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5권 -- >8. 송의 외교적 변화?송나라의 대전.송황제 효종이 근엄하게 옥좌에 앉아 단상 아래를 내려 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는 작금의 현실이 못마땅한 듯 찡그리고 있었고 송나라의 신료들은 그런 송황제의 표정을 살피기 급급했다.
“그대가 초원의 대부족인 칭기즈칸의 사신이라고?”
효종을 찡그리게 한 것은 칭기즈칸이 보낸 사신 진문관 때문이었다.천하의 주인인 천자를 자청하는 송황제였다.
물론 그것을 금도 고려도 인정하지 않지만 말이다.더욱 그의 표정이 짜증스러워지는 것은 조공을 보낸 것이 아닌 당당히 외교를 논하고자 보냈다는 신하의 보고를 받고 진노하기 일보직전이었다.
하지만 금에도 송의 간자들이 있기에 칭기즈칸이 금에서 보낸 사신들을 모두 척살 했다는 보고를 받은 상태였다.그렇기에 지금 효종은 지금 몽골족의 사신인 진문관을 접견하고 있는 거였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중원의 말이 능숙하군.”
“소신은 중원인 이옵니다.”
“중원인이 어찌 초원까지 가서 칭기즈칸이라는 대족장의 부하가 됐지?”
효종은 진문관을 칭기즈칸의 신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신하를 거느리는 것은 최소한 왕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효종의 생각이었다.비록 효종이 송의 황제 중에서 으뜸가는 성군이라고 해도 그는 여전히 초원의 몽골족을 오랑캐로 여기고 있었다.
“신의 조부께서 북송이,,,,,,,,.”
진문관은 말을 하다가 말고 머뭇거렸다.
“북송이 망했을 때 끌려 간 모양이군.”
“끌려 간 것이 아니라 살아남고자 초원으로 이주를 했나이다.”
“그런가?”
효종은 진문관을 빤히 봤다.또 사실 효종이 진문관을 접견하는 것은 초원의 말을 얻기 위함이었다.
초원에는 수많은 말들이 있다.말은 전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부국은 이미 이뤘고 강병까지 이루고자 하는 효종에게 초원의 전마는 무엇보다 필요한 거였다. 효종의 입장에 말과 곡식을 바꾸는 일이라면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그대가 중원인 이라고 하니 짐이 하나 묻겠다.”
“하문 하소서!”
“그대의 족장인 칭기즈칸이라는 자는 어떤 자인가?”
순간 진문관의 표정이 찰나지만 찡그려졌다가 다시 미소가 머금어졌다.
“칭기즈칸께서는 초원의 주인이십니다.”
“초원이야 버려진 땅이지.”
효종은 역시 몽골족을 그저 오랑캐라 여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진문관을 유심히 살피는 것 같았다.무슨 의도가 있기에 이러 진문관을 도발하는 것 같기도 했다.
“버려진 땅이라고는 하나 중원의 고금을 통해 그 버려진 땅에서 중원의 주인이 여럿 나왔사옵니다.”
“뭐라?”
효종이 진문관을 노려봤다.하지만 진문관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최초로 중원을 통일한 진시황은 오랑캐인 돌궐들이 두려워 만리장성을 쌓았다. 그리고 5호16국 시대에 강성한 나라들은 중원인들이 말하는 오랑캐가 대부분이었다.
또 지금 천하의 주인이라 소리치는 금도 여진족이라는 오랑캐였다.
“오랑캐의 주구는 함부로 말하지 말라!”
송에서도 혈기 넘치는 젊은 무장은 존재하는 모양이다.
“황제폐하!”
진문관은 젊은 무장의 일갈에도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효종을 불렀다.
“왜 그러는가?”
“황제폐하와 송의 신료들은 저를 오랑캐의 주구로 여기시는 것 같사옵니다.”
“그렇다고 한 적은 없네.”
“허나 이 대전에서 진정 오랑캐인 것은 황제폐하의 신하들인 것 같사옵니다.”
“무엇이라?”
효종이 인상을 찡그렸다.
“오랑캐로 불리는 몽골족도 칭기즈칸이 노예와 이야기를 할 때라도 함부로 나서지 않습니다. 예법을 모르는 몽골족도 그럴 것인데 어찌 예법을 아는 분들이 이러시는 것입니까.”
“으음,,,,,,,.”
진문관에게 크게 한 방 먹은 효종이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대는 범상치 않은 인물이군.”
“저는 그저 말을 전하는 자에 불과하옵니다.”
“말을 전한다?”
“그렇사옵니다. 저는 몽골의 사신으로 왔나이다. 초원을 통일한 칭기즈칸의 뜻을 황제폐하께 전하고자 왔나이다.”
“무엇인가?”
이제야 본격적인 본론이 나올 차례였다.효종도 많은 신료들 앞에서 당당한 진문관에게 끌리는 눈빛으로 변해 있었다.
“칭기즈칸께서는 송황실과 혼맹을 맺고자 하옵니다.”
“혼맹?”
효종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엄하다. 어찌 감히 변방의 오랑캐가 송황실을 능멸하는가?”
무장 하나가 다시 나섰다.
“닥치라!”
진문관도 조금 전과 다르게 소리를 질렀다.
“내 비록 오랑캐로 불리지만 공맹의 도리를 아는 유학자다. 어찌 신하가 주군의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냐? 나는 일국의 사신으로 온 것이다. 사신으로!”
“뭐라? 사신! 변방의 오랑캐가 어찌 일국을 운운하는가?”
“초원은 송보다 더 넓은 땅이다.”
“이놈이!”
스윽!그때 검까지 뽑아드는 무장이 있었다.
“멈추시게.”
송의 중신 하나가 검을 뽑아든 무장을 나무라듯 말했다.
“송구하옵니다. 대승상!”
“진문관 사신에게 내가 부끄럽군.”
대승상이 그렇게 말하자 진문관이 대승상에게 허리를 숙였다.
“격동한 제가 부끄럽습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닌가? 진문관!”
효종의 말에 진문관이 살짝 미소를 보였다.
“송의 무장들은 혈기가 왕성하고 패기가 있다는 것을 신이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짐을 조롱하기 위해 그러는 건가?”
“어찌 감히!”
다시 한 번 진문관이 효종에게 허리를 숙였다.
“신료들은 이제 아무도 나서지 마라. 비록 몽골족이 오랑캐라 불리지만 여기 온 진문관은 덕망이 있고 용기가 있는 대장부다. 짐이 그와 이야기를 할 것이다.”
“예 황제폐하!”
“진문관!”
“예. 황제폐하!”
“그대의 주인이 짐과 혼맹을 맺고 싶다고 하는데 사위가 되고 싶은가? 아니면 짐이 사위가 되어야 하는가?”
이것은 미묘한 문제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법도와 합당한 신분이 있사옵니다.
저의 주군이신 칭기즈칸은 법도를 아시는 분이십니다. 천자이신 황제폐하의 장인이 어찌 되겠사옵니까? 칭기즈칸이 말씀하시기를 송황실의 사위가 되어 송의 부마국이 되고 싶다 하셨사옵니다.”
실리를 택하는 진문관이었다.만약 몽골족의 공주를 보내면 그건 볼모가 되는 일이다. 그것은 송도 마찬가지였다.
“칭기즈칸이 짐의 부마가 되고 싶다고?”
“그렇사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저희는 금왕 따위는 두렵지 않사옵니다. 금의 근본은 여진족! 칭기즈칸과 몽골족은 여진의 개들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직 덕으로 다스리는 송황실을 우러러 볼 뿐이옵니다.”
이제는 저자세로 나가는 진문관이었다.허리를 굽히는 것은 실리를 얻기 위함일 거다. 이미 칭기즈칸에게 이리 하겠다고 보고한 진문관이기도 했다.
“그런가?”
“그렇사옵니다.”
“그럼 짐이 솔직하게 하나 묻지?”
“하문 하시옵소서!”
“그대의 주군은 병력을 어느 정도 거느리고 있지? 짐은 100만 대군이 있지.”
“칭기즈칸께서는 10만의 전사들이 있사옵니다.”
“겨우 10만?”
효종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시옵니까?”
“겨우 10만으로 금과 척을 졌단 말인가?”
“지금까지 송나라 100만 군대가 하지 못한 것을 칭기즈칸의 전사들이 했사옵니다.”
“으음,,,,,,,.”
또 한 번 크게 한 방 먹은 효종이었다.‘저놈 보통이 아니군. 신하를 보면 주인을 안다.’효종은 진문관이 예사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그가 섬기는 칭기즈칸도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 순간 한숨을 쉬는 송의 신료들이었다. 황제의 엄명이 있었기에 나서지 못하는 거였다.
“맞는 말이다.”
“칭기즈칸의 전사들은 허벅지에 살이 없사옵니다. 말에서 태어나 말에서 자랐사옵니다. 그리고 말에서 죽습니다. 그런 기마궁병들이 10만이옵니다. 또한 장정들이 창검을 들면 병사가 되니 급박한 일이 생기면 30만으로 증원 될 것이옵니다.”
진문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효종이었다.사실 송나라 군대는 100만이라도 용맹한 장수가 없고 강한 병사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이제는 고려의 눈치를 보고 금의 눈치를 보는 거였다.
그래도 공주 조연 때문에 국경선을 올리는 쾌거를 자신의 치세에 이룬 것도 대단한 일이라 여기는 효종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효종이었다.또한 고려의 팽창이 못마땅한 효종이기도 했다.
예전 고려는 신하의 나라는 아니라도 아우의 나라쯤은 되었다. 하지만 작금 고려 황제 회생 때문에 이제는 그 입장이 반대로 되어 가고 있었다.또한 민가까지 고려풍이 유행하고 있었고 무역 역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었다.
금에게 굽실거리는 송지만 고려에게까지 그러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분명했다. 또한 금이 지금은 평화정책을 쓰고 있지만 물론 그 평화정책이라는 것도 고려 때문에 도발을 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언젠가는 자신들을 침략할 거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효종이었다. 그때가 되면 과연 고려가 자신을 도울지도 의심스러웠다.
“금과는 완벽하게 척을 진 것인가?”
“칭기즈칸은 금을 수년 안에 멸망시킨다고 공표하셨사옵니다.”
“금을?”
웃음이 나오는 순간이다.
“그렇사옵니다. 금의 장수들도 허벅지에 살이 붙었사옵니다. 또한 약졸로 변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작은 땅을 가진 고려에 그리 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듣고 보니 그렇기도 했다.자신도 고려가 급습을 해서 금을 물리치고 요동을 차지했다는 보고만 받았지 고려와 직접 접전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저 금이 강하기에 그런 금을 이긴 고려가 강해졌다고 생각을 했다.하지만 금이 약해졌다면 고려 역시 그리 강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효종이었다.
“그대의 말이 옳다.”
“황제폐하! 그렇다면 저의 주군께 은혜를 내려주시는 것이옵니까?”
“강성한 혼맹?”
“그렇사옵니다. 결코 칭기즈칸은 금왕이 장인의 나라를 함부로 범하는 것을 북쪽에서 묵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다시 말해 금군이 남진을 하면 북쪽에서 공격을 하겠다는 건가?”
“물론이옵니다.”
효종은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좋군. 내 신료들과 깊게 상의한 후에 뜻을 전하겠노라.”
“예. 황제폐하!”
“몽골의 사신인 진문관을 사신관으로 안내를 하라!”
사실 지금까지 진문관은 그저 고급 유곽에 머물고 있었다. 이제야 사신의 대접을 받는 진문관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보니 그의 모습은 장의 같았다.진국의 책사 장의!그가 환생한 것처럼 그의 언변은 뛰어났다.
“신! 물러가겠나이다.”
그렇게 진문관은 송의 대전을 떠났다. 사실 효종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칭기즈칸의 청(?)을 들어주고 싶었다.생각을 해 보니 금의 북쪽을 위협하는 존재가 있는 것도 나쁠 건 없다는 생각이 드는 효종이었다.
“황제폐하!”
대승상이 조심히 효종을 보며 그를 불렀다.
“할 말이 있으시오?”
“비록 언사가 요사스럽기는 해도 득이 되는 것은 분명하옵니다.”
역시 대승상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아니 되옵니다. 어찌 그 험한 곳으로 고귀한 공주마마를 보낸단 말입니까?”
하지만 송 황실에 명석한 신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명석한 신하들만 있다면 이리 금에 밀리고 고려에 치이는 송이 되지도 않았을 거다.
“금의 북쪽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오.”
혼맹을 반대하는 투로 말한 신하에게 효종이 꾸짖듯 말했다.
“오랑캐는 믿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비록 금의 북쪽을 견제 할 수도 있사옵니다. 하지만 그들이 끝까지 신의를 시킨다는 보장은 없사옵니다.”
“그렇지요. 영원한 동맹은 없소이다. 동맹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송이 강병을 이루는 길 뿐이오.”
“이미 고려와 혼맹을 맺은 상태입니다. 황제폐하! 고려만으로도 충분히 무도한 금을 막을 수 있사옵니다.”
“고려는 바다 너머에 있소이다. 또한 이미 그들은 신의를 저버렸소이다.”
효종의 말에 신료들이 인상을 찡그렸다.사실 공주 조연에게 뇌물을 받지 않은 신료들은 없었다. 또한 고려에서 보내는 막대한 이익을 거부하는 신료들도 없었다.사실 송 황실에는 친 고려파들이 득세를 하고 있었다.
물론 그 중심에 미망인이 된 공주 조연이 있었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고려야 말로 혼맹으로 맺어진 혈맹이옵니다.”
한 신하의 말에 효종이 인상을 찡그렸다.
뭔가 엄청난 것을 효종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여기서 밝혀도 저것들은 달라지지 않아.’효종은 인상을 찡그렸다.
분명 효종은 고려에 대한 심경 변화가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