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6권 -- >완안보의 말에 대전이 다시 술렁거렸다. 허나 대신들 중 누구하나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자 없었다.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다. 어떤 이는 태자의 눈치를 보고 또 어떤 이는 황제의 눈치를 봤다. 또 어떤 신하는 완안보의 눈치를 봤다.
침묵의 조정이라 할 것이다. 방관의 조정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완안보 진정 정신이 있는 것이냐? 요동을 침범한 고려와 어찌 화친을 한단 말인가?"금 태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벌을 해도 부족하다. 그런데 먼저 화친을 하자는 건가?"지난 대전회의 후 금나라 태자는 자신의 이복동생인 완안보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이것은 경계함이 분명했다."현 정세는 송과 고려 그리고 초원이 서로 노려보고 있기에 금이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초원은 더욱 강성해 질 것입니다. 어떻게든 이 형국을 풀어내야 합니다.
이 상태면 시간이 갈수록 문제가 커집니다. 태자마마!"
"오랑캐다. 무도한 오랑캐가 강성해지면 얼마나 더 강성해진단 말이냐? 겁먹을 필요가 없다. 금에는 100만 대군이 있다."태자는 자신만만하게 말했고 금 세종은 그런 태자를 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금 세종의 속내에는 태자가 아닌 완안보가 들어 있는 것 같다.
"태자는 그리 생각을 하는가?"
"그렇사옵니다. 요동을 잃었사옵니다. 고려와 화친을 한다는 것을 어불성설이옵니다. 고려는 십 수 년 전만 해도 ""그럼 이 형국을 어찌 풀까?"금 세종의 물음에 대안이 없는지 태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급하게 환관 하나가 대전으로 뛰어 들어섰다."아뢰오."
"무엇인가?"
"황제폐하! 고려의 사신이 국경선을 넘었다고 하옵니다."
"고려의 사신?"
"그렇사옵니다."
"고려에서 사신을 보냈다?"회생이 내실에서 전쟁을 판단한지 보름이 지났다. 고서기는 그날 이후 급히 말을 달려 금의 국경까지 도착해 있었다. 무엇이든 정해지면 급히 움직이는 고려다. 그리고 그것은 폭풍과 같은 결과를 가지고 왔다."진정 무슨 일이 있기는 한 모양이군."
"목을 치셔야 합니다. 겁도 없이 사신을 보내다니 고려가 미친 것이옵니다."태자가 얼굴을 붉히며 금 세종에게 말했다.
"짐도 오랑캐처럼 무도한 짓을 하라는 것인가? 짐의 칙사들이 초원에서 한을 품고 죽었다. 그 한을 풀어주지도 못했는데 타국의 사신을 베라는 것인가?"
"망, 망극하옵니다."
"고려왕이 사신을 보냈다는 것은 필요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입니다."
"필요에 의해서?"
"그렇사옵니다. 고려에 있는 간자에 의하면 고려는 작금 전시상황으로 접어들었다고 하옵니다."완안보는 고려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니 송도 그렇고 몽골족도 그렇고 북방의 모든 대족장들도 그렇게 고려를 주시하고 있었다. "전시체제라? 그럼 군사를 일으킨다는 것인가?"
"그런 것 같사옵니다."
"우리를 향해 창검을 돌리겠다는 건가? 지금 국경선을 넘은 고려 사신은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 향한다는 것인가? 짐이 그래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인가?"
“참으로 무도한 고려이옵니다. 이번 참에 황제폐하께서 먼저 군사를 일으키셔야 하옵니다. 그리고 고려를 정벌하셔야 하옵니다.”
태자는 그저 분개하기만 했다."고려가 함부로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 어떤 전쟁도 황제폐하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사옵니다."
“짐의 허락이 없이는 할 수가 없다?”
“그렇사옵니다. 그런 형국이옵니다. 또한 망극하오나 황제폐하께서도 고려왕의 허락 없이는 초원을 정벌하실 수 없사옵니다.”
“서로 발을 묶고 있다는 거군. 그런가? 완안보.”
“그렇사옵니다. 또한 고려에는 송이 있사옵니다.”
"송과 하나가 되어 다시 짐을 압박하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국운이 풍전등화에 놓인 것이다."
"황제폐하! 그건 아닌 것 같사옵니다. 송도 이상하옵니다."
"송이 이상하다?"
"송에 있는 신리방이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나 대단위 상단과 병력의 이동이 있다고 송황실이 반란이라 규정한다면 반란이 될 수도 있을 만큼의 병력이동이라 하옵니다."완안보는 보통의 인물이 아니었다."그럼 송과 고려가 결탁을 했다는 것이 아닌가?"
"신라방의 이동이 북이 아닌 등주로 향하고 있사옵니다. 송의 최대 무역항인 등주가 신라방 상단 사람들에 의해 포화상태라고 하옵니다."
"이상하군."
"또한 송의 군대도 지금 은밀히 등주로 이동 중에 있다고 하옵니다."
“송의 군대가 움직이고 있다면 대단위 병력을 것인데 신라방에서 모를까?”
“은밀히 움직이고 있다고 하옵니다. 간자의 보고에 의하면 송군이 밤에 기동을 하고 산길을 이용한다고 하옵니다. 대단위 이동은 없고 수백 씩 나눠서 이동을 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이 중도에 앉아 송의 병력 이동까지 확인하고 있는 완안보는 분명 고려에게는 위험한 인물이 분명할 거다.완안보의 보고에 금 세종은 야릇한 미소를 머금었다."송과 고려의 사이에 금이 갔군."대단한 판단력이다."결국 고려의 사신을 만나봐야 한다는 거군."
"그렇사옵니다."
"황제페하! 완안보가 간자들의 보고 중에 누락한 것이 있사옵니다."
"누락?"태자는 완안보를 경계하는 것 같았다.완안씨를 가지고 다른 완안씨를 경계하지 않는 황자는 없을 것이다."무엇이냐?"
"고려가 40만 이상의 대군을 요동 북부 전선으로 이동시켰다는 것입니다."아무 말도 없던 대신들이 다시 한 번 술렁거리고 있었다."그것이 사실이면 전쟁이군."금 세종은 당황스러웠다."속단할 수는 없는 일이옵니다. 고려는 그리 무모하지 않사옵니다."완안보는 절대 당장에 고려가 금을 치지는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고려가 무모하지 않아서 요동을 범한 건가? 완안보!”
태자라 버럭 소리를 질렀다."40만이 움직이고 있다. 너는 친고려파라도 되는 것이냐? 황자로써 매국노가 되려는 것이냐?"앙심이 표현되는 순간이다.이것만 봐도 금 태자는 속이 좁은 인물이 분명했다."무슨 말씀을 그리 하시는 것이옵니까? 태자마마!"
"40만이다. 40만!"
“분명 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무극염! 무극천! 아할타례!"
"예. 황제페하!"금 세종이 부른 세 명의 장수는 금나라 북방군의 대장군들이었다."북방군이 막아낼 수 있나?"북방군의 수는 50만이다."충분히 막아낼 수 있사옵니다. 허나 승리할 수도 없사옵니다.
예견컨대 북방군 40만은 전멸할 것입니다. 허나 막아낼 것이옵니다."북방군 40만을 잃고 남방군을 이용해서 고려로 진격을 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투로 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금 세종은 그리 어리석은 황제가 아니었다.
수성까지는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것은 다시 말해 나머지 고려군 5할이 작심을 하고 금의 황성으로 진격을 한다면 크게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거였다."수성만 한다면 이득이 없다.
전쟁을 하게 된다면 잃어버린 요동을 찾아야 한다."
"불가능하옵니다."북방군 총사령인 무극염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아할타레!"아할타레는 거란인이다.금과 거란은 원수사이가 분명했다. 하지만 거란이 망한 후에 거란인 중 상당수가 금에 투항하여 조정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예. 황제폐하!"
"북부에 있는 거란족을 얼마나 더 동원할 수 있겠나?"
"5만은 동원할 수 있나이다. 거란 소수 족장들은 고려에 원한이 많사옵니다.
벌판의 대마적들까지 그 죄를 사해준다하여 부르면 10만은 족히 될 것이옵니다."요동이 고려의 수중에 떨어지고 대타발이 인정했던 거란 부족의 자치권과 이익을 고려는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 축출을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고려 황제 회생은 지방의 토호의 발호를 그 누구보다 경계하니 그런 결단을 내린 거였다. 그렇기에 금과 요동 북부에 부족을 형성하고 있던 거란족은 금에 귀부할 수밖에 없었다.
금도 싫고 고려도 싫지만 그래도 고려보다는 금이 자신들의 이익을 더 많이 줄거라는 판단이었다."오랑캐를 이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무엇이든 금 세종과 다른 생각을 말하는 태자였다."오랑캐?"
"금 세종은 아할타레의 표정을 살피며 태자에게 다시 물었다."거란인은 믿을 수 없사옵니다."
"그럼 태자는 짐이 틀렸다는 것이냐? 북방군의 3할을 거란출신인 아할타레에게 짐이 맡겼다. 태자는 짐이 실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아, 아니옵니다."
"송도 아니 중원의 모든 제후국이었던 것들은 우리 여진을 오랑캐라 무시했다. 우리가 제국을 만든 후에도 송은 우리를 오랑캐라 생각한다.
아직도 오랑캐 타령을 하겠다는 것이냐? 중원이 진정 세상의 중심이더냐? 짐은 아니라고 본다. 이제는 금이든 고려든 둘 중 하나가 세상의 중심이 될 것이다."적을 무시하지 않고 크게 본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일 것이다.
"망극, 망극하옵니다."
"아할타레!"
"예. 황제페하!"
"태자의 말에 너무 마음 쓰지 마라."
"신은 거란인이 아니옵니다. 이제는 금인이옵니다. 또한 신의 여식이 완안보 황자의 비이옵니다.
신이 어찌 태자마마의 말씀을 곡해 하겠나이까? 옳으신 판단일 수 있사옵니다. 신은 금인이나 거란족의 족장들은 여전히 서요와 내통하고 있사옵니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고 또 고려에 원한이 있기에 그러는 것이지 완벽히 믿을 수 있는 족속은 아니옵니다. 서요가 초원을 넘어 금을 치러 출정을 한다면 바로 서요와 연합을 할 자들이옵니다."
"태자!"
"예. 황제폐하!"
"저런 충신을 오랑캐라 할 수 있는가?"
"망극하옵니다. 소자가 어리석었나이다."궁지에 몰린 태자였다."아할타레는 거란 족장을 설득하여 병력을 증원하게 하라."
"명을 받잡겠사옵니다."
"목탄!"목 씨 성은 중원의 성이다. 금은 이렇게 다민족 국가라고 해야 할 것이다."예. 황제페하!"
"짐의 친위군 10만을 차출하라!"금황제의 친위군은 20만이다. 지금 금 세종은 친위군까지 북쪽 국경선으로 이동시키려 하고 있었다."허나 그리 되면 황성 수비가,,,,,,,,."
"국경이 무너지면 중도까지 한 걸음이다. 고려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금도 이렇게 졸지에 전시체제로 돌변했다."병력을 증원시켜놓고 고려왕의 사신을 만날 것이다. 만반의 준비를 하라."
"예. 황제폐하!"
"완안보!"
"예. 황제폐하!"
"짐이 요동을 잊으면 어찌될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나이다."
"사실 요동은 강성한 번국이었다. 진정 금의 영토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고려가 차지하지 않았다고 해도 대타발이 가졌을 것이다.
대타발이 고려정벌을 나설 때 발해를 재건을 천명하였나이다.
황제폐하께서 요동을 잊으시면 초원이 보이옵니다."
"초원이 보인다? 진정 짐이 원하는 초원이 보인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