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5권 -- >
“예?”
“길잡이를 하는 자들도 살수로 변할 것이야!”
“어찌 그 말씀을?”
놀라 눈이 커진 경대승이었지만 차분해지는 경대승이었다.
“나는 끝내 신하를 질투한 속이 좁은 황제가 될 것이야!”
“,,,,,,,.”
“그리고 그대는,,,,,,,,.”
고려태자 회생이 물끄러미 경대승을 다시 한 번 봤다.
“말씀하시옵소서!”
“그대는 끝내 고려의 역적으로 남을 것이네.”
고려태자 회생의 말에 경대승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서운한가?”
“제가 가는 길이 그런 길이옵니까?”
“그래! 그런 길이네. 으음!”
고려태자 회생이 깊게 한숨을 쉬며 경대승을 봤다.
“왜 그리 해야 하는지 묻고 싶은 건가?”
“하명만 하시면 되옵니다.”
역시 영웅은 달랐다.
“그런가?”
“뜻이 있기에 가라 하시는 것이 아니옵니까?”
“으음,,,,,,,.”
다시 한 번 회생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대는 항상 나를 부끄럽게 하는군.”
“송구하옵니다. 태자마마!”
“경장군!”
“예. 태자마마!”
“내 그대에게만은 비밀하나를 말해주지.”
“비밀이라 하셨사옵니까?”
“그렇다네.”
고려태자 회생의 말에 경대승이 회생을 빤히 봤다.
“무엇이옵니까?”
“나는 이 고려의 미래가 보이네.”
“무슨 말씀이신지 소신은 모르겠나이다.”
“예견할 수 있는 미래가 아니고 내가 꿈꾸는 고려가 아니라 말 그대로 훗날의 고려가 어찌 될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네.”
너무나 담담히 말하는 고려태자 회생이기에 놀라지도 못하는 경대승이었다.
“소장은 무슨 말씀이신지?”
“그대는 33살에 죽지. 지병으로 죽게 되어 있어.”
“예?”
“이제 6년 정도가 남았군.”
너무나 사실처럼 말하기에 뭐라 말을 하지 못하는 경대승이었다.
“만약 내가 미래를 몰랐다면 이 고려는 무부들의 고려가 되었을 것이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내 장인인 이의방이 권력을 쥐고 수년을 흔들고 그 다음에 정중부의 아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또 정중부는 그대에게 죽임을 당하지 그 다음은 내 충신인 이의민이 고려를 차지하고 또 다시 최충헌이 고려의 정권을 잡지 그렇게 100년이 흐른 후에는 그대가 가려는 초원이 일어나 고려는 초원의 부마국이 되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고려태자 회생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담담히 말하는 그였기에 진실처럼 느껴지는 경대승이었다.
“사실이옵니까?”
“그렇다네. 미래를 알지 못한다면 어찌 한낱 건룡의 병사 따위가 고려의 부마가 되고 고려의 태자가 될 수 있겠는가?”
“진정 사실이옵니까?”
“그렇다네.”
그렇게 처음으로 고려태자 회생은 경대승에게 처음으로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이런데도 가주시겠는가?”
“무인본분 위국헌신이옵니다.”
경대승이 머리를 조아렸다.
“그대는 고려의 역신이 될 것이네.”
“명 받잡사옵니다.”
“시간을 벌어주시게.”
“소장이 가서 테무친이라는 자를 베겠나이다.”
“테무친을 베면 또 다른 테무친이 나올 것이네. 시간이라는 놈은 말이야! 또 역사라는 놈은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본능이 있어.”
고려태자 회생이 인상을 찡그렸다.
“하오시면?”
“그를 돕게 그리고 그가 성장할 수 있게 만드시게.”
“하오나 그리 된다면 고려의 위급이 찾아올 것이옵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내가 강성한 고려를 만들 것이네.”
고려태자 회생의 말에 경대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 받잡사옵니다.”
“스스로를 완전히 속이지 못하면 아무도 속일 수 없다네!”
“명심하겠사옵니다.”
두두두! 두두두!그때 경대승의 회상을 깨우는 말발굽 소리가 울렸다.
“칭기즈칸께서 야율이를 얻으셨군.”
그렇게 경대승은 회상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경대승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잠들어 있는 홍련을 봤다.‘너는 나를 끝내 증오하며 죽겠지.’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경대승이었다. 저벅!그때 발자국 소리가 경대승의 겔로 다가왔다.
“칭기즈칸이 나를 찾으시는군.”
-대승상! 제베이옵니다.나직이 제베가 경대승을 깨우듯 불렀다.
“무슨 일인가?”
경대승의 목소리를 듣고 제베가 조심히 겔 안으로 들어섰다.
“칭기즈칸이 찾으시옵니다.”
“칸께서?”
“그렇사옵니다.”
“무슨 일인가?”
“칭기즈칸께서 인재를 얻으셨습니다.”
제베는 솔직한 인물이었다.
“인재라?”
“그렇사옵니다.”
제베의 말에 경대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았네.”
초원의 오하시스에 펼쳐진 천막.천막 중앙 침대에는 고려출신 환관이 누워 잠들어 있었다.
“으으윽!”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깨어났다.
“정신이 드시는가?”
색목인 하나가 금나라 말로 깨어난 고려출신 환관에게 물었다.
“으으윽! 내, 내가 산, 산 것이요?”
“나도 죽은 줄 알았지.”
“여, 여기는 어딥니까?”
“초원이지.”
“그럼 누구십니까?”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다시 묻는 색목인을 보며 고려출신 환관이 그를 살폈다. 아무리 봐도 상인이 분명해 보였다.
“나는 금나라의 환관이오.”
“그런 줄 알고 내가 구했지.”
“저를 좀 일으켜주십시오.”
“아직 걷기는 무리야!”
“예?”
고려출신 환관이 놀라 되물었다.
“제가 걸을 수 있다는 겁니까?”
“나도 처음에는 못 걸을 줄 알았지. 모르는 자가 보면 두 다리의 힘줄이 베어진 것처럼 보이니까. 정말 솜씨가 좋아! 그렇게 보이게 베었으니까.”
색목인의 말에 그제야 고려출신 환관이 고개를 끄덕였다.‘분명 의심을 받고 계신 것이야! 그래서 그리 잔인해지신 것이고.’이 순간 고려출신 환관은 경대승의 얼굴을 떠올렸다.
“저를 구해주신 은혜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는 잊어도 좋아!”
“예?”
“그 대신 돈으로 갚게.”
이건 다시 말해 고려출신 환관이 금의 고위직 환관의 복색을 하지 않았다면 구하지 않았다는 말이 되는 거였다.환관의 복장이 그를 구한 거였다.
“은인은 금나라와 우호적이십니까?”
고려출신 환관의 말에 색목인이 피식 웃었다.
“우린 황금을 주는 사람과 우호적이지.”
“그럼 그 황금이 금나라에서 나오지 않아도 상관이 없습니까?”
“물론이지.”
“얼마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얼마를 줄 수 있나? 아니지 너의 목숨 값이 얼마라고 생각을 하나?”
“이번 산행에서 남기실 이문을 얼마로 잡으셨소이까? 그 열배를 드리지요.”
“열배? 내가 얼마를 생각하고 있는지 묻지도 않고?”
“20배를 드리지요.”
“오호! 정말인가?”
“그렇소이다. 나를 고려로 데려다 준다면 그리 드리겠소이다.”
“이거 베네치아 공국 촌뜨기가 동방에 와서 거부가 되겠군. 하하하! 나는 라이언폴로라고 하네. 자네 이름은 뭔가?”
“나는 고려무장 최담이라고 합니다.”
“최담?”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말 내게 막대한 황금을 줄 수 있는가?”
“물론입니다.”
지금 이 둘은 금나라 말로 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지금 고려무장 출신 최담과 이야기를 하는 라이언폴로는 아이러니하게도 마르크폴로의 조부가 되는 사람이었다.마르크폴로의 동방견문록의 시초는 어쩌면 이 순간부터 시작되고 있는 거였다.
물론 마르크폴로의 동방견문록은 원나라가 아닌 고려에 대해 쓰여 질 것이다. 그렇게 역사를 회생이 바꿔놓을 것이니 말이다.라이언폴로가 물끄러미 최담을 봤다.
“좋아! 내 물건을 벽란도에서 파는 것도 나쁘지 않지.”
라이언폴로가 자신의 상단을 고려로 향할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인 대무역항인 벽란도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막대한 황금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럼 나야 좋지. 몸을 좀 더 추스르게. 그러고 나서 바로 떠날 것이야!”
“알겠소이다.”
하늘은 이렇게 다시 고려를 돕고 있었다.금나라 대전.팽창하는 고려와 또 고려황제 회생과 맞서고 있는 금나라 황제는 금세종이었다.
그를 역사적으로 요약해 본다면 성군이다.금태조 아골타가 금나라를 일으키고 5대가 지난 후 금세조가 등극했다.
그는 한 마디로 성군으로 전대의 행정상의 과오를 시정하는 일에 박차를 가했다.또한 여진인이 중원화 되는 것을 막고자 한 황제였다.
여진족에 대하여는 보호정책을 취했으며 여진족이 중국에 이주한 뒤에 중국인에게 경제적인 압박을 받거나 토지를 빼앗기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토지를 정리하여 나누어 주고 여진어를 장려하였다. 허나 그것은 회생이 바꿔놓기 전의 역사에 불과했다.
작금의 금세종은 고려에 요동을 잃은 군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영민함은 존재했다.금나라가 자신들이 칭하는 요동의 변을 당하고 절치부심하여 붕괴된 북방군을 다시 창군하고 남방군을 증원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긴 가뭄 속에서 황실의 압박으로 돌아오고 있었다.금 역시 고려 때문에 병력의 감축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었다.
쾅!황금으로 된 용상을 내려치는 금 세종이었다.항상 그는 온화한 인물이었다.
고려에 의해 요동의 변이 있었을 때도 이리 노하지는 않았다.
“다시 말하라!”
한쪽 눈이 먼 하급 신하를 보며 금세조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몽고족의 칭기즈칸이 더는,,, 더는 자신들을 오랑캐로 보지 말라하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신들을 참했사옵니다.”
“참했다.”
대전이 쩌렁쩌렁 울리게 소리치는 금세종였다.
“고정하시옵소서! 황제폐하!”
금의 신하들이 금세종의 눈치를 보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고했다.
“짐이 지금 고정할 수 있겠는가?”
“망극하옵니다. 황제폐하!”
허수아비처럼 서 있는 금의 신하들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완안보!”
금세종이 금빛 갑주를 걸친 젊은 무장을 불렀다. 그가 금빛 갑주를 입을 수 있는 것은 금 세종의 차남이기 때문일 거다.
“예. 아바마마!”
“너의 남방군이 나서야겠다.”
이것만 봐도 분노한 금세종이었다.
“참으소서! 아바마마!”
“참아라! 지금 오랑캐에게 능멸을 당했는데 참아라?”
“참으셔야 하옵니다.”
“어찌 너는 참을 수 있단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참지 마셔야 하옵니다. 오랑캐가 도발하는 것을 참지 마셔야 하옵니다.”
그때 완안보와 다르게 참지 말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금세종의 장자인 태자였다.
“태자는 어찌 생각을 하는가?”
“오랑캐를 정벌해야 할 것이옵니다. 이번 일로 몽고족을 비롯한 모든 북방의 오랑캐는 우리 금을 무시하게 될 것이옵니다.”
어찌 보면 틀린 말이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금세종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서?”
“이번에 비축한 힘을 보여줄 때이옵니다. 요동의 변에 대한 수치를 씻을 때입니다.”
“군사를 일으키자는 것이냐?”
“남방군도 필요 없사옵니다. 보가 걱정하는 것은 남방군을 일으키면 남송이 움직일 것을 걱정하는 것이옵니다. 그러니 북방군을 움직이시는 것이 가한 줄 아옵니다.”
“이제 겨우 정비된 북방군을?”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북방군을! 으음!”
긴 한숨소리가 흘렀다.이미 금세종은 다른 마음을 먹고 있었던 거였다.
“아니 되옵니다. 하찮은 남송이 문제가 아니옵니다.”
다시 완안보가 나섰다.
“그럼 무엇이 문제란 말이냐?”
태자가 완안보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고려입니다.”
“고려?”
금태자도 인상을 찡그렸다.
“오랜 가뭄에도 병력을 감축하지 못한 것은 고려가 병력을 줄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 초원으로 군사를 일으키면 힘의 균형이 무너지옵니다. 또한 그런 일은 없겠지만 정벌군이 패하는 경우라도 발생을 하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