이끄시게."
"사형께서는?"
"추격하는 송군을 막아야 하지 않겠나?"이것은 스스로 이곳에서 죽겠다는 다짐과 같은 거였다."하오나!"
"극락에서 보세. 이랴!"무형의 사제는 그렇게 말을 달려 추격해 오는 송군을 향해 달렸다."신라방 호위무사들은 나를 따르라."
전중감도 송군의 봉쇄선을 뚫은 후 다시 도주하는 신라방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송군을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워워!"그리고 추격해 오는 송군을 향해 섰다."피하십시오. 전중감 대감!"
"사내로 태어나서 어찌 죽는지가 중요하지."다부진 의지였다. 그래야 백설과 왕이가 서러움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전중감이었다."뫼시어라! 귀하신 분이시다. 이곳에서 돌아가셔서는 안 되는 분이시다. 위대한 고려제국의 국구이시다."조의무사가 신라방 호위무장에게 소리쳤다."하오나 총방주께서!"
"뫼시어라!"
"예. 스님!"그와 동시에 신라방 호위무장은 전중감의 말고삐를 잡았다.
“모시겠습니다. 전중감 대감!”
호위무장은 이제 전중감을 총방주라고 부르지 않고 대감이라고 불렀다. 그도 이제는 전중감을 고려의 국구로 보는 거였다. 이것은 조금씩 신라방이 고려로 마음까지 고려로 귀속되고 있다는 반증일 거다."놔라!"
"뫼시겠습니다. 대감을 뫼시어라!"
“예. 나리!”
“너희들은 대감을 뫼시고 등주 항으로 가라! 그곳에 가면 다른 자의 배를 빌릴 것도 없다. 신라방의 배가 있다. 고려로 뫼시어라.”
“예. 알겠사옵니다.”
“가자!”
"이랴!"그러헤 전중감은 떠났다. 이곳에서 죽겠다고 한 번의 의지를 보였지만 그렇게 끝내 끌려가고 말았다."남을 자는 남아도 좋소이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극락으로 가는 지름길이지요."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죽여야 하는 순간이다.200명 정도의 호위무사가 남았다.
"저기 옵니다."조의무사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두두두두! 두두두!추격을 시작한 송군들의 모습은 맹렬하다기 보다 허둥대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책임구역이 뚫렸으니 그 문책을 생각하고 이리 급하게 추격하는 모습이었다.
조의무사는 말의 옆구리에 끼워놓은 활을 꺼냈다."극락왕생 하시오."그 말과 함께 힘껏 시위를 당겼고 달도 뜨지 않은 이 새벽에 죽음의 보름달처럼 시위가 당겨졌다.
쩍어어억!틱!그리고 바로 조의무사 무형은 시위를 놨다.수우우우!"추겨어어억컥!"제일 선두에 달려드는 송군의 부대장이 죽었다."장, 장군!"순간 빠르게 추격해 오는 송군이 멈췄다. 추격의 기세가 꺾인 것이다.
“우린 장판교의 장비처럼 움직일 것이오.”
혼자 장판교를 지킨 장비가 되겠다고 말한 조의무사였다.
“좋습니다. 스님! 우리 죽으면 극락왕생은 스님이 빌어주시는 겁니다.”
“나 역시 그대의 길동무일 것인데 어찌 빌어드릴까?”
“저승길 같이 가시며 염불이라도 해 주십시오. 그럼.”
“그러세! 하하하!”
이 순간에 농이 이어졌다.
그것도 잠시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조의무사였다.
“고려제국~”
조의무사가 우렁차게 고려제국을 외쳤고 이 어두운 들판에 그 소리는 메아리쳐서 멈춰서 송군을 압박했다. “고려제국~”
남은 호위무사들도 소리쳤다.
“만세!”
피 끓는 외침일 것이다.
진정 충성이 담겨 있는 외침일 것이다.
“황제폐하! 만만세!”
“고려제국 만세!”
송의 국토에서 고려제국의 영광을 외친다는 것은 곧 송이 고려로 편입이 되던지 그게 아니면 고려가 멸망을 하던지 둘 중 하나를 결정하는 대전란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