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6권 -- >
“배가 정박을 하기 위해 흔들릴 것입니다.”
“염려 말게.”
“예. 배를 부두에 붙여라! 닻을 내려라!”
그렇게 닻을 내렸고 다리가 내려졌다."신라방으로 갈 것이다."
"무제는 짧게 말했다."예."12인의 조의무사들이 대답하며 무제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손에 들려 있는 검을 꼭 쥘 뿐이다. 이 중 몇이나 다시 저 배를 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선장이 말한 것처럼 13필의 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한혈마를 구해놨군.’피를 흘리며 달린다는 한혈마를 만적이 구해 놓은 거였다.
만적도 무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송군의 기마병이 추격하기 벅찬 한혈마를 구해 논 거였다.한혈마!하루에 천리를 간다는 천리마다.
말의 제왕이며 으뜸이라 할 수 있는 말이었다.‘부두가 쥐죽은 듯 조용하군.’13필의 한혈마가 부두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으나 송의 해안군은 쥐새끼 한 마리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뇌물의 효과겠지.’이것부터 송은 썩은 거다. 깊은 새벽에 배를 부두에 정박할 수 있다는 것부터 결국 통제력을 잃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만적은 지속적으로 등주의 해안을 경계하는 송의 수군의 수뇌부들에게 뇌물을 보냈다. 그 효과가 지금 나타나는 거였다."배에 고려의 깃발을 내리고 왜의 깃발을 올려라!"곧 참혹한 전투가 펼쳐질 곳이 등주다.
그 전투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신라방이 죽을 것이고 송으로와 정착한 고려인이 참살을 당할 것이다. 전쟁은 그런 것이다.
전투를 하는 군사들보다 힘없고 죄없는 양민이 먼저 그리고 많이 죽는 것이다.
'송을 얻기 위해 너무 많은 죽음에 눈을 감으시는 황제폐하시다.'등주에만 고려백성 6만이 산다. 물론 만적상단과 그 가솔들이다. 그리고 송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위해 이주해 온 백성들이었다.
그들은 아무 영문도 모르고 송의 군대에 죽임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그것까지 모두 포기하고 고려황제는 송의 전국을 원했다.
“그런데 언제쯤 당도를 하십니까?”
“무슨 일이 있나?”
"저희들은 따로 할 일이 있사옵니다."
"기다린다고 하지 않았나?"
"돌아오시기 전까지는 배를 정박시켜 놓을 것입니다."
"무엇인가?"
"대상주님의 명이십니다."
"무엇이냐고 물었다."선장은 잠시 망설였다."나는 무제다. 고려무장 무제란 말이다.
너희들도 고려 수군출신이 아니더냐?"만적상단의 선장들은 대부분 고려수군 출신이다. 또한 배에 승선해 있는 자들 대부분 수군출신이었다. 그 시대는 거의 그럴 것이다.
상단의 뱃사람이 수군이 되고 수군이 상단의 뱃사람이 되던 시대다."백성들을 이송할 것입니다."그때 만적이 나타나며 말했다.
"그대가 이 배에 타고 있었는가?"무제는 만적이 이 배에 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놀라운 순간이다. 지금 만적은 그 누구보다 바쁜 존재일 거다. 군량미를 벽란도와 대동강 포구로 이동시키고 각 상선에 실어서 군량선 이동을 준비해야 하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타고 있던 배에 은밀히 그가 타고 있었다.
“몸을 숨겨 송구하옵니다.”
“이송?”
"황제폐하의 명이십니다."만적의 명령에 무제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내가 황제폐하께 불충을 저질렀군."
"무제 군단장 각하!"
"할 말이 있는가?"
"무사귀환을 비 옵니다."
"자네가 더 위험할 것 같군."무제의 말에 만적이 피식 웃었다."걱정 마십시오."
"황제폐하의 명을 잘 수행하기 바라네."무제는 그 말을 남기고 배에서 내렸다.그리고 바로 말에 올라탔다."전중감 대감은 어디에 계신가?"
"등주 외곽에 대상단의 상진을 펼치고 계십니다."
"외곽?"
"그렇사옵니다. 넓은 벌판이니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말을 이끌고 대기하고 있던 사내가 대답했고 무제는 인상을 찡그렸다."상재는 있으나 군략은 없는 분이시군."
"이제 어찌 하실 것입니까?"조의무사 무제에게 물었다.
"황제페하의 따를 뿐이다. 가자! 이랴!"무제는 급하게 말을 몰았다.
참으로 위태로운 질주가 분명할 거다. 지금 전중감의 대상단은 벌판에 상진을 보란 듯 펼치고 있다.
그들은 확인할 수 없겠지만 아마도 송의 대군이 원거리에서 그들을 완벽하게 포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포위망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조연공주의 내실."또 상황폐하의 탄생연회에 참석하라는 명을 가진 태감이 왔다고?"조연은 인상을 찡그렸다.
송과 고려의 분위기가 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조연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아들 왕현을 고려로 보낸 거였다.
표면적으로 납치다. 지금 아들을 납치당한 여인에게 송의 황실은 상황 탄생연회에 참석하라고 재촉하고 있는 거였다. 그것도 수차례라 말이다.집요할 만큼 권하고 있었다. 그것이 의심스러운 조연이었다."뭔가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황실이 좀 이상합니다. 어찌 하옵니까?"지금 조연에게 보고를 하는 자는 도천밀군의 수뇌부 중 하나였다.
그 이름은 안청으로 무예가 출중한 자였다. 또한 조연의 저택을 수비하는 수문장이기도 했다. 이렇게 조연의 주변에는 도천밀군이 꽤나 많이 모여 있었다.
이 저택 밖에 민가의 주인들도 대부분 도천밀군 소속이었다.옛날 회생이 잠저에 있을 때 그 주변이 모두 회생의 군사들이 살던 집인 것처럼 아무 모르게 그렇게 조연은 도천밀군을 백성으로 숨겨 지키게 하고 있었다."어느 태감이 왔지?"
"조아평이라는 태감이라 하옵니다."
"조아평?"조금 전까지 굳어져 있던 표정이 바로 풀렸다.
"고려 열성조께서 나를 보우하시는구나."이것만 봐도 조연은 송나라 공주가 아니라 대령후의 왕비가 분명했다.회생이 황제가 된 후에 대령후는 대령왕으로 봉해졌다.
황제 다음에 왕이니 당연한 추증일 것이다. 그리고 조연은 고려에서는 왕비로 불렸다. 그리고 왕현은 황자라 불리지 않고 왕자라 불렸다.이것은 왕현에게 회생은 자신의 아들과 왕현이 분명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거였다. 또한 자신과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였다.
역시 회생은 하나의 일로 여럿을 만들어내는 황제였다."무슨 말씀이십니까?"
"조아평은 내 사람이네. 조아평이 소태감일 때부터 부왕과 교분이 있다네. 그래서 내 일을 잘 알아봐줬지. 황제가 실책을 했군. 실책을 했어."그제야 안청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황궁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이야! 데리고 와라."물론 조연은 불길한 예상은 하고 있었다. 송 황실이 고요한 듯 보였으나 지금처럼 요동친 적을 조연은 본 적이 없었다.
"예. 마마!"잠시 후 태감이 들어와 조연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환하게 웃는 것이 역시 조연의 말처럼 친분이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이는 안청이었다.
“그동안 강녕하셨사옵니까? 공주마마!”
“그대도 잘 지내셨소이까?”
“황제마마의 보살핌으로 잘 지냈나이다. 지난 제 어미의 생일에 보내주신 금와는 잘 받았나이다.”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오.”
“제 어미께서 진심으로 기뻐하셨사옵니다. 금 두꺼비가 그리 큰 것은 처음 본다고 하였습니다.”
“흡족했다니 나도 마음이 좋소. 그런데 무슨 일이오?”
황제폐하의 칙령을 전하고자 왔나이다."
“황제폐하께서 그대를 직접 이 누추한 곳까지 보냈단 말이요?”
조연은 놀란 척을 했다. “그렇사옵니다. 제가 황제폐하의 칙령을 전해 드리겠나이다. 황제폐하께서는 상황폐하의 탄생연회에서 공주마마의 참담한 심정을 위무하신다고 하시옵니다."
"위무? 황제폐하께서 나를 위무하신다는 것이요?"
"그렇사옵니다. 마마! 황제폐하께서도 왕현공이 납치를 당했다는 사실을 듣고 깊게 상심하셨습니다."탄생일 연회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니 이제는 아들을 납치당한 자신의 마음을 위무한다는 들어오라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마치 거대한 거사라도 할 듯 나를 연회에 부르지 못해 안날이 나서 재촉을 하는군.'조연은 다시 한 번 인상을 찡그렸다."그건 그렇고 황실의 분위기는 어떤가?"조연은 그래도 이 태감은 자신의 사람이기에 담담히 물었다.
"연회준비에 들떠 있사옵니다. 모처럼 성대한 연회가 될 것 같사옵니다. 가뭄에 황실부터 근검절약을 해왔사옵니다. 이만한 연회는 당분간 없을 것이옵니다."
"그게 전부인가?"
"예. 마마! 무슨 생각을 하시옵니까? 저에게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해 보십시오."태감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되물었다."아들을 잃은 어미가 무슨 생각을 하겠나."
"상심이 크실 것 같사옵니다. 저도 마음이 아프옵니다."
"맞다. 나는 지금 너무나 상심이 크다. 그래도 그대가 위로를 해주니 위로가 되는군."조연은 거짓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조아평이 유심히 봤다."너무 상심 마십시오. 곧 왕현공자를 찾으실 것이옵니다."그때 순간 조연의 표정이 싹 바뀌면서 정색을 해서 조아평을 봤다.
"조아평! 내가 궁에 가야 할까? 가지 말아야 할까?"조연은 뚫어지게 조아평을 보며 물었다."오셔야 할 것이옵니다."
"이리 참담한 심정으로 가야 한단 말인가?"
"황제폐하께서 친히 위무하신다고 하셨사옵니다. 마마께서 극구 거절을 하신다면 불충이 될 것입니다."
“불충이라?”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께서는 마마의 마음을 잘 아시지만 나머지 대신들을 마마를 음해할 것이 분명하옵니다. 그러니 연회에 오셔서 충심을 보이셔야 할 것입니다. 또한 상황폐하께서는 마마의 양부이시지 않습니까?”
"알았다. 어찌 하늘과 같으신 폐하의 명을 거절하겠는가."
"잘 결정 하셨습니다.
아주 크고 화려한 연회가 될 것이옵니다. 각 왕부의 친왕들도 모두 모인다고 하옵니다."
"부왕께서도 부름을 받으신 건가?"
"여부가 있겠습니까? 모든 왕부의 귀인들이 모이는 거대하고 인상 깊은 연회가 될 것이옵니다. 송의 황실 분들이 다 모이는 연회는 아마도 처음일 것이옵니다."
“그렇게 크게 준비가 되는가?”
“그렇사옵니다.”
“알았다. 그럼 나도 왕부의 사람이고 황실의 일원이니 내 마음을 추스르고 가도록 하지.”
“알겠사옵니다. 그럼 소인은 물러가겠나이다."그렇게 태감은 물러났다."이 저택의 수비군이 얼마나 있나?"조연은 가만히 있던 안청에게 물었다."예?"
"나는 연회에 가지 않을 것이다.
""가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조아평 저놈이 변절을 했다. 불알 없는 환관 놈이라 너무도 쉽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이다. 저놈은 황제의 편에 섰다. 그리고 구차한 목숨 연명하고자 한다."
"황궁에서 음모가 있다는 것이옵니까?"
"있다. 아마도 엄청난 거사가 준비되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조아평은 원래 말이 많지 않은 놈이다. 그런데 오늘은 말이 많아졌다.
황제는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왕부와 친 고려파 대신들을 숙청을 꾸미고 있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래서 조아평을 보낸 것이다."조연의 말에 안청의 표정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