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5권 -- >
“금의 북쪽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오.”
혼맹을 반대하는 투로 말한 신하에게 효종이 꾸짖듯 말했다. “오랑캐는 믿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비록 금의 북쪽을 견제 할 수도 있사옵니다. 하지만 그들이 끝까지 신의를 시킨다는 보장은 없사옵니다.”
“그렇지요. 영원한 동맹은 없소이다. 동맹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송이 강병을 이루는 길 뿐이오.”
“이미 고려와 혼맹을 맺은 상태입니다. 황제폐하! 고려만으로도 충분히 무도한 금을 막을 수 있사옵니다.”
“고려는 바다 너머에 있소이다. 또한 이미 그들은 신의를 저버렸소이다.”
효종의 말에 신료들이 인상을 찡그렸다.사실 공주 조연에게 뇌물을 받지 않은 신료들은 없었다. 또한 고려에서 보내는 막대한 이익을 거부하는 신료들도 없었다.사실 송 황실에는 친 고려파들이 득세를 하고 있었다.물론 그 중심에 미망인이 된 공주 조연이 있었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고려야 말로 혼맹으로 맺어진 혈맹이옵니다.”
한 신하의 말에 효종이 인상을 찡그렸다. 뭔가 엄청난 것을 효종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여기서 밝혀도 저것들은 달라지지 않아.’효종은 인상을 찡그렸다.분명 효종은 고려에 대한 심경 변화가 있는 것 같았다. 송나라 대전 전각 앞.진문관을 따라 온 수구타이가 대전에서 나오는 진문관에게 달려갔다.
“어찌 되었는가?”
“잘 되었습니다.”
“송이 칭기즈칸의 명을 따르겠다고 했나?”
역시 수구타이는 무장에 불과했다. 그가 용맹할지는 몰라도 지략은 부족해 보였다.
“여기는 송나라입니다. 장군!”
“거부를 했다는 건가?”
“여기서는 그 누구도 위대하신 칭기즈칸을 위대하게 보지 않습니다.”
“뭐라?”
수구타이가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런 힘도 없지만 송왕은 천자라 불립니다. 그들에게 칭기즈칸은 오랑캐의 우두머리에 불과합니다.”
“진문관! 송인이었다고 저들을 편을 드는 건가?”
“전 칭기즈칸의 신하입니다.”
진문관도 인상을 찡그렸다.
“내 그건 알지.”
“걱정 마십시오. 혼맹은 성사가 될 겁니다. 그런데 좀 묘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묘한 분위기?”
“그렇습니다. 장군!”
“뭔가?”
“송에게 최고의 우방은 어디겠습니까?”
“그야 고려지. 금이 아무리 썩었다고 해도 강하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고려와 사이가 벌어진 것 같습니다.”
“그럼 어찌 되는 건가?”
“저희에게는 잘 된 일이지요.”
진문관은 그렇게 말하고 대전에서 달려 나오는 환관을 봤다.
“대인!”
환관은 진문관을 대인이라 불렀다.눈치로 먹고 사는 환관이다. 그러니 진문관의 입지가 높아졌다는 것을 직감한 거다.
“무슨 일인가?”
“황제폐하께서 사신관으로 모시라 하셨습니다.”
환관의 말에 수구타이가 놀라 진문관을 봤다.
“앞장을 서시게.”
“사신관으로 가시면 융숭한 환대를 받으실 것입니다.”
“계집도 있나?”
수구타이가 체통도 없이 환관에게 물었고 환관은 힐끗 수구타이를 아랫사람 보듯 봤다. 이것이 바로 송의 자존심일 거다. 그리고 오랑캐라 하찮게 보는 이유이기도 했다.
“내 상관이시네.”
진문관의 말에 환관이 놀라 수구타이를 봤다.
“예. 알겠습니다. 물론 준비를 할 것입니다. 오랜 여정에 객고를 푸실 계집도 준비를 하겠사옵니다.”
“하하하! 그래! 우리를 대하는 것이 좀 달라졌군.”
수구타이는 이리 단순했다.
“잠시 이야기를 할 것이 있으니,,,,,,,,.”
진문관의 말에 환관이 알았다는 듯 앞으로 물러났다.
“장군!”
“왜 그러는가?”
“저희는 칭기즈칸의 칙사로 온 것입니다.”
“그렇지.”
“그러니 우습게 보여서는 아니 됩니다.”
“으응!”
수구타이는 인상을 찡그렸다.
“알겠네.”
“칭기즈칸께서 이 중원을 차지하게 되면 송의 계집을 만 명이라도 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수구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고 진문관은 환관에게 다가갔다.
“이보시게.”
대인!”
“요즘 고려와는 사신이 오고 가지 않는가?”
그냥 흘리듯 진문관이 물었다.
“소신은 잘 모르옵니다.”
“그래?”
“그렇사옵니다.”
그렇게 진문관과 환관은 황궁을 벗어났다. 그리고 으슥한 곳으로 돌아서자 진문관이 환관의 품에 금병 하나를 급히 넣었다.
“알려주시게.”
환관은 양물이 없다. 그렇기에 그 양물을 대신해 채울 재물에 눈이 머는 자가 많았다.
“이러시면 곤란하옵니다.”
“내 사신관에 여장을 풀면 더 주지.”
“진정이십니까?”
“나야 떠나면 그만이지. 아무 탈이 없을 것이네.”
“예. 대인!”
“고려에는 사신의 왕래가 요즘 뜸한가?”
“고려 것들의 기세가 등등합니다.”
“고려 것?”
“그렇습니다. 요동을 차지하고 나서는 대등한 관계로 생각을 하는지 사신을 보내는 경우가 줄어들었습니다.”
진문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디 아픈가?”
진문관은 환관을 위해주는 척하며 물었다.
“아프지 않습니다.”
“자네 눈에 생기가 없어?”
“그, 그렇습니까? 피곤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이 환관은 북천이 푼 아편에 중독된 자였다. 송의 백성들은 아편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부국을 이룬 송이라고 해도 아편 때문에 백성들이 병들어가고 또 어디서부터 시작된 지 알 수 없는 전염병 때문에 수많은 백성을 잃었다.그것이 사실 효종의 가장 큰 걱정꺼리였다.
물론 그 전염병이라는 것은 요동에 창궐했고 금에 퍼졌다가 송까지 밀려 온 흑사병이었다.
“피곤하면 몸이 상하지.”
“예. 대인! 감사하옵니다. 이곳이 사신관이옵니다.”
“알겠네.”
그렇게 진문관은 사신관에 여장을 풀었다.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또?”
수구타이는 술 생각이 간절하고 계집 생각이 간절했는데 진문관은 자꾸 이상하다는 말만 하고 있었다.
“송으로 올 때 송의 백성들의 모습이 병자 같은 자가 많았습니다.”
“그런가? 참 유심히도 봤어.”
“너희들은 왜 그런지 알아 봐라!”
진문관은 중원인 출신 병사에게 명을 내렸다.
“예. 백인장!”
진문관은 백인장이었다. 수구타이가 천인장인데 말이다.
“송의 계집은 언제 오는 거지?”
수구타이의 말에 진문관은 인상을 찡그렸다.
“곧 올 것입니다. 저는 피곤해서 쉬겠습니다.”
“그러시게.”
송의 대전.효종은 신료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려의 문제는 나중에 상론하기로 합시다.”
“예. 황제폐하!”
“몽골족이 청한 혼맹은 어찌 하면 좋겠소?”
이미 효종은 칭기즈칸을 사위로 맞이할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공주마마를 보내면 볼모가,,,,,,,,.”
“이미 송은 금의 볼모나 다름이 없소.”
“망극하옵니다.”
효종의 말에 신료들이 허리를 숙여 망극하다 합창을 했다.나라가 볼모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금과의 전쟁을 막기 위해 송은 예전부터 막대한 재물을 금에 바쳤다. 그것을 볼모라고 표현하는 효종이었다.
“고려는 우방이오. 하지만 고려만 믿을 수는 없소이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황제폐하! 한림학사 학준이,,,,,,,.”
“말하라!”
젊은 학사로 보이는 청년이 황제에 대한 예를 다하려고 할 때 효종이 말을 끊고 말했다.
“예. 황제폐하! 이이제이가 나쁠 것은 없사옵니다. 한나라의 황제들도 오랑캐에게 공주를 보낸 전례가 있사옵니다.
또한 작금에 이 송 말고 오랑캐가 아닌 것들이 나라를 세운 곳은 없사옵니다. 금이 그렇고 고려 또한 동이라는 오랑캐이옵니다.”
“그렇지.”
“그러니 칭기즈칸이라는 대족장과 혼맹을 하는 것이 가한 줄 아옵니다. 소신이 비록 식견이 일천하나 초원에는 뛰어난 준마들이 많다고 들었사옵니다. 칭기즈칸에게 혼맹의 대가로 전마를 받치라 명하십시오.”
“그것도 답이 되겠군.”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또한 위와 아래서 금을 공격하고 고려가 돕는다면 다시 잃어버린 고토를 수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학준은 초원의 전사들을 높게 보는 것 같았다.
“초원의 오랑캐가 그리 강성하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
“고금을 통해 살피면 옛 돌궐이 그리했고 많은 오랑캐들이 강성했사옵니다.
허나 그들은 그 강성함을 오래 유지하지 못했사옵니다. 예법이 없기 때문이옵니다. 금을 보십시오. 강성하기는 하나 이미 자신의 족속을 잊고 중원화가 되고 있사옵니다. 그러니 금도 멸망할 날이 멀지 않았사옵니다.”
“음! 그렇지.”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대승상은 어찌 생각을 하시오?”
“학준의 말이 옳사옵니다. 공주마마를 초원으로 시집을 보내는 것이 가한 줄 아옵니다. 비록 초원이 오랑캐의 땅이라고는 하나 그곳은 넓은 곳입니다. 또한 많은 부족이 난립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 곳을 통합했다는 것은 칭기즈칸이라는 위인이 영웅이라는 반증이옵니다.”
“영웅? 대승상이 칭기즈칸을 높게 보는군.”
“적을 낮게 보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자이옵니다.”
대승상의 말에 효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다. 짐은 마음을 정했다. 짐은 칭기즈칸과 혼맹을 맺을 것이다.
또한 그 혼맹으로 금과 고려를 견제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분명 효종은 금과 고려라고 했다.역시 효종의 심경의 변화가 분명 있는 거였다.
“그럼 누구를 보내시는 것이 가하겠사옵니까?”
황제가 마음을 정했으니 실질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했다.
“그것은 좀 더 고심해 봐야겠소.”
“귀족의 여식을 공주로 봉해서 보내시는 것은 어떻겠사옵니까?”
신하 하나가 고했다.
“귀족의 여식을?”
“그렇사옵니다. 오랑캐가 어찌 알겠사옵니까?”
“고금에 그런 일이 있었사옵니다. 돌궐의 왕에게 한나라가 귀족의 여식을 공주라 속여 혼맹을 맺을 일이 있었습니다.”
학준이 나섰다.
“어찌 되었나?”
“탄로가 나서 전쟁이 일어났나이다. 협잡은 오랑캐나 하는 짓입니다.”
“그건 아니 되지.”
“그럼 어떤 공주가 좋겠사옵니까? 황제폐하!”
“고심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
“신 한림학사 학준 목을 걸고 청하옵니다.”
“목까지 걸어?”
효종은 학준을 신임하는 눈빛이었다.
“그렇사옵니다. 이 간언이 끝난 후 대전을 떠난 후에 제 목이 떨어질 수도 있사옵니다.”
“누가 감히 짐이 아끼는 그대를 참살한단 말인가?”
효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많고 많사옵니다. 소신의 목 따위는 중요하지 않사옵니다. 황제폐하 간청 드리옵니다. 공주 조연을 칭기즈칸의 비로 보내는 것이 가한 줄 아옵니다.”
순간 대전이 술렁거렸다.
“공주 조연을?”
효종도 놀라 학준을 봤다. 이 순간 대전이 술렁거렸다.만약 그리 된다면 송은 고려와 외교적 마찰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그렇사옵니다. 공주 조연은 민심을 어지럽히고 신료들에게 뇌물을 증여하며 백성들의 고혈을 짜고 있나이다.”
효종은 학준의 간언에 학준도 자신이 알고 있는 뭔가를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하라!”
“황제폐하!”
“그만하라! 공주 조연은 가여운 공주다.”
“황제폐하!”
“닥치라고 했다.”
효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학준!”
“예. 황제폐하!”
“공주 조연을 칭기즈칸의 비로 보낼 수는 있다.
허나 공주 조연을 무고하는 것은 황실을 기망하는 짓이다.”
“소신은 황실을 기망한 적이 없사옵니다.”
“닥치라고 했다.”
“간관이 입을 닫으면 누가 황제폐하의 귀를 열어 들이겠나이까?”
“여봐라!”
“예. 황제폐하!”
“무엄한 학준을 옥에 가둬라!”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신료들은 그럼 그렇지 하는 눈빛으로 학준을 봤다. 그리고 그런 신료들을 찰나의 순간이지만 효종이 노려봤다.
“신의 간언을 묵살하지 마소서!”
학준은 밖으로 끌려 나가면서도 효종에게 소리를 쳤다.
“공주를 정하는 일은 깊게 고심할 것이다. 이것으로 오늘 대전회의는 마칠 것이다.”
효종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을 빠져 나갔다.
“학준을 은밀히 내전으로 데리고 와라.”
효종이 자신을 호종하는 태감에게 나직이 말했다.
“예. 황제폐하!”
“그 누구도 봐서는 안 된다.”
“명심하겠나이다. 깊은 밤에,,,,,,,.”
“그리 하라!”
그때 저 멀리서 상황제를 모시는 또 한 명의 태감이 효종을 행해 뛰어오고 있었다.
“벌써,,,,,,,.”
효종은 인상을 찡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