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564화 (564/620)

< -- 간웅 25권 -- >7. 전중감의 선택?벽란도 인근에 있는 허름한 유곽.이곳까지 부른 이 없고 기다린 이 없으나 자신의 외손자 왕도를 백화황후에게 맡기고 온 이의방은 죽어가는 호랑이처럼 바위가 되어 그 자리에 앉아 언제 따라놓은 술잔인지 모를 술잔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그저 하늘거리며 타고 있는 초를 보며 이의방이 술잔을 비우기를 상선 최준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둘의 만남은 죽어가고자 하는 호랑이와 죄 많은 늙은 여우의 만남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으음,,,,,,,."

"한숨만 쉬시는군요. 개경공."최준이 말을 꺼내지 않고 있는 이의방을 보며 먼저 말을 꺼냈다."그때도 이 자리였지."그 말과 함께 이제야 술잔을 들어 든 이의방이다."그렇지요. 참으로 참담한 일을 꾸민 자리가 이 자리였지요."

"이 자리에 세월이 흘렀고 그분만 안 계시는군."

"아주 잘 이용하신 것 같습니다. 참으로 왕도 황자께는 참으로 묘수 중에 묘수입니다. 건곤일척의 묘수입니다. 허나 그 모든 죄를 어찌 받으시렵니까?"

"내 죽어 다 받지. 내 손에 많은 피를 흘렸으니 극락에는 가지 못할 팔자고 그분 역시 극락에는 아니 계실 것이니 외롭지는 않을 것이야!"

"일이 이리 되었습니다."

"이리 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

"그렇습니다. 어미의 마음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공예태후마마께 그저 감사할 뿐이지."

"참으로 죄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고려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한 일이었네."

"그때는 아니었지요."

"으음,,,,,,,."최준의 눈에는 살벌함이 더해졌다."나를 원망하는가? 아니면 공예태후마마를 원망하는가?"

"지금 누구를 원망해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그때의 저도 아비의 마음이었습니다. 백화마마는 아니 된다고 생각을 했기에 동참한 것이옵니다.

태후마마의 엄명이 아니라 저의 의지였단 말입니다."

"그 죄의 속죄라고 생각하시게."

"속죄요?"상선 최준이 이의방을 노려봤다."그래."

"어떻게 그것이 속죄가 됩니까? 백화황후께서는 더는 회임을 하시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제가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아들을 하나 보내지 않았나?"

"참으로 매정하시고 사악하십니다."

"그대 또한 그렇지."

"황제폐하께 지은 이 불충을 어찌하겠습니까?"

"불충이라,,,,,,."

"그렇습니다. 불충입니다."

"그날의 일은 그대와 나 그리고 공예태후마마만 아시는 일이지. 나도 지옥으로 가고 그대도 갈 것이네."

"그것으로 족하겠습니까?"

"부족하겠지. 허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네. 나 역시 아비의 마음이었지. 공예태후마마도 영화공주를 위해서 그리 하셨고 나도 연이를 위해 그리 했고 그대 역시 황제폐하를 위해 그리했지. 잘못된 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 한 부모의 마음이지."

"으음,,,,,,,."

"무덤까지 입 다물고 가는 것이네."

"허나,,,,,,,."

"허나? 그럼 어쩔 것인가? 이 마당에서 밝히기라도 하겠다는 건가?"이의방이 상선 최준을 노려봤다."그럴 수는 없지만,,,,,,,."

"그럼 입 꾹 다물고 황제폐하를 위해 백화황후마마를 위해 불탑을 짓고 속죄나 하시게."

"으음,,,,,,,."상선 최준은 신음소리를 내며 앞에 놓은 잔을 마셨다."그날을 후회하는 모양이군."

"아니 후회하십니까?"

"난 후회 같은 것은 하지 않네. 아니 아주 잘된 일이야! 곧 왕도가 황제가 되네. 왕도야 말로 황제폐하의 대의를 받들 이 고려의 적장자네."분명 회생의 장자는 귀비의 소생 왕이다. 물론 왕이는 적장자는 아니다. 귀비가 황후가 아니니 말이다."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전중감과 황제폐하의 독대는 어찌 되었나?"

"아직 독대 중일 것입니다. 결정하기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자기 날개 꺾이는 줄도 모르고 마물에 눈이 멀어 결단을 내리겠지. 어리석은 위인!"이의방은 그렇게 말하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이제 어떻게 하실 참이십니까?"

"무엇이 말인가?"

"개경공 말씀입니다."

"이 현세에서 지옥을 만들 참이네. 파락호로 살아가야겠지."

"참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내가 말인가?"

"그렇습니다."

"욕심 많은 늙은이로 늙어버렸어. 겁도 많고."이의방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술을 따라 마셨다.

"다시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하네."

"알겠습니다."

"나를 찾지도 말게."

"예. 그러지요."

"그리고,,,,,,,."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왕도를 부탁하네."

"확답이 없군."

"이제는 황제폐하의 뜻에 따라 움직일 것입니다."

"그 뜻이 왕이에게 있다고 해도?"이의방의 말에 최준도 인상을 찡그렸다."황제폐하의 뜻이 왕이 황자께 있다면 아니 될 것도 없지요."

"폐하의 마음이 왕이 황자에게 있다? 과연 그럴까?"

"그건 모르는 일이지요. 부처님의 마음도 모르는 제가 어찌 황제폐하의 마음을 알겠습니까?"

"두고 보세. 두고 보면 알 것이야!"

"그렇겠지요."

"오늘 따라 공예태후마마를 뵙고 싶군."

"그럼 스스로 졸 하시면 됩니다."상선 최준의 말에 이의방이 피식 웃었다."졸하라? 그게 그리 쉬운가. 가시게 이 밤에 마실 술이 많네."이의방의 말에 상선 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잘 살피시게. 황제폐하께서 이루신 이 고려가 다음 대에 신라가 되지 않게 잘 살피고 처신 하시게."이의방의 말에 상선 최준은 아무 답도 없이 밖으로 나갔다.

황제의 내실.이 밤은 고려 역사에 많은 것을 바꿔놓기 충분할 만큼 음산하다 할 것이다.

내 앞에 꼭 입을 다문 전중감이 고개를 숙이고 내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지금 내 장인이라 할 수 있는 전중감을 사지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었다.참으로 음산하고 참혹한 밤일 것이다.

허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 장자 왕도가 귀비의 몸에서 태어났으니 말이다.

‘장자가 다르다. 다른 것은 이 고려에서는 이제는 틀린 것이 되는 것이야!’그 생각에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약속한 것처럼 귀비의 조부의 나라를 찾아주는 것이야!’물론 그 궁극의 목적은 약탈 전쟁이 될 것이다.귀비의 조부의 공국인 키예프 공국은 밀이 넘쳐나는 곳이다. 또한 외세의 침입이 많지 않았다.

고려로 가져올 것이 많은 곳일 것이다.‘제주에서 크고 있는 감자와 옥수수를 기다리는데 1년이 걸린다. 또 신주 총독인 조동희가 돌아오기까지도 1년이 걸린다.

’시간이 문제였다.물론 키예프 공국을 급습해서 약탈해 오는 것도 1년은 걸릴 것이다. 하지만 키예프 공국을 공격하므로 써 많은 것이 얻어질 것이다.

내부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 모든 통치자들이 이런 방식을 쓴다.

또한 내 장자에게 아비로써 마지막으로 베풀 수 있다. 그리고 위협이 되고 위험스러움이 될 수 있는 전중감의 힘을 약화 시킬 수 있다.‘괘씸하게 중원에 15만 이상의 병력을 양성하고 있단 말이지.’신라방!그곳에서 힘을 키우고 있는 전중감인 것이다.

만약의 사태가 난다면 그의 신라방 15만 장정들은 고려의 힘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장자 왕이의 힘이 될 것이다.그럼 고려는 내분이 일어나게 된다.

고구려를 기억할 것이다.강성한 제국이었으나 내분으로 무너진 고구려를 기억할 것이다.

내가 이룬 고려처럼 급작스럽게 팽창한 제국은 그것을 만들어낸 존재가 사멸하면 급격하게 무너지는 성향이 있다.그러니 대비할 것이다.

그 첫 대비가 전중감의 힘을 약화시키고 가슴이 쓰리지만 내 장자 왕이를 멀리 키예프로 보내는 것이다.

“이 깊은 밤에 부르셔서 놀랐습니까?”

내 말에 전중감이 조심히 고개를 들어 날 봤다.

“아니옵니다. 황제폐하!”

“짐에게 하실 말씀이 없습니까?”

난 이미 최준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전중감에게 말해주라고 했다. 이제 그가 어찌 나오느냐가 중요했다.

“예?”

“진정 짐에게 할 말이 없소이까?”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시치미를 한 번 떼보겠다는 거다.

“이 황궁에 귀비와 전중감의 사람을 빼면 아무도 없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전중감이 사람을 심어 놓은 것부터 걸고 넘어져 볼 참이다.

“어, 어찌,,,,,,,,.”

“목소리가 떨리시는 것을 보니 풍문만은 아닌 가 봅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매섭게 전중감을 노려봤다.

“그, 그것이,,,,,,,.”

“사람을 옆에 그리 많이 두셔서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

내 말에 칼이 담겨 있다는 것을 전중감을 알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가 괘씸했다.쓰러져가는 신라방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이 따지고 보면 나다.그리고 자신의 딸을 귀비로 만들어준 것도 나다.

그런데 지금 그는 내 다음을 꿈꾸고 있었다. 허락하지 않은 것을 바라는 것은 불충이다.

“소, 소신은,,,,,,,,.”

이미 내가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아니 내 다음 말이 어떤 것인지 두려운 것이다.

“말씀을 하세요.”

“소신은 그저 힘없는 아비일 뿐입니다. 도한 귀비는 가여운 제 딸이옵니다. 용모가 다르다고 하여 이리 홀대를 받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보옵니다.”

돌려 귀비를 위해 그리 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 그대가 이럴 줄 알았소.’이제 미끼를 던질 차례다.

“힘없는 아비의 마음?”

“그렇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셨소이까?”

순간 전중감이 나를 올려 봤다. 꼭 다문 입술을 비장하기까지 했다.

‘그도 황족의 후예지.’비장할 때 비장해질 수 있는 것이 황족이다. 그리고 그는 천년 역사를 가진 계림의 후손이다. 황룡의 후손!그가 바라는 것은 아마도 이 요동에 또 하나의 계림을 만드는 걸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장자 왕이가 황제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난 그것을 불허할 참이다.

“황제폐하께 이 늙은이가 목을 내놓겠사옵니다.”

역시 비장하고자 한다.물론 내가 이리 몰아넣는 거였다. 모든 것을 말해줬으니 말이다.

“목을 내놓으시겠다고요?”

“그렇사옵니다.”

“무슨 죄라도 지으셨습니까?”

“죄라면 죄지요. 귀비가 고려인이 아니라는 것이 죄라면 죄지요. 허나 귀비의 신분 또한 백화황후나 이연 황후에 비해 부족함이 없다고 봅니다.

또한 소신도 그분들의 아비들이 이 고려에 위해서 한 일에 비해 부족함이 없다고 보입니다.”

정말 목을 걸고 있는 것이다.

“진정 목을 거셨습니다.”

절벽 끝으로 몰아넣고 어찌 할지 보고 있는 나다.

“그렇습니다. 황제폐하!”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지요?”

“왕이 황자는 황제폐하의 장자이십니다.”

“그래서요?”

“황제폐하의 장자라는 말씀이십니다. 어찌 황제폐하의 장자를 낳은 여인이 아직 귀비이옵니까? 그래서 사람을 모았습니다. 그것뿐이겠습니까? 황제폐하께서 아시듯 중원에 신라방 휘하에 장정 15만이 있사옵니다.”

“사병이지.”

이것은 절벽 끝에 선 자의 협박일 것이다. 물론 15만의 병력이 나를 위협할 수는 없다.

아니 위협조차 될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급작스럽게 붕어라도 하는 날이에는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다.그것을 무엄하게도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병이라면 사병이지요. 등짐을 지는 사람이라면 그렇기도 하옵니다.”

“그래서요?”

“이 황궁에 있는 모든 외척들이 저를 비롯해서 모두가 태자의 선택에 촉각을 세우고 있사옵니다.”

“태자? 왕이를 태자로?”

“그렇사옵니다.”

“겨우 3살짜리를 두고 태자책봉을 운운할 때라고 보십니까? 이 고려는 지금 오랜 가뭄 때문에 국란에 빠져 있습니다.”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이 신라방이옵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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