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5권 -- >"저자는 칭기즈칸에게 해가 되는 자! 편히 죽게 할 수는 없죠. 또한 나를 모욕했어요."홍련의 생각이 완고한 것 같아서 천인장은 검을 건넸다.그리고 천천히 홍련은 앞이 보이지 않기에 말뚝에 묶어 있는 환관의 눈을 찾아 자신의 섬섬옥수로 더듬었고 얼굴과 얼굴이 밀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속삭였다."고통은 잠시 충심은 영원할 거예요. 살아남아야 해요. 알려야 해요."순간 환관의 눈이 번뜩였다.
홍련은 지금 고려어로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나직이 속삭이고 있었다."마마!"
"참아요. 살아서 그대가 본 것을 황제폐하께 전해야 해요."그와 동시에 혼련은 그의 눈을 내려찍으려 했다. 하지만 눈먼 장님이기에 단검으로 눈을 파낼 수는 없었다.척!그때 경대승이 다가와 홍련의 손목을 잡았다.
그 순간 홍련이 놀라 부르르 몸을 떨었다. 혹시나 경대승이 자신이 한 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리 반응한 그녀였다."검은 위험한 것이오."경대승은 홍련이 들고 있는 단검을 빼앗았다. 다행히 경대승은 듣지 못한 것 같았다."마마를 뫼셔라!"그렇게 홍련은 다시 겔로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전하고 싶은 것은 다 전한 그녀였다.
이 초원에 그리고 칭기즈칸의 옆에 경대승이 있고 그는 고려에 복수를 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전하라고 명을 내린 그녀였다.
“진정 아직도 죽음이 두렵지 않느냐?”
경대승의 눈빛에 살기가 담긴 상태에서 물었다. 하지만 그 살기의 한 구석에서는 저자도 자신처럼 회생에게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담겨 있었다.
“두렵지 않소이다. 경장군!”
“어리석은 자구나! 너는 고려가 아니 고려왕이 너를 이용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느냐?”
“그런 생각 자체가 불충입니다.”
“불충?”
“그렇소이다.”
“누구를 위해서 충성을 다할까?”
경대승은 자조적으로 말하며 고려 하늘을 봤다.여전히 그의 눈에는 살기가 담겨 있었다.
“나는 고려요. 그대는 어디인가? 그대가 가야 할 길을 망각하지는 않았는가?”
“뭐라?”
경대승의 눈에는 살기가 뿜어졌다.
“죽이시오.”
홍련에게 살아나라고 명을 받은 고려출신 환관이지만 죽기를 각오한 듯 죽이라 소리쳤다.살고자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지금 이 순간에 그가 생각하는 것은 오직 그것 하나였다.
“편히 죽게 할 수가 없군.”
“왜 나를 죽이기 두려운 겁니까?”
스윽!그때 경대승이 검을 뽑았다.
그리고 바로 고려출신 환간의 발목 힘줄을 잘랐다.
“아아악!”
“고통스러우냐?”
“으윽! 고려를 위해 양물도 스스로 베어낸 나요.”
쩌렁쩌렁 울리는 절규였다.
“그럴 것이지. 회생은 그런 마력이 있지.”
“황제폐하를 모독하지 마라!”
“이놈! 네게 황제이지 내게는 황제가 아니다.”
경대승은 마치 칭기즈칸을 의식하듯 소리쳤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칭기즈칸은 경대승을 보며 웃으며 자신의 겔로 들어갔다.스윽!
“아아악!”
다시 또 다른 한 쪽 다리의 힘줄을 베어낸 경대승이었다.
“사냥개를 끌고 와라!”
경대승은 전사에게 명을 내렸다.
“사냥개를 말입니까?”
“그래! 어서!”
경대승의 불호령에 전사들이 급히 사나운 초원의 사냥개를 끌고 왔다.컹컹컹! 컹컹컹!이미 피 냄새를 맡은 사냥개는 미친 듯 짖고 있었다.
“어찌 합니까?”
전사들도 이제는 경대승이 어찌 할까 두려운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저놈이 죽지 않을 만큼만 사냥개에게 저놈의 다리를 먹여라!”
“예?”
“그리고 초원에 버려!”
“정말입니까?”
“그래! 편히 죽게 하지 않을 것이다.”
경대승이 고려출신 환관을 봤다.
“살려 달라고 해라! 그러면 살려 줄 수도 있다.”
“조롱하시는 것이요?”
“그렇다.”
“마음대로 하시오.”
의연해지고자 하는 고려출신 환관이었다.
“어쩔 수 없지.”
경대승은 피식 웃으며 고려출신 환관에게 다가가 그만 들을 수 있게 뭔가를 속삭였다. 그 속삭임에 고려출신 환관이 부르르 온몸을 떨었다.
“어, 어찌!”
“개를 풀어라!”
떨리는 그의 목소리와 함께 경대승의 명에 의해 개가 풀렸다. 그와 동시에 사냥개 두 마리가 피를 흘리고 있는 고려출신 환관에게 달려들었다.그 모습이 하도 잔인해 초원의 전사들도 고개를 돌렸다. 오직 경대승만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칭기즈칸의 겔.
“이제야 온전히 믿을 수 있겠군.”
칭기즈칸의 옆에는 훗날 역사가 원래대로 흘렀다면 사구 중 하나가 되어 있을 티아운과 보르클 그리고 볼츠와 무카리가 호의를 하듯 서 있었다.칭기즈칸이 진정 믿는 신하들이 바로 그들이었다.또한 칭기즈칸의 겔을 사준이 철통 같이 지키고 있었다.
“아직도 믿지 못하시는 것입니까?”
“그의 지혜가 두렵다. 또한 그가 초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염려스러웠다.”
칭기즈칸이 인상을 찡그렸다.
“당연한 것이옵니다.”
티아운이 말했다.사실 티아운은 칭기즈칸이 세계의 정복자가 되기 전에 너무 일직 죽었다. 그리고 훗날 그의 자손들은 원나라의 4대 명문이 되었다.이 시점은 아직 그가 죽지 않은 때였다.
“이렇게 칭기즈칸은 사악한 존재다.”
칭기즈칸은 겔 밖을 보며 넋두리를 하듯 말했다.
“항상 의심하셔야 하는 것이옵니다.”
볼츠가 나직이 말했고 무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를 믿을 수 있다.”
“증오가 대단하옵니다. 고려에 대한 증오가 이리 깊을 줄은 몰랐사옵니다.”
“그래! 이제야 온전히 믿을 수 있겠어.”
“그렇사옵니다. 칭기즈칸!”
이건 다시 말해 경대승이 너무나 많은 공을 세우고 칭기즈칸을 위해 책략을 펼쳤지만 지금까지는 온전히 믿지 못했다는 거였다.
“고려 공주를 장님으로 만들 정도로 복수심에 불타는 그다.”
참으로 대단한 칭기즈칸이었다.역시 절대자는 모두 고려의 황제 회생처럼 의심이 많은 존재였다. 그러니 그 절대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 거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칭기즈칸 그가 아직 겨우 17살이라는 거였다.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그가 이 정도로 치밀한 자라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도 회생처럼 자신의 마음속에 지옥을 만들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제는 온전히 믿을 것이다.”
“예. 그리 하시옵소서 칸!”
“그건 그렇고 고려로 보낸 간자들은 어떤 성과를 내고 있지?”
칭기즈칸도 고려를 최대의 적으로 여기고 있는 듯 했다.
“이번에는 신성이라는 곳에서 민란을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무카리가 대답했다.역사에 의하면 무카리는 지용을 겸비하여 칭기즈 칸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장수였다.
몽골 고원 통일에서 큰 공적을 올렸으며 1206년에는 좌익의 만호장에 임명되는 존재다.금나라 공략의 사령관으로서 활약하여 칭기즈 칸으로부터 국왕의 칭호를 받았으며 몽골의 다섯 부족을 휘하에 거느리고 중국 공략을 담당한다.
그것이 역사적 사실이다.하지만 현재의 무카리는 몽골의 대부족 셋을 거느린 존재였다. 또한 고려에 지속적으로 민란이 일어나는 것도 모카리의 계략이었다.
물론 그 계략의 초석을 닦아준 것이 경대승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경대승은 고려를 교란시킬 계획을 무카리에게 알려주고 그 모든 것을 무카리에게 맡긴 상태였다.
“대승상이 알려준 책략이옵니다.”
“그렇겠지.”
칭기즈칸은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몽골족 수뇌부에서 나오는 모든 계략과 책략 그리고 외교와 나갈 길은 모두 경대승이 제시하는 거였다. 그것에 칭기즈칸의 대범함이 더해져 지금의 대몽고가 만들어진 거였다.
“왜 그러시옵니까?”
“대승상이 없다면?”
칭기즈칸은 무카리를 봤다.아마도 경대승이 없다면 무카리가 책사의 역할을 하게 될 수 있을 거라는 눈빛이었다.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옵니다.”
칭기즈칸은 경대승에 대한 대안으로 무카리를 생각했지만 무카리는 칭기즈칸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걱정스러운 칭기즈칸이었다.
“그의 책략들이 우리의 발전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왜 그러시옵니까?”
“그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린 더 많은 땅을 가질 것이고 더 많은 전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찌 준비를 해야 할까?”
역시 절대자는 달랐다.
“대비를 하시겠다는 것입니까?”
“그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칭기즈칸의 말에 무카리가 잠시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할 말이 있나?”
“야율이라는 자가 있습니다.”
“야율이?”
“그렇습니다. 망한 거란의 황족이옵니다.”
야율이는 야율초재의 부친이 되는 존재다.
“그는 학식이 뛰어나고 지략을 겸비했사옵니다. 대승상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진정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칭기즈칸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렇사옵니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지?”
항상 고려황제 회생처럼 칭기즈칸도 인재에 목말랐다. 원래 야율이는 금나라의 재상을 지낼 인물이었다.하지만 고려황제 회생이 역사의 물고를 틀어버린 후로 요동이 고려의 수중에 떨어졌고 요동성주 대타발과 친분이 있던 야율이도 화를 입어 초원의 근방까지 귀양을 오게 됐다.
“금과의 접경 지역에 있사옵니다.”
“으음!”
칭기즈칸이 인상을 찡그렸다.
“모셔올 수 있을까?”
“감히 모셔오다니요. 제가 끌고 오겠습니다.”
타이운이 당당히 말했다.그 순간 칭기즈칸이 타이운을 노려봤다.
“제가 잘못한 것이옵니까?”
“중원인들의 이야기책에 이런 내용이 있지.”
“예?”
“삼고초려!”
칭기즈칸은 지금 유비가 제갈공명을 모실 때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물론 그 시대에는 그저 이야기에 불과한 삼국지였지만 그것을 칭기즈칸이 읽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직접 가시겠다는 말씀이시옵니까?”
무카리가 물었다.
“그 책에는 말이야 봉추와 와룡 둘 중 하나만 얻어도 천하를 얻는다고 했어.”
“저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타이운의 말에 칭기즈칸이 피식 웃었다.
“너는 충성심만 강하지 그래서 내게 야율이가 필요한 거다.”
“예?”
하지만 무카리도 중원의 이야기책을 읽은 눈빛이었다.
“대승상이 와룡이옵니까?”
“너도 읽었나?”
“그렇습니다. 재미는 있었사옵니다.”
“내 웅지의 시작은 그 이야기책에서 시작됐다.”
“어찌 그 책을 알게 되셨습니까?”
무카리의 물음에 칭기즈칸이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그 이야기책도 대승상이 줬군.”
“그렇사옵니까?”
“그래! 경대승이라는 와룡을 내가 얻었으니 이제 봉추가 될 야율이만 얻으면 되는 것이다.”
경대승이 준 삼국지라는 중원의 이야기책에 깊은 감명을 받은 칭기즈칸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모를 것이다.끝내 그렇게 와룡과 봉추를 얻은 유비도 천하를 통일하지 못했다는 것을. 아니 그것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칭기즈칸일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어린 칭기즈칸일 것이다.
“하오나 그는 금의 신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무카리는 뭔가를 걱정하듯 말했다.물론 무카리가 걱정하는 것 역시 칭기즈칸도 걱정하는 거였다.