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577화 (577/620)

< -- 간웅 26권 -- >"그렇다면 마마께서 연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이 저택을 포위할 것이옵니다."

"그러니 내가 수비군의 수를 묻는 것이지."

"지금 피하시는 것이 어떻사옵니까? 소인이 모시겠습니다. 여기서부터 등주까지는 쉬지 않고 말을 달라면 7일이면 될 것입니다."

"이미 은밀히 포위되었을 것이다. 내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넓게 포위망을 구축했을 것이다."조연의 말에 안청의 표정이 굳어졌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니 그냥 두시게. 군사들을 긴장하게 할 필요는 없지.”

지금은 피신을 할 때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조연이었다.

“수비군의 수가 얼마인가?”

"수비군의 수는 500이옵니다."

“500이라,,,,,,,.”

조연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자네 단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있나?"

"마마!"

"있다면 주시게."

"마마!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난 고려의 왕비로 죽을 것이네! 대령왕의 비로 말이야! 그래야 내 아들 현이 고려에서 괄시를 당하지 않을 것이야!"역시 조연은 걸출한 여걸이 분명할 거다. 또한 자식을 미래까지 생각하는 어미였다."죽지 못해 사로잡힌다면 현에게 짐이 될 것이야!"

"신라방에 연통을 하고 밀군에게 알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 수만 따져도 이 황성에 7만 이옵니다."

"내 하나의 안위를 위해 폐하의 포석을 허사로 만들 수는 없다. 단검만 주시게. 난 그거면 충분하네."조연의 말에 안청이 조심히 조연의 앞에 단검을 내려놨다."내 운이 여기서 다 하는 모양이구나!"조연은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여전히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 조연이었다. 그녀가 그런 희망이 없었다면 황궁으로 가 황제를 보고 질타를 한 후에 비장한 죽음을 맞이했을 거다.

그만큼 조연은 여걸이었다.황궁의 정원.송 효종이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담담한 듯 한가히 거닐고는 있었지만 그의 생각은 무척이나 복잡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한림학사 학준이 말없이 따르고 있었다.그때 조연을 만났던 태감 조아평이 다가와 머리를 조아렸다."황제폐하를 뵈옵니다."

"갔던 일은?"

"연회에 참여 한다고 하였사옵니다."

"의심은 없던가?"

"소신이 잘 말했나이다. 제 말이면 믿을 것이옵니다. 조연의 아비와의 친분이 남다르다는 것을 황제폐하께서도 아시지 않사옵니까?"조아평은 황제의 눈치를 봤다."짐은 너의 죄를 사해 줄 것이다.

다시는 그런 간악한 무리와 헛된 야욕에 야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소신 물러가겠나이다."그렇게 태감은 물러갔다."학준!"

"예. 황제폐하!"

"조연은 오지 않을 것이다."

"조연이 사태를 파악했다는 것이옵니까?"

"송을 자신의 치마폭에 넣고 움직인 계집이다. 이번 일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그년의 치마폭에 놓아난 송 황실이 너무 어리석지 않겠는가."

"조연이 연회에 참석을 하던 하지 않던 문제될 것은 없사옵니다. 이미 원거리에서 조연의 저택을 포위하고 있사옵니다."조연의 예상은 적중했다."사병의 수가 수천이 된다고 들었다."

“포위를 하고 있는 병사의 수가 1만이옵니다.”

“그런가?”

"그리고 소신이 알아본 것으로는 저택을 지키는 사병의 수가 500 정도라 하옵니다."

"딱딱 맞아 떨어져야 할 것이다. 이 황궁 연회를 시작으로 군부의 고려파를 숙청하고 조연을 잡아드리는 것이다."

"심려하지 마소서! 황제폐하!"

"등주에 집결하고 있는 신라방은 예정한 그 시각에 친다."

"알고 있나이다."

"그리고!"순간 효종의 눈빛이 사나워졌다."예. 황제폐하!"

"간자들을 처단하는 연회가 시작이 되면 연회장은 아수라장이 되겠지?"

"그럴 것이옵니다."

"하늘에는 태양이 하나만 떠야 하지 않겠나?"효종의 말에 학준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당연한 이치이옵니다."

"또한 조금 전 태감이 가시는 길을 호종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겠나이다."역시 단단히 마음을 먹은 효종이었다."짐이 정국을 수습한 후에는 어찌하면 좋을까? 짐은 고심이 많다. 그러니 그대의 고견을 말해 달라."단시적으로 고려파들을 숙청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송이 아니었다. 또한 고려가 금 때문에 군사를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완벽하게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기도 했다."고려가 걱정되시는 것이옵니까?"

"개혁과 혁신에는 위험이 따른다. 짐은 왕조를 망친 폐주는 되기 싫다."송의 모든 황제가 그런 마음일 것이다.그래서 처음에는 금에 머리를 조아렸고 그 다음에는 고려에게 굴복했다. "고려를 가장 강하게 압박할 방법이 있기는 하옵니다."

"무엇인가?"

"왜와 금에 사신을 보내 화친을 도모하고 혈맹의 관계를 맺는 것이옵니다. 그로인해 고려를 고립시키는 겁니다."학준의 말에 효종이 인상을 찡그렸다.

"고려를 몰아내기도 벅찬데 고려를 몰아낸 후 고려의 빈자리에 다시 금을 끌어드리자는 것인가?"

"금은 오랑캐이옵니다. 다루기 수월할 것이옵니다. 장기적으로 금과 화친하고 군사를 키우는 것이 가한 줄 아옵니다. 10년이면 송의 200만 대군도 강군이 될 것이옵니다."

"10년?"

"그렇사옵니다. 소신이 한림학사들과 무기 개발을 시작했나이다."

"무기 개발?"

"그렇사옵니다. 화포를 개량하고 화약무기를 개발하면 금도 고려도 두려울 것이 없을 것 같사옵니다."역시 학준은 한림학사였다.

미래를 내다보는 식견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고려는 화약무기 체계를 완성한 상태였다. 만약 고려에 회생이 없었다면 송의 효종과 학준은 천하를 재패하는 황제와 충신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때를 놓친 그들이었다."화약무기는 짐도 들은 적이 있다.

허나 기마군단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고 들었다."

"개량을 하면 되옵니다. 기마군단보다 더 멀리 쏘고 더 강하게 만들면 되옵니다. 기마군단이 근거리에서 강성하오니 원거리에서 적을 섬멸하는 것이옵니다."

"나쁘지는 않군."원래 화약은 중원의 것이다. 그런데 이제야 화약을 중요성을 인식한 그들이었다."그대가 알아서 하라."

"황공하옵니다."

"조연이 속한 왕부가 멸족을 하면,,,,,,,."송 효종이 학준을 빤히 봤다."예. 황제폐하!"

"그대가 친왕이 될 거이다."놀라운 순간이었다."폐, 폐하!"

"짐은 그대를 믿노라!"

"황공하옵니다."

"그리고 금과 왜와 화친을 하는 것도 깊이 생각해 보겠다. 그래! 그대의 말처럼 고려보다는 금수와 다를 것이 없는 금이 편하겠지. 또한 왜도 그렇고."

"그렇사옵니다. 폐하!"

"금왕이 짐의 뜻을 따라준다면 당장이라도 고려를 칠 수 있을 것인데."지금 송 효종의 생각도 아예 이뤄지지 못할 상황은 분명 아닐 것이다. 하지만 외교를 펼치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강성한 외교를 펼칠 수 있는 거였다.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는 그런 신의로는 금의 세종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소신이 준비를 하겠나이다."

"초원과도 화친을 하고 금과 손을 잡는다면 고려를 짐의 치세에 정벌할 수 있을 것이다."욕망이 점점 커지는 송 효종이었다."그렇사옵니다."등주 외곽의 허름한 유곽.등주에는 수많은 유곽들이 즐비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송나라가 세계적으로 무역을 하고 있기에 등주는 벽란도와 함께 세계적인 무역항으로 거듭나 있었다. 그러니 이 등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넘쳐났다.

그래서 등주에는 유곽이 많았다.이 유곽에 지금 등주의 분위기를 파악하기위해 전중감과 신라방 수뇌부 중 일부가 자리하고 있었다.

“전중감 대감! 이런 곳에서,,,,,,,,.”

“대감이라니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네.”

“예. 나리!”

신라방 선임상주가 바로 전중감의 호칭을 바꿨다.

“말해 보게.”

“이런 곳에서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겠습니까?”

“등주 관청의 분위기가 묘해!”

전중감도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묘하다니요?”

“우리 대상단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 같단 말일세.”

“언제나 그랬던 것 아닙니까? 뭐래도 더 뜯어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탐관오리들이 이잖습니까?”

“그런 것을 감안해도 이상해!”

“설마 발각이라도 된 것이 아닐까요?”

“발각?”

“그렇습니다. 아니면 오해를 하고 있던가?”

“오해라?”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10만에 육박하는 대인원이 수십 차례로 나눠서 등주로 집결하고 있으니 말이다.그리고 송나라에도 첩보기관은 분명 있을 것이고 이 사실을 알아내고 감시 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우리가 크게 무장을 한 것도 아니고.”

인원수는 10만에 육박하지만 겨우 1천 정도만 무장을 한 상태다. 한 마디로 신라방 대상행의 호위를 하는 수준이었다. 전중감은 혹시 모를 의심을 피하기 위해 최소의 무장만 했다. 고려로 가서 무장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 전중감이었다.

“어떤 오해?”

“변란이라도,,,,,,,,.”

“쉬!”

변란이라는 말에 전중감은 인상을 찡그렸다.

“송구하옵니다.”

“송와 고려는 혈맹이네.”

“그렇죠.”

“또한 송은 고려의 눈치를 아니 볼 수가 없지. 그러니 우리에게 오해를 하고 해를 입힐 수는 없을 것이네.”

전중감의 생각은 한 달 전까지는 정확한 거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이래서 정보가 중요했다.

전중감의 눈과 귀가 어두워진 것은 옥좌에 대한 탐욕 때문일 것이다. 황제의 외조부가 된다는 그 탐욕 말이다.

또한 그렇게만 된다면 망해버린 계림의 대망을 자신의 외손자로 하여금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허망한 망상 때문일 거다.

“요즘 분위기가 묘해!”

그때 송나라 말을 제법 유창하게 하는 대월국 상단 일행의 대화가 들렸다.

“뭐가?”

“내 여기로 올 때 송나라 군사들이 등주 외곽을 포위하듯 군영을 꾸린 것을 보고 왔네.”

“군영?”

“그렇다니까. 뭔가가 있어.”

대월국 상단 상인의 대화에 전중감은 인상을 찡그렸다.

“원래 송나라 군대는 훈련은 많이 하잖아.”

“많이 하면 뭐하나 금나라와 싸우기만 하면 지는데. 뭐 그렇게 싸운 것도 꽤 오래 전이지.”

대월국 상단 상인은 은근히 송나라 군대를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

“그렇지. 그리고 요즘 고려에도 기를 못 편다는군.”

“이러다가 송나라 망하는 거 아냐?”

대월국 상단 상인은 주변을 살피며 송나라가 망한다는 말만은 대월국 말로 했다. 하지만 전중감은 대월국 말을 할 줄 알았다.

“쉬! 듣겠네.”

“그러니 우리말로 했지.”

“그거 들었나?”

“뭐?”

“고려가 송의 상국이 된다는 말을.”

이번에도 대월국의 말로 대화를 하는 그들이었다.

“정말?”

“소문이 쫙 돌았어. 그래서 송과 고려가 영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하네. 그리고 이건 아주 극비인데,,,,,,,,.”

“말해 보게.”

“몽골족에서 사신을 보냈다고 하네.”

“몽골족이?”

“그래!”

“그 이야기 어디서 들었나?”

“궁에 있는 환관에게 들었지.”

“아이고 이 사람 발도 넓군.”

“발이 넓어서 들은 이야기가 아니지. 송나라 것들 중에 뇌물 싫어하는 놈 있나?”

“하하하! 그렇지.”

다시 대월국 상단은 송나라를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뭐?”

“송나라에서 고려와 연이 있는 공주를 몽골족 족장에게 시집을 보낼 참이라고 하네. 그래서 고려황제폐하께서 대노를 하셨다는군.”

송나라를 무시하던 대월국 상단 상인도 누구도 듣지 않는 상태에서 고려황제를 폐하라고 말하며 높였다.그것이 현재 고려의 위상이었다.

“고려황제폐하께서 진노를 하시는 것은 당연하지.”

“암! 그렇고말고.”

이렇게 대월국이 고려에 우호적인 것은 모두 회생이 지속적으로 곡물을 수입해주고 있기 때문일 거다. 또한 만적 상단이 이익의 일부를 대월국 빈민을 위해 쓰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보이는 것은 그렇다.

하지만 제주수군을 이용해서 노략질을 시킨 것도 고려황제 회생이었다.

“이러다가 큰 전쟁 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에이 그래도 전쟁이 나겠어.”

“그야 모르는 거지. 고려황제폐하께서 진노를 하시고 요동도 정벌하셨잖아. 얼마 전에는 대모도를 정벌한다는 소문이 나서 대마도주가 기겁해 고려로 갔다는 소리가 있어.”

역시 소문이 무섭다.그리고 소문은 민심을 대변하는 것이 분명할 거다.대월국 상인들도 이렇게 불안해하는데 등주의 송나라 백성들은 사실 혹여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 벌벌 떨며 식량을 사재기 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정말 송나라 군사가 그렇게 많이 등주 외곽에 깔렸나?”

“왜 밀거래 물품이라도 챙겨 왔나?”

“에이 이사람! 무슨 소리를 하나.”

“그냥 걱정이 되어서 그러지.”

“쫙 깔렸어. 내가 그래도 대월국 무장 출신 아닌가.”

“그렇지.”

“내가 보기에는 거리를 두고 멀리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포위를 할 수 있는 군영의 배치였어.”

“요즘 왜 그렇게 훈련을 많이 하는지.”

상인으로 그것도 외국의 상인으로 송나라가 불안하다는 것은 아주 큰 문제라면 문제였다.

“왜 그리 표정이 어둡습니까?”

신라방 선임상주가 전중감에게 물었다.

“일이 묘하게 돌아가는 것 같군.”

“일이 묘하게 돌아가다니요?”

“만사불여튼튼! 여기 있을 것이 아니야!”

“예?”

“상행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세.”

전중감은 급하게 일어났다. 이제야 불안해지는 전중감이었다.

“그리고 자네는 등주 관청으로 가서 무슨 일이 있는지 염탐을 해 보게.”

“알겠습니다.”

“은밀히 해야 할 것이네. 재물은 얼마를 써도 좋네.”

“알겠습니다. 나리!”

그렇게 전중감은 급한 마음으로 허름한 유곽을 벗어났다. 같은 시간 무제는 한혈마를 타고 12명의 조의무사와 함께 등주 벌판을 거칠게 달리고 있었다.

“이랴! 때를 놓치면 아니 될 것이야!”

“예.”

무제의 말에 12의 조의무사들이 말을 달리며 힘차게 대답을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