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5권 -- >금세종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사옵니다.”
“하오나 황제폐하! 오랑캐들의 무도한 짓을 그냥 넘길 수는 없사옵니다.”
태자는 강경하게 말했다. 분명 금나라 태자는 강경파다.
아직도 태자는 금나라의 힘이 최강이라고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국제정세를 보는 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금세종의 근심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었다.'어찌 태자에게 짐의 후대를 맡길 수 있을 고.'금세종은 태자를 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에 반해 완안보를 보는 눈빛은 부드럽기만 했다.
“그보다 앞서서 어찌 몽고의 대족장인 칭기즈칸이 그런 앞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을 버렸는지를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완안보가 또 다른 말을 했다. 이것만 봐도 완안보는 무척이나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무슨 말이냐?”
태자는 사나운 눈빛으로 완안보를 봤다.동생에게 경쟁의식을 느끼는 그런 눈빛이 분명했다.그게 아니라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일 것이다. 다들 그렇다. 옥좌를 두고 형제는 없다. 오직 정적만이 존재할 뿐이다.
“아무리 몽고족이 무지한 자들이라고는 해도 전쟁을 불사할 수도 있는 일을 스스럼없이 저질렀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사옵니다. 우리에게 이런 만행을 저지른다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는 겁니다.”
완안보의 말에 금세종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랑캐에게 분노가 치밀 만큼 참을 수 없는 일이 있었다? 오랑캐는 항상 화가 나 있고 참을성이 없어."태자는 그저 몽고족을 어리석은 오랑캐라 치부했다.역시 보는 눈이 없다.몽고족의 팽창과 통합을 보지 못하는 그었다."신중하게 생각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신중? 겨우 오랑캐란 말이다."
"겨우라고 하셨습니까? 얼마 전까지도 겨우 고려 따위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요동의 변을 일으킨 고려입니다. 우리가 방심을 하는 동안 고려는 요동을 차지했습니다."
"으음,,,,,,,,."태자는 인상을 찡그리며 찡그린 얼굴로 완안보를 노려봤다.
“어찌 된 것이냐?”
금세종이 하급 사신이었던 자에게 물었다. 완안보의 생각에도 일리가 있다고 여긴 거였다.
“소신은 잘 모르옵니다. 소신은 그저 말을 관리하는 자에 불과했사옵니다.”
한쪽 눈을 잃은 자가 황제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사실 그는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도 두려운 자였다.
“너에게 원인을 고하라는 것이 아니다. 어떤 분위기였는지 말하라는 것이다. 사신단의 분위기만 말하면 된다. 보고 들은 것만 말하면 된다. 사신단이 몽고족 대족장에게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느냐?”
완안보가 타이르듯 말했다.
“분위기 말이옵니까?”
“그래! 분위기를 말하는 거다.”
“그것이 우선은 제가 여러 번 사신단 행차를 따라갈 때 느낀 것이지만 대부분의 사신 대감들은 가신 곳의 왕이나 족장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곳의 아녀자들을 희롱하고 또 천대했습니다.”
“무시를 한다?”
“그렇사옵니다. 오랑캐라고 그들이 있는 곳에서 말하며 조롱했사옵니다."
"있는 곳에서?"
"그렇사옵니다. 또 조롱하고 그런 눈빛을 많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섬뜩할 때가 많았습니다.”
"화친을 하라고 보냈는데 그런 짓을 했단 말이지."금세종이 인상을 찡그렸다.원래 몽골 초원으로 사신단을 보낸 것은 고려를 압박하기 위한 외교책의 일환이었다. 그렇기에 복종이 아닌 화친을 위해 사신단을 보낸 거였다.그런데 거들먹거리며 복종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보였으니 이런 엄청난 사단이 난 거였다.
“그게 전부인가?”
완안보가 되물었다."그리고,,,,,,,."
"그리고 또 무엇이냐?"
"사신단의 수장께서 화관과 가까이 지내셨습니다."
"환관과 가까이 지내?"
"그렇습니다. 분명 그리 지내셨습니다."
"귀족이 환관과 친분이 있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태자는 하급 신하가 괜한 소리를 한다는 투로 말했다."송, 송구합니다."
"환관이 무슨 말을 하더냐?"하지만 완안보는 환관이라는 말에 집중했다."잘은 모르옵니다. 하지만 환관도 몽고족들을 무시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했습니다.
"그 환관이 누군가?"금세종이 옆에 있는 태감에게 물었다."이번 사신단 행차에 동행한 환관은 최감이라는 자입니다."
"최감?"금세종과 완안보가 동시에 인상을 찡그렸다."최 씨란 말이지?"
"왜 그러시옵니까?"
"최 씨라면 고려의 성이다."
"그것이 어찌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황제폐하!"태자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과언 그럴까?"
"확인해 볼 필요가 있사옵니다."완안보는 금세종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완안보!"
"예. 황제폐하!"
"너에게 그 소임을 맡기지."
"예. 소자가 반드시 발본색원하겠나이다."그저 태자만이 그 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눈만 껌뻑였다. "그러고 보니 이 황궁에는 고려출신이 너무 많아."금세종이 인상을 찡그렸다."지금 황제폐하께서는 고려출신들이 간자라도 된다고 여기시는 것입니까?"그제야 황제의 뜻을 파악한 태자였다."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거라! 태자! 귀족들의 노비들도 고려출신이 많다. 첩들도 고려출신이 많다.
짐이 알기로는 태자의 애첩도 고려출신이라고 들었다."당연한 일이다.꽤나 오랜 시간 고려는 금에 굴종적인 외교를 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많은 고려인 금에 끌려가 노예가 되고 애첩이 됐다. 또한 회생에 의해 그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허나 그들은 고려에서 버려진 자들입니다."
"버려진 것들에게는 충심은 있겠지."금세종의 말에 태자가 인상을 찡그렸다."이 황실부터 고려 것들을 쓸어내어야 합니다. 세작은 어디에도 있사옵니다."완안보는 핵심을 찍듯 말했다."그리 하라!"금세종은 완안보를 보며 짧게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다시 떨고 있는 하급 환관을 봤다.
“더는 모르겠습니다.”
“물러가라!”
완안보의 말에 하급 관리는 천천히 물러나서 대전을 빠져 나갔다.
“결국은 사신이 칭기즈칸이라는 자를 겁박해서 그런 사태를 만들었다는 건가?”
금세종이 인상을 찡그렸다. 참으로 어리석은 사신단의 수장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였다. 화친을 하라고 보냈는데 반목을 이끌어내고 왔으니 말이다. 아니 돌아오지도 못했다.
“그리 추측이 되옵니다.”
“정벌을 할까? 아니면 화친을 할까?”
금세종도 정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참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장이라면 정벌이 가한 줄 아옵니다. 허나 멀리 보셔야 하옵니다.”
완안보는 금세종에게 신중하게 고했다.
“그건 너무 비겁한 일이다. 너 같은 자가 50만 남방군을 통솔하고 있으니 나약한 남송 놈들이 겁 없이 국경선을 올리는 일이 생기는 거야!”
금태자가 완안보를 무시하듯 말했다. 정적을 무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송구하옵니다. 태자마마!”
“송구할 일인 줄은 아는 것이냐?”
“,,,,,,,.”
완안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자신을 질책하는 자는 금나라 태자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금태자를 무시하는 빛이 담겨 있는 듯 보였다.
“태자는 어찌 하면 좋겠는가?”
“정벌이옵니다. 초원의 오랑캐들을 쓸어 버려 금이 강성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려야 하옵니다.”
“태자는 정벌을 원하고 남방군 총사령은 화친을 원하고 있군.”
“오랑캐와 화친은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시옵니다.”
태자가 완강하게 말했다. 어제의 금이라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금은 그것은 국운을 건 모험이라는 것을 태자는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승상은 어찌 생각을 하시오.”
“신 하후영 아뢰옵니다.”
하후영이라는 자가 힐끗 태자를 봤다.
“태자는 신경 쓸 것이 없다.”
“그럼 소신이 소신껏 말씀 드리겠나이다.”
“말하라!”
“소신의 생각으로는 남방군 총사령이신 완안보의 말이 가한 줄 아옵니다.”
“어찌?”
“남방군을 모두 뺄 수는 없는 노릇이옵니다.”
“대승상!”
태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태자는 가만히 있어라! 신하의 이야기도 들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신하의 간언을 막는군주는 군주의 자질이 없다.”
금세종이 매섭게 일침을 가했다.그 순간 완안보의 입고리가 살짝 올라갔다.
“예. 황제폐하! 소자가 어리석었사옵니다.”
태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남방군 50만을 오랑캐를 정벌하기 위해 빼면 남송과의 국경이 위태롭게 되옵니다.”
“남방군 20만으로도 충분하오.”
금태자는 몽고를 징벌하기 위해 20만이면 충분하다는 투로 말했다. 20만의 대군이면 몽고족에 비해 두 배나 되는 병력이다.
“남방군 20만으로 초원에서 말을 달리고 활을 쏘는 몽고족을 상대하기는 벅차다고 사료 되옵니다. 남방군들은 초원의 지리에 밝지 않사옵니다. 초원을 가본 장수도 없사옵니다. 말 그대로 원정이옵니다. 쉬운 일이 아니옵니다. 또한 남방군의 주력은 수군이옵니다.”
이 순간 요동의 20만 기마군단을 잃은 것이 뼈에 사무치는 금세종이었다.
“또한,,,,,,,,,.”
“또한?”
금세종이 금나라 대승상을 봤다.
“남송과 고려의 벽란도는 그리 멀지 않사옵니다.”
“짐이 남방군을 빼면 바로 혼맹을 맺은 남송이 고려를 끌어드려 후방을 친다는 말인가?”
항상 염려하고 염두에 둬야 하는 문제가 고려였다.지금 고려와 겨우 힘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금세종이었다. 그런데 남방군 20만을 빼면 그 힘의 균형이 무너지게 될 것이고 고려는 그것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였다.
“그럴 수도 있사옵니다. 고려 역시 오랜 가뭄으로 허덕이고 있사옵니다. 국내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릴 곳이 필요한 실정이옵니다.”
대승상의 말에 금세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몽고족을 정벌하는 일에 남방군을 뺄 수는 없겠군.”
“그렇사옵니다. 통탄스러운 일이오나 지금은 초원을 정벌할 병력이 없사옵니다.”
대승상이 병력이 없다고 말해도 금세종은 포기하지 못한 듯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다면 북방군은?”
“북방군이 다시 창설된 것이 겨우 3년이옵니다. 적을 안에서 맞이하는 것보다 정벌하는 것이 어렵사옵니다. 초원에서 전멸할 수도 있사옵니다.”
“북방군 총사령은 어찌 생각을 하는가?”
“신! 오소부 아뢰옵니다.”
“말하라!”
“불충하게도 대승상의 말씀이 옳을 줄 아옵니다. 아직 군영이 온전히 갖춰지지 않았사옵니다.”
“북방군의 정비가 아직이란 말인가?”
“망극하옵니다.”
“그럼 남은 것이 화친이군.”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굴욕적인 순간이었다.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려와 금 그리고 송이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다다닥! 다다닥!그때 대전으로 황급하게 환관 하나가 뛰어 들어와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아뢰오!”
“무슨 일인가?”
“화, 화북의 각성에서 민란이 창궐했나이다.”
“민, 민란?”
금세종이 말을 더듬었다.
“들,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하옵니다.”
환관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이만큼 정도전은 빠르게 움직였다.
“민란이라,,,,,,,,,.”
“어찌 민란이 일어난단 말인가?”
금태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옵니다. 태자마마!”
대승상이 넋두리를 하듯 말했다.
“당연한 수순?”
“굶주린 백성은 폭도가 되옵니다. 고려도 그럴 것이옵니다.”
“으음,,,,,,,.”
“결국 몽고족을 정벌할 때가 아니라는 거군.”
금세종은 결심을 한 듯 말했다.
“망극하옵니다.”
이 순간 모든 신하들이 허리를 굽혔다.
“그럼 화친이군.”
“그렇사옵니다. 망극하게도 그렇사옵니다. 몽고족이 그런 만행을 격분하여 저질렀다면 후환이 두려울 것이옵니다. 그래서 고려와 우호를 다질 수도 있사옵니다.”
“그것은 결코 용납할 수가 없다.”
금세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수레에 황금을 실어라! 그리고 다시 사신을 보내라. 몽고족을 왕국으로 인정한다고 전하라. 아니 대등한 입장으로 외교를 하자고 전하라!”
이 순간이 오판일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역사에서 금이 몽고족을 이긴 전투는 단 한 번도 없다는 거였다.
“소신이 직접 가겠나이다.”
이 순간 금의 대승상이 나섰다.
“그대가?”
“그렇사옵니다. 그만큼 중대한 일이옵니다.”
“으음,,, 어찌 짐의 치세에 이런 일만 일어나는 것인가!”
절로 인상을 찡그리는 금세종이었다.
“와신상담의 마음으로 참으셔야 하옵니다. 곧 강성한 군대가 될 것이옵니다.”
완안보가 다짐을 하듯 말했다.
“알겠다.”
그렇게 금나라는 몽고족을 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것은 어찌 보면 몽고족의 팽창을 돕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선택이 없는 금나라였다.
“알겠다.”
그렇게 금나라는 몽고족을 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것은 어찌 보면 몽고족의 팽창을 돕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선택이 없는 금나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