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5권 -- >
“그들을 이용해서 초원을 강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그들로 하여금 우리 피를 가진 책사를 키워낼 것이다.”
그제야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사옵니다. 칭기즈칸!”
이 순간 회생이 걱정하던 것이 하나 이뤄지고자 하고 있었다.칭기즈칸과 야율초재의 만남!그것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또한 그 시작은 온전히 경대승을 믿지 못하는 칭기즈칸의 의심 때문이었다. 그래서 절대자일 것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절대자가 되어 가고 있는 칭기즈칸 때문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그 민란에 고려는 얼마나 흔들릴까?”
고려의 국정이 불안해지기를 원하는 칭기즈칸이었다.
“그것이,,,,,,,.”
고려에 세작을 보내는 일을 전담하고 있는 무카리가 말꼬리를 흐렸다.
“물론 진압이 되었겠지?”
“송구하옵게도 그렇사옵니다. 그리 민란이 일어나도 흔들리지 않는 고려입니다.”
무카리의 말에 칭기즈칸이 인상을 찡그렸다.
“참으로 대단한 곳이 바로 고려야! 참으로 대단해!”
“그렇사옵니다. 어쩌면 금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고려일 것입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대승상의 말이 옳습니다. 아직은 고려를 공격할 때가 아닙니다. 나이만으로 향하실 때입니다.”
볼츠의 말에 칭기즈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베!”
칭기즈칸이 밖에서 경호를 서고 있는 제베를 불렀다.
“예. 칭기즈칸!”
제베가 급히 겔 안으로 들어와 무릎을 꿇었다.제베는 사준 중 하나였다.
“너에게 얼마의 병력을 주면 이 초원을 지킬 수 있겠는가?”
“지키는 것이옵니까?”
“그래! 너는 초원을 지킨다. 그리고 나는 대승상의 말처럼 나이만으로 진격할 것이다.”
“무엇으로부터 지키면 되겠나이까?”
제베의 되물음에 칭기즈칸이 인상을 찡그렸다.
“무카리!”
무카리는 경대승 다음으로 지략이 뛰어난 무장이었다.
“예. 칭기즈칸!”
“너도 남아야겠다.”
“존명!”
“얼마면 되겠는가?”
“혹시 모를 금의 공격으로부터 초원을 지키고자 한다면 족히 3만은 남아야 하옵니다.”
“내 전사 10만 중에서 3만이라?”
“그렇사옵니다.”
“3할을 남기고 나이만을 공격해서 나이만을 취할 수 있을까?”
“대승상의 책략에는 가능하옵니다.”
“대승상의 책략이면 가능하다?”
칭기즈칸이 인상을 찡그렸다.칭기즈칸도 경대승을 의지하고 그의 지략을 믿지만 오늘 따라 인상을 찡그리는 그였다.
“우리에게 대승상이 없다면?”
“으음,,,,,,,.”
누구하나 대답을 하지 못했다.
“송구하옵니다. 칭기즈칸!”
“나는 그를 믿는다. 아니 믿기로 했다. 하지만 그의 병은 날로 깊어가고 있다. 그것이 걱정이다. 그렇기에 야율이가 더욱 필요하다.”
“곧 건강을 찾을 것이옵니다.”
“그래야겠지. 내게는 사나운 사냥개와 나를 위해 거침없이 달릴 준마는 이리도 많지만 그 준마를 조율할 지략가는 그가 전부이니 말이야!”
절로 인상을 찡그리는 칭기즈칸이었다.
“망극하옵니다.”
“좋다. 3만이다. 제베! 네게 3만을 준다. 무카리와 함께 초원을 지켜라!”
“알겠사옵니다.”
“난 야율이를 얻고 난 후에 경대승과 함께 수구타이 그리고 쿠빌라이와 젤메를 데리고 나이만을 정복할 것이다.”
“예. 칭기즈칸!”
그렇게 칭기즈칸의 서방 정벌이 시작됐다. 물론 그것을 이끌어낸 것은 경대승이었다.
고려를 격멸하는 경대승이 이 순간에는 칭기즈칸의 창검이 고려가 아닌 서방으로 향하게 한 거였다. 이 순간만큼은 말이다.
북극성이 뜬 초원의 깊은 밤.초원의 밤은 한기가 뼈를 깎듯 차갑다.칭기즈칸의 겔 앞에서 살육이 펼쳐진 날로부터 5일이 지났다.
“으으윽!”
이 순간 배를 깔고 기고 또 기고 있는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무인본분,,,, 위국헌,,,, 헌신!”
뭔가를 중얼거리며 그는 검은 하늘에 뜬 북극성을 보며 기고 또 기고 있었다.
“살아야 한다. 살아서 전해야 한다. 으윽!”
기고 또 기는 그의 몸 아래에는 비가 베여 나오고 있었다.
초점은 점점 더 흐릿해 지고 있었고 북극성이 때로는 두 개로 보였다가 다시 하나로 보이는 것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 그렇소이다. 고려 무장은 꺾이지 않는 법이지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의 다리가 사냥개에게 뜯겨 먹히지 않고 온전하다는 거였다.
“내 살아남을 것이요. 내 반드시 살아남아 전할 것이요.”
바드득!정신을 차리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무는 고려출신 환관이었다.
“불, 불빛이다.”
초점이 흐릿해지는 그의 눈에 저 멀리 불빛이 보였다.
“저, 저기까지 갈 것이다.”
그는 지옥에서 기어 나온 송장처럼 불빛이 반짝이는 곳으로 기고 또 기었다.
“살, 살려 주,,, 살려 주시오.”
절규를 하듯 고려출신 환관이 소리쳤다.고려황제 회생의 내실.초원에서 금나라 사신이 도륙을 당한지 10일이 지난 시점.내 앞에는 무거운 얼굴로 박위와 정도전이 부복하고 있었다. 나는 독주를 마시고 있었고 그들은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독주가 과하시옵니다. 황제폐하!”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자는 정도전뿐일 것이다.
“과하지. 암! 오늘은 마셔야 해!”
오늘 정도전에게 제주목사 아니 이제는 신주의 도독이 된 조동희가 군사 3천을 이끌고 신주로 떠났다는 보고를 받았다.조동희와 고려군사 3천이 도착하면 아즈텍 왕국과 잉카제국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문명의 파괴자가 바로 고려황제인 나인 것이다.참혹한 1년이 될 것이다.
아즈텍과 잉카의 백성에게도 또한 긴 가뭄에 허덕이는 고려의 백성에게도 말이다.또한 아주 많은 자들이 죽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는 죄가 없다. 그래도 그들의 죄가 무엇이냐고 따진다면 그저 무능한 군주를 모신 죄라고 할 것이다.내 앞에 있는 내 신하들은 내 마음을 모를 것이다.
저들이 훗날의 역사를 모르듯 말이다.
“무슨 일이시옵니까? 황제폐하!”
또한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도 정도전뿐일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니야!”
난 짧게 말하며 마시던 술잔을 뒤집어 상에 놨다. 이제는 회의를 할 때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또한 번민은 그만하고자 하는 내 의지인 거다.
“신성의 민란을 주도한 자들을 찾은 모양이군.”
박위가 온 것은 그것 때문일 것이다. 박위의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표정에는 이해가 안 된다는 뜻도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누군가?”
“그것이 말이옵니다. 놀랍게도,,,,,,,.”
“금나라인가?”
금은 완벽한 고려의 적성국이다. 충분히 민란을 조장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아니 내가 금나라의 황제라면 그렇게 할 것이다.강성한 고려를 흔들 방법으로 지금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으니 말이다.
“아니옵니다.”
“그럼 송인가?”
송도 먼 훗날에는 적이 될 것이다. 인접국이 강성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그 역시 아니옵니다.”
“그럼 누구인가?”
“몽고족이라는 오랑캐입니다. 어찌 오랑캐의 머릿속에서 이런 묘책이 나왔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분명 몽고족이옵니다.”
박위의 말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경대승의 얼굴이 떠올랐다.
“몽고족?”
이건 다시 말해 초원이 드디어 나와 고려를 경계한다는 뜻인 것이다.‘경대승이 어린 테무친을 칭기즈칸으로 만들었군.’씁쓸하다.
내가 원한 것이다.역사라는 놈은 회귀본능이 있다고 믿는 나기에 그렇게 나는 테무친을 칭기즈칸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경대승에 대한 소식도 없었다.
홍련을 초원으로 시집을 보낼 때도 경대승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자꾸 나는 경대승의 얼굴이 떠올랐다.‘경대승이라면 그리 만들 수 있을 것이야!’난 그렇게 생각을 하며 마지막 날 밤 마구간의 독대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선은 고려의 혼란을 만들고자 했던 자들에 대해 들어야 했다.
“조직적으로 민란을 조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나긴 가뭄이 바짝 마른 들판이 되었으니 그 마른 들판에 불씨 하나만 던지면 되는 것이지.”
“그렇사옵니다.”
“모두 잡아 드렸나?”
“장담 드릴 수 없사옵니다.”
“또 민란이 일어나겠군.”
“그럴 것이옵니다.”
정도전이 대답했고 난 사악한 미소를 보였다.
“오랑캐에게 아주 좋은 것을 배웠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배운 것은 그대로 써먹어야 하지 않겠나? 우리가 가뭄에 허덕이는 것처럼 송과 금도 그럴 것이야!”
“송과 금에 민란을 조장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일이지.”
내 말에 정도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준비를 하겠나이다.”
“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이리 어렵지 않은데,,,,,,,,.”
내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은 이리도 어려운 문제였다.
“정도전!”
“예. 황제폐하!”
“민란을 막을 가장 좋은 방법은?”
“백성들을 구휼할 식량을 내리는 것이옵니다.”
다 아는 이야기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난 한 달 전 대전 회의에서 귀족들의 창고도 열라고 칙령을 내린 상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역시 가난은 나라님도 감당하기 힘든 거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만적이 그리 노력을 하고 또 전중감도 그리 애를 쓰는데,,,,,,,.’만적상단과 전중감의 신라방이 고려를 위해 곡식을 사서 상납하고 있다. 아니 그 이상이다.
거의 밑천이 다 거덜이 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만적이야 바라는 것이 없지만 전중감은,,,,,,,,.’난 백설 귀비의 아비인 전중감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바라는 것이 너무 많다.그래도 명색이 내 장자의 조부가 되는 자이니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그였다.
그의 충심을 내가 갚지 못하면 어쩌면 그를 베어야 할지도 몰랐다.이 사악한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난 위화도에서 죽은 강일천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신 그런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아.’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깨물었다.
“왜 그러시옵니까?”
조심히 정도전이 물었다.
“그 일 때문에 내탕고가 거덜이 나고 있네.”
“그렇사옵니다. 소신들이 무능하여 송구하옵니다.”
50만의 요동군도 무찌른 내가 긴 가뭄에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식량난을 해결할 감자와 고구마 그리고 옥수수가 제주도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거였다.
“짧게는 1년만 버티면 된다.”
이 생각의 시작은 신주 도독이 된 조동희가 거함에 가득히 황금을 실고 온다는 전제에서 하는 말이다. 만약 실패를 한다면 아마도 2년은 걸릴 것이다.제주도에서 자라는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가 산남지방에서 번창할 때까지 말이다.
“길게는 2년이옵니다.”
정도전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리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뿐이란 말인가?”
내 인내심에 한계가 오고 있었다. 이 국란을 해결할 방법은 역시 전쟁뿐이다.
내 인내심에 한계가 오고 있었다. 이 국란을 해결할 방법은 역시 전쟁뿐이다.
그것도 약탈전쟁!다른 나라를 점령할 힘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격할 나라가 금이어서는 안 된다. 금이 아니라면 어디란 말인가?내 인내심에 한계가 오고 있었다.
이 국란을 해결할 방법은 역시 전쟁뿐이다. 그것도 약탈전쟁!다른 나라를 점령할 힘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격할 나라가 금이어서는 안 된다.
금이 아니라면 어디란 말인가?내 인내심에 한계가 오고 있었다. 이 국란을 해결할 방법은 역시 전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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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 아니라면 어디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