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563화 (563/620)

< -- 간웅 25권 -- >아마도 부셔버렸을 것이다. 나를 인정하지 않는 존재들은 모두!

“소인은 무슨 말씀이신지,,,,,,,.”

“짐이 하는 말을 모르겠다는 것이냐?”

“망, 망극하옵니다.”

그러고 보니 놀려 먹기 좋은 놈이다. 또 아우이기도 하고.

“그런 것이 있다.”

“예. 황제폐하!”

“네가 상선의 양자라지?”

“그렇사옵니다.”

“아버님에게 잘 해라.”

“예. 황제폐하!”

“너래도 잘 해 드려라!”

“예?”

어린 환관은 또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날 봤다.

“또 망극한 일을 저질렀군.”

“망, 망극하옵니다.”

“전중감이 늦는군.”

“대궐에 들어섰다다는 기별이 왔습니다.”

“곧 오겠군.”

난 순간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그 눈빛에 어린 환관이 겁을 먹었다.-황제폐하! 전중감 들었사옵니다.카랑카랑한 상선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꽤나 늙어 힘이 빠진 목소리였다.

“들라 하시오.”

스르륵 내실의 문이 열렸고 입을 꼭 다문 전중감이 들어섰다.

“상선!”

“예. 황제폐하!”

“긴밀한 이야기를 할 참이니 모두 물리시오.”

“예. 황제폐하!”

상선이 물러나며 어린 환관에게 눈치를 줬다. 그리고 어린 환관도 뒤로 물러나 내 내실을 빠져 나갔다.황제의 내실 전각 앞.저 전각 안에는 이제 오직 고려 황제와 전중감만이 들어 있다.

그리고 그 전각을 상선이 물끄러미 보고 있었고 그의 옆에는 어린 환관이 상선을 보고 있었다.물론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무기를 든 별초와 검을 찬 환관들이 전각을 경계하고 있었다.

“실수는 없었겠지.”

눈빛은 매서워도 말투는 부드러운 상선이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아버님!”

“너의 소임은,,,,,,,.”

“황제폐하의 용안을 살피고 불편한 곳이 있는지 없는지 파악하고 위급한 일이 있으면 황제폐하를 보위하고 대전에서 들은 일은 또 내전에서 들은 일은 눈알이 뽑혀도 혀가 뽑혀도 발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 어떤 경우에서도 황제폐하를 판단하지 않고 황제폐하의 지시라면 그 아비를 죽이는,,,,,,,.”

“더!”

“아비를 죽이는 일이라도,,,,,,,,.”

“해야지.”

“아버님!”

“그것이 환관의 소임이며 훗날 상선이 될 너의 소임이다.”

“그런데 아버님!”

“무슨 일이 있었느냐?”

“황제폐하께서 이상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무슨 말씀을?”

“아버님께 잘 하라 하셨습니다.”

“황제폐하께서?”

“그렇습니다.”

“자식이 아비에게 잘하라고 교육하시는 것이 뭐가 이상하더냐?”

“그것이 그 뒷말이,,,,,,,.”

“뒷말이?”

“너래도 잘하라 하셨습니다.”

그 말에 상선이 자신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황제폐하!”

“왜 그러시옵니까? 아버님!”

“너는 모른다. 너는 모를 것이다. 하하하! 소신이 사람을 잘못보지 않았사옵니다.

하하하!”

이 밤은 상선에게는 최고의 밤일 것이다. 하지만 전중감에게는 최악의 밤이 될 수도 있었다.

“아버님!”

“소신이 황제폐하께 불충을 저질렀는데 어찌 옛정을 잊지 못하시고,,,,,,,.”

상선 최준의 말에 어린 환관이 그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이의방과 저지른 불충을 어찌 씻을지,,,,,,,.’백화황후의 처소.백화의 이의방은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한동안 말이 없고 앞에 놓은 차만이 김을 피어 올리고 있었다.

“깊은 밤에 무례를 범했습니다. 황후마마!”

이의방이 먼저 정중히 말을 꺼냈다.

“연통을 받았습니다. 어인 일로 이 깊은 밤에 궁인들의 눈을 피해 오셨습니까?”

온화하다.예전의 백화와는 다른 모습이었다.그녀의 침대에서는 어린 공주가 잠들어 있었고 그 공주가 깨지 않게 하기 위해 이의방도 나직이 말하고 있었다.

“공주마마와 같이 주무시옵니까?”

“그렇지요. 황후이기는 해도 또 저 아이의 어미지요.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아무리 백화가 권력쟁투에서 물러났다고 해도 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 밤에 이의방이 찾아온 것은 엄청난 말을 하기 위해 온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또한 그 엄청난 말을 듣기위해 백화도 기다리고 있었다.그래서 청을 물리지 않은 백화였다.

“소신이 간청을 드릴 것이 있사옵니다.”

이의방이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순간 백화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왜 이러십니까? 개경공께서는 황제폐하의 장인이 되십니다.”

백화가 놀라 급히 다가가 이의방을 일으키려고 했다.

“소신의 간청을 들어주십시오.”

“간청이라니요. 개경공께서는 황실의 어른이십니다.”

“힘없는 외척이기도 하지요.”

“힘이 없기로는 저만큼 없겠습니까. 어서 일어나세요.”

“들어주시는 것입니까?”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어찌 확답을 드리겠습니까? 어서 일어나세요.”

그제야 이의방은 못이기는 척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청난 부탁을 하시려고 이리 오셨군요.”

“늙은이의 간청입니다.”

“무엇입니까? 왕도에게 힘이 되어 달라는 청이라면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저는 권력쟁투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공주가 잘 크고 조양과 혼례를 올려 무탈하게 사는 것이 낙인 사람입니다.”

“알고 있사옵니다.”

“그럼 무슨 청을 하시러 오신 것입니까?”

“제 딸인 이연황후는 병약합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황자인 도를 양육하기에는 너무나 약합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자 도의 어머니가 되어 주십시오. 그리고 지켜주십시오.”

“무슨 말씀이십니까?”

백화는 놀라 이의방을 뚫어지게 봤다.

“말 그대로입니다. 왕도를 가엽게 여겨주십시오.”

“이연황후가 살아 있는데 어찌 제가 도를 맡긴다고 하시는 것입니까?”

“소신은 도를 지킬 힘이 없사옵니다.”

“진정 힘이 없으신 것입니까?”

백화가 이의방을 뚫어지게 봤다.

“있어도 없사옵니다. 힘이 있다고 한다면 모두 내려놓을 것입니다.”

“저 역시 힘이 없습니다.”

“황후께는 황제폐하가 계시지 않습니까?”

“왕도를 태자로 만들어 달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백화가 이의방을 노려봤다.이것은 이의방에게는 도박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아니옵니다.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백화황후께서도 춘추 미령하십니다. 언제든지 황자마마를 생산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켜만 달라는 것입니다. 간악한 전중감으로부터 또 이 삭막한 황궁에서 도를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제가 황자를 생산하면 그 쟁투에 뛰어들지도 모릅니다.”

백화의 말에 이의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화마마의 소생께서 태자가 되시면 왕도는 무사할 것입니다. 허나 왕이가 태자가 되면 왕도는 죽습니다.”

백화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실 요즘 전중감의 전횡이 눈에 거슬리는 백화이기도 했다.

“그래서요?”

“양자로 삼고 아들처럼 위해주십시오.”

“건곤일척의 수를 두시는군요.”

“왕도와 자 여식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직접 지키면 되지 않습니까?”

“소신은 황제폐하를 너무나 잘 알고 있사옵니다. 외척의 발호를 두고 보실 황제폐하가 아니십니다.”

“그래서 스스로 두 손을 묶고 나를 전면에 세우겠다는 겁니까?”

“살려 주십시오. 다 지난 일이지만 황후마마와 저는 목숨을 걸고 간적 정중부를 벤 동지이지 않습니까.”

“구차하게 옛일까지 들추시는군요.”

“늙으면 모두 구차해집니다.”

“제가 만약 황자를 생산한다면 어찌 하실 겁니까?”

“그리 된다면 조씨 가문이 황후마마를 지켜 줄 것입니다. 또한 미욱한 힘이지만 개경도 황후마마를 도울 것입니다.”

“조 씨 가문!”

이제는 고려 최고의 명문이며 최고의 힘을 가진 가문이다.두 개의 군단의 군권을 쥐고 있는 가문이니 말이다. 또한 고려의 영웅이 된 조양이 자신의 사위가 되는 자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만약 황자를 생산하면 어쩌면 정말 어쩌면 왕도를 제일 먼저 제거할 것입니다. 제가 아닌 황자의 어미로 말입니다.”

백화의 말에 이의방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살려만 주십시오. 그리해 주시면 이 늙은이 죽어서도 그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참으로 묘수를 두셨습니다.”

백화가 이의방을 노려봤다.공주만 잉태한 황후의 입지는 좁아지게 된다. 그렇기에 이의방은 자신의 딸에게 황자 왕도를 빼앗아 백화에게 주고 백화는 그 왕도를 등에 엎고 힘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묘수였다.진정 신의 한수라 할 만 할 것이다.

“소신은 백화황후마마의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도가 태자가 되면 저 따위는 안중에도 없지 않겠습니까? 또한 저 아이도 괄시하지 않겠습니까?”

“도가 태자가 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황제폐하께서는 태자가 될 자질이 있는 분을 태자로 삼으실 것입니다.”

“그 자질이 이에게도 있을 수 있지요.”

“허나 용모가,,,,,,,.”

이의방이 나직이 말했다.

“아니 용모 보다는 그 할아비의 품성이 문제입니다.”

“전중감을 너무 천하게 보시는 것 아닙니까?”

“너무 귀하기에 저하 되는 것입니다.”

“너무 귀하기에?”

“그렇습니다. 백화마마도 아시겠지만 전중감은 신라황실의 후예입니다. 다시 말해 황룡의 후예라는 것입니다. 신라가 어떤 나라입니까? 고려에 귀속된 나라입니다.

태자가 되고 황제가 되면 고려는 사라지고 또 한 번 신라가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너무 구차해지는 것 같습니다.”

“살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약한 이연황후를 대신해서 왕도를 양육해 달라고 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우선입니다. 또한 도를 양육하시다가 황자를 생산하신다면 그 형제분들이 얼마나 우애 있게 지내겠습니까?”

이의방이 뚫어지게 백화를 봤다.‘마마께서 더는 용정을 잉태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의방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뇌까렸다.목숨을 걸고 온 요동이다.

또한 목숨을 걸고 황제에게 맞서듯 말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사악한 것은 3년 전부터 백화가 공주를 잉태한 다음부터 그는 오늘을 준비하고 있었다.개경에서 은밀히 아주 은밀히 그렇게 말이다.

‘제가 지옥에 가서 지은 죄는 다 받겠습니다.’이의방은 백화를 보며 다짐하듯 뇌까렸다. 그리고 그런 이의방을 백화가 뚫어지게 봤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황공하옵니다.”

“제 마음에 평화를 깨지 말아야 할 건데,,,,,,,.”

백화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이의방을 봤다.

“건곤일척의 수를 던지고 얻었으니 다시 개경으로 가시는 것입니까?”

“며칠 더 요동에 머물러야 할 것 같습니다.”

“며칠 더요?”

“예. 벌을 받을 일이 있습니다.”

“벌이라?”

“함부로 요동에 왔으니 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황제폐하의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개경에서 요동으로 명이 없이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백화마마께서 위태롭다는 연락을 받지 않으면 결코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전중감은 제가 어찌 막습니까?”

백화의 말에 이의방이 백화를 뚫어지게 봤다.

“예전 공예태후마마께서 하신 것처럼 하시면 되옵니다.”

“예전에,,,,,,,.”

백화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예전 공예태후의 행동이 지금의 황제 회생에게 힘이 됐다. 그리고 오늘날의 황제를 만들었다. 그렇기에 함부로 조양을 움직이고 싶지 않은 백화였다.

“이 고려가 부마의 나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어찌 장담을 하십니까?”

“이 황실에는 강성하신 황제폐하가 계시고 또한 정도전과 같은 충신이 있습니다. 또한 제가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뒤에서 물러나 이득만 챙기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만약 도가 황제가 되어도 저는 개경에 머물 것입니다.

물론 늙은이가 그리 오래 살지는 못할 것입니다.”

백화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도는 제게도 힘이 될 것입니다. 아무리 권력의 욕심이 없어졌다고 해도 뒷방 계집으로 밀려나는 것은 싫으니까요.”

이것은 권력쟁투와는 또 다른 거였다.

“알겠습니다.”

“참으로 묘수를 두셨습니다.”

“감사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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